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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 궁궐이 있어 참 좋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즐비하고 관리도 잘 되고 있어 걷다 보면 여느 숲 못지않다. 밤에 경복궁에 들어갈 일이 있었는데 고요한 달빛을 받으며 걷고 있는 너구리를 본 적도 있고, 새를 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창경궁에서 아무르쇠딱따구리를 보기도 했다. 창경궁 춘당지 원앙은 명물이다. 내가 원앙을 보러 갔을 때는 마흔 마리 정도가 섬에 앉아 있거나 헤엄치고 있었다. 요란하게 물을 튀기며 목욕을 하기도 한다. 그 전해에도 비슷한 개체 수가 있었는데 한때는 이백 마리까지 있었다고 한다. 짝짓기도 봤다. 수컷이 암컷 둘레를 둥그렇게 돌며 고개를 까딱까딱하면 암컷은 가만히 자리를 지키며 등을 편편하게 한다. 수컷이 잽싸게 암컷 위에 올라 자리 잡고는 엉덩이를 좌우로 네다섯 번 움직인다. 그러고는 훌쩍 내려온다. 십 초도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절정이다.
서울 한복판 궁궐에 사는 새를 모았다. 궁궐 중에 창경궁, 창덕궁, 종묘에서 만난 새 100종이다. 2002년 5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창경궁·창덕궁·종묘에서 관찰된 새 112종 중에서 텃새 30종, 여름새 28종, 겨울새 20종, 나그네새 21종, 길잃은새 1종을 담았다. 책장마다 새겨진 생생한 생태 사진 600여 컷은 눈을 즐겁게 한다. 여기에는 까막딱따구리, 새매, 원앙, 황조롱이 등의 천연기념물 8종이 포함되어 있다. 7년여 동안 궁궐을 1,200여 차례나 찾아가 시종 치밀하게 촬영하고 관찰하여 남긴 성실하고 끈덕진 탐조 기록은 궁궐 새의 번식 생활사와 계절적 분포, 새가 먹는 종자식물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었다. 보기 드문 새의 번식 기록은 귀한 자료이다.
호랑지빠귀 관찰 시기와 장소
동궐에서는 봄철 북쪽으로 이동하는 시기와 가을철 남쪽으로 이동하는 시기에 볼 수 있다. 주로 창덕궁 서쪽 솔밭과 다래나무 남쪽 및 부용지 부근 숲, 그리고 창경궁 춘당지 동쪽, 관덕산과 온실 서쪽 숲에서 관찰된다. 9-10월경 창경궁 춘당지에서도 가끔 발견하였다. 2003년 6월 종묘 영녕전 동쪽 숲에서 먹이를 물고 있는 어미새를 관찰하였고, 2006년 6월 창경궁 관덕산에서, 그리고 2007년 6월 창덕궁 낙선재 남쪽에서 번식을 확인하였다. 대개 4월부터 10월까지 볼 수 있는 여름새이나, 이례적으로 2005년 12월 24일에 창경궁 관덕산 남쪽에서 관찰한 적이 있다. (249쪽)
소쩍새는 알에서 부화하여 이소하는 과정을 지켜보았고, 붉은배새매도 부화하여 이소하는 과정을 한 달 동안 관찰했다. 새의 둥지나 새끼를 키우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은 새에게 위협이 되는 행동이다. 가능하면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저자의 탐조 수칙과 요령을 보면 새를 제대로 볼 줄 아는 탐조가라고 여길 수 있다. 수칙에는 ‘새들의 번식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궁궐의 관람로를 따라 새들을 관찰한다’ ‘새를 발견하면 새가 안심할 수 있도록 잠시 행동을 멈춘다’ ‘관찰이 예상되는 장소에서 새들을 기다린다’ 같은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2009년에 책이 나오고 거의 십 년이 되어가니 궁궐이 많이 달라졌을 테다. 지금 동궐에는 어떤 새들이 살고 있는지 책을 들고 한 번 찾아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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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에 나온 동궐이 뭔가 했더니만 창덕궁과 창경궁을 합쳐서 부른다고 한다. 필자는 처음에 연해주 지역의 돌궐족 할때의 그 돌궐인줄 알았었음. 그런데 한자로 보자면 동쪽에 있는 궁궐이란 뜻으로 보인다. 아뭏든 창덕궁과 창경궁, 그리고 종묘를 수시로 드나들면서 찍은 새 도감이다. 사진의 품질은 평균은 넘고 있으며, 광택이 나는 도감용지인 아트지를 사용했으나 얇아서 뒷장이 제법 진하게 비친다.
라고 간단한 촬영지와 정보를 수록했고 그 옆으로 큼지막한 사진과 작은 사진들이 서너장 배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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