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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야 흥이 나고 그 흥에 취해서야 신명나게 붓을 놀리는 신이한 기예로 그림을 그리던 장승업을 다룬 취화선을 보고 나오는 길 어스름 저녁이었다. 붉은 노을처럼 순간을 불태우다 홀연히 사라져 버린 천재화가의 마지막을 보면서 마음이 아려왔다. 한 손에는 술병을 들고 기와지붕 위에 올라 휘영청 떠오른 달을 보며 병째 술을 마시며 세상을 조롱하는 듯한 표정이 생생한 배우의 연기는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 놀라운 조선 천재 화가들>>에는 안견, 신사임당, 김홍도, 정선, 신윤복, 장승업 등 조선 시대 천재 화가 6명의 작품을 오롯이 담아 이해하기 쉬운 감상법까지 기술하고 있어 더없이 유익한 그림 해설서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던 작품을 화첩에 담아 그림이 그려진 시대의 배경과 그림에 내재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감상 기법을 실어 피상적으로 알아왔던 수동적인 감상법을 벗어나게 한다.
어려서부터 학문을 좋아하고 시와 그림, 가야금 등 예술에 능숙했던 안평대군과 교류하며 소통하던 안견은 안평대군의 꿈속 세계를 그림으로 담은 ‘몽유도원도’는 우리가 사는 복잡한 세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익 앞에 서로 다투며 헐뜯는 모습과는 달리 복숭아꽃이 흐드러진 별천지에 신선들이 사는 꿈속 세상을 그렸다. 강릉 오죽헌에 들렀을 때 신사임당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사친(思親) 시를 보면서 모정이 남달랐음을 가늠할 수 있었다. 현숙한 어머니 상으로 지금도 추앙받고 있는 사임당 신인선은 인륜의 도를 철저히 지키며 자식을 반듯하게 길러낸 어머니이자 예술가로 명성을 잇고 있다. 사대주의에 빠져 중국의 그림을 모방하지 않는 대신 주위의 생물을 소재로 독창적인 그림 세계를 열어 갔다. 주나라 문왕의 어머니 태임처럼 훌륭한 어머니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 태임을 역할 모델로 삼아 호를 사임당으로 정했다니 자식 교육에 대한 열정이 컸음을 알 수 있다. ‘수박과 들쥐’에서는 쥐가 잘 익은 수박을 갉아먹고 있어 달콤함에 취해 있는 사이 그 단 내를 맡은 나비는 수박밭으로 날아들고 수박은 씨가 콕콕 박힌 채로 웃고 있다. 신사임당의 정갈하고 기품 있는 삶은 큰딸 매창에게 고스란히 이어져 시문(詩文)과, 그림, 바느질에 능하였고, 이이는 동방의 성인이라 불릴 정도로 학문적 경지가 높은 이로 자리하게 했다.
중국풍 산수화 전통을 버리고 창의적인 산수화 기법으로 우리 산천을 돌며 ‘진경산수화’를 그려낸 겸재 정선은 풍속화, 초충도, 영모화 등 다양한 그림 세계를 화첩에 남겼다. 동양 사상의 줄기 중 하나인 주역에도 밝아 우주와 자연,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중시하는 자신의 가치관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정선은 금강산을 그릴 때 부감법으로 마치 새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위에서 내려다보는 금강산을 그렸으며, 산과 바위를 표현하는 준법을 계절과 분위기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 독창적인 작품으로 완성하여 나갔다. 여름철 인왕산 풍경을 담은 ‘인왕제색도’는 정선의 나이 일흔여섯에 그렸다니 몰입하여 자연을 담아 낸 장인의 모습이 느껴진다. 서민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은 김홍도는 조선 후기 한국화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김홍도의 예술적 재능을 알아차린 스승 강세황은 단원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전수하며 교분을 쌓아 갔다. 소나무는 스승이 그리고 호랑이는 제자가 그린 작품이 ‘송하맹호’ 라는 사실은 스승과 제자 사이의 따사로운 정이 그림을 그리는 가운데 더욱 두터워졌으리라 여겨진다. 도화서 화원으로 있던 김홍도의 그림을 좋아했던 정조는 어진을 그리게 했으며, ‘오륜행실도’ 삽화를 그리라 명했을 정도로 그를 총애하였던 듯하다. 배경을 과감히 생략하고 서민들의 일상을 짜임새 있는 구도에 담은 풍속화는 생동감이 더해 강한 인상을 준다.
도화서 화원인 아버지 신한평의 뒤를 잇는 신윤복은 도화서 화원인 김홍도의 영향아래 놓이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창조해갔다. 신윤복은 남녀 사이의 애정을 표현한 풍속화를 많이 그려 당대 양반들의 못된 생실을 풍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니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악공들이 등장하는 그림에서는 3현 육각을 연주하는 악공들 너머 선율이 흘러 그림을 감상할 때 흥을 더한다. 어려서부터 부모를 일찍 여의고 가난한 생활을 면치 못한 장승업은 여항문인들의 후원 아래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었다. 활달하고 낙천적인 그는 많은 이들이 장승업을 좋아했으며, 그림에서도 호방한 기개가 드러났다. 베일에 가려진 장승업은 말을 타고 광야를 달리고 싶었던지 그의 작품에는 다양한 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명마를 기르는 행복’에서는 호탕한 얼굴에 웃음을 띠고 흐뭇하게 지켜보는 눈길이 명마를 기르는 이의 자부심이 담겨 있는 듯하다.
작가마다 각기 다른 성장 배경아래 살아온 삶의 방식이 다르지만 전통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게 작용해 남다른 관찰자의 시선으로 소재를 찾아 독특한 미술 기법으로 자신만의 그림세계를 이뤄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미술의 특징을 알기 쉽게 안내하는 책은 우리 그림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한 관점에서 일러 준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화가들의 그림을 통해 자주 등장하는 소재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며 생각하는 활동지를 통해 그림 보는 안목을 길러주고 있다. 제목에 담긴 수식어처럼 조선의 놀라운 천재 화가들을 만나고 오는 길 올해는 단원 미술관에 꼭 한 번 들러봐야겠다. 제언) 퍼즐 조각처럼 잘라서 완성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한 부분은 뒷면을 여백으로 둬 다른 내용이 잘려나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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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자 그 유명한 안견의 '몽유도원도'의 복숭아꽃 만발한 선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요즘 아이들은 서양화에 익숙하다. 미술학원을 보내도 그렇거니와 주위를 둘러봐도 화랑이나 미술관에는 현대화가 대부분이다. 문인화나 한국화 전시회는 띄엄띄엄 보일락말락이고 박물관에서나 보는 그림으로 치부된다. 그러다보니 저자의 말대로 "우리 선조들의 그림들이 얼마나 훌륭한지, 그림을 그린 화가들이 얼마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그림을 그렸는지,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했던"거다.
우리 그림에 마음을 주려면 감상법 부터 달라야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국화의 작품창작 전개과정이나 완성미가 다른데도, 서양화를 보던 눈길 그대로 우리 그림을 감상하기 때문에 재미없고 심심한 그림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조선화가는 안견, 신사임당, 정선, 김홍도, 신윤복, 장승업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거장 여섯 분이 중심이다.
건의(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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