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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맛보면 문화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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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가끔씩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우를 맞닥뜨리곤 한다. 처음 책의 제목을 얼핏 봤을 때, '라블레'가 사람 이름인지 지명인지 조차 모를 정도로 무지했다. 라블레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먹거리에 대한 언급을 읽으면서 비로소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시작했고 프랑수아 라블레라는 인물을 검색하게 되었다. 프랑수아 라블레는 몽테뉴와 함께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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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보면 가끔씩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우를 맞닥뜨리곤 한다. 처음 책의 제목을 얼핏 봤을 때, '라블레'가 사람 이름인지 지명인지 조차 모를 정도로 무지했다. 라블레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먹거리에 대한 언급을 읽으면서 비로소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시작했고 프랑수아 라블레라는 인물을 검색하게 되었다. 프랑수아 라블레는 몽테뉴와 함께 16세기 프랑스 르네상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대표작으로는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이야기>가 있다. 솔직히 설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낯설긴 하지만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에 비견될 정도라고 하니 라블레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가 있을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었던 사람들 중에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이들이 어찌나 많은지 라블레도 의사이자 인문학자이면서 글을 쓰기도 했다. 라블레의 작품 속에는 풍성한 식탁이 자주 등장하며 주인공들도 대식가이거나 미식가들이 많았다고 한다. 저자는 천재들이 보여준 호기심과 진리에 대한 탐구 열정을 식욕에 빚대어 <라블레의 아이들> 이란 제목으로 천재들의 식탁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것은 어떤 재료로 어떤 요리가 만들어졌는지 글로써 표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요리를 완성해서 시식까지 하고 감상을 남겼다는 점이다. 말이쉽지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할말이 없다.

 

 사람들의 호기심은 끝이 없어 단지 안다는 것 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경우가 있긴 하다. 그런 점이 마케팅과 연결될 때,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도 하고 말이다. 가령 대감님 댁의 제사음식은 어땠을까, 임금님의 수라상에는 어떤 음식이 올랐을까 하는 궁금증이 자료로 끝나지 않고 요즘에도 '헛제사밥'이나 '궁중요리'로 맛볼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전통을 자랑하는 가문에서 전수되어 온 비법 요리를 맛볼 때도 마찬가지로 음식을 먹는 그 시간 만큼은 대감님도 되었다가 종가의 어른도 되었다가 임금님도 부럽지 않은 호사를 누린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메이지 천황 무쓰히토의 오찬회 요리를 맛볼 때나 아피키우스의 고대 로마의 향연을 즐길 때, 아마도 세상을 다 가진듯한 여유로움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장어요리도 여러 차례 등장하고, 마녀의 수프를 재현한 요리도 흥미로웠다. 프랑스 민심을 분노하게 만들었다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과자 이야기나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푸딩도 기억에 남고 앤디 워홀의 통조림 수프처럼 저렴한 요리도 있다. 더구나 마지막에 소개된 것은 아이들한테 인기 만점인 후리가케다. 아이가 어릴 때 밥먹이기 힘들면 후리가케 뿌린 밥을 김에 싸서 먹였던 기억이 나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천재들이 먹었던 요리를 시식했던 것 처럼 독자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기대했었는데, 그렇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저자도 직접 만들어 먹은 것이 아니라 대부분 우여곡절 끝에 요리사들이 만들어준 음식을 맛본 것이다. 과자나 푸딩, 후리가케는 그렇다 쳐도 대부분의 요리가 독자들의 입장에서 재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득 책에 소개된 메뉴로 식당을 차리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는. 또 한가지는 책에 소개된 25가지 음식의 주인공 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사실인데 아무래도 아는 인물들이 많았더라면 더 관심있게 읽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결론적으로 요리를 소개하고는 있지만 '요리'를 위한 책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고, 표현하자면 "음식을 통해 천재들이 살았던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인문학적 노력이 돋보이는 책" 이라고 할 수 있겠다. 

 


 



m******n 2009.12.22.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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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블레의 아이들-음식과 명문장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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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블레의 아이들> 천재들의 식탁   어째서, 교육학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라블레의 이름이 음식 에세이에 출현하는가? 그리고 천재들의 식탁이라면서 아이들은 또 뭔가? 도저히 알 수 없는 제목과 화려한 음식의 향연에 이끌리어 몇 번 집었다 놨다, 집었다 놨다 한 끝에 펼쳐 든 책이다. 첫머리에서 제목에 대한 미스터리는 풀렸다.   라블레의 작품 속에는 먹을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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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블레의 아이들>

천재들의 식탁

 

어째서, 교육학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라블레의 이름이 음식 에세이에 출현하는가?

그리고 천재들의 식탁이라면서 아이들은 또 뭔가?

도저히 알 수 없는 제목과 화려한 음식의 향연에 이끌리어 몇 번 집었다 놨다, 집었다 놨다 한 끝에 펼쳐 든 책이다.

첫머리에서 제목에 대한 미스터리는 풀렸다.

 

라블레의 작품 속에는 먹을 것들이 풍성하다. 16세기의 프랑스에서 살며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이라는 기괴하며서도 그로테스크한 거인에 관한 이야기를 쓴 이 문학자는 작품 속에 음식 이야기를 즐겨 등장시킨다. 등장인물들은 예외 없이 대식가로, 그들은 종종 향연을 벌이는데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소시지며 내장 요리들을 앞에 두고 흡족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5

 

아하~~

그래서 저자는 수많은 예술가들을 음식을 탐하는 먹보에 비유하고, 라블레의 아이들이라 칭한 것이었다.

예술가들이 남긴 레시피집 혹은 후세의 전기를 통해 예술가들의 식탁을 복원하여 눈앞에 펼쳐보여주는 대단한 작업.

과거에 쓰여진 책과 미지의 요리에 대한 관심을 기쁜 마음으로 해낼 사람이 아니면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기획이 아닌가.

대부분 과거 속의 인물이 되어 버린 먹보 예술가들을 그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으로 다시 되살리는 작업

믿을 수 없지만 그 작업은 이루어졌고, 저자의 훌륭한 글솜씨와 어우러져 내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예술가와 그에 따른 음식을 정하는 작업을 위해 엄청난 양의 책을 읽어야 했고, 실제 조리를 해야 했고(정작 저자가 직접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감잎 초밥과 사이토 모키치의 우유 장어덮밥 뿐이었다고 한다.), 촬영을 해야 했던 과정 끝에 탄생한 이 책.

 

목차를 주욱 훑어 보니, 천재들의 식탁답게 평범해 보이는 요리 하나가 없다.

 

 

 

 

게중 눈에 익은 것이라면 다치하라 마사아키의 한국풍 산채 요리랄까.

일본인 저자가 일본의 한국인 작가(김윤규)에 대해 쓴 글이라 낯설게도 한국‘풍’ 이라고 이름 붙이니...그마저도 어색하다.

롤랑 바르트의 덴푸라,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귄터 그라스의 장어 요리, <금병매>의 게 요리, 마리 앙투아네트의 과자, 이사도라 던컨의 캐비아 포식, 사이토 모키치의 우유 장어덮밥 등. 대충 눈에 띄는 몇 가지만 나열해봐도 그 면면들이 독특하다.

유명 예술가들이라도 그들의 작품에 초점을 두지 않고 음식에 초점을 맞추니 이런 희한한 조합이 탄생하는구나 싶었다.

카메라의 앵글을 조금만 달리 해도 보이는 풍경이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처럼,한 사람 한 사람의 예술가가 위대한 예술가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이 살다간 시대의 역사와 정치와 문화와 예술을 그 한 몸에 오롯이 새긴 인물들이라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음식의 사진과 명문장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배불러온다.

 

 

롤랑 바르트에게

덴푸라는 거의 순수한 표면으로 되어 있는 이상적인 음식이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튀겨진 실물 덴푸라가 아닌 그것을 튀기는 기름의 처녀성이라고 그는 썼다. -16

 

 

 

 

<귄터 그라스 40년>이라는 에세이집을 펼쳐보니 장어 요리 레시피뿐만 아니라 화가이기도

한 그라스가 그린 장어 데생이 게재되어 있다. 거기엔느 장어가 인간의 엄지발가락에 희롱당하고 있는 모습이, 페니스인지 대변인지 분간할 수 없는 그로테스크한 형상으로 대지와 물이라고 하는 에너지의 권화로 묘사되어 있다. <양철북>에서 어머니가 장어를 보고 구토를 하는 것은 그 나름의 무의식에서 유래한 동기부여가 있었던 것이다.-88

 

 

 

 

<금병매> 속에는 배불리 먹을 요리들이 잔뜩 들어 있다. '방해선'은 게의 등딱지 속에 게살을 꽉 채워 향신료 를 뿌려 튀긴 요리이다. 게는 먹고 싶지만 게살을 빼먹는 것을 귀찮아하는 부자들이 생각해 낸 요리일 것이다. 덧붙이자면 게살은 여성 성기의 별칭이기도 하다. -138



YES마니아 : 골드 s*******e 2013.06.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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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블레의 아이들-천재들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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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기준으로 그들의 식탁이 올라왔을까? 때론 화려하게, 따론 소박하게....올려진 식탁은 작가 요모타 이누히코만의 방식으로 쓰여졌다. 요리를 통해서 예술가들이 탐닉했던 음식을, 식탁을 다시 재현하고 느낀대로 답한다.   얼마전 '줄리 & 줄리아' 라는 영화를 보면서 음식이 어떤이에게는 하나의 예술 그 이상의 가치를 느끼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세기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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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기준으로 그들의 식탁이 올라왔을까?

때론 화려하게, 따론 소박하게....올려진 식탁은 작가 요모타 이누히코만의 방식으로 쓰여졌다.

요리를 통해서 예술가들이 탐닉했던 음식을, 식탁을 다시 재현하고 느낀대로 답한다.

 

얼마전 '줄리 & 줄리아' 라는 영화를 보면서 음식이 어떤이에게는 하나의 예술 그 이상의 가치를 느끼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세기의 예술가들이 또다른 예술가의 작품을 즐기는 그들만의 방법과 그들만의 세상을 재현한다.

지극히 글은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이랄까?

어딘들 똑같은 음식은 없지만, 작가는 음식을 재현하면서 그들은 연상하게 된다.

 

메이지 천황 무쓰히토의 대 오찬회도,

마녀들이 즐겨 먹었다는 스프도,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돼지고기 요리도,

소박하고 아름다운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감잎 초밥도 ....,

 

특히나 인상깊었던 음식은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다.

앤디워홀의 캠벨 수프를 읽으면서 그는 혹여 모순에 빠진 것은 아닐까?

앤디워홀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다.

물론 상업적인 일을 하지만, 그야말로 창의적인 예술가 중의 한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통조림?

캠벨 수프는 미국의 유명 통조림의 이름이다.

그런데 그는 즐겨 먹는다는 통조림을 모티브로 또다른 작품을 만들었다.

그가 유명해진 계기도 바로 캠벨 수프다.

 

작가는 예술가를 말하고, 그들의 식탁과 음식을 논하면서 음식을 만드는 과정도 논한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그만의 방식으로 주관적인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그 음식과 예술가의 배경이다.

한 인물에 대해 전체적인 이야기 만을 말하기 보다 음식에 관한 국한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메이지 천황 무쓰히토의 대 오찬회에서 그는 그들의 식탁에 '탈아입구' 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의 속 내용은 아직 잘 모르겠다.

단지 이토 히로부미 라는 뚜렷한 이름이 생각날뿐,

 

 

왠지 난 한국인의 뜨거운 피가 흘러서일까..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반대로 된 일장기 식빵에는 쓴웃음이 지어지는 것은 무엇일까?

그래도 관심갖고 읽었던 부분은 '다치하라 마사아키의 한국 풍 산채요리' 였다.

소박하지만 담백한 봄향기가 입안에 쏵 퍼지는 듯 하다.

머위 잎으로 쌈밥을 싸 먹으리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도 한번 머위로 ? 호박잎만 먹어봤는데 너무 궁굼해진다.

 

천재들의 식탁,

그들의 특별한 미각 오디세이...작가 요모타 이누히코는 그들의 식탁을 복원하면서...

그 미각을 독자들에게도 전단하고 있다.

따라잡기 힘든 화려한 식탁도 있지만, 호기심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식탁도 있다.

한 시대를 살다간 천재들의 먹보 식탁!!

 

y******0 2010.04.0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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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이며 에로틱한 미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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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은 먹이를 먹고 인간은 요리는 먹는다. 하지만 음식을 먹는 법을 알고 있는 자는 기지가 있는 자 뿐이다. 어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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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은 먹이를 먹고 인간은 요리는 먹는다.

하지만 음식을 먹는 법을 알고 있는 자는 기지가 있는 자 뿐이다.

어떤 인물이 어떤 요리를 애호하고 기회가 닿는대로 즐기고 그에 대하여 기지 넘치는 평언까지 남겼다면 거기에서 그 인간의 요리관과 행복관, 나아가 세계관까지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나의 생각이다.'   

 -  지은이의 말

 

 

 

 

y********9 2010.01.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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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미각 오디세이, 그 놀라운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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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라블레를 아는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나도 예술가라면 좀 아는데 싶었던 오만을 반성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내가 무지한가 싶은 마음에 가만히 인터넷 창에 검색해보니 몽테뉴와 함께 16세기 프랑스 르네상스 문학의 대표적 작가란다. 작가이자 의사이자 인문주의 학자이고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이야기>를 썼다. 아, 이 작품이라면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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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라블레를 아는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나도 예술가라면 좀 아는데 싶었던 오만을 반성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내가 무지한가 싶은 마음에 가만히 인터넷 창에 검색해보니 몽테뉴와 함께 16세기 프랑스 르네상스 문학의 대표적 작가란다. 작가이자 의사이자 인문주의 학자이고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이야기>를 썼다. 아, 이 작품이라면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다. 라블레의 작품 속에 나오는 먹을 것들을 재현한다기에 나는 막연히 화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라블레는 작가다. 그것도 작품 속에 먹을 것과 먹는 장면을 무척 세심하게 그렸던 작가.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이다. 그는 예술가들의 작품과 음식을 연결시켜 레시피를 조사하고 실행한 다음 보고서로 남겼다. 이 글들은 연재되던 칼럼에 음식 부분에만 살을 덧붙인 것이다.

 

저자가 일본인이라 그런지 다루는 예술가들 중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아무래도 아는 예술가와 아는 음식이 나와야 호기심이 발동하기 쉬울텐데 보통 사람으로 쳐도 음식을 좀 많이 가리는 나는 낯선 예술가와 요리 앞에 조금은 집중력이 흩어졌다. 하지만 저자가 얼마만큼 인내하며 노력을 기울인 끝에 이 책이 탄생했는지는 몇 장 읽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읽고, 음식이 나오는 장면을 뽑아낸 다음, 그 음식에 대한 자료와 레시피를 조사하고, 직접 요리한 다음 감상문이나 평가를 남기는 것. 생각만해도 얼마나 거대한 작업인지 보인다. 그런 작업을 수없이 반복한 끝에 채택된 책에 실린 예술가들의 요리. 그 열정적인 작업만으로도 왠지 가슴이 뛴다.

 

좋아하는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이 보인다고들 한다. 내가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날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도 바로 음식인데, 국내를 떠나면 그 초조함은 더해진다. 촌스럽다면 할 수 없지만 나는 요리에 관한 한, 왠만해선 도전의식을 내보이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좋아하지 않는지 모두 알진 못하지만 어느 정도는 알기에 나는 늘 먹던 음식이 좋고, 되도록 한국적인 것이 좋고, 되도록 예전에 살아있지 않은 것이 좋다. 그렇다고 내가 생선이나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우리는 먹지 않는 대상을 먹는 타국의 음식문화를 접했을 때, 보통 사람보다 훨씬 충격을 느낀다. 타국을 존중하는 것 중 하나가, 다문화를 예찬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식문화를 존중하는 것이란 걸 알지만 실제로 처음 보는 음식 앞에서 자연스럽게 시식할 자신이 없다. 이렇게 음식에 한해서 나는 좀 보수적이고 미련스럽고 비위가 약하다.

 

책에 실린 사진들이 신기하면서도 약간 불편했던 건 아마 그런 이유일거다.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협함이 아니라, 그저 몸에 배인 약간의 거북함이 촌스럽게도 튀어나와 버리는 것.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에 나오는 장어 요리나 롤랑 바르트의 덴푸라,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푸딩, 마리 앙투아네트의 과자 등 몇 가지는 신기하면서도 좀 익숙한 음식들이지만 대부분 접하지 못한 요리라 충격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세계의 식탁에서 나는 결코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걸까. 하지만 요리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애초 별로 없던 내게 이 책은 신비로움과 감탄을 가져다 주었다. 또,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 녹아든 요리들은 하나같이 예술가 자신의 취향이나 개성과 닿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는 작품 속의 식탁 뿐 아니라, 직접 레시피 노트를 남긴 이들도 있으니 과거나 지금이나 음식 문화는 커다란 문화적 뿌리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과거든 현재든, 일본이든 이탈리아든, 모든 시대 어느 장소든 요리는 존재하고 있었다. 음식으로 배울 수 있는 또 하나의 문화. 비록 특정 요리에 대한 비호감을 완전히 털어낼 순 없었어도 예술가들의 음식에서 배운 문화적 충격만은 아주 신선한 경험이 되었다.

s*****d 2009.12.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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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블레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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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내게 있어, 일종의 약일 뿐이다. 건강을 위한 보조식품이나,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이 건강의 기본이라, 그 기본에 충실하기 위함이 아니라, 뭔가 몸에서이상 신호를 느낀다 싶으면 머릿속에서 번개처럼 뭐가 먹고 싶다는 식으로 자동 프로그램이 되어있다. 오랜 자취 생활로 인한 차선이자 최선의 방편이랄까? 내겐 '음식이 몸에서 받는다'는 느낌이 좋은 음식의 첫조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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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내게 있어, 일종의 약일 뿐이다. 건강을 위한 보조식품이나,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이 건강의 기본이라, 그 기본에 충실하기 위함이 아니라, 뭔가 몸에서이상 신호를 느낀다 싶으면 머릿속에서 번개처럼 뭐가 먹고 싶다는 식으로 자동 프로그램이 되어있다. 오랜 자취 생활로 인한 차선이자 최선의 방편이랄까? 내겐 '음식이 몸에서 받는다'는 느낌이 좋은 음식의 첫조건일 뿐. 맛을 쫓지는 못한다. 한마디로 민탕맨탕인 듯한 혀를 삶을 위해 놀릴 뿐. 그렇다. 음식에 대한 기초지식 같은 것, 아니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일까? <라블레의 아이들>은 내겐 너무도 생소했고, 솔직히 버거웠다. 왠지, 허기진 배를 채워야겠다는 일념으로 홀로 식탁에 앉아 꾸역꾸역 물에 만 밥알을 넘기듯 눈물겹게 읽어내렸다. 

 

하지만, 무슨 뜬구름을 잡는 것처럼 음식을 쫓는 저자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내고 싶을 뿐이다. 아닌 저자의 박식함과 진념에 주눅이 들었다고 해야 옳다. <라블레의 아이들> 속 천재들의 식탁을 엿보고, 그 수많은 음식을 재현하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아니, 먹음직스러운 각각의 음식들을 보면서 원초적 본능에 이끌려, 자연스레 침을 삼키고, 정신의 허기와 육체의 허기 속에서 정신을 잃고 방황하면서도 길을 잃지 않으려 부단히 애썼다.

 

더욱 문제는 책이 소개하고 있는 많은 예술가들, 먹보 예술가, 천재라 일컫는 작가, 화가 등이 대부분 낯설고, 그들의 작품들 또한 생소한 것 일색이었다. 특히 <라블레의 아이들>이란 책이 무엇을 담고 있는 것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제목의 '라블레'가 누군인지조차 알 지 못했고, 표지의 그림도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책장을 덮은 지금이야 살짝 눈에 들어오는 그림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는 철저히 무지 속에서 책을 들었다. 그리고,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나고, 새로운 시도, 도전을 보았다. 미지의 요리가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지의 세계 그 자체였다.

 

다양한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바로, '다치하라 마사아키의 한국 풍 산채 요리'였다. '다치하라 마사아키'는 '김윤규'라는 재일 한국인 작가로, 음식은 기억이란 말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일제치하 안동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다소 철저히 일본에 동화된 듯한 인상이었지만, 입맛만큼을 버릴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다치하라 사후, 아내가 쓴 책 <다치하라 가의 식탁>속 우리내 식탁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려, 소개되는 음식들이 조선의 음식에 대한 기억들이 투영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름과 경력은 어느 정도는 위장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어린 시절에 형성된 혀를 통한 맛은 감출 수 없다."라고 이야기하며, 몇 가지 다른 음식들을 더 소개하고 있었다. 그외 많은 이야기들 역시 음식 또한 추억으로 이끄는 타임머신이자, 자신의 정체성을 확연하게 드러낼 수 있는 기본 축임을 알 수 있었다.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남긴 레시피를 실제로 재현하고 시식을 한 후 그 감상을 글로 엮은 <레블레의 아이들>은 정말 흥미로운 기획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관심의 부재와 무지로 인해, 있는 그대로의 음식 이야기,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아쉬움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휴~

 

d******3 2009.12.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