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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들은 만화책의 해로운 영향에 관한 지루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언제나 '현실도피'를 언급하고 있었고, 도피하고 싶은 욕망을 만족시킴으로써 어린 정신들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마치 인생에는 보다 고귀하거나 유용한 그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처럼. - 본문 466에서
* 가끔은 내가 읽고 있는 이 수많은 책들이 내가 현실을 마주하기 싫어 만든 거대한 성 같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현실을 도피했다가 다시 그 현실로 되돌아오게 하는 것도 내게는 이야기들이다. 힘든 현실을 잠시 잊게 하고 다시 그 현실로 되돌아올 힘을 얻게 하는 것. 그래서 책은 내게 세상을 바로 보게 하는 창이고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문이고 사람들과 소통하게 하는 언어가 된다. 이야기 속 세상이 현실보다 덜 고귀하거나 덜 유용한가. 정말 그런가. 아니다.
<캐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험> 뭔가 있어 보이는 표지 그리고 퓰리처상 수상작 모험이야기인가. 싶어 집어들었는데 음,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모험이야기는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1940년대의 미국으로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로 주인공이 조 캐벌리어는 프라하에서 살던 유대인으로 탈출마법을 할 줄 알고 예술학교를 다녀 그림도 꽤 그리는 유대인이다. 가족들의 지원으로 혼자만 미국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했으나 혼자만이 느끼는 자유와 성공은 그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가족들을 미국으로 불러오기 위해 그는 사촌인 샘과 함께 만화를 그린다.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만화들이 이제 막 활개를 치기 시작하던 시대. 그가 그려내는 만화 속 주인공은 '이스케이피스트' 그는 나치와 싸우는 탈출영웅. 만화 속에서 나치를 혼내주며 멀리 가족들을 데려오고 싶어하는 그의 열망과 딸라잡기 힘들 정도로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성공가도 그 속에서 휘청거리는 조와 샘. 이야기는 충분히 재미있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따라가기도 바쁜데 1940년대 50년대의 인물들과 분위기를 살려 보려 펼치는 부연설명이 지나치게 들어가서 이야기는 자꾸 장황해지고 늘어진다. 슈퍼히어로들이 등장하는 만화와 그 문화에 대한 작가의 지나친 애정이 너무 과해서 인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그 시대와 마블스나 액션만화 같은 만화에 대한 나의 무지가 지나쳐서 일지도 모르겠다.
시작부터 진도가 잘 안나가더니 두 권 읽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이유는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너무 장황하고 설명이 늘어진다는 것. 마지막까지 속시원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책을 덮는데 '소재도 좋고, 주인공도 괜찮아, 주제도 뭐 괜찮고, 문장도 나쁘지 않아 그런데 그걸 다 모아놓았더니 그리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하던 얀 마텔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다 괜찮은데 무언가 하나가 모자랐던 거야. 아니면 넘쳤거나. 새삼 영미권 책들은 나와는 잘 맞지 않는가 아주 재미있게 보지를 못해 하는 생각이 든다. - 다락방서 허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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