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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7회에 걸쳐 독일에서 개최된 ‘하이라이트 물리학’의 자료집이다. 제목 ‘물리와 세상’에서 물리학이 세상과 대등하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듯, 이 책은 7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물리학의 촉수가 닿아 있는 현상들의 원리와 연구 현황, 과제 등을 광범위하게 담고 있다. 이렇게 방대한 제재를 다루면서 원리나 개념을 건너뛰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화학과 생물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물리학의 활약상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접할 수 있다는 것, 이 두 가지 정도가 이 책의 장점이랄 수 있겠다. 한편, 방대한 제재들이 다뤄지고 있는 만큼 꼼꼼한 독서보다는 독서를 통해 몇 가지 키워드를 목록으로 남기는 게 더 유용할 지도 모르겠다. 먼저 이론과 개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그 배경과 역사를 간략하게나마 기술한 점이 눈에 띈다. 레이더 기술자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전자렌지나, 초전도체 혹은 형상기억합금의 발견과 발전 과정, 그리고 어떻게 DNA 발견에 물리학과 물리학자들이 기여했는지를 읽을 수 있다. 물론 가장 많은 지면이 할애된 것은 물론 원리나 연구 현황에 대한 기술이다. 그 기술 중에는 현재 물리 교과서에서 접하기 힘든 다양한 현상과 원리들을 만날 수 있다. 싱크로트론 복사를 통한 XFEL이나 빛의 입자성을 적용한 레이저의 유도방출, 반데르발스 힘, 카시미르 힘, 솔리톤, 자연의 자발적인 패턴, 자기공명 단층촬영, 중력파의 검출 등이 흥미롭게 읽힌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물리학의 과제를 제시해주고 있다. 1장의 제목 자체가 ‘에너지 문제의 해결책은?’이다. 조력 발전이나 풍력 발전, 핵융합 발전, 태양전지 등 익숙한 대안도 있지만 직류 전송망을 이용하여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자 하는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중력파를 검출하고 양자론과 중력이론을 통합하여 우주의 기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나 세포 속의 생명 현상을 동역학적으로 이해하려는 것은 물리학의 원대한 꿈일 것이다. 한편 고온 초전도 현상을 SQUID나 하드 디스크 등에 활용하거나, 양자 얽힘을 이용하여 정보를 전송하고, 복사 생물물리학을 자기공명 단층촬영이나 레이저 치료 등 치료에 활용하는 것 등은 물리학의 광범위한 기술적 활용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리학은 자연과 우주의 원리를 발굴하는 굴삭기와 같다. 이 책은 그 굴삭 과정을 보여주면서 몇 가지 익숙한 경험적인 통찰도 제공해 준다. 가령, 자연은 오히려 질서와 무질서의 중간을 선호한다. 말하자면 관리된 무질서를 선호하는 것이다. p.220 이 통찰은 반도체 산업에서 실리콘으로부터 100퍼센트 이상적인 ‘단결정’을 생산하기 대단히 어렵다는 경험에 근거한다. 질서에 관한 이 통찰은 자발적으로 형성하는 자연의 패턴을 이야기할 때도 유효하다. 교통 흐름이 가장 좋은 최적 밀도는 ‘자동차 없음’이 아니라 킬로미터당 20~25대라는 것이다. 지식이 늘면 반드시 책임도 는다. 오늘날 지식 증가에 따른 책임 증가가 가장 두드러지는 자연과학 분야는 핵물리학과 생물학이다. p.246 핵붕괴의 역사를 다루는 5장 말미에 남긴 지적은 익숙하지만 시사적이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이를 체계화하고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인류로 하여금 오늘날 과학문명을 건설하게 해 주었다. 이 책은 아직 과학과 기술의 최전선에 있지 않은 세대들에게 그 최전선을 보여주고 그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기록이자 교육인 셈이다.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10년쯤 뒤면 이 책이 기술한 연구 현황이나 과제는 많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10년 뒤, 물리와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그래서 ‘물리와 세상’ 속 위 한 줄의 문구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궁금하다. 다만, 그 지식의 성장이 자연에 대한 앎과 활용에만 그치지 않고 책임과 성찰까지 포함된 성장이길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