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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독서 동아리에서 이번 달 토론 주제로 정한 책이기에 읽게 되었다. 일단 나는 나라말(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펴낸 고전시리즈에 대해 신뢰감을 갖고 있었다. 운영전(손가락에 잘못 떨어진 먹물 한 방울), 춘향전(사랑 사랑 내 사랑아) 등을 흥미 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이 출판사의 고전에 대한 사랑, 그리고 청소년에게 효과적으로 읽히려는 정성에 대해서도 공감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고전에 대한 나의 기본 지식이 부족한 때문일까? 이 책의 원전인 '자청비'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었다. 이미 출간 된 운영전, 춘향전, 홍길동전, 박씨전 등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자청비'에 대해서는 고전소설이나 신화 중에 그런 제목이 있었던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소하였다.
이 책의 주인공인 자청비는 '바리공주'와 같이 제주도의 대표적인 무속여신이라고 한다. 이 책이 넓리 알려지지 않은 것은 비교적 최근에 생성된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명색이 국어교사면서 '자청비'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줄거리는 크게 일곱 부분으로 이루어져있다.
첫째, 아들을 바라는 김진국과 조진국(두 부부의 이름이 같으니 좀 이상하다)이 기도 끝에 나은 아이가 딸인 자청비이다. 바리공주는 부모에게 버려졌는데 비해, 자청비는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잘 자란다.
둘째, 자청비는 과거를 보러 가는 하늘의 문극성 문도령(선계의 인물이 과거는 왜 볼까?)을 만나서 그와 사귀고, 정분을 맺게 된다.
셋째, 하인인 정수남에게 농락당하며 힘겨운 싸움(문도령과 사귈 때는 그렇게 신출귀몰 하더니 정수남에게는 왜 그렇게 당하기만 할까?)을 하다가 끝내 그를 살해한다. 그로 인해 부모에게 쫓겨난다.
넷째, 하늘로 돌아간 문도령이 돌아오지 않자 하늘까지 찾아가서 갖가지 시련을 이기고 부부의 연을 맺는다.
다섯째, 시아버지인 문선왕을 도와 전장에서 공을 세운 뒤 상으로 문도령과 함께 제주도에 정착하게 된다. 그러나 선비들의 시기를 받고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서천까지 가서 남편을 살리는 꽃을 구해온다. (이 부분은 바리공주와 유사하다. 다만 바리공주는 부모를 살리는 데 비해 자청비는 남편을 살린다.)
여섯째, 부활한 남편이 서천의 셋째 딸과 사랑에 빠져 돌아오지 않자 다시 남편을 찾아온다.
일곱째, 남편인 문도령, 하인인 정수남과 함께 농경을 담당하는 세경신이 된다. (바리데기는 이승과 저승을 잇는 무속이 되는데, 자청비는 농경을 담당하는 신이 되는 것이 특이하다.)
이야기로만 본다면 허점투성이다. 그렇게 뛰어난 능력을 지닌 자청비가 하인인 정수남에게는 왜 그렇게 당하기만 했을까? 마지막에 가서 문도령, 정수남과 함께 세경신이 되는데 이것도 잘 이해가 안 된다. 문도령이야 별 능력이 없다고 해도 남편이니까 함께 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악독한 정수남은 응징을 받기는커녕 왜 함께 신이 된단 말인가?
내가 느낀 이런 궁금증들이 편자의 해설을 읽으며 이해가 되었다. 나라말 출판사의 고전들의 강점은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을 신화나 소설적인 면에서 그 배경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고전을 만나면 청소년들이 보다 쉽게 고전을 이해하면서 사랑하게 될 듯하다.
개인적으로 유익한 독서였다. 생소하면서도 그러면서도 매력적인 자청비라는 캐릭터를 알게 된 것이 큰 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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