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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꼴리는대로 놀다가 다음날이면 세상이 바라는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어지는 날들 속에서 그렇게 안 되기 때문에 떼어놓을 수 있는 날들을 때로는 꿈꾸기도 한다.
미국 사내들은 장가를 가기 전에 '마지막 총각 놀이'(총각 파티)를 질펀하게 즐긴다. 장가를 가면 아내만 사랑하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가까운 동무들과 어울려 마지막으로 신나게 논다. 이런 놀이를 우리나라 사내들이 따라 했다간 장가도 들기 전에 땡땡땡 종소리가 나겠지...
토드 필립스 감독이 2009년에 만든 영화 <행오버 The Hangover>는 곧 장가를 들 사내가 동무들과 어울려 질펀하게 놀았는데 뒤탈이 만만치 않았다는 얘기를 담았다. 이야기를 잘 엮어 만들고 나온 이들이 연기를 잘 해서 끝까지 즐겁게 보게 만들지만, 사내들의 이야기라 아낙네들은 입이 튀어나오고 성이 날 수도 있는 영화다.
2. 로스엔젤레스에 사는 더그(저스틴 바사)는 라스베가스로 마지막 총각 놀이를 하러 들러리를 설 세 사내와 같이 간다. 이들이 가자마자 밤에 화끈하게 마시고 놀 때까지는 좋았지만, 깨어나 보니 머리는 깨질 듯 아프고 호텔 방안이 엉망이다.
뒷간에는 커다란 범이 어흥~하며 쳐다보고 있고, 닭장도 없는 곳에서 닭은 돌아다니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는 유모차에 앉아 있으며, 치과의사인 스튜의 이빨 하나가 빠져 있고, 가진 열쇠를 주니 경찰차를 갖다 주지를 않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우리가 어떻게 놀았기에 아무 생각도 안 나지... 그런데 더그는 침대째 사라져버려 보이지 않고... <올드 보이>에서 오늘만 대충 수습하고 살아가는 오대수도 아닌데, 도무지 수습이 안 되네.
필, 너는 어젯밤 일이 생각나냐? 스튜, 너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겠냐? 앨런, 너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엥...아무도 몰라. 생각이 안 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되짚어 보자. 더그를 찾아 빨리 집으로 가야 하는데...다음날이 혼인날인데...
3. 라스베가스까지는 장인이 빌려준 벤츠를 타고 왔지. 제 딸 트레이시를 생각하지 않고 실컷 놀다 올 사위인데도, 장인도 사내이고 옛날 그렇게 놀았을 터라 어쩔 수 없이 놀다 오라고 빌려주는 나라, 미국...만만세...
살갗 빛깔이 다른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우리네 장인이라면 아마 소리쳤을 거다. "때려치워...그깟 놈이 사위는 무슨 사위야..."
아내될 트레이시 집안 사람은 멀리 하고 가야 하는데, 트레이시의 오빠인 앨런(잭 가리피아나키스)을 데려갔다. 장인은 놀고 오라며 차를 빌려 주고, 처남은 같이 놀자고 따라 나서고...어디까지 갈까?
앨런도 만만찮다. '세계 최고의 블랙 잭' 책을 읽으며 가까이 오는 사람들한테 버럭 소리를 지르고, 엉덩이가 드러나는 속옷을 입고 다니고, 하는 말이나 벌이는 일들은 엉뚱하기 짝이 없다.
네 사내가 라스베가스에 가서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 묵을 때 앨런은 호텔 아가씨한테 따진다. "여기가 정말 시저의 궁전이 맞아요?" 아가씨가 얼떨결에 말한다. "네?" "시저가 여기에서 살았냐구요?" "... ..." (손님만 아니어도 확...시저(율리어스 카이사르)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살았지, 라스베가스엔 왜 와...)
동무들도 왜 데려왔냐고 하는데도 더그는 앨런을 감싼다. "마음은 착해...사용 설명서가 없는 괴물이라 그렇지..." 그런데 앨런은 날아갈 듯 좋으라고 산 약 엑스터시가 억지로 살을 섞을 때 쓰는 나쁜 약인 루플린인 줄 모르고 술에 타기까지 한다.
같이 가는 다른 동무들도 여간 내기들이 아니다. 치과의사인 스튜(에드 헬스)는 같이 사는 멜리사한테 쥐어 살면서 꼼짝을 못한다. 그렇지만 라스베가스로 가는 길에서는 큰소리를 친다. "나는 집에 안 돌아갈지도 몰라..."
학교 선생인 필(브래들리 쿠퍼)은 술을 마시면 차를 더 잘 몬다며 운전대를 잡으려 애쓴다. 경찰차를 타고 갈 때는 길이 막히자 아예 사람이 다니는 길로 차를 몬다.
4. 이들이 밤새 벌인 일들을 다시 짜맞추며 되새김질 하는 일은 우습기도 하지만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몸을 굴리고 놀았는데도 마지막 총각 놀이라는 핑계를 붙여 봐주는 미국 아낙네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어떻게 해서 바다같이 넓은 마음을 가진 걸까?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마음씨가 비단결같은 미국 아낙네들과 같이 살기로 한 미국 사내들이 부럽다. 저렇게 봐주기만 한다면, 우리 사내들은 그렇게 놀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장가를 가고 질펀하게 놀기로 한 더그가 돋보여야 할 텐데, 오히려 같이 가서 멀쩡한 이빨을 뽑아버린 스튜나, 카지노에서 블랙 잭으로 한 판 벌이고 엉뚱한 짓을 서슴없이 하는 앨런이 더 눈에 들어온다.
한 때 주먹으로 세계를 주름잡았던 마이크 타이슨이 나와 주먹을 휘두르며 네 사내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뜻밖의 즐거움이다.
술에 떡이 되어 앞뒤를 못가리는 모습(행오버)을 다룬 영화이지만, 고삐가 풀린 마음들이 어떻게 일을 벌이는지 잘 보여주고 있어 반듯하게 살아야 할 사람들이 보면 따라 할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 작품이다.
디브이디는 화면이나 소리는 깨끗해서 보기에 좋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보여주고, 찍을 때 배우들이 잘못 연기한 곳을 다시 보여주는 보너스가 있어 좋다. 예고편도 깔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나온지 며칠이 되었다고 예스24에서 살 수가 없다. 이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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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어제 가족들과 저녁을 먹다가 한 잔, 정말이지 맥주를 딱 한 잔 마셨다. 그리고는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니 머리는 무겁고 몸은 늘어지는데 정신은 말똥말똥이다. 어쩔 수 없이 집어 든 DVD가 [행오버]였다. 덕분에 대낮이 되도록 이제는 수면부족이다. 아, 술이든 수면부족이든 무엇이든 어른이라면 숙취의 불쾌한 기분을 모를 수가 없다. 문제는 아무리 머리가 아프고 다리가 질질 끌려도 어른에게는 해야 할 일들이 있다는 것. 총각파티를 즐기러 라스베가스에 간 필(브래들리 쿠퍼), 스투(에드 헬름스), 앨런(잭 갈리피아나키스), 더그(저스틴 바사)에게도 그게 문제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화장실에는 호랑이가 옷장에는 갓난아이가 차 트렁크에는 벌거벗은 중국 남자가 있는데 왜 친구 한 명과 이빨 하나는 안 보이는 걸까. 해결한 문제는 산더미 같은데 정신은 흐릿하고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몸이 구석구석 안 아픈 데가 없으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토드 필립스 감독은 남자들끼리 부딪치며 친해지는 로드 무비를 만드는 데 남다른 재주가 있다. [올드 스쿨]이나 [듀 데이트], [행오버] 1, 2편 모두 비슷비슷한 영화다. 누가 봐도 점잖다고는 할 수 없지만 꽤나 재미있는 코미디, 테스토스테론 과잉이라 여자가 보기에는 껄끄러운 점도 있지만 아마도 같은 남자들에게는 꽤 공감이 갈 드라마들이다. 그래도 전(前) 슈퍼헤비급 챔피언이 부르는 필 콜린스의 히트곡을 듣는 것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이며 미국에서 흥행에 대성공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여자들이 그런 것처럼 남자들에게도 남자들끼리만의 시간이 필요하며, 아무리 연애가 아름답다 해도 동성간의 끈끈한 우정에는 또 다른 힘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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