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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 책의 쪽수임.
난 솔직히 IMF 때 조선일보에 실망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다시 뛰자 한국'이라는 캠페인 비슷한 것을 벌린 일이 있었었다. 이 캠페인은 나를 두 가지로 실망시켰다. 무엇보다도 지금이 루소의 계몽주의나 심훈의 상록수 시절도 아닌데도, 국민을 상대로 아니 독자를 상대로 계몽주의식의 사고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자신들은 무엇이든지 잘 알고 있고 국민들이 잘 모른다는 잘못된 가정하에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 시대의 기억 중에 나는 두 가지에 전율한다. 그 하나는 국민교육헌장을 외웠다는 점이다. 그걸 외우면 나라가 바뀔 줄 알고 따라 하다니. 거부도 못하고. 또 하나는 정보부장이 북한을 갔다와서 7.4 남북공동 성명을 발표했을 때였다. 그리고 나서 유신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그런데도 나는 '통일'주체국민회의가 생기면 통일이 되는 줄 알았었다.
또 하나 조선일보의 문제점은 IMF가 너무 발전만을 아니 성장만을 위해 달려와서 마치 서울을 출발해서 부산을 가는 기차가 고속에서 브레이크가 파열된 경우와 마찬가지였고, 제대로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가 없어서 발생한 사건임에도 다시 뛰자고 캠페인을 하는 신문이 할 말을 하는 신문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난 95년 조선일보가 시도했던 '이승만 미화' 작업은 한 마디로 이야기해서 지나쳤다. 무엇이 가장 지나쳤는가? 한국사에 대해 잘 모르는 기자를 그 작업의 선봉에 내세운 게 가장 지나쳤다. 그 선봉에 섰던 기자가 바로 이한우 기자다. 이 기자는 글로 이루어진 '이승만 미화' 작업을 전담했다(89).
곧장 언로분석으로 들어가 보자. 조선일보는 '박정희 미화'에 사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반대편에 있다 할 한겨레신문이 그 반대되는 운동을 일관되게 적극적으로 한 걸 본 적이 있는가? 없을 게다. 한겨레신문은 조선일보가 주동이 된 '의제 설정'에 대해 간헐적인 비판만 가할 뿐이다(108).
한겨레와 조선일보는 이념으로 보거나 정치적 성향으로 보거나 한국 신문들 가운데 양 극단에 놓여있는 신문입니다. 그런데 허영 교수는 두 신문에 동시 출연하셨습니다. 감히 그게 허영 교수의 허영심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고 묻진 않겠습니다(191).
조선일보는 과연 어떠한 신문인가? 경인지역 41개 대학신문기자 모임인 자유언론실천대학 신문기자연합의 견해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반민족적이고 반민중적인 극우 반동"신문이다(201).
조선일보는 원래부터 그렇게 최정상의 신문이었던가? 전혀 그렇지 않다. <표2>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80년 조선일보는 동아, 중앙, 한국에 한참 뒤쳐지는 신문이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곧 무서운 괴력을 발휘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90년 매출액을 80년 기준으로 따질 때에 동아 4.5배, 중앙 7.0배, 한국 5.0배이나 조선은 8.9배에 이르는 초고속 성장을 이룩하였다(203).
202쪽에 있는 <표2>의 매출액을 보면 1980년의 동아일보 매출액은 265.4억원이었고 조선일보는 161.3억원이었지만, 이러한 매출액이 1988년에는 드디어 동아일보 885.7억원이 되고 조선일보는 914.4억원으로 역전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국가관과 불굴의 의지, 비리를 보고선 참지 못하는 불같은 성품과 책임감, 그러면서도 아랫사람에겐 한없이 자상한 오늘의 '지도자적 자질'은 수도생활보다도 엄격하고 규칙적인 육군사관학교 4년 생활에서 갈고 닦아 더욱 살찌운 듯하다(조선일보의 80년 8월 23일자 톱기사의 일부 204).
조선일보는 독자투고란의 편집에도 뛰어나다. 먼저 한 가지 칭찬하고 넘어갈 것은 조선일보는 그만큼 비난받을 일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 어떤 신문보다 더 기사 또는 사설에 대한 독자들의 비판을 많이 싣는다고 하는 점이다. 물론 비판은 매우 지엽적이고 산발적이어서 조선일보의 본질을 밝혀내기엔 역부족이라 단지 조선일보가 모든 의견을 다 수렴하는 공정한 신문인 듯한 인상을 주는데 기여하고 있을 뿐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조선일보가 어떤 사건에 대해 보수적으로'과격한' 발언을 하고 싶을 때 독자투고를 적절히 이용하는 데에 매우 뛰어나다고 하는 것이다(219).
나는 최장집교수 관련 보도를 통해서 이런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날 독자투고까지 최장집 문제였으니까. 나도 이 신문에 투고를 했었다. 물론 동아일보에도 투고를 했지만, 조선일보의 '감'을 잡으면 게재해주는 확률이 높았으니까 말이다.
한국은 '캠페인 공화국'이다. '공화국'이라는 점미어를 너무 남발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겠으나, 그건 결코 그렇지 않다. 한국처럼 관제 캠페인과 운동이 많이 벌어지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서 정말 찾기 어렵다. 한국은 1년 365일 내내 캠페인이 벌어지는 나라이다(289).
두말할 필요없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어야 하며, 언론은 그 다양한 의견을 공정하게 전해야 한다. 설사 언론이 특정 의견을 부각시킨다 해도, 다른 의견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 설사 언론이 다른 의견을 매도한다 해도, 그건 사설이 아닌 기사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시늉조차 내지 않은 채 아예 노골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303).
내가 알기로 프랑스 언론들은 방향만 제시하고 전문가나 개인들이 의견을 내면 그냥 게재해주는 역할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도 외국의 좋은 점은 좀 배워야 한다.
그리고 중앙의 시민단체들이 언론에 대한 비판은 약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해는 된다. 언론을 활용해야 한다는 전략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언론도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이미 언론이 아니다. 그저 광고지나 유인물 수준에 그치고 만다. 언론이라고 해서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특히 무슨 이익과 관련이 되어 있으면 보도를 하지 말거나, 보도를 한다면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제대로 보도를 해야 할 것이다.표2>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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