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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8,125미터의 낭가 파르바트 정상을 초등한 헤르만 불의 진솔한 자서전이다. 그는 저돌적인 산악인이면서 예술가적인 감수성이 넘치는 저술가이기도 했던 것이다. 헤르만 불은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서 세살때 어머니까지 잃고 병약하게 자랐지만 오직 산에 대한 꿈을 향해 쉬지 않고 나아갔던 멋진 산사나이였다. 어린 시절엔 변변한 자일이 없어서 집에서 쓰는 빨랫줄을 걷어가고 암벽등반용 신발도 없으면서 양말이 헤어질까봐 맨발로 피를 흘리며 바위를 타기도 했다. 청년시절엔 상점에서 물건운반으로 돈을 벌어 주말이면 알프스 연봉으로 달려갔고 알프스로 가는 기차값이나 등산장비를 살 돈을 구하려고 교회의 첨탑을 칠하고 스키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토록 산에 헌신하던 그였기에 드디어 낭가 파르바트 원정대에 참여하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낭가 파르바트는 위대한 산악인 머메리가 처음 도전하다 실패한 산이며 우리나라의 여성 산악인 고미영이 하산하다 목숨을 잃은 산으로 산악인들에게는 K2와 더불어 에베레스트보다 더 어려운 산으로 인정받는다고 한다. 멀리서 바라보기에 설산은 아름다워도 그곳은 예기치못한 위험과 공포가 도사리는 죽음의 지대이다. 그러나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후 정상에서 느끼는 열락을 맛본 자들은 산의 부름에 저항할 수 없는 모양이다. 헤르만 불도 낭가 파르바트에서는 죽음의 비박끝에 살아돌아왔지만 결국 33세의 젊은 나이에 히말라야의 눈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라인홀트 메스너가 1978년 에베레스트에 이어 낭가 파르바트 무산소 단독등정의 위업을 이루었다 해도 현대적 등산장비와 방한의류없이 그보다 25년이나 앞서 이룩한 헤르만 불의 업적이 빛을 바래는 것은 아니다.
《8000미터 위와 아래》는 산악인이 직접 남긴 낭가 파르바트 초등의 기록으로서도 중요하지만 헤르만 불이라는 한 소년의 성장기이자 산악 훈련일기로서 더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에서 주말마다 알프스에 가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그와 달리 이천미터가 넘는 고산도 없고 만년설로 덮힌 설산도 없는 우리나라의 산악인들이 고산등정에서 이룬 성과는 그래서 더욱 대단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