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에 대해서는 할말이 좀 많다. 우선 덜 중요한 것부터...
첫째, 동서미스터리 시리즈를 여러권 읽어봤는데 1977년 초판이후 1993년 중판이 나오면서 교정이나 수정 (현대 용어로)을 했는지 의문스럽다. 다른 책에도 틀린 글자가 구용어가 무지 많이 나오는데 이책은 더욱 눈에 띄는 것 같다. p57에 '돈좌증', p108 '전성기', p135 '극의 육체적인 부분이 시작되기 전에 물어볼 것이 있네..'등. 출판사의 성의가 아쉽다.
둘째, 번역자는 '천재적 범인과의 퍼즐게임'이라고 했지만...글쎄...엘러리퀸 모든 것의 거꾸로의 의미때문에 혼돈스러워 했다. 하지만 범인을 간파한 뒤 그의 행동을 역추했다고 밝히고 있다. 나같은 사람이 봐도 범인은 한사람이다. 단지 주변의 혼란스러운 사건들과 모든 것이 꺼꾸로인 의미, 피해자의 정체 등이 극을 미스테리하게 만들 뿐이다.
세째, 출판 당시의 명성이 세월이 지나도 오래 가는 작품이 있다. 하지만, 그 작품의 명성을 인정하되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재평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은 출판당시 밀실사건으로 극찬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솔직히 내가 읽기에는 좀 실망스러운 점이 있다. 범인으로 지목될 수 있는 사람이 하나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경우- 맨 뒤 엘러리 퀸의 설명을 읽으면 이해 간다)이고 이 사람이 꾸민 트릭은 텍스트만 읽어서는 실현 가능한지 알 수 없다. 단지 엘러리가 이렇다니까 그렇게 이해될 뿐이다.
엘러리 퀸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이 작품은 좀 실망스럽다. |
| 독자에게 던지는 도전으로 유명한 엘러리퀸. 이 작품이 그의 국명시리즈 8번째 작품으로 알고 있다. 모든 것이 거꾸로 되었다는 특이한 설정과 서양에서 바라본 중국문화 신비함은 독자의 흥미를 일으켜 책에서 쉽게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지만 결말은 엘러리퀸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매우 실망스러웠다. 퀸은 자신만만하게 도전장을 던지고 있지만 독자는로서는 텍스트만 읽어내서는 추리해내기 힘든 내용이었다. 이 작품이 출간되었던 그 시대상황에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숱한 추리작품을 접해왔던 지금 우리세대의 미스터리팬들이 읽기에는 조금 낡은 감이 없잖아 있어보인다. |
| 주요등장인물 중의 한명인 조 템플양을 펄벅에 비교하는 장면이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펄벅여사는 중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로 '대지'같은 걸작소설을 쓴 작가이다. 작가는 중국출신인 템플양을 펄벅에 빗대어 말한 것이다. 작가는 머리글에서 스스로 '모든 흥미진진한 소설을 통틀어 이 '차이나 오렌지의 비밀' 원고를 읽고 받은 인상보다 더욱큰 감명을 받은 적은 없다'라고 썼다. 하지만 이 문구만큼은 분명한 과대포장이다. 어렵고 난해하다기 보다는 그저 복잡하기만 한 트릭처럼 이 소설의 번역상태 또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13페이지에 '친구를 잃게 되더라도 그 가능성은 매우 크다'라고 했는데 무슨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간다. 240페이지의 '몇년이고 몇년이고'는 강조를 위한 반복이 아니라 중복된 오타가 아닐까. 퀸이 계속 차이나 오렌지를 언급하니까 아버지인 퀸 경감이 '차이나 오렌지든, 멕시코 옥수수든, 스페인 옥파든, 영국 빵이든...'하면서 비꼬는 장면이 나온다. 추리과정보다 이런 식으로 펼쳐지는 두 부자의 추리토크가 더 기억에 남는다. |
| 내게는 정말 오랫만에 만나는 엘러리 퀸이다. 여전히 그는 평범하고, 멋지고, 뽐내기 잘하고- 빛나는 추리력을 보여주었다. 사건 또한 다른 책에서는 여간해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어 이 책을 읽으며 금방 빠져드는 것은 아주 쉬웠다. 범인이 드러났을 때 이상하게도 죽 궁금했었던 것과 달리 크게 놀랍지 않았지만-무의식중에 짐작하고 있었다는 건 나 자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한 것일 거다- 그의 동기가 밝혀졌을 때 너무 안타까웠다. 살인자치고 악인은 없으며, 단지 오해가 있을 뿐이라는 건 추리만화의 정석처럼 되어버렸지만, (그리고 이건 만화는 아니지만,) 이번만큼 끝이 씁쓸한 사건은 처음인 것 같다. 각설하고,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느낌이 썩 좋은 멋진 추리소설이었다. 이 책을 용케 건지게 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안타까움이 더 크다. 이제 내가 보지 못한 엘러리 퀸 사건집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자, 이젠 다음을 기다릴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