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10.0
  • 50대 0.0
리뷰 총점 종이책
어째서 우리는 친구일 수 없는가
"어째서 우리는 친구일 수 없는가" 내용보기
어째서 우리는 친구일 수 없는가 -토마스 브루시히 『그것이 어떻게 빛나는지』      11월의 마지막 날이다. 11월에 가장 먼저 상기되는 역사적 사건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이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1년도 지나지 않아서 독일이 통일되었고, 그 이듬해 구소련이 와해되면서 동․서 냉전은 막을 내렸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역사'이다. 역사는 시대를 기록
"어째서 우리는 친구일 수 없는가" 내용보기

어째서 우리는 친구일 수 없는가

-토마스 브루시히 『그것이 어떻게 빛나는지』

 

 

 11월의 마지막 날이다. 11월에 가장 먼저 상기되는 역사적 사건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이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1년도 지나지 않아서 독일이 통일되었고, 그 이듬해 구소련이 와해되면서 동․서 냉전은 막을 내렸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역사'이다. 역사는 시대를 기록하고 기억하는데 유용하지만 보통인 존재들의 개별적인 삶을 증언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증언과 성찰은 문학의 몫으로 남는다.

 

 구(舊) 동독에서 성장했던 독일 작가 토마스 브루시히의 소설 『그것이 어떻게 빛나는지』(문학과 지성, 2009)는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기 직전인 1989년 8월부터 1990년 가을을 무대로 펼쳐진다. 7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소설 속에는 뚜렷한 주인공이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1989년을 살아가는 수십 명의 독일인이다. 소설은 1989년 여름 헝가리와 오스트리아를 거쳐 서독으로 탈출하는 동독인들의 물결을 그리면서 시작된다. 동독인들은 "무력감과 불행의 감정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정치적이 되어"(27쪽)갔고, 그해 11월 장벽의 붕괴는 호네커 정권의 퇴진으로 이어지며 혼란이 가속화된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마치 놀이동산의 개장"(161쪽)과 같았다. 서독의 쇼핑몰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의 향락은 동독인들을 놀라게 한다. 또한 통제가 풀린 언론을 통해서 속속 밝혀지는 슈타지(동독 첩보기관)의 감시활동과 비리들은 인민들을 극도로 흥분시켰다. 브루시히는 이 시기를 배경으로 시인, 사진작가, 물리치료사, 사기꾼, 검사, 형사, 슈타지의 외화벌이꾼, 잡지기자, 평범한 주부 등 통일을 목전에 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보여준다.

 

 통일 이후를 걱정하는 검사와 경찰, 정치인들은 서독의 정당과 연계하기 위하여 뛰어다니고, 평범한 물리치료사였던 레나는 시위대 앞에서 부른 노래로 인하여 '혁명의 아이콘'으로 부상한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호텔의 관리자 분추바이트는 통일 이후에도 살아남기 위하여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지만 애송이 사기꾼인 베르너 슈니델에게 이용당한다. 서독의 기자 라트케는 특종을 기획하고 동독의 맹인환자를 찾아다닌다. 기사의 제목은 <영원한 밤으로부터의 해방>. 서독의 자유와 돈, 그리고 기술이 동독이라는 '장님'에게 빛을 선사하다! 얼마나 근사한 기사인가.

 

 장벽 붕괴 이후에 전개된 총선은 서독과 연대한 정당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극단적인 두 체제는 코카콜라를 나눠 마시며 통일을 향해 질주한다. 그러나 빛을 본 맹인 환자는 빛에 적응하지 못하고, 보이지 않았던 시기의 느린 삶을 그리워한다. 계산을 배운 인간들은 더 이상 평등한 세계를 꿈꾸지 않는다. 토마스 브루시히는 우연히 찾아온 변화를 겪는 독일의 다양한 인간들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되묻는다. 우연에 의해 지배받는, 개별적인 삶들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통일은 '빛'이 아니라 건설업계와 부동산업자들, 일부 권력자들을 위한 '그들만의 잔치'에 불과하지 않았느냐고.

 

 이 질문을 관통하며 독일 사회는 지금 앓는 중이다. 나는 독일이 겪는 이 진통이 오히려 부럽다. 이 부러움은 다른 질문으로 확장된다. 효율과 이윤추구의 목소리만이 가득한 우리 사회는 통일을 빛으로 만들 수 있을까. 토건에 목숨 걸고, 용산 철거민, 감원에 항의하는 비정규직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이 정부가 과연 북한 주민들을 어떻게 취급할까? 물을 필요도 없는 우문이다.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사는 우리에게 독일의 진통은 많은 성찰을 제공한다.

 

 

"역사란 얼마나 욕심덩어리 이기주의자인 것인지. 역사는 가장 평범한 진리를 가르쳐주는 대가로 가장 가혹한 일들을 겪게 해준다. 문득 인생의 시간을 잘못된 곳에서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251쪽)

 

 

 

 우연이 조금만 반짝인다면 아무 일도 이루어지지 않지만 지난해 같은 경우를 봐. 나한테만 많은 일이 일어난 게 아니고 다른 사람 모두가 그랬어. 그러면 빛이 나는 거야. 그리고 그 빛은 오래도록 꺼지지 않는 아주 밝은 빛이 될 거야. (717쪽)

 

 

2*****h 2009.11.28. 신고 공감 5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나비 이야기 (그것이 어떻게 빛나는지 를 읽고)
"나비 이야기 (그것이 어떻게 빛나는지 를 읽고)" 내용보기
나비 이야기 (『그것이 어떻게 빛나는지』를 읽고)   2009년 독일은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맞았습니다다. 독일민들에게 이 날은 축제의 한마당이기도 했지만, 우울한 날이기도 했죠. 서독 주도의 정치 경제의 통합은 상대적으로 동독 지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 줬습니다. 동독 사람의 80%가 자신을 2등 국민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노동시장에서의 차별대우, 생
"나비 이야기 (그것이 어떻게 빛나는지 를 읽고)" 내용보기

나비 이야기

(『그것이 어떻게 빛나는지』를 읽고)

 

2009년 독일은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맞았습니다다. 독일민들에게 이 날은 축제의 한마당이기도 했지만, 우울한 날이기도 했죠. 서독 주도의 정치 경제의 통합은 상대적으로 동독 지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 줬습니다. 동독 사람의 80%가 자신을 2등 국민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노동시장에서의 차별대우, 생활수준의 불균형, 통일과정에서 동독주민의 배제 등 여러 요인이, 그들이 그러한 생각이 들게끔 만들었습니다.

 

소설은 장벽이 무너지던 1989년과 통일 독일이 법적으로 완전히 이루어진 1990년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1965년 동베를린에서 태어난 토마스 브루시히는 20대에 생생하게 목격한 베를린 장벽 붕괴를 가지고 독일 통일의 문제를 다룹니다.

 

이야기는 1989년 8월 11일, 카를마르크스 시의 중앙역 입구에서 시작합니다. 열 아홉 살 물리치료사인 레나는 드레스덴발 열차를 타고 있을 큰 오빠와 파울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그들은 오지 않았습니다. 심각해진 동독 탈출민의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부각 되었으며, 파울은 그런 인물 중에 하나입니다.

 

소설은 우리네 인생이 그렇듯, 특별한 줄거리도, 뚜렷한 주제 의식도 없습니다. 스무명 가량 되는 인물들의 삶을 옴니버스식으로 보여줍니다. "카오스 이론에 따르면 타이에서 하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에서 허리케인을 일으키는 계기가 된다는 거야"(p63) 뜀박질을 하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것처럼, 개개인의 삶은 물거미의 새끼(p49)와도 같았습니다. 역사라는 거대한 알에서 무사히 탈출한 개인만이 삶을 영속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작가는 그러한 개인을 자리에서 날아오른 나비 한 마리가 비행을 시작했다.(p725)로 비유하면서 격변기 삶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소설이 지닌 상당한 길이와 각개 전투식의 캐릭터들 때문에 빠르게 읽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7장 분량의 옮긴이 해설을 참고하자 훨씬 재미있게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의 동독인을 반갑게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욕심이 많은 사람 같았습니다. 막상 재미로써 소설을 보고자 한다면 조금 지루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세하게 신경 쓴 캐릭터의 디테일을 따라가 보면, 우리도 통일이 된다면 저들과 같지 않을까는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이번에 토마스 브루시히의 책을 처음 접하였습니다. 그의 작법적인 스타일은 대게 인물의 대조, 이미지의 대조를 구분함으로써 위트와 유머를 접목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소설에는 희노애락이 있고, 물거미의 알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역사에 잠식된 죽음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피엔딩으로 마침표를 찍고자 했던 것은, 희망을 보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 같았습니다.

 

반세기 분단국가를 살고 있는 우리입니다. 통일 독일의 이야기가 낯설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변화의 진통을 겪은 그들과 우리가 똑같은 절차를 밟지 않기 위함도 있습니다. 주전자에 물이 끓을 때 갑자기 끓지는 않습니다. 서서히 달아오르다 기포가 한 두 방울 터진 다음 그것은 순식간에 끓어오릅니다. 막상 물이 끓었을 때, 넋 놓고 그제야 부랴부랴 준비하는 것은 우둔한자의 방법입니다. 거시적 차원으로써 통일의 역사를 보는 것 보다, 미시적 차원에서 개인의 역사를 보게 해준 소설이었습니다.

 

문제는 될 것이냐 안 될 것이냐 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냐도 아니었다. 문제는 독일이란 무엇인가였다. (p.238)



YES마니아 : 플래티넘 s*******2 2009.12.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