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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전히 부러운 시인의 가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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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친구에게 받은 편지 속엔 우리가 나누는 지금의 소소한 마음을 소중하게 여기자는 내용의 시가 담겨 있었다. 친구도 우연히 어딘가에서 보고는 베껴 나에게 건넸겠지만 그 '소소한 마음들'이라는 구절이 정말 딱 지금의 우리 마음 같아 오래도록 아련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때의 애잔함은 그 후로도 쭉 마음 한 켠에 남아 지금은 멀어진 친구를 아주 가끔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시란 아주 오래 전부터 아주 소중한 존재였는데 내가 그걸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 건 이 책을 보면서다. 나는 이 책의 저자 로저 하우스덴이 누군지도 모르고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접혀 있던 추억의 소소한 기억을 떠올리는데 있어 이토록 적합한 도구는 없다고 느낀다. 제목마저 사랑스럽다.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 이라니.
너무 길어서 괄호조차 치고 싶지 않은, 애잔한 동시에 아름다웠던 추억을 불러내기도 하는 어쩐지 한없이 침묵하게 하는 제목. 아마존 시 부문 베스트셀러라는 소개글이 무색하게 나는 이 책을 단연 에세이로 분류시켰다. 시를 모았다면 시집이지만 이 책은 '시'보다 '시'를 말하는 데 중점을 뒀는데 어떻게 '시'에 해당한단 말인가. 이 책은 '시'집이 아니라 '시'로 인도하는 에세이, 라고 나는 생각한다. 섬세하고 디테일한 손길로 해석 아닌 해석을 곁들이는 현대시. 외국시는 어렵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그조차 선입견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시'를 읽으려면 시대상과 문화를 알아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어렸던 날들의 무지가 이제 조금은 '시'를 그저 느낌으로 받아들여도 좋다고 말하는 듯 하다. 이 책을 통해 '시'를 보고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으면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어린 마음엔 관념을 노래하는 애정시가 좋았는데, 좀 커서부터는 이미지가 상세히 그려지는 줄거리가 있는 시가 좋다. 이렇게 보는 것마다, 느끼는 것마다 달라지는 것이 시 세계인데, 어찌 오늘의 시와 내일의 시 아니,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내가 다름을 기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보다 내일 더 '발전' 하리란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백석의 <여승>이란 시를 좋아한다. 그 뒤죽박죽 구성됨도 좋고, 뚜렷한 이미지를 지닌 줄거리도 좋고, 시에 스민 서글픔과 어느 정도의 체념도 좋고, 관찰자의 입장에서 쓰인 관점도 맘에 든다. <여승>을 읽으며 시에 대한 생각을 새로이 다듬었다고 해도 과언 아닐만큼 진심으로 생각했을 정도다. 이 시, 소설이나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하고.
그런데 이 책이 딱 그렇다. <여승>이 시의 맛을 알게 했다면,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의 저자가 시도한 자신만의 시 해독법은 나도 시를 해독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시를 음미할 줄 아는 기쁨을 주었다. 문득 한 가지 시 해석 훈련법이 생각났다. 시 한 편을 읽고나서 생각이 흐르는 대로 감상을 적어나가는 노트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나도 저자처럼 한 편의 책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내가 얼마만큼 좋은 시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지금으로선 시를 많이 접하고, 느끼는 시간에 최대한 노출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유명한 시라야만 시를 읽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믿었던 생각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려준 책. 사소한 것이나 하찮은 것에서도 내가 느낄 수 있는 만큼은 내 것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한 책. 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싶은 이들에게, 어렵지 않게 시의 세계로 편입하고 싶은 이들에게 과감히 이 책을 추천한다. 스스로 시를 읽는 능력을 키우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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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의 감정이나 감성이 점점 메말라간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점점 도시화 되어가고 각박한 세상에서 따뜻함과 정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그런 사막처럼 메마른 마음속에 동요를 일으켜주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는 드라마나 영화 혹은 감동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한 편의 시가 전해주는 감동을 할지도 모른다. 한 때 학창시절 교과서보다 소설책이 좋았고 시집이 좋았던 나처럼 말이다.
세상이 변하고 그렇게 각박하게 변하는 세상 때문인지 사람까지 점점 변화하는 지금 닫혀 있는 마음마저 잔잔하게 동요를 일으켜 줄 만한 책을 만나게 되었다.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공감 간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었다. 이 책은 에세이이지만 ‘시(詩)’에 관한 기본적인 것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어떤 시에 담긴 의미나 무엇을 말하는지 혹은 함축적 의미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기에 시에 대해서 잘 모른다면 이 책을 통해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다닐 때 시를 접하고 그 시에 대해서 해석하며 깊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지금은 마음속에 언제나 자리 잡고 있었고 시집을 늘 가지고 다녔던 시와 멀어지게 되었다. 아마도 바쁘게 살고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시를 읽을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다시 이 책을 통해서 시를 접할 수 있었다. 내가 몰랐던 시를 비롯한 유명한 시에 대해서도 담겨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의인화, 목소리, 개연성, 호흡, 색채, 모순어 등 다양하게 분류하고 구분을 지어서 시에 대해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는 시가 어렵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는 텍스트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창작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우리나라 말로 표현된 시는 더욱 그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책에서는 외국 시가 대부분이기에 다른 나라의 표현이나 시에 대한 의미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색다른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요즘처럼 이기적인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이 책을 통해서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느껴보기를 바란다. 삶은 즐겁게 살아야 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이 문득 든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그런 여유를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 자신조차 그래 왔고 지금도 그렇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시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휴식과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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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하고 있는 책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낡은 책은 아마도 학창시절때부터 모아왔던 빛바랜 시집들일 것이다. 20여 년 가까이 언제나 나와 함께 해주었던 오래된 친구 역시 바로 그 녀석들이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요즘 나온 책들과는 종이의 질감이나 디자인 등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지만 처음 그 시집들을 어디서, 어떻게 구입했는지, 또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았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은 나질 않아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것만 같아서 오히려 그 오래된 책들에 더욱 애착이 간다. 색이 점점 바래지고, 더욱 낡아지는 동안 함께한 추억이 그만큼 쌓여왔다는 생각에 이따금씩 이 책들도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왔구나하는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은 아마도 이 시집들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보았고, 이 책을 읽는 중이라 그랬는지 그 낡고 오래된 시집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을 좋아했고, 특히나 시는 아무때나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장르였기 때문에 그만큼 친근하고, 익숙한 분야이기도 하다. 한동안 시집을 멀리했던 것은 인문이나, 역사, 경제서적에 푹 빠져 지냈기 때문이었지만 역시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변함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시가 아닐까 싶다. 오랫만에 시집과 해후하게 된 나는 이번에 만날 수 있었던 이 책이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고, 또한 이제껏 접해보지 못한 시인들의 이야기란 이유로 더욱 궁금해졌는지 모르겠다. 이런 이유로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이란 책의 제목은 여느 책처럼 쉽게 지나칠 수가 없었다. 지금도 내 앞에 있지만 과연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갖게 했고, 베스트셀러 작가 로저 하우스덴의 시 입문서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20여 년 가까이 읽어오던 시집들이 생각났고, 이 책 역시 평생을 두고 읽어도 좋을만한 시집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조용히 시를 음미하다보면 시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감성을 느낄 수도 있고,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시 언어가 가진 매력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에 대해서였다. 잠들어있던 감각을 일깨우고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인 의미나 느낌 이외에도 함축적인 의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19인의 시인을 만나오는 동안 시가 가진 시선과 이미지, 분위기에 대해서 한층 가까워질 수 있었고, 새로운 시인을 만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어 더욱 의미가 있었다. 시와 일반적인 문학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고 알고 싶은 시인과 그들의 작품도 많이 생겨났다. 시를 오랫동안 접해오면서 자주 읽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란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이제껏 시를 좋아한다고 말로만 표현해온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시의 진수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시만이 가질 수 있는 은유와 개연성, 의인화, 모순어법 등의 힘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을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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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숲에서 살다보니 가끔 시로 옮기고 싶은 순간과 맞닥뜨린다. 겨울 밤에 유난히 빛나는 별빛과 사르르 소리를 내며 사뿐하게 내리는 함박눈, 사방 산에 피여오르는 산안개구름과 방안 가득 고요히 내려앉은 달빛은 시로 탄생하기에 훌륭한 소재들이다. 그러나 나는 아름다움에 도취될 줄은 알아도 시로 옮길 줄은 모른다. 나에게 시는 정복하기 어려운 높은 산과 같다. 읽고 소화하기에도 벅찬데 어찌 그것을 시로 옮기겠는가.
내가 옛사람들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시 때문이다. 글깨나 읽은 우리 선조들은 모두 시인이었다. 글자수를 맞춘 문장에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은유로 멋진 시 한 편을 뚝딱 만들어 내는 건 선비들에게 일도 아니었다. 벗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즉흥시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 은유시로 임금에게 간언하는 장면은 감격, 그 이상이다.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은 나와 같은 독자를 위해 쉬운 말로 풀어쓴 시 입문서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로저 하우스덴은 19명의 시인과 현대의 고전이라 불리는 35편의 시를 소개하면서 시의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는 시인의 삶을 대략적으로 소개하고, 시의 탄생 배경과 시가 담고 있는 의미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저자의 설명으로 인해 어려웠던 시가 쉬워지고 이해하지 못했던 의미가 깨달아진다.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담고 있는 시 중 파블로 네루타가 칠레의 가수 마틸테 우르타이를 위해 쓴 <사랑의 소네트 89>가 인상적이다. 네루타는 외교관이자 정치적 이상주의자, 문인이자 사상가로서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았다. 언제나 삶을 사랑하고 늘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지만, 마틸테 우르타이는 네루타가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인생의 동반자였다. 그의 시 <사랑의 소네트 89>를 저자의 설명을 들은 뒤 다시 한번 더 읽으니 시인의 포근한 마음이 내게도 전달되어왔다. 이 시를 사랑하는 이에게 읽어준다면,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눈부시도록 낭만적인 시 중 하나라는 이 소네트를 나중에 따로 노트에 적어두고 곱씹어 읽어보려고 한다.
저자는 소소한 날들의 자잘한 기록과 사연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유머로 자신의 삶을 채우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과 사소한 나날의 흐름에 가만히 주의를 기울여보고, 자신으로부터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서 있어 보라고 한다. 그러면 시를 옮기고 싶은 순간이 그곳에서 나타난다고. 평범한 일상은 아름다운 시로 탄생되기에 충분하고, 시에서 영감을 얻어 삶을 변화시키라는 것이 저자가 책을 통해 하려는 말이 아닌가 싶다. 시에서 영감을 얻으려면 무엇보다 시를 자주 접해야 하니 이 책을 곁에 두고 자주 들춰보며 시와 친해져야 겠다. 가끔은 소리내어 읽어도 보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