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하기론 이 책은 일본에서 60년대 초반에 처음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다. 유명한 일본의 역사 교양 프로를 떠온 작업이었다. 대체로 보면 어느 나라든 특정 시기에 '역사열'이라는 것이 부는 시기가 있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면 30년대의 일본주의적 경향과 맞물린 역사열의 시기가 있고, 패전 후 전후 민주주의 시대와 맞물린 역사열의 시기가 있는 듯 한데 이 저서는 후자와 연관이 깊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적 사관에 대해 매우 친화적인 입장을 선보이는데, 이는 현재 일본의 사학계의 주류 사관이기도 하다. 후쇼사의 국민의 역사류의 자유주의 사관은 그런 주류적 입장에 비하면 조악하기 그지없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다. 다만 대중에 대한 어필이 좋을 뿐이다. 최근 주변에서 포스트모던적 역사학이니 미시사니 하는 새로운 역사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져가고 있다. 새로운 경향에 너무 현혹되어 어쩌다 간혹 본말이 전도되는 일도 접하게 된다. 이 책은 역사학이란 학문적 작업이 전체 학문 체계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사려깊은 통찰을 들려준다. 문학이기에는 너무 객관적이고, 과학이기에는 너무 주관적인 역사의 모호한 위치에 대해서 말이다. 저자는 이 둘 사이의 어느 한 쪽에만 역사학의 정도를 가설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이 둘 사이에서 긴장의 끈을 놓치 말라고 충고한다. 이는 동시에 인식론적으로 구조와 행위, 필연과 우연, 전체와 부분의 상호작용에 대한 역사가 나름의 통찰을 확보하는 일의 일부이다. 이런 식으로 본다면 이 책은 이미 소위 모던과 포스트모던을 종합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준다. |
| 옛날에 '카'인가? 하는 사람이 지은 역사에 대한 첵을 읽은 적이 있었다. 역사책이 아니라 역사에 관한 책 말이다. 그리고도 그러한 유형의 많은 책들이 있었겠지만, 나에게 다가온 처음의 역사에 관한 책은 바로 이 책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독서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끝까지 흥미를 돋구고 긴장을 늦추지 않게 만드는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때로는 독서라는 취미에 대해 좌절하기도 절망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정말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하루하루를 구성하는 수많은 사건들 중에 어떤것이 의미를 부여받는 것일까. 어떤 것이 기념비적인 사건이 되고, 어떤 것이 왜. 도대체 어떤 이유로 그 많은 사건들 중에 살아남아 역사라는 것으로 선택된 것 중에서 중요한 것이 되는 것일까. 시대의 구분은 도애체 어떤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무척 흥미진지한 독서경험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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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원래는 별점 4개 이상을 주고자 했었다...역사학 연구방법론의 개론서로서 손색이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었다...적어도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에 대한 서술에 이르기 전까지는.
하지만 뭐랄까, 이전에 벌어놓은 점수를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에 대한 찬양 또는 맹신으로 인해 다 깎아먹는다고나 할까. 특히 마르크스주의의 시대구분을 보편적인 시대구분론 그리고 역사발전단계인 것처럼 설명하는 부분은 토나올 정도다.
이 책의 필자는 마르크스주의의 시대구분론을 설명하면서, 이것이 매우 완벽하기에 적용되기 힘든 지역에서도 적용하려는 시도가 '강력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예로 중국을 들면서 다음과 같은 편견도 내보이고 있다. 중국사는 단지 왕조의 교체만 있었을 뿐 역사의 발전이 어디에 있는지 의심스러우며 '일본'의 중세에 비견될 만한 중세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나는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우선 마르크스주의가 내세운 시대구분론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며 유럽 지역의 역사를 토대로 작성되었을 뿐이다. 때문에 최근 동양사학과 주류에서는 이를 비판하고 동아시아의 역사발전과정을 자체적으로 발견하려는 노력이 진행중이다(특히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떠오르고 자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진 이후로는 더더욱 그렇다). 한 발 더 나아가 저자가 구식이라고 비판한 왕조중심사로 회귀하는 경향도 있다. 그런데도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이 강력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중국사에 발전이 없었고, 일본과 같은 중세가 없었다는 데에도 이렇게 비판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매 시기 일본은 중국보다 더 앞선 문명과 문화를 누렸는가? 한 당송 명청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난 중국의 상업혁명이나 문화적 발전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일본은 마르크스주의의 역사발전단계론에 따르면 중세가 있었다고 할지는 몰라도 그 문화는 19C이전까지는 중국에 비견할 수준이 아니었다.
이는 결론적으로 마르크스주의의 역사발전단계론을 유럽 이외의 지역에 적용하려는 것은 허사임을 알려준다. 항상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문제는 바로 이런 것이다. 실제를 먼저 보지 않고 마르크스나 엥겔스가 주장한 이론을 선험적으로 적용하여 왜곡된 상을 본다는 것.
이 책을 보곘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으나, 제5장과 제12장은 뺴고 읽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