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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그림의 『나이팅게일(웅진주니어)』이 안데르센 원작의 사실적 무대를 보여줬다면 지금 소개할 『나이팅게일 목소리의 비밀』은 서양인들 눈에 비친 베일에 싸인 듯 신비로운 동양을 만날 수 있다. 김동성의 그림이 편안하고 익숙한 아름다움이라면 칼 크뇌트 라는 벨기에 작가는 꿈꾸듯 환상적이고 드러나지 않은 은밀하고 마법처럼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있다. 아크릴 물감을 사용했다는데 화면을 가득 채워 채색한 그림은 대체로 탁하고 어두운 분위기이지만 그래서 더욱 은밀하고 폐쇄적이고 신비로움을 간직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준다. 벨기에 가장 아름다운 책표지로 선정됐다는 문구가 무색하지 않은 표지 그림에 이끌려 이 그림책을 보게 됐다. 그림책 속 중국 황제의 정원을 전면에 담은 그림은 색채나 형태가 주는 분위기가 꿈을 꾸듯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 모두 벨기에 사람들인데 중국에 대한 이해와 노력의 흔적들이 엿보인다. 중국의 변발이나 전족의 풍습에 대해서도 비교적 정확하게 묘사했고, 천하를 호령하는 중국황제의 위엄과 권력에 대한 이해도 일그러지지 않고 이야기에 재미를 더하는 적정 수준의 과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황제가 손가락 하나로 많은 사람들을 굴복시키고 눈살 찌푸리는 것만으로 모든 사람들이 놀라 무릎 꿇게 할 수 있고 한 번의 미소로 모든 사람들을 웃게 할 수 있고 한 번의 하품으로 황궁의 모든 커튼이 드리워진다는 표현들은 황제의 권위를 나타낸다. 황제의 슬픔은 병이 되고 온 나라를 깊은 슬픔 속으로 몰아넣고, 황제의 웃음은 창문을 타고 넘어 온 나라로 퍼져 슬픔을 나라 밖으로 몰아내서 바닷속에 빠트릴 수 있는 절대 권력자다. 하지만 나이팅게일의 노래 소리에 눈물을 흘리며, 나이팅게일을 잃은 슬픔에 병을 얻는다. 황제의 생명과 활기를 찾아주고 슬픔에 빠진 나라를 구하는 아이는 ‘머리를 다리 사이에 집어넣는’ 유연하고 작고 민첩하고 작은 소녀다. ‘중국 기예단’의 상상초월 묘기에서 이미지를 차용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신비한 분위기의 그림에 끌려 시작했는데 글이 너무나 시적이고 아름답다. 나이팅게일을 잃어버린 황제의 슬픔을 나타낸 부분을 옮겨본다. 사람들은 한쪽 팔이나 다리를 잃게 되면, 그 뒤에도 잃어버린 팔이나 다리가 있던 곳에서 아픔을 느끼곤 해요. 여러분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아픔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답니다. 아픔은 슬픔과도 같아요. 슬픔은 자라나 우리를 끝없이 지치고 또 지치게 하지요. 시간이 지나면 슬픔은 너무나 커져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슬픔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정도로 말이에요. 아픔이 너무나 커지면, 그것 말고는 그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게 돼요. 황제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어요. 하지만 나는 황제가 마음속 깊이 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눈물은 황제의 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머리에서 흐르고 있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분의 머리는 눈물로 꽉 차게 될 거예요. 그리고......그다음에는......나라 전체가 슬픔에 빠져 버리겠지요. 안데르센 원작의 기본적 이야기 구조를 벗어나진 않지만 이야기는 훨씬 풍성하다. 웅진주니어의 『나이팅게일』이 6,7세 정도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그림책이라면 『나이팅게일 목소리의 비밀』은 글이 많고 시적 표현들도 넘쳐서 초등 2,3학년 이상이 읽으면 괜찮을 그림책이다. 비슷한 주제나 원작이 동일한 다른 그림책들을 정리할 때 내가 즐겨 사용하는 '그림책 vs 그림책'으로 두 권을 묶어 버리기엔 두 권 모두 할 말이 넘치는 그림책들이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연타로 리뷰를 올리게 됐다. 나는 「나이팅게일」을 이 두 권의 그림책으로 읽는다. 더 환상적으로 멋진 책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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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북경국제도서박람회에서 본 그림책이다. 검푸른 하늘과 커다란 보름달을 배경으로 검은 실루엣만으로 표현된 그림이 눈에 확 띄었다. 힘차게 뻗은 나무 위에 한 아이가 앉아 있고 새 한 마리가 아이의 등에 달라붙어 있다. 내가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아이와 나무와 새 모두가 그림 한 장에 담겨 있다. 중국 그림책인가 싶어 살펴보았더니 글 작가와 그림 작가 모두 벨기에 태생이고, 이야기는 안데르센의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단지 배경이 중국이라는 것만으로 북경국제도서박람회에 출품하여 전시한 것이다. 어쨌거나 두드러진 표지 그림으로 이국에서 내 눈을 끈 작품이다. 여느 그림책과 달리 처음에는 그림이 없다. 글만 펼친 화면을 꽉 채우고 있다. 무려 여섯 쪽이나 글만 있고, 그 다음에야 그림이 나온다. 글의 양이 여느 그림책보다 훨씬 많다. 수백 년 전 중국이 배경이다. 황제는 황궁에다 가장 새롭고 뛰어난 정원을 만들고 싶어 한다. 바라면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황제는 자신의 바람대로 꾸며진 신비한 최고의 정원을 갖는다. 정원 안의 것들은 세상에 있는 것들과는 달랐다. 나무줄기는 커다란 가죽 장화처럼 반짝였고, 꽃밭은 일 초마다 바람결에 따라 색이 달라졌다. 꽃향기는 얼마나 달콤한지 벌들이 정신을 잃고 그 속에 빠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소녀들과 잘생긴 소녀들이 발뒤꿈치를 들도 조용히 춤을 추었다. 황제는 정원에 만족했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단조로운 하루하루가 반복되었다. 그때 ‘나’는 작은 여자아이였다. ‘뱀처럼 유연하고 원숭이처럼 공중을 뛰어다니는 소녀’였다. 민첩한 재주 덕분에 황궁에서 일하게 된 소녀는 어느 날, 황제의 단조로운 생활에 변화를 주기 위해 회색빛의 작은 새 나이팅게일을 황궁으로 데려오려고 숲으로 간다. 숲에서 황궁으로 와 살게 된 나이팅게일은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황제를 비롯한 모든 사람을 반하게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황금으로 된 나이팅게일 조각상을 만들더니 곧 나이팅게일을 잊어버린다. 살아 있는 나이팅게일은 도로 숲으로 날아가 버리고 황제는 슬픔의 병에 걸린다. 황제의 병 때문에 세상이 어둠에 잠기자 소녀는 다시 한 번 나이팅게일을 찾아 나선다. 슬픔에 빠진 세상을 구하고 싶은 소녀의 간절한 마음 덕분에 나이팅게일은 마음을 돌려 친구들과 함께 황제를 구하러 다시 황궁으로 돌아온다. 나이팅게일은 황제의 몸속에 얼음으로 된 또 다른 황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 얼음을 녹여야 한다고 한다. “내가 너에게 비밀을 알려 줄게. 잘 봐, 내 목소리의 비밀이야.” 나는 나이팅게일의 부리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별다른 게 없었어요. 단지 연붉은색의 혀와 연분홍색의 목청이 있을 뿐이었지요. “뭐 별다른 게 없는 것 같은데.”나는 실망해서 말했어요. “그게 바로 내 목소리의 비밀이야.” 나이팅게일이 말했어요.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는 이것 말고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거든.”(54-55쪽) 그리고 나이팅게일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나’는 나이팅게일 수천 개의 부리 속을 살펴본다. 그리고는 마침내 비밀을 밝혀낸다. 거기에는 아주 작은 불꽃들이 있었던 것이다. 한 마리의 나이팅게일 목구멍 속에 있는 작은 불꽃이 한 조각의 얼음을 녹였다. 수천 마리의 나이팅게일 목구멍 속에 있는 수천 개의 불꽃들이 얼어 있는 황제를 녹였다. 마침내 얼어붙었던 황제의 마음이 녹고, 세상도 다시 활기를 찾는다.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나이팅게일 목소리의 비밀에 대해서 이야기해 준다. 정원은 이제 더 이상 정원이 아니라 꽃과 식물들이 가득한 큰 숲이 된다. 나이팅게일 무리는 태양 뒤를 따라 여행을 떠난다. 이야기는 정원과 숲, 그리고 황금 나이팅게일과 자연의 나이팅게일, 곧 인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대비를 주제로 하고 있다. 작은 것들이 모여 큰 힘을 만들어낸다는 것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더 큰 장점은 그림이다. 나뭇잎 하나 없는 숲 속에 나이팅게일 홀로 나무줄기에 앉아 있는 펼친 화면, 나이팅게일 수천 마리와 함께 여주인공이 황궁으로 날아가는 펼친 화면은 압권이다. 특히 나무들이 나뭇잎 하나 달지 않고 우줄우줄 서 있는 숲 속 나이팅게일 그림은 중국의 전통 그림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 중국 전통 그림이 아니듯이 황제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옷이나 소품 들이 중국의 그것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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