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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념형제라는 말이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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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야, 너를 처음 만났던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친구라는 말 앞에 가장 먼저 서 있는 너를 생각하며 나는 이 책을 덮었단다. 책을 읽는 동안 무엇보다 이 책 안에 있는 지념형제라는 말이 나는 참 좋았단다. 아마 너와 내가 오가미 섬에 살았더라면 우린 아마도 지념형제로 자라지 않았을까. 아니구나. 오가미 섬의 지념형제는 그 섬에 남아서 대를 이어갈 남자 맏이들에게만 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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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야, 너를 처음 만났던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친구라는 말 앞에 가장 먼저 서 있는 너를 생각하며 나는 이 책을 덮었단다. 책을 읽는 동안 무엇보다 이 책 안에 있는 지념형제라는 말이 나는 참 좋았단다. 아마 너와 내가 오가미 섬에 살았더라면 우린 아마도 지념형제로 자라지 않았을까. 아니구나. 오가미 섬의 지념형제는 그 섬에 남아서 대를 이어갈 남자 맏이들에게만 맺어준다는 섬의 풍습이었구나. 아무렴 어때. 지금 우리 사이가 지념형제 못지않으니 말이야.


비행기를 타고 가다보면 망망대해에 물방울 모양으로 보이는 초록 섬 오가미를 어떤 사람들은 에메랄드 사탕이라고 부른다고 하는구나. 곧 호주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올 네가 이 신비한 섬을 한 번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 섬에 대해 너한테 얘기해주어야겠지.


일본 본토에서 하루정도 걸린다는 오가미 섬은 보통의 섬들이 그러하듯이 많은 금기와 전설로 둘러싸여 있단다. 이 섬에는 바다에 사는 흰 뱀이 젊은 남자의 모습으로 변해 오가미 섬의 아가씨와 사랑을 하고 아기를 낳았다는 전설이 있단다. 그 후손들이 지금까지 섬에 있는 아라가키 신사의 신주가 되어 섬의 규칙이나 의식 대부분을 관장하며 섬의 구심점이 되어주고 있단다.


아까도 말했듯이 이 섬에는 척박한 섬 생활을 서로 도우며 살아가라는 뜻으로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맏이들끼리 지념형제를 맺어준다고 해. 차남부터는 섬에서 나가 사는 게 풍습이라서 지념형제는 친형제보다 더 친하게 지내며 계속 오가미 섬에서 살아가게 되지. 지념형제인 사토시와 고이치는 고등학교 3학년인데 사는 방식이 서로 달라. 본토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사토시는 섬에 남아 있을 생각이 없어. 섬에 적응하면서 살 자신이 없는 거지. 그와 반대로 섬 근처의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고이치는 섬을 떠나서 살 자신이 없는 영락없는 섬 소년이야. 두 소년은 서로 떨어져 있다가 명절이 되어서야 보는데 아무리 오래 떨어져 있더라도 떨어져 지낸 시간과 거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사이가 좋아. 나는 이 둘의 이런 모습을 보며 네 생각을 했어. 너와 나도 잘해야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사이지만 우린 이 소년들처럼 언제 만나더라도 어제 만난 친구처럼 떨어져있었던 걸 실감하지 못하잖니.


양력 8월 15일에 지낸다는 오봉이라는 명절을 맞이해서 섬에 돌아온 사토시 앞에 어떤 커다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조짐이 보여. 사토시는 든든한 부모의 보호아래 자라서 그런지 아직까지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이 보는 세상에 확신이 없는 어린 마음을 지닌 소년인 반면 고이치는 부모 없이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소년답게 사토시에 비해 어른스러워. 그래서 사토시는 고이치에게 모든 걸 의논하고 의지하고 그러지.


올해 이 섬의 오봉 명절은 특별해. 바로 십삼 년 만에 열리는 대축제에서 신사를 지키는 신구 가의 새로운 후계자를 뽑는 행사가 있는 날이야. 그러나 맏이를 우선시하는 섬의 관습과는 다르게 신의 손을 잡은 인물은 맏이인 신이치가 아니라 둘째인 아라타야. 아라타는 전설처럼 목덜미에 비늘이 돋아있고 신내림을 받은 무녀처럼 영력이 있어. 그리고 사토시 역시 다른 사람들이 못 느끼는 소리와 모습을 볼 수 있는 신기 같은 게 좀 있어.


동생의 이런 힘을 알고 있는 형 신이치는 자신이 대를 잇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동생 아라타가 섬에 돌아와 있는 걸 싫어해. 원래 열등감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자신의 못난 모습을 감추기 위해 못난 행동을 자꾸만 하게 되지. 내가 너한테 많이 그랬던 것처럼.


신의 힘이 없던 신이치가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금줄을 치지 못하고 헤매는 사이에 마을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져. 그리고 사람들이 두려워하던 괴물인 “그것”이 나타나지. 하지만 두 소년과 아라타와 섬을 지키는 신인 이누마루가 힘을 합쳐 괴물을 물리치고 마을을 원래대로 되돌려 놔. 고등학교 3학년인 두 소년이 서로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우정을 확인해나가는 것. 그리고 그 우정을 돈독히 해주는 역할로 괴물이 나타나고 소년들의 모험이 멋지게 마무리 되는 것. 이 책의 내용은 이렇게 간단하지만 그 속에는 세상을 나누는 이분법의 시선과 갈등, 그리고 그것을 해결해보려고 애쓰는 등장인물들의 노력들이 옷감의 올처럼 가로 세로로 잘 짜여져 있어.


섬에 남아있을 고이치는 흔들림 없는 바위나 고목나무 같아. 본토에서 명절 때가 돼서야 마지못해 섬으로 돌아오는 사토시를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반겨주고 배려해주는 친구지. 사토시가 보는 “신기한 것”도 믿지 못하겠다고 타박을 놓은 것이 아니라 언제나 객관적으로 들어봐 주고 그것이 현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주는 기둥 같은 친구야. 사토시는 이런 고이치에 대해 언제나 고마워하면서도 자신이 고이치에게는 그런 친구가 돼주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괴로워하지. 나는 이런 사토시의 고민을 이해할 것도 같아. 나 역시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으니까.


너는 내게 고이치 같은 친구였어. 세상에 흔들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방황하는 사토시 같은 행동을 내가 했을 때 너는 늘 고이치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어. 그래서 한참을 서로가 못보고 지냈어도 내가 지친 마음으로 너를 찾으면 너는 언제나 다정함으로 나를 다독거려주었어. 그래서 나는 언제나 곁에 있는 그 어떤 사람들보다 네가 훨씬 더 가깝게 느껴졌지.


사토시 역시 고이치와 둘이서 마을을 지켜낸 기억이 있는 한, 자신들을 지념형제로 묶어준 오가미 섬이 있는 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둘의 마음은 이어져 있을 거란 생각을 해.


나도 늘 그랬던 것 같아. 지념형제라는 말이 무언지 몰랐지만, 그리고 어떤 형식을 통해 우리가 맺어지고 그런 건 아니지만 이 책에서  사토시와 고이치의 마음을 나누는 방식을 읽으면서 너를 먼저 떠올리고 우리가 함께한 많은 기억들을 생각하며 너와 나의 물리적인 거리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


미미야, 다음 주면 너는 비행기를 타고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오겠지. 돌아올 때 일본 근처를 지나면 물방울 모양의 초록 섬을 찾아봐 주겠니? 그러면 우리가 만나서 가장 먼저 할 말이 지념형제가 지켰던 오가미 섬이 되겠구나. 그리고 늘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다시 서로의 일상에 몰두하겠지. 하지만 아무리 오래 만나지 못했어도 막상 만나면 마치 어제 만난 사이처럼 아무런 거리감 없이 그렇게 우정을 이어가겠지. 그런 네가 있어서 내 우정은 언제나 넘치는 샘물 같구나. 너도 이런 마음이라고 믿는다. 우린 지념형제 같은 친구니까.



t******e 2013.03.09. 신고 공감 7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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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만의 묘한 색채를 지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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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는 마을의 규칙 그 자체야. 쌓이고 쌓인 눈처럼 규칙으로 단단하게 굳어졌어. 눈은 내리면서 쌓일 때는 아름답지만, 녹기 시작하면 지저분하잖아. 발자국이나 먼지로 더러워져서." 눈이 쌓이는일이 없는 오가미 섬에서 살아온 고이치는 눈을 깜박이며 사토시의 말을 잠시 생각했다. ....................본문 312페이지 중에서   13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한 섬에서 대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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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는 마을의 규칙 그 자체야. 쌓이고 쌓인 눈처럼 규칙으로 단단하게 굳어졌어. 눈은 내리면서 쌓일 때는 아름답지만, 녹기 시작하면 지저분하잖아. 발자국이나 먼지로 더러워져서."

눈이 쌓이는일이 없는 오가미 섬에서 살아온 고이치는 눈을 깜박이며 사토시의 말을 잠시 생각했다.

....................본문 312페이지 중에서

 

13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한 섬에서 대축제의 밤에 일어난 신비로운 환상과 빛나는 우정의 이야기라는 글을 보니 아주 매혹적인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하다. 일본의 책이나 애니는 다르다. 약간은 오밀조밀하면서 아기자기하고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 비밀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이 책읽기의 묘미이다 .

 

일본 물건을 사더라도 무언가 작은 것속에서 오밀조밀하고 얇으면서도 담백함을 맛볼수 있는데 책을 읽어도 그런 느낌이 든다. 애니를 봐도 그렇고 말이다. 일본말의 느낌이 그래서일까? 일본 이름이 그래서? 하여튼 다른 일본만의 색채를 지니고 있다.

 

제목도 아주 매혹적이다. 흰 뱀이 잠든 섬..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한가지 생각나는 우리나라 영화가 있었다.

[극락도 살인 사건] 그 영화 역시 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섬에 살고 있는 몇몇 안되는 사람들에게 어느날 설탕이 상급으로 지급되고 그러고 나서부터 무언가 알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무언가로 인해 두려움을 갖고 그것의 정체를 찾아가는 영화이다.

 

흰 뱀이 잠든 섬 역시 작은 마을에서 무언가 일이 벌어진다. 대축제의 날이 점점 가까와지면서 어떤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내면에는 누구나가 겪을수 있는 상처들이 하나둘씩 툭툭 불거진다.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수많은 세월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각자의 삶속에서 개개인이 겪는 아픔들이 그려지고있다. 규율속에서 답답해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수 있다. 나 역시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그런 만들어진 규율로 인해 답담함을 느끼고 벗어나고픈 자유로와지고 싶은 생각을 누구나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추가 된 것은 일본사람 특유의 묘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귀신이야기? 마을을 지키는 누군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어느날 열병을 앓고 난뒤에 사토시에게는 기이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토시의 지념형제인 고이치는 자신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사토시가 말하는 기이한 것들에 대해 무시하지 않고 들어준다. 자신에게 보이지 않으면 믿지 않고 무시할수도 있을텐데도 고이치는 사토시의 이야기를 잠자코 들어준다. 그러다가 고이치 역시 사토시가 보는 그 기이한 것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지념형제이기에 말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도 참 재미있을것이다. 일본에 다양한 신사들이 존재하듯이 소설이나 애니등에도 그들만의 묘한 이야기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섬세한 심리묘사와 함께 말이다.

y****4 2009.11.2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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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제된 일본적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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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어본 책들 중 일본적인 감성이 가장 잘 드러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본 소설의 붐에 휩쓸려 나도 제법 일본작가들의 책들을 이것저것 읽어보았다. 아주 많이 읽은 것은 아니니, 이 책이 일본문학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가를 말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는 이 책은 가장 일본적인 것의 원형에 가까운 책으로 느껴지는 책이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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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어본 책들 중 일본적인 감성이 가장 잘 드러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본 소설의 붐에 휩쓸려 나도 제법 일본작가들의 책들을 이것저것 읽어보았다. 아주 많이 읽은 것은 아니니, 이 책이 일본문학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가를 말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는 이 책은 가장 일본적인 것의 원형에 가까운 책으로 느껴지는 책이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섬을 대상으로 그 섬에서의 몇일 동안에 벌어지는 결코 작지 않은 일들을 세밀하게 다루는 이 책은 제한된 공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와 섬이라는 작은 공간을 같이 점유하며 같은 문화와 전통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하고 있기에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심리묘사가 아주 뛰어난 책이다.

 

신사. 사당. 신. 혼령. 오봉이라는 이름의 축제. 섬이라는 신비롭고 격리된 공간. 출렁이며 흘러가는 바닷물처럼 흘러가는 시간을 이기며 장구한 세월을 이기며 살아온 섬. 그리고 그 섬을 기거할 공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섬에 의지하고, 섬에 의미를 부여하고, 섬과 조화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모습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파열음.

 

변화할 수 없을만큼 견고해보이던 전통이 내부에서부터의 균열로 무너져내리는 과정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이 책은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이 책이 보여주는 일본인들의 사고방식과 그들의 삶에서 느껴지는 그들식의 합리성, 그들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지키고자 하는 삶의 질서를 엿볼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혼네와 다테마에. 숨막힐듯한 규율과 지나친듯한 파격.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 밖에서 볼때 무서울만한 응집력을 가졌으면서도 안에서 볼때 숱한 파열음을 내는 나라. 좌와 우가 공개적으로 격력하게 부딪으면서도 이상하리만큼 질서가 유지되는 나라. 밖에서 보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였다. 그리고 이 책은 내가 읽은 어떤 일본책보다 일본인들의 심성을 잘 드러내 준 책이다.

 

세번인가 여행을 갔었다. 그들이 사는 집들을 사진찍고, 그들이 거니는 거리를 걸어보고, 그들이 먹는 음식을 그들의 옆자리에서 먹었다. 짧은 말이나마 그들과 서툰대화도 나누었지만, 나에게 그들은 여전히 어느 정도 이상은 접근하기 어려운 미지의 대상이었다. 매번의 여행에서 돌아올때마다 새로이 얻은 이미지와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을 주는 그 나라를 가장 잘 이해하게 해 준 책이랄까...

 

그런 개인적인 감상을 떠나서도 이 책은 무척 완성도가 높은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군더더기 하나없이 치밀한 구성을 가지고 흠잡을데 없이 탄탄하게 쓰여진 이야기는 군더더기를 찾을수 없을 정도다. 우선 책이 재미있다. 책의 처음부터 유창하게 흘러나오는 매력적인 문체는 낮선 나라의 이야기를 바로 내 옆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인 것처럼 깊게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끝날때까지 꼭 해야만 하는 일 때문에 잠시 책을 손에 놓는 시간을 빼고는 숨쉬는 것을 의식하기도 힘들만큼 흥미롭게 읽었다. 어떻게 보면 유치한 귀신이야기.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자면 전설의 고향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흥미롭게 요리해 놓은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역량일 것이다.

 

미우라 시온이라는 새로이 알게된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서 모두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만든는 무척 섬세하고, 사람과 세상을 보는 시각이 무척 따사롭고, 늘 바다가 보이는 언덕의 나무그늘에서 눈을 높이들어 수평선 너머 먼곳을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작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s***g 2009.11.2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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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섬이라면 놀아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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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의 소설은 재밌거나 재미없거나, 둘 중에 하나로 극명하게 갈린다. 그래서 책을 보기 전에 조심스럽고 또한 기대가 되기도 한다. 롤러코스터를 탄 그런 느낌 같은 것이다. 그리하여 ‘흰 뱀이 잠든 섬’을 보면서 기대했는데...   이건 이야기의 폭죽!   소설의 배경이 되는 13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대축제처럼 이야기가 축제를 이루며 가장행렬을 하고 있었다. 독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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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의 소설은 재밌거나 재미없거나, 둘 중에 하나로 극명하게 갈린다. 그래서 책을 보기 전에 조심스럽고 또한 기대가 되기도 한다. 롤러코스터를 탄 그런 느낌 같은 것이다. 그리하여 ‘흰 뱀이 잠든 섬’을 보면서 기대했는데...

 

이건 이야기의 폭죽!

 

소설의 배경이 되는 13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대축제처럼 이야기가 축제를 이루며 가장행렬을 하고 있었다. 독특한 규칙이 있는 섬을 배경으로 섬을 지키는 소년과 섬을 떠나 있던 소년이 겪는 모험 자체가 재밌기도 한데, 그것에 더해져서 미우라 시온의 상상력이 마구 발휘됐기에, 예컨대 신화적인, 전설적인, 토템적인 것들이 신비롭게 등장하기 때문에 이야기는 더 흥미로워진다.

 

무엇보다도 소설이 마음에 들었던 건, 우정을 지켜간다는 것.
그리고 가장 두려운 것을 마주보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가슴에 와 닿았다.

 

섬에 다녀오길 잘했다. 그곳에 무엇이 잠들어있든, 가슴은 두근거린다.

b****n 2009.11.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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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뱀이 잠든 고요한 섬에 찾아든 격렬한 모험의 대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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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살의 소년이 대축제일을 맞아 고향인 오가미섬에 돌아온다. 섬은 흰 뱀이 된  젊은이의 넋을 달래는 축제를 13년마다 전통으로 행해오고 있다. 그 축제를 이끄는 사람은 신당을 지키는 임무를 세습해 온 신구가의 사람들이다. 신구가의 장남은 대대로 세습적으로 신주가 되어 이 일을 담당하며 섬을 지킨다. 마을의 다른 집들도 장남만이 남아 가족의 전통을 계승하며, 다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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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여덟살의 소년이 대축제일을 맞아 고향인 오가미섬에 돌아온다. 섬은 흰 뱀이 된  젊은이의 넋을 달래는 축제를 13년마다 전통으로 행해오고 있다. 그 축제를 이끄는 사람은 신당을 지키는 임무를 세습해 온 신구가의 사람들이다. 신구가의 장남은 대대로 세습적으로 신주가 되어 이 일을 담당하며 섬을 지킨다. 마을의 다른 집들도 장남만이 남아 가족의 전통을 계승하며, 다른 아이들은 섬을 떠나는 것이 관례이다.
  섬을 나가 학교를 다니는 사토시는 자신이 장남인데 불구하고, 섬을 떠나고 싶어한다는 것에 대해 부모님께 죄송스러움을 느끼고, 마을의 전통에 따라 지념석을 나눠 갖고 자신과 의형제를 맺은 고이치가 섬에 남아 한결같이 자신을 반겨주는 것에도 미안함을 느낀다.
  책의 전반부는 이러한 섬의 전통과 주인공 사토시와 고이치의 우정, 그리고 마을에 일어나는 심상치 않은 사건들을 이리저리 자유롭게 오가며 나열해나가면서 마냥 기대감만 부풀린다. 뭔가 사건이 벌어질 듯 벌어질 듯 뜸을 들이면서 책의 중반까지 지나간다. 책의 내용 전체가 단 삼일만에 일어나는 일들이라서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이 너무나도 세세하게 나열되어 있어서 지루하기까지 하다.
  섬의 이곳저곳을 동갑내기이자 지념형제인 고이치와 함께 다니면서 열여덟 살의 소년은 다섯 살 때에 겪었던 축제일의 일들을 기억해낸다. 그리고 자신이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는 영적인 세계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의 나열처럼 진전되다가 서서히 판타지 형식을 띠며 바뀌어간다. 섬이 축제일을 맞아 설레이면서 섬을 지키는 신에 맞서는 섬에 상륙하고자 하는 감히 이름조차 말할 수 없는 ‘그것’이 섬을 노리기 때문이다. 마치 영적인 세계를 부정하는 양 신구가의 차남인 아라타조차도 ‘신같은 것은 없어’라고 말하며, 누군가의 연극으로 ‘그것’의 출현이 조작되고 있음을 밝히려 한다. 하지만 ‘그것’의 조작과 별개로 진짜 ‘그것’이 점차 섬을 장악하고자 상륙을 시도하는 검은 머리들의 모습으로 육화되어 나타나고, 영적인 힘을 지니고 태어난 아라타와 사토시는 신력이 없이 태어난 신구가의 장남을 대신해 힘을 합해 섬을 진정시키고 평화로움을 회복한다.
  주인공처럼 활약하던 사토시가 섬을 떠나면서 책이 끝날 줄 알았는데, 책 마지막에 이누마루의 독백이 에필로그로 쓰여있다. 이누마루는 신구가에 비늘달린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가 죽을 때까지 그 아이를 도와 섬을 도와주는 황신이다. 그는 짧게 살면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억하려 하고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인간을 부러하면서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이 몇 천년을 살았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열여덟살 소년의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있고, 판타지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소설의 전반부가 지나치게 현실에 발디디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 섬의 수호신이면서 섬을 떠나는 이누마루가 ‘어디에 있든지 섬을 느낄 수’있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하듯, 소년 사토시도 자신이 떠나려고 시도하는 섬이 언제나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섬의 동굴 속에서 빛을 발하고 숨어있는 지념석처럼 소년의 마음 깊숙이에는 섬이 그렇게 자리하며 빛을 내고 있을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l*****a 2009.12.1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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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뱀이 잠든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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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뱀이 잠든 섬 미우라 시온 지음 문학동네   고향 오가미 섬에 돌아온 사토시는 지념형제인 고이치와 13년 만에 열리는 대축제를 즐기느라 정신이 없다. 이 오가미 섬은 신비로운 백사를 둘러싼 전설과 오랫동안 섬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있는 금기와 규칙, 즉, 장남이 대를 이어 섬에 거주해야하고, 차남아래로는 섬에서 살 수 없다는 편협된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 답답한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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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 지음

문학동네

 

고향 오가미 섬에 돌아온 사토시는 지념형제인 고이치와 13년 만에 열리는 대축제를 즐기느라 정신이 없다. 이 오가미 섬은 신비로운 백사를 둘러싼 전설과 오랫동안 섬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있는 금기와 규칙, 즉, 장남이 대를 이어 섬에 거주해야하고, 차남아래로는 섬에서 살 수 없다는 편협된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 답답한 금기 사항을 그대로 준수하며 변화없이 섬 오가미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과 그런 규칙으로 본인을 얽어매려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 등으로 불편한 시간을 보낸다. 장남이기에 오가미 섬에 남아서 관청 일을 이어받기를 원하는 아버지. 그러나, 마에다 사토시는 공부하러 떠난 다카가키에서 미래를 펼치고 싶을 뿐, 오가미 섬에 정착할 생각이 전혀 없다. 사토시의 지념형제로 누구보다 사토시를 잘 이해하는 나카가와 고이치는 이런 사토시를 이해하고 사토시가 내린 결정을 존중한다.

13년 만에 다시 돌아온 대축제 준비로 들떠있는 오가미 섬에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섬 사람들 모두 입에 올리기조차 꺼려서 단순히 '그것'이라고 지칭하는 신비한 기운이 마을 도처에서 출몰하고, 이를 쫓던 사토시와 고이치, 그리고 신구 가문의 차남 아라타와 아라타의 고교 동창이라는 외지인 이누마루는 이 '그것'으로 분장한 존재를 쫓아가고, 결국은 모리타 집안의 차남이지만, 섬에 머물러 살고 싶어하는 모리타 신지가 꾸민 일임을 알게 된다. 신지는 신구 가문의 장남인 고이치에게는 신력도, 전설로 내려오는 몸의 비늘도 없지만, 오히려 차남인 아라타에게 이 신력과 비늘이 있는 것을 알고, 아라타가 신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마을 사람들의 편협된 생각을 깨고자 벌인 일이라고 한다. 이렇게 마을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면 신지 자신도 섬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그러나 사토시와 고이치 그리고 이누마루는 아라타의 뜻대로 신사의 금줄을 치고, 원래대로 신이치의 자리로 되돌려 놓는다.

책표지나 책의 분위기는 그동안 즐겨 읽어온 일본 추리소설물과 흡사해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섬소년들의 이야기는 쉽게 동화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토시를 좋아하는 사와코, 이런 사와코를 좋아하는 고이치간의 삼각관계(?)를 담고 있으니, 섬소년들의 우정과 사랑을 담은 8월의 바다를 떠올릴 수 있는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13.1.15. 섬소년의 세계로 들어가보는 두뽀사리~



i***2 2013.01.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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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뱀이 잠든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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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OO도 OO지방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로~ "로 마무리되는 ‘전설의 고향’을 어릴 적 그렇게도 무서워했으면서 또 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의 ‘전설의 고향’이 그러하듯 사람들이 대대로 살아오는 터전은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설화나 전설 등의 형태로 하나씩은 있는데 미우라 시온의 장편소설 <흰 뱀이 잠든 섬>도 그러한 느낌이 물씬 풍겨나는 소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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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OO도 OO지방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로~ "로 마무리되는 ‘전설의 고향’을 어릴 적 그렇게도 무서워했으면서 또 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의 ‘전설의 고향’이 그러하듯 사람들이 대대로 살아오는 터전은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설화나 전설 등의 형태로 하나씩은 있는데 미우라 시온의 장편소설 <흰 뱀이 잠든 섬>도 그러한 느낌이 물씬 풍겨나는 소설이었습니다.

 

 옛날, 사람의 모습으로 둔갑한 백사가 섬 처녀와 사랑에 빠졌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외딴섬 ‘오가미’가 이야기의 무대입니다. 외딴섬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의 특성상 그들만의 규칙이 존재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가정의 장남만이 권위와 재산 등을 물려받지만, 차남 등은 섬에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도리어 이상한 눈치를 받는 전통과 지념(持念) 형제의 존재입니다. 가질 지(持)자에 생각 념(念)자로 생소한 단어였는데, 섬에서는 아이들 둘을 지념형제로 맺어주고는 평생 친형제보다 더 깊은 관계로 지내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증표인 지념석을 나누어 갖고 말이죠.

 

 섬을 떠나 고등학교를 다니는 18세 소년 사토시가 일본의 대표적인 명절이라는 오봉을 지내기 위해 섬으로 돌아와 그의 지념 형제인 고이치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마침 올해는 13년마다 있는 대축제가 예정되어 있는 해입니다.

 

 백사와 황신의 전설이 내려오는 폐쇄됨 섬 오가미, 13년마다 열리는 대축제가 있는 해에 명절을 보내려 섬에 들어오는 주인공 사토시, 섬에서는 늘 무언가 이질감을 느끼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건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 (p. 16)'라며 늘 그랬듯이 억지로 이질감을 물리치는 사토시... 무엇인가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로 처음부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토시는 다섯 살이던 지난 대축제때 고이치와 함께 심하게 앓은 뒤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과 듣지 못하는 것들을 들음으로써 환상과 현실의 불명확한 경계로 혼란스러워하고, 그의 지념형제인 고이치에게 많은 의지를 하곤 했습니다.

 

  마치 한 방울의 물이 더해지면 넘칠 것 같이 컵에 담긴 물처럼 잔뜩 고조된 분위기를 완성시키는 인물이 있으니, 그 한 방울의 물은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신사의 차남 아라타와 그의 친구라고 소개하는 이누마루로 인해 완성됩니다. 섬의 전통 아닌 전통에 따라 신사의 모든 특권도 장남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굳이 차남인 아라타가 섬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 그가 섬에 있음으로 해서 섬사람들의 믿음에 균열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바다로 나간 고이치의 아버지를 데려갔다고 믿는 등 섬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그것’이 나타났다는 소문으로 섬의 분위기는 한결 뒤숭숭해지는 가운데 점차 축제의 날이 다가옵니다.

 

‘세상은 이유가 분명치 않은 규칙들로 이루어져 있다. (p. 226)'라는 굳이 섬에 들어와 있지 않아도 되는 신사의 차남 아라타의 말처럼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연관검색어같다고 할까요?^^ 책을 읽고 생각나는 이야기중 하나가 이우혁 작가의 <왜란종결자> 이었습니다. 거기에서도 주인공 은동이는 삼신할매, 옥황상제 등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어려서부터 할머니께 익히 들어온 신령들이라서 그런지 나름 친숙했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소설이라는 특성상 그들의 풍습이나 축제에 대해서는 생각만큼 머릿속에 떠오르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엌의 신까지 모신다는 일본이니만큼 작가는 가공의 섬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백사를 모신다는 섬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섬을 둘러싼 무언가,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그것’ 등 환상(幻想)적인 이야기가 얼마전에 읽은 미우라 교카의 <고야산 스님, 초롱불 노래>의 현대판 같기도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것들이 보고 들린다는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토시의 편에 서주는 고이치와 같은 지념형제의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만나기만 하면 둘 사이의 시간과 공간의 틈을 언제든지 허물고 다시 예전의 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지념 형제의 존재, 친구 종자기가 자신의 음악을 이해할 사람이 없다며 거문고의 줄을 끊고 평생 연주를 하지 않았다던 백아와 같은 친구의 존재가 더 없이 좋아 보였습니다.

y********a 2013.01.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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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뱀이 잠든 섬]
"[흰 뱀이 잠든 섬]" 내용보기
2017.03.12.-03.19.<가무사리의 숲의 느긋한 나날>을 먼저 읽은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해야 되나.이 소설을 먼저 읽었다면 분명 <배를 엮다>와 같은 작가인지를 의심했었을 것 같다.<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어>와 더불어 초기 작품이라고 하니, ‘장르’에 구애 없이 다양한 소재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였구나, 싶었다. 이야기는 전설의 흰 뱀이 잠든 섬인 오가미를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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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2.-03.19.


가무사리의 숲의 느긋한 나날을 먼저 읽은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해야 되나.

이 소설을 먼저 읽었다면 분명 배를 엮다와 같은 작가인지를 의심했었을 것 같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어와 더불어 초기 작품이라고 하니, ‘장르에 구애 없이 다양한 소재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였구나싶었다.

 

이야기는 전설의 흰 뱀이 잠든 섬인 오가미를 배경으로 섬의 오랜 전설이면서 금기의 영역이기도 한 백사와 황신의 실체를 주제로 하여 지념 형제인 두 소년사토시와 고이치의 모험우정관계성장 등을 그린다.

다른 세계로 소환되거나 마법사가 등장하는 판타지는 아니지만, ‘의 존재를 믿기에 판타지로 봐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은다양한 신의 존재를 믿는 일본이고일본인이기에 가능한 영역의 소설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나라에도 토속신앙이나무속신앙 등이 있고 다양한 신의 존재를 믿지만 주로 주작백호청룡현무해태봉황 등 환상 동물이거나 조상신산신령장승 등 일단 사람을 형상으로 하는 신이 많다고 한다면일본은 뭐랄까 그 대상이 무궁무진 한 것 같다.

동물은 물론 어떤 물건에 조차 신이 깃들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믿고따르고 순응하며 이는 삶 전반에 걸쳐 작용하는 것 같다.

게다가 단일 종교는 아니지만 불교천주교기독교 등 주 종교가 있는데다 사람마다 자연 곳곳에 신의 존재가 있다고 믿을 수는 있겠지만보통은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이 많은 우리나라에 반해

가문마다마을마다도시마다믿는 신이 다르고 그를 모시고해마다 축제를 하는 일본은 어쩌면 종교 면에서 우리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쉽사리 이해하거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닌 것 같다물론 판타지 측면에서 본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사실 나에게서 특별히 도드라지거나 튀는 내용은 없었다다만일반적으로 일본 소설이라고 찾아본 독자들에게는 조금 당황스러운,

특히나 미우라 시온의 유명한 책들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 않을까싶다.


개중에는 이러한 소재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들도 많지만나에겐 좋아하고관심있는 소재라 이 작품 역시 재밌게 읽었다.

나츠메 우인장>, <백귀야행>, <누라리횬의 손자등 일지도 혹은 요괴나 마물일지도 모를 그 어떤 존재를 다룬 만화도 좋아했고특히 나츠메 우인장같은 경우엔 두고두고 볼 정도로 좋아해서 이러한 정서 및 특성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하다못해 명탐정 코난에도 이런 소재는 흔하게 등장을 하니까.

 

어쨌든 기본적으로 이러한 을 믿는 마을에서는 마을만의 법도라고 불리는 것들이 있어 이야기의 소재로 자주 활용이 되는 것 같다

작가가 어떤 설정을 하는지에 따라 달라 질테지만보편적인 이념에선 이해할 수 없는 규칙을 만들면서 사건들의 무대를 꾸리게 되는 거니까.

그리고 당연하게도 외부인이 찾지 않는닫혀 있던 세계에서는 마을의 법도를 유지하고 지키는 것이 가능했을지 몰라도그것이 이상하다라고 생각되는 시점부터가 발단이 될 것이다.

특히 그런 법도라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에 위배되거나보편적인 가치에 반한다는 생각이 스며들고 마을이 가지고 있는 음습하거나 혹은 부당한 법도가 옳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부터 이야기는 점층적으로 발전 하는데,

사실 흰 뱀이 잠든 섬은 좀 더 복잡하게 여러 문제를 끌고 들어오지만게다가 이 소설은 정말로 이 등장하는 소설이기 때문에 약간은 다른 뉘앙스를 풍길 수도 있지만마을이 가지고 있는 배경이나 사건의 측면에선 그 점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성장소설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것이, ‘지념 형제라는 어쩌면 가족보다 더 끈끈하게 이어져 있는 존재의 등장으로 서로의 성장(정확하게는 사토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인데이 점이 그녀의 특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라 좋았고와 닿았다.

 

아쉬웠던 점은 배를 엮다를 처음 읽었을 때의 미우라 시온의 매력이 떠오르지 않는 단점은 있다초기작품이라고나 하나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찰과 관심이 녹아든 그녀의 문장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사건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번 소설에서는 그런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본문에서 배경이나 장면을 설명하는 부분이 크게 와 닿지 않아 머릿속으로 마을의 공간을 그려가는 부분이 조금 힘들었다.

그래서 에필로그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읽으면서 울컥하는 부분도 있었고.

다시 읽으라고 한다면 에필로그만 읽고 싶기도...?

 

 

 

p.105

어느 날 저녁 사토시는 고이치와 나란히 방파제에 앉아 백사강에서 바다로 헤엄쳐가는 검은 유선형 물체의 등을 바라보았다. 저 모습이 고이치에게 보일까 생각한 순간, 옆에 사토시가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고이치가 갑자기 사토시하고 조심스럽게 불렀다. 강어귀를 바라보던 사토시가 고이치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고이치가 말했다.

그만 갈까?”

그 다음 날부터 고이치는 더 이상 하루의 대부분을 항구에서 보내지 않았다. 예전처럼 사토시와 온 마을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고이치가 오랜 시간을 들여 스스로 납득하는 것으로 아버지의 일을 받아들였다는 걸 사토시는 알았다.

 

p.105

샤워만 하고 나가려고 했지만, 타일 틈새까지 깨끗하게 청소된 욕실 바닥을 보자 마음이 바뀌었다. 욕조 뚜껑을 열자 맑은 더운물이 가득 차 있었다. 무더운 여름밤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게 그리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머니가 바쁜 와중에 목욕탕 청소까지 하면서 자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고 생각하니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약간 미지근한 물에 몸을 담그니 눈꺼풀이 자연스럽게 스르르 내려왔다. 욕조 끝에 머리를 기대고 온몸의 힘을 빼자 팔이 떠올랐다. 포르말린에 담근 시체처럼 부력에 몸을 맡기고 한동안 팔을 자유롭게 놔두었다. 호흡 때문에 수면에 이는 작은 물결 소리가 천장을 울린다.

(중략)

사토시는 중학생 때는 불을 켜지 않고 욕조에 들어갔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목욕하는 건 불안한 일이었다. 알몸으로 차가운 타일을 밟고 손으로 더듬어 몸을 씻은 다음, 바닥이 보이지 않는 욕조에 발을 넣고 몸을 담갔다.

 

 

p161~p162

"사토시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한 거야. 설사 내가 섬을 나간다고 해도 그건 자유가 아니야. 단지 고독할 뿐이지"

사토시는 가슴이 아파 숨을 삼켰다.

"도망치고 싶은 곳이 있고, 그리고 그 곳에 언제나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야 돼.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비로소 사람은 그곳에서 도망치면서 자유를 느낄 수 있어."

 

p.355

오가미 섬의 하늘을 뒤덮은 두꺼운 구름이 갈라지며 한 줄기 빛이 섬을 비춘다. 숲속의 나뭇잎들이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난다. 사토시가 태어난 싱그럽고 아름다운 진초록색섬.

새 한마리가 가느다란 빛줄기를 따라온 듯 섬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또 만날 거라는 확고한 마음이 싹텄다.

철썩 철썩, 파도가 무겁게 선체에 부딪쳐 하얀 궤적을 그리며 사라진다.

사토시는 눈을 감고 심장 박동과 같은 리듬을 새기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p.357

시간은 영원과 가까울수록 순간으로 변한다.

(중략)

넌 섬에 대해 정말 아무럯도 모르는구나.”

아라타가 말했다.

계속 여기에 있었으면서.”

법도와 전설 따윈 다 너희가 만든 거지. 나하고는 상관없어. 내 역할은 그냥 존재하는 거니까.”

좀 뜻 깊은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안 들어?”

안 들어. 귀찮아.‘

무책임하군.”

신이라는 게 원래 그래.”

 

p.359~360

"이누마루, 괜찮아."

갑작스러운 말에 이누마루는 무슨 소리인지 의아해하며 옆에 있는 아라타의 얼굴을 보았다. 아라타는 이누마루의 팔에서 손을 빼고는 축축한 바위를 가뿐히 넘어 모래사장을 부지런히 걸었다.

"지념석도, 기억도 너한테는 필요하지 않아."

(중략)

"그리고,"아라타가 말을 이었다."넌 내가 기억하니까."

인간은 정말 희한한 존재라고 이누마루는 생각했다. 형태가 없는 마음을 헤아려 그것을 말로 표현한다. 소중한 보물처럼 가만히.

"죽어서도?"

이누마루가 아라타의 등에 대고 물었다.

". 죽어서도."


YES마니아 : 로얄 a**********s 2017.03.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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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뱀이 잠든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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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우정과 사랑이 있는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과 희망이 있어. 그래서 내가 성장통의 아픔에 가슴아파하면서도 그토록 성장소설에 열광하는지도 몰라. 흰 뱀이 잠든 섬은, 이름이 입에 착 감기는(정말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내 입에는 너무나 친숙하게 다가오는 이름이야) 미우라 시온의 소설이지. 사실 미우라 시온의 글에 너무 열광적으로 기대를 해서인지 이야기의 앞머리는 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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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우정과 사랑이 있는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과 희망이 있어. 그래서 내가 성장통의 아픔에 가슴아파하면서도 그토록 성장소설에 열광하는지도 몰라.

흰 뱀이 잠든 섬은, 이름이 입에 착 감기는(정말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내 입에는 너무나 친숙하게 다가오는 이름이야) 미우라 시온의 소설이지. 사실 미우라 시온의 글에 너무 열광적으로 기대를 해서인지 이야기의 앞머리는 왜 이렇게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흐름으로 늘어지게 나가고 있는지 당황스러웠어. 섬에서 학교진학을 위해 잠시 섬을 떠나있다가 십삼년만의 대축제를 보기 위해 고향섬으로 돌아온 사토시와 그의 친구 고이치가 만나 귀향인사를 다니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되거든. 별다를 것도 없는 섬의 일상을 보여주며 사토시와 고이치의 우정이야기를 그려나가는 것이라 생각하면 흰 뱀이 잠든 섬은 정말 나를 잠들게 해버리겠구나, 싶은 맘으로 이야기를 읽어나가기 시작했지.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은근히 섬사람들의 폐쇄적인 습성과 그 작은 섬 안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변화'를 핑계로 오래된 관습을 바꾸려고 하는 이기심, 전통과 변화사이의 과도기에서 혼란과 갈등을 겪으며 고민하는 마음도 담겨 있지. 그리고 세상은 이유가 분명치 않은 규칙들로 이루어져 있지만(226), 왠지 그래서 더 흰 뱀이 잠든 섬의 이야기는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고 지금도 이누야마는 비늘이 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기억할 수 없는 마음 속 깊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피를 나눈 가족이라 해도, 함께 생활하지 않으면 어느 샌가 서로 다른 속도로 흐르는 시간의 흐름을 타게 된다. 아무리 세월과 거리가 있어도, 두 사람은 만나는 순간부터 다시 친구로 돌아간다. 싸움을 해도, 사토시가 섬에 돌아올 때쯤이면 고이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항구로 마중을 나온다.
다카가키에 있을 때 사토시는 가끔 고이치를 생각했다. 창밖으로 바다를 보며 고이치를 생각하는 지금 이 밤처럼, 어디에 있든 곁에 없는 친구를 떠올릴 때는 늘 똑같은 정신적 거리가 유지된다. 마치 죽은 사람을 생각하듯, 익숙한 기억의 회로를 통과해, 시간도 거리도 상관없는 담담한 그리움으로 지금은 만나지 못하는 친구를 떠올린다.
우스운 일이다. 가족은 떨어져 있어도 좀처럼 생각나지 않고, 생각한다 해도 좀더 강렬한 체온과 감정이 동반된다. 몇십년 뒤에 고이치가 죽고 더는 항구로 사토시를 마중 나올 수 없게 된다면 그때는 어떤 생각이 들까? 역시 지금처럼 담담하게 친구를 생각할 수 있을까? 이 세상에서 만날 수 없게 된다면, 다른 감정이 차고 올라와 이런 담담함은 사라지게 될까?"(99)

흰 뱀이 잠든 섬은 일본의 민속과 전설, 그 안에 담긴 전통과 축제의 모습뿐 아니라 미신, 관습, 폐쇄성까지도 이야기의 흐름속에 녹아들어있고 그것을 두 소년의 모험담으로 그려내면서 소년의 우정을 이야기하고 있지. 그러면서 또한 '기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중한 것이 있으면 쓸쓸해진다는'(268) 것을 깨달아가는 성장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

난 이 섬에서 일어난 사토시와 고이치의 모험담을 보면서 자꾸만 미야자키가 떠오르더라. 포뇨가 거칠고 험하게 덤벼드는 파도의 손길에서 벗어나 언덕 위 소스케의 집에 무사히 들어가는 그 긴박하면서도 흥분되는 장면도 떠오르고, 모노노케 히메에서 시시신의 목을 들고 죽음의 기운을 피해 목숨걸고 뛰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들의 운명이 어찌 될까 궁금해 죽을 지경인 그때의 마음이 떠올라 마구 흥분되는거야. 그래서 말인데 이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 또 다른 매력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
흰 뱀이 잠든 섬의 이야기는 조금은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그려져있지만, 그것이 또한 지극히 일본스러운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바꿔말하자면 내가 우리의 바리데기 이야기가 아주 좋은 것처럼.




r***2 2010.01.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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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가슴뛰는 모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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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은 그동안 성장소설 비스무리한 소설만 보아와서인지 이 소설은 다소 의외였다고 해야 할지, 기뻤다고 할지. 성장소설의 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이전까지의 미우라 시온과는 조금 다르다. 그래도 필체만은 여전해서 미우라 시온을 읽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왠지 한눈에 미우라 시온인지 알아볼 것 같기도 하다. 결론은? 같으면서도 다르다.무대는 육지에서 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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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은 그동안 성장소설 비스무리한 소설만 보아와서인지 이 소설은 다소 의외였다고 해야 할지, 기뻤다고 할지. 성장소설의 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이전까지의 미우라 시온과는 조금 다르다. 그래도 필체만은 여전해서 미우라 시온을 읽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왠지 한눈에 미우라 시온인지 알아볼 것 같기도 하다. 결론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무대는 육지에서 한참 떨어져 나온 외딴섬, 오가미 섬. 이 섬의 주민들은 아라가키 신사를 중심으로 토속신앙을 숭배하며 살고 있다. "흰뱀님"이나 "그것"이 나온다는 미신이나 전설담을 일상적으로 믿는 이 외딴섬의 소년(고등학생)들이 목격한 이상한 사건.
담담한 어조로 써내려가고 있지만, 시종 어린시절 여름밤의 담력훈련을 연상하게 하는 눅눅하고 밀도높은 공기가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그저 섬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던 이야기가 13년마다 돌아온다는 대축제의 밤에 가까워 지면서 서서히 긴장감이 높아져 간다. 특이한 인습과 규칙들을 소중히 지켜나가는 외딴섬 사람들의 자아나, 오가미섬에 감도는 이상한 긴장감. 이런 토착적인 음산함과 함께, 소년들의 젊음과 우정이 어떤 면에서는 소녀소설 같은 느낌으로 그려진다. 읽는 내내 자꾸만 "오노 후유미"의 <시귀>가 떠오르곤 했는데, 아마도 섬에 감도는 그 음습함을 여성적인 시선으로 잔잔하게 그리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왠지 분위기가 많이 닮은 것 같다.

방학을 맞아 배를 타고 섬에 돌아온 고등학생 사토시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초반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반기지 않는 섬사람들의 모습이나, 아라가키 신사를 중심으로 한 섬의 토속적인 풍습등에 대해 꽤 상세하게 이야기 해 나간다. 그러는 사이사이에, 섬사람들이 "그것"이라고 부르며 무서워하는 다른 세상의 존재를 암시하면서 서서히 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들어 가다가, 13년만에 거행되는 아라가키 신사의 대축제를 경계로 해서 이야기는 환상 소설이나 공포 소설에 가까운 분위기로 바뀌어 버린다.

환상소설이니, 공포소설이니 하고 말했지만, 어디까지나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지념형제"로 맺어진 사토시와 고이치 두 소년의 우정과 정신적인 교류가 있다. 지념형제란, 의형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만한 오가미섬의 오랜 풍습. 끈끈한 유대감으로 연결된 이 소년들의 활약으로 핀치에 몰렸던 오가미 섬은 평온한 일상을 되찾고, 사토시가 다시 육지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지만, 실은 끈끈한 관계로 말할 것 같으면 사토시와 고이치 이외에도 아라가키 신사의 차남인 아라타와 섬 밖에서 온 이누마루가 있다. 이 두 콤비의 이야기를 축으로 해서 소설은 돌아간다. 섬사람들은 외부인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중요한 축제때에, 아라타는 왜 이누마루라는 외부인을 섬으로 불러들인 것인지, 그리고 신사의 사람만은 왜 지념형제를 가질 수 없는가 하는 수수께끼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저자가 여성인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상당히 여성 취향으로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라이트노벨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이 사토시와 고이치, 그리고 아라타와 이누마루 두 콤비의 매력은 상당하다. 어쨌든 호러, 환상 소설, 미스터리, 그리고 성장소설? 다양한 취향에 두루 어필할만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짬짜면 같은 소설. 여름날의 가슴뛰는 모험담.

p********a 2009.12.22. 신고 공감 0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