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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단에서 상당히 큰 기대를 받고 있다는 작가 나가시마 유의 두 번째 단편집입니다. 글쎄요. 가와바타 야스나리나 오에 겐자부로와 같은 큰 작가들이 사랑하는 후배라 하니 꽤 괜찮은 작가인 모양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이후 전 세계인이 주목해야 할 작가’라는 수식어가 과연 일본 현지 반응인지, 번역 소개하는 국내 출판사 어느 직원의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아직 이 작가에게 그 정도의 찬사를 하기엔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 먼저 밝혀둡니다. 책은 동명의 소설을 포함 총 5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에로망가섬…〉은 솔직히 “이게 뭐야~”라는 실망감을 주었지만, 뒤로 갈수록 작품들이 독특하고 나름 재미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에로망가섬…〉의 스핀오프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청색LED〉까지 모두 읽은 후엔, “아, 나름대로 참신한 개성을 가진 작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감히 이 작가를 온전히 평가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하지만 얼떨결에 독자가 된 이로서 첫 만남에 대한 인상 정도는 표현해도 괜찮겠죠. 일단 제 평가는 “아직 잘 모르겠다”입니다. 마루야마 겐지나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작가 작품을 주로 읽어왔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직 ‘나가시마 유’라는 작가에겐 그 어떤 강렬한 느낌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고작 단편집 하나를 두고 평가하는 게 성급하긴 합니다. 하지만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 단 한 편으로 전 그의 팬이 된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은 매력이 있습니다. 따뜻함도 있지만, 억지로 꾸며내거나 짜낸 것이 아닌, 자연스러움이 느껴집니다. SF적인 요소나 혹은 말도 안 되는 반전도 작위스럽다기 보다는 오히려 적절하다는 느낌입니다. 작은 일탈,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그 자신에겐 일생을 건 처음이자 마지막 모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작은 위험을 꿈꾸는 이들에게 소설은 위안이 됩니다. 흔히 일본 소설은 ‘거대’하거나 혹은 ‘유치’하다는 인상을 갖게 합니다. 너무 거대한 것은 접근하기 만만치 않고, 또 유치한 것은 너무 쉽게 읽혀 곤혹스럽습니다. 물론 그런 소소함의 매력 또한 적지 않기에 많은 국내 독자들이 일본 소설을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가시마 유는 이런 ‘쉽게 읽힘’과 ‘문학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작가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재미있으면서도 현대인들의 일상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는 것이지요. 저 역시 그런 점에선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아무리 황당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그 가운데에는 어쩔 수 없는 ‘소소한 군상’들이 있게 마련이거든요. 그들의 목소리, 이야기를 지나치지 않는 세심함이 작가의 소설에는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조금 더 그의 작품을 꼼꼼히 읽다보면 저처럼 늦된 사람들도 ‘아하’하고 고개를 끄덕일 멋진 이야기들이 등장할 것 같다는 기대를 합니다.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는 기쁨은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작가의 멋진 작품을 기대합니다. 경유란 쓸쓸한 것이구나, 하고 사토는 생각했다. 몇 번이나 거듭 출발하게 되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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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다 책표지부터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겨오는 이 책. 역시 지은이는 일본인이다. 그의 이름은 나가시마 유. 여러 상을 받았을만큼 일본에서는 알아주는 사람이란다. 첫 내용은 어떻게 시작하느냐면 뜬금없이 게임업체 사장과 직원이 나오는데 직원 하나가 후원해주는 어떤 회사의 사장과의 접대자리에서 그냥 재미삼아 꺼낸 이야기가 발단이 되어 실제로 존재한다는 에로망가섬에 가서 에로만화를 보고 오는 이야기를 써서 올리면 어떻겠냐고 하니 흔쾌히 수락을 했다. 그 계획을 보고서로 작성해서 게임업체 편집장에게 올리니 그도 역시 평상시에는 말도 안된다고 손사래를 쳤을텐데 이번엔 왠일인지 바로 동의를 해버린다. 그렇게 해서 직원 두명과 후원사 사장 셋이 떠나기로 되어있었는데 출발 전날 그 사장이란 사람의 부친이 사망했다는 전보를 듣고는 다른 사람을 내보내는데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 차림의 정체모를 사람과 동행을 하게 된다. 비행기를 타서부터 에로망가섬에 도착할 때까지의 그들의 어색함은 그냥 잠을 자거나 게임업체 직원 둘 간의 말도 안 되는 장난 내지는 뚱뚱보의 엥엥거리는 투정을 받아주며 어떻게 도착을 한다. 그곳은 정말 원시부족들이 사는 듯한 섬으로 비행장이 풀숲이나 다름 없었고 집으로 초대받은 흑인이 사는 집에는 5명의 소녀와 아버지가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이 세사람을 아주 반갑게 맞아주고 식사대접과 물고기를 잡으러도 가고 물놀이도 하고 하는 등 추억을 많이 만든다. 그러다가 게임업체 직원 중 한 명은 이 책의 내용 속 화자이기도 한데 이 사람은 일본에 있는 여자친구가 올 때 짜증부리며 가지 말라는 식으로 말한 것도 걸렸고 돌아가서 게임업체에 계속 다니는 것보단 여기서 유유자적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잠기기도 하지만 역시 돌아갈 때의 아쉬움은 남지만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가는 것을 더 좋아하는 천상 도시사람이었다.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많은 이 책 추천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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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노란 표지에 독특한 그림, 그리고 정말 눈길을 끄는 제목. 내용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얼른 책을 구매했다. 사실상, 이 책을 구매하기 전에는 나가시마 유라는 작가에 대해 잘 몰랐는데, 책을 받고 저자 이력을 살펴 보다가, <사이드카에 개>라는 영화의 원작자가 이 작가란 것을 알게되었다. 아~~ 그랬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왠지 이거 흥미진진하겠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목차를 보니 총 5편이 실려 있다. 일단 에로망가 섬의 세 사람은 길이가 꽤 긴 중편이고, 나머지 네개는 단편으로 보였다.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에로망가 섬으로 출발~~~ 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에로망가 섬이란 명칭이 작가의 상상력에서 탄생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에로망가는 실제로 남태평양의 바누아투 공화국의 열 세개 섬중의 하나라고 한다. (에로망고라고도 한다) 어쨌거나 에로망가라는 이름만으로 보면 일본어로 에로만화를 뜻하기 때문에 작가가 동음이의어를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했다고 생각했었다. 에로망가섬에서 에로망가를 본다라.. 일본어로 표현하면 참 재미있는 표현이겠다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책 표제작이기도 한 <에로망가 섬의 세 사람>은 제목 자체의 느낌이 주는 가벼움이나 에로틱함과는 거리가 있다. (무턱대고 상상력을 날린 내 죄다) 오히려 이 작품은 남국의 느릿느릿하면서도 자연과 가까운 삶의 모습과 부산스럽고 인위적인 삶으로 가득한 도쿄의 모습과 그곳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배치시켜 신선한 자극과 즐거움을 준다. 왠지 책을 읽는 나 역시도 게임 잡지사의 편집장 사토, 아니메 오타쿠 구보타, 그리고 H사의 직원 히오키가 생각한 것처럼 그곳으로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녹음이 짙은 숲, 자연과 함께 살면서 느긋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그곳. 지금 계절이 겨울이라 그런지, 남국에 대한 열망은 점차 더해지는 느낌이다. <여신의 돌>은 SF냄새가 풍기는 작품이다. 언제 일어난 일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고질라의 공격으로 온 도시는 파괴되고 다섯명의 사람만이 살아 남은 상황. 그곳에서 그들은 생존하게 된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남겨진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한다. 짧으면서도 참 강렬한 인상의 작품이었다. <알바트로스의 밤>은 알바트로스, 즉 신천옹이 살고 있는 섬이야기인가 했는데, 역시나 내 짐작은 멋지게 빗나가 버렸다. 여자친구 아버지의 반대로 도망길에 나선 남녀. 그들은 골프코스에서 골프를 치며 한 홀, 한 홀을 정복해 나간다. 한 홀을 클리어할 때마다 조명은 꺼지고 다음 홀이 나온다. 게다가 캐디는 여러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읽으면서 고개가 갸웃해지는 작품이었는데, 작가의 말처럼 골프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다. 한 홀을 클리어하면 다음 스테이지인 다음 홀이 등장, 그리고 또다시 클리어. 그러다가 마지막은 액션 게임으로?! 묘하게 재미있는 단편이었다. <새장, 앰플, 구토>는 관능소설이라고 하지만, 난 고개가 갸웃했다. 사실 관능소설이 뭔지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런 장르란 걸 일단 제외하고 읽으면, 이 단편은 현대 사회의 젊은이들, 특히 일회성 만남과 말초적 쾌락을 느끼기 위한 사람들간의 가벼운 교제, 그리고 컴퓨터 게임이란 것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 그런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의 종류는 여러가지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진중하고 깊은 사귐보다는 가볍고 일회성인 만남이 주류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 소설의 주인공인 쓰다의 경우는 더욱더 그정도가 심한 편이라, 온갖 방탕한 만남을 가지고, 결국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인물이다. 역시 사람과 사람의 사귐에는 신중함과 진중함이 꼭 필요하겠지. <청색 LED>의 경우에는 사람 이름이 이니셜로 표기된다. 감옥에서 석방된 H라는 인물이 I라는 지인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이야기속에 젤 첫 이야기였던 에로망가섬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H는 히오키였다. 그가 에로망가 섬에서 묵는 첫날밤, 사라졌던 이유가 이 단편에 잘 나와있다. 그렇다보니, 첫 소설과 마지막 맺음소설이 묘하게 연계되어 있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해야할까. 독특한 소재와 개성강한 인물, 그리고 각기 다른 장르로 쓰여진 이 단편집은 유쾌하고 즐거운 면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 문제와 같은 진중한 이야기도 담겨있었다. 독특한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풍덩 다이브해 보자. 색다른 이야기가 주는 매력에 즐거움을 느끼게 될터이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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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너무나 독특한 나가시마 유의 에로망가섬의 세사람은 블랙앤화이트 시리즈 열아홉번째 작품으로 현대인이 꿈꾸는 작은 일탈을 그린 다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200여페이지의 비교적 얇은 책인지라 가볍게 읽기 좋다는 ~
표지때문에 가장 호기심있게 읽었고, 페이지의 비중이 많았던 첫번째 에로망가 섬의 세 사람 콘솔 게임 잡지중 최고의 판매부스를 자랑하는 <게임통신> 게임계의 최신 정보뿐 아니라 서브컬처적인 터무니없는 기획도 판매에 일조하고 있는데 에로망가 섬에 가서 에로만화를 보자라는 이루워질리 없는 기획이 통과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빅히트한 H사의 게임 <도태랑전철>은 여러명이 플레이어가 주사위를 굴려가며 일본 전역을 여행하다가 머물게 되는 지역에서 돈벌이 경쟁을 하는 게임인데 최신작에는 일본에서 태평양까지 지도가 넓어져서 하와이나 괌까지도 갈 수 있게 됐고, 그렇게 넒어진 지도 안에 에로망가 섬이 있는데 그런 이름의 섬이 실재한다고하여 화제가 됐고, 어떤 곳인지 취재해보자며 자연스럽게 얘기하다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 단편은 마지막 단편 청색 LED와 묘하게 연결되는데 에로망가 섬의 세 사람을 연재중에 히오키라는 남자는 대체 어떤 인간인가를 스스로 궁금해하며 썼다고~ 작품 가운데 범죄자가 주인공인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과거에 출간됐던 작품 속 등장인물이나 상황에 근거하여 쓰인 작품을 스핀오프라 하는데 이런 용어도 이 책을 통해 첨 알게된지라 신기하기만했다. 온다리쿠의 이야기중 리세이야기를 참 좋아하는데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황혼녘 백합의 뼈를 제외하고서도 도서실의 바다에는 리세의 어린시절이, 1001초 살인사건에는 리세의 약혼자 요한이 등장하는데 이것도 '스핀오프'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꼭 알아야 할 중요한 한가지를 배운 느낌이다. 남태평양의 평화로운 섬나라 바누아투 공화국에는 일본어로 '에로 만화'라는 뜻을 가진 '에로망가' 섬이 실존한다. 바누아투 라는 국가의 남부 지역에 위치한 큰 섬 세개(포트빌라 아래지역) 중 가장 위의 섬이 에로망가 섬(혹은 에로망고 섬)이라고 불리우는데 에로망가섬이라고 검색했다가 성인인증까지 받았는데 ;;; 이것또한 이 책과 관련된 재밌는 에피소드로 기억될 듯 ~
저 멀리에는 여기와 같이 천을 짜고 미역을 감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는 다들 이렇게 지내는 걸까. 어제 트럭을 타고 돌았을때 봤던 어른들은 하나같이 느긋해 보였고, 아등바등 일을 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여기서 평생 살아볼까. 사토는 그런 상념에 사로잡혔다. 어느 곳에 여행을 가든, 그곳이 마음에 들면 누구나 '여기서 살아보면 어떨까'라는 소리를 농담 삼아 내뱉곤 한다. [p.83]
여행을 떠날때마다 나 역시 몇번은 해봤던 생각인지라 쉬 공감이 갔던 글귀 ~ 작은 짐을 꾸리면서 내가 정말 소중히 생각하는게 무엇인지가 눈에 보이고 조금만 놓으면 편안해지고, 자유로워 지는데 왜 그러질 못했는지, 내가 얼마나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을 했는지, 가당치도않게 모든것을 얼마나 욕심껏 끌어안으려고 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고나 할까.
다섯편의 작품중 가장 재밌고, 이해하기도 쉬워~ 아주 맘에 들었던 세번째 알바트로스의 밤 목숨을 건 사랑의 도피중인 두 사람의 이야기라 그런지 그런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로맨틱하더라. 지방도시에서 지방 도시로 넘어가는 여행길, 어느 길이나 비슷한 풍경으로 지루하기만 한 시점에서 여자친구 미사토와 컨트리클럽 티그라운드에 서게 되면서 서서히 골프의 즐거움을 알아가게 되는 그. 사실 그의 아버지는 골퍼로서 1승도 못해본 프로골퍼로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탓이라며 할아버지를 원망하시곤 뒤뜰에 친 그물이 뚫어질 때까지, 매일매일 쓰러지듯 연습을 시킨 아버지가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18세가 되기 전에 돌아가셨다는 얘길 한다. 그런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골프를 즐기는 모습이 눈에 그려져 골프를 모르는 나까지 덩달아 신나더라~ 아슬아슬하게 평화롭고 행복한 이야기 크~ 이런게 사랑이 아니면 뭐란말인가. 다른 작품에서 이들의 뒷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음 참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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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쳐'란 말이 작품 속에서도 나오듯, 오타쿠까지는 아니더라도 내용상으로 몰입을 유도할 수 있는 굉장한 이야기가 없어도 그 주변의 장치들 - 이 작품 속에선 가지가지 일본 애니메이션, 그 주제가, 게임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 을 인용하고, 그때마다 타인과 달리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어 동질감을 가지면서 열광하게 되는 그런 경향이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있다, 뭐 그게 무슨 아이템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즘 뜨는 뉴칼레도니아를 경유하여 남태평양 바투아투엔 에로망가 (Eromanga라고 하면 이로망가..라고 발음하게 되지만, 일본어 뜻으로는 '에로만화'를 의미하는)섬이 있으며, 이것이 포함된 지도를 실은 게임이 촉발이 되어, 세명의 남자가 에로만화를 싸들고 이곳으로 떠나는 이야기부터 시작되어 그 미스테리적인 한 남자가 작가도 궁금하여 (하하하하하) 끝맺는 이야기로 감싸는 단편집으로 되어있다.
이야기 전에 작은 아이콘같은 것이 가로로 쭉 나열되어있는데, 오른쪽으로 부터 왼쪽으로의 단편들을 보여주는 듯 하다.
우선 '에로망가섬의 세사람'. 하긴, 이태리에 가면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펼치고 싶으니, 에로망가섬에 가서 에로만화를 보지않을 일은 없으나 이런 장난과 같은 기획으로 인해 오히려 각자의 인생이 영향을 받는 점을 보여줄때 정말 요즘의 인생이란 오히려 변함없이 외곬수인 오타쿠가 부러울 정도인 중심점 없는 것이라니...하는 탄식이 나올만하다. 사실, 제목이 너무 웃겨 신나게 웃어주지라....하고 잡았는데 ㅡ.ㅜ (참, 여자가 'waltz for Debbie'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머가 부끄럽지???)
'여신의 돌'. 시작만 해도 열대의 지붕없는 샤워실과 화장실이련만 했으나, 마치 둠즈데이를 전후를 배경으로 한, SF 이야기인지라 갑자기 당황했다. 그러니까 우리의 머리들도 이야기가 아닌 장르에 대한 일종의 기대를 미리 만들어놓고 책을 읽나보다. 여하간, 여전히 속임수와 욕망을 버리지 못한 인간들.
'알바트로스의 밤'. 마치 게임을 하면서 하나씩 미션을 클리어해나가는 듯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다가 하드보일적 엔딩이 '깜짝, 끔찍, 깜찍'스러웠다 (굳이 설명하자면, 총알 5발에서 두발째 성공을 했음 = -3 파 = 알바트로스. 역시 '나이스 알바트로스' 란말을 안쓸 수가 없군).
'새장, 앰플, 구토'. HM이란 이니셜로 온 메일을 두고, 자신의 과거여자들을 돌아보는 어쩌면 웃기지도않고 씁쓸한 이야기. A녀와 B남가 바람을 필때 왜 A녀의 남친 A'남은 B남이 아닌 A녀에게 화를 내며, B남의 여자인 B'녀는 A와 싸움이 붙는건지, 그게 정말 B남에겐 유리한 처지였는지...ㅡ.ㅡ
'청색 LED'. 하나밖에 모를 것 같은 K씨가 I씨의 살기(?)를 포착했다는 사실이 의외로 매우 흥미로운 점이었다.
게다가 뭐 어디에 진득하니 시간을 내어 무언가를 감상하고, 블로그의 글을 읽기에도 이미지적인 것에 더 이끌리는 현대인을 보여주듯, 어떤 기승전결류라기 끝맺음이 열려있는, 그러기에 '니 멋대로 상상하세요' 내지는 '여기까지 내가 보여주었으니, 그 다음은 당신이 할 나름'이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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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소문없이 출간된 ’에로망가섬의 세사람’ 잠잠했던 듯 하다. ’유코의 지름길’ 정도로만 다음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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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에로망가 섬으로 에로만화를 보러 간다! -라는 다소 엉뚱한 설정으로 뭉친 세 사람, 사토, 구보타, 히오키. 빅히트한 H사의 게임 <도태랑전철>에 등장하는 에로망가 섬은 일본어로 에로만화를 뜻한다고 해서 유명해졌다. 실제로 바누아투공화국에 자리잡은 이 에로망가 섬에 가서 에로만화를 읽는 특집기사를 선보이기 위해 떠난 세 사람. 약간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히오키를 안내인으로 그나마 멀쩡한 정신의 사토와 애니메이션 오타쿠인 구보타의 모습은, 여자인 내 입장에서 다소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크흑.
전작 [유코의 지름길]로 제 1회 오에 겐자부로 상을 수상한 나가시마 유. 유명 문학상을 잇달아 수상했다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유코의 지름길] 은 내게 실망스러웠다. 일본의 연작단편집을 좋아하고 즐겨읽는 나이지만 그의 작품은 너무나 한가했다고 할까. 평범한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아무런 감흥없이 그저 나열되어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그에 비해 [에로망가섬의 세사람] 은 한층 나은 수준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한가로운 느낌과 주인공들의 엉뚱한 면은 변하지 않았지만 표제작인 <에로망가섬의 세사람> 에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감정의 굴곡이나 따스한 동화같은 느낌을 살려 호기심을 자아냈다.
에로망가섬으로 떠난 세 사람이지만 애니메이션 오타쿠에 수선스러워 보이는 구보타를 제외한 두 명은 각자의 고민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다. 히오키의 비밀은 후에 드러나지만 사토의 고민은 연애와 일상이다. 비행기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돌아간 일본의 생활이 자신에게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자신은 얼마나 가치있는 인간인지 생각한다. 출장의 탈을 쓴 휴가지에서도 돌아가서의 일을 생각한다, 는 설정은 현실감이 느껴져 좋았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일 테니까. 에로망가섬에서 자신을 환대해준 존 존과 그의 다섯 딸들과의 생활이 그의 마음 속에 들어앉아 부드러운 버터처럼 그 동안의 갑갑함을 녹여버렸던 것인지 의외로 사토는 편안한 마음이 되어버렸다. 그러고보면 속마음의 묘사가 부족하고 오타쿠의 성향이 있긴 하지만 살아있는 젤리처럼 보이는 구보타야말로 에로망가섬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있는 그대로의 구보타는 고민할 것이 그다지 없는 인물이었을지도.
히오키의 비밀은 마지막 작품인 <청색 LED>에서 드러난다. 그가 에로망가섬으로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동기, 숙소에서 잠시 자취를 감추었던 이유,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짐을 모두 벗어버리고 담담하게 현실과 마주할 수 있게 된 과정이 겉모습은 무뚝뚝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을 닮은 문체로 그려져 있다. 그러고 보면 <에로망가섬의 세사람>과 <청색 LED>는 못해도 보통은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SF와 관능소설로 분류된 중간 작품들의 분위기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여신의 돌>과 <알바트로스의 밤>은 메세지가 부족했고 <새장, 앰플, 구토>는 그다지 내가 선호하는 소재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아쉽긴 하다.
확실히 <유코의 지름길> 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아직 손에서 놓기에는 아까운 작가인 듯 하다. 두 번째 접한 작품에서 요렇게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니 조금 더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다음에는 단편집이나 연작단편집이 아닌 장편소설로 접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