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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래 기다렸다, 그의 음반을. 과연 첫 음반에 어떤 곡들로 채워질까 내심 궁금했다. 많지 않지만 내게 익숙한 음악이길,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다소 포함되길 바랐다. 그렇게 기다리던 음반과의 첫 대면이 멍한 표정이라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우려는 현실이었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으로 녹음된 음반을 플레이 시킨 후의 내 표정은 언제가 상상했던 그대로였다. 우연찮게 흘려들은 적은 있어도 제대로 마음을 다잡고 들은 적은 없는 곡들이다. 악착같이 귀를 쫑긋 세워도 들리지 않는 것은 여전히 들리지 않을진대, 그냥 편하게 들리는 대로 연거푸 들었다.
음반이 세 장 들어가는 플레이어 첫 번째 디스크가 스테판이었다. 따라서 하루에 적어도 2~3번을 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그의 첫 리사이틀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을 감상할 수 있어 내 청신경은 선율을 따라 오르내리게 되었다. 정리하자면 스테판의 첫 음반은 내게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 스테판 재키브’란 등식을 성립시켰다.
공연 관람의 여파로 특히 3번이 두드러지게 들리지만 3개의 소나타를 하나로 묶어 감상하게 된다. 바로크 건축물 내부의 일정한 간격으로 주름잡은 커튼이 드리워진 창 같다. 규칙적으로 놓인 깔끔한 경단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내 부족한 표현력을 탓하라!
클래식 애호가이기도 했던 故 피천득 선생의 시 <이 순간>을 좋아하는데, 그이 시를 일부 개작해본다.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스테판을 듣는 이 순간만큼은 그렇게 들리는 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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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 피천득의 시, ‘이 순간’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