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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세상은 제로섬 게임밖에 없는가에 대한 의문.
"과연 세상은 제로섬 게임밖에 없는가에 대한 의문." 내용보기
넌제로/로버트 라이트/임지원/말글빛냄/2009제로섬이 아니고 넌제로? 하면서 잠깐 생각이 스쳐지나 갔다가 잊어버렸는데 우연한 기회에 다시 떠올린 책 넌제로 입니다. 저자는 예전에 읽었던 책 도덕적 동물을 쓴 로버트 라이트입니다. 워낙 유명한 구절,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이라는 홉스의 명제가 있습니다. 70년에 더로가 쓴 제로섬 사회라는 책에서 나온 제로섬 게임이라는 유명
"과연 세상은 제로섬 게임밖에 없는가에 대한 의문." 내용보기

넌제로/로버트 라이트/임지원/말글빛냄/2009

제로섬이 아니고 넌제로? 하면서 잠깐 생각이 스쳐지나 갔다가 잊어버렸는데 우연한 기회에 다시 떠올린 책 넌제로 입니다. 저자는 예전에 읽었던 책 도덕적 동물을 쓴 로버트 라이트입니다.

워낙 유명한 구절,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이라는 홉스의 명제가 있습니다. 70년에 더로가 쓴 제로섬 사회라는 책에서 나온 제로섬 게임이라는 유명한 이론도 있지요. 식민지 제국 시대에서 1,2차 세계 대전 시대의 각박한 상황을 지나쳐 오면서 돌아보면 정말 역사는 정말 제로섬 사회가 명멸로 이어져 온 것이라는 결론이 날 만도 합니다. 그러나 저자의 연구는 이에대한 회의에서 시작합니다. 과연 우리 지구는 수많은 제로섬 사회로 이루어져 있는 것인가.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라는 거죠. 

의문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진화생물학의 발달과 그에 이은 사회학의 발달 때문입니다. 게임이론, 죄수의 딜레마 같은 이론들이 이 책에서도 많이 쓰이죠. 요지는 사람들은 자신이 손해보지 않는 경우라면 굳이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며 특히 평화시기라면 상대방도 배려하는 공정한 행동을 선호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자신의 위치가 위협을 당하거나, 부득이한 상황이 온다면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거죠. 상황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겁니다. 또 놀랍게도 얌체짓을 하거나 너무 심하게 부당한 경우를 보면 자신이 어느 정도 손해를 보더라도 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한다는 겁니다. 인간은 결코 제로섬으로만 움직이지 않고 넌제로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거지요.

대표적인 경우가 외부의 환란이 있을 때 내부적 결속이 단단해 지는 것입니다. 전쟁이 나면 국민들이 일치 합심하여 자신에게 너무나 부당한 요구를 받더라도 감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쟁상황은 제로섬인데 국민들의 합심은 넌제로가 되는 거죠. 동료를 위해 희생하기도 하고 힘든 일을 자쳐하기도 합니다. 지금 국가간의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만약 외계인이 지구를 쳐들어온다고 합시다. 그럼, 전 지구가 넌제로 상태에 들어가지 않을까요?

이런 것들이 굳이 교육받아야 하는 도덕이 아니라 본래 인류에게 있는 것이라고 유전되는 인류의 특질이라고 진화생물학에서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특질을 갖고 있다고 해도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제대로 발현되지 않겠지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제로섬적 경향(내가 제일 잘났어. 내가 다 이길 거야. 그러니까 내가 강자가 될 거니까 제로섬 게임은 나에게 유리하고 그래서 이 게임은 계속 해도 돼)과 넌제로섬 경향(날씨는 나쁘고 곡식은 없고 가축도 주려서 먹을 게 없어. 우리는 힘을 합쳐서 음식을 마련하고 살아야 해. 우린 싸우면 안돼. 저쪽과도 힘을 합쳐서 교역하지 않으면 둘다 폭망이야)이 상호 자극하면서 인류의 역사가 발전해 왔다고 본다면 인류가 가장 평화롭게 발전하는 방법은 넌제로 영역을 최대한 넓히고 제로섬 영역에서 상호 약탈하는 관계를 극단에 치닫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로버트 라이트는 인류의 도덕적 경향을 믿고 이를 계속 발전시켜서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어내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의사를 저변에 깔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스티븐 제이굴드처럼 어쩌다가 인류가 태어났고 진화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으며 발전했다 할 지라도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보다는 분명히 진화는 어떤 더 긍정적인 더 진보적인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더 좋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생각에 충만해 있습니다. 사실 목적이 있거나 없거나 뭐 그리 중요한 일일까 싶기도 합니다만. 로버트 라이트와 스티븐 제이굴드와 에드워드 윌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국 마지막에 와서는 이런 부분에서 갈라지게 됩니다.

라이트를 굳이 비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라이트는 인류가 나오기 까지 수많은 다른 생명들이 이 세상에 나왔고 그러다보니까 다양성이 증폭되던 중에 더 진화적으로 유리한 애들이 나오고 그렇게 발전하게 되었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인류는 수많은 생명들을 멸절시켰습니다. 어쩌면 그냥 두었으면 인류보다 더 낫게 진화할 수 있었던 어떤 것들도 말살시켰는지도 모릅니다.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과 같은 이야기라서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이 부분에서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 생물 다양성의 저하는 심각한 생태계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략 1페이지 정도 라이트는 인간이 유전자 조작 등으로 통해서 이제 생명을 탄생시키는 지점에 까지 왔다고 긍정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다양한 생물을 탄생시키는 거지요. 그런데 그게 다양성의 증폭일까요. 자기가 없앤 만큼 돌려 놓을 수 있을까요. 글쎄요, 언제일까요. 어떤 걸까요? 인간은 AI 때문에 위협받을 까요, 자신이 만든 피조물 때문에 위협받을 까요, 아니면 그때도 용케 피해갈까요.

사실 초반부의 인용 서적들은 다른 책에서도 많이 봤던 터라 저로서는 약간 지루하게 읽었습니다. 그러나 2부를 읽으면서 다소 심각하게 고민했네요. 그 자체로 의미있었던 책, 넌제로 였습니다.

 

r*******n 2019.01.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