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아엎어버려! 콤플렉스(complex) 글 쓰는 것 외에는 별다른 관심사가 없어 보이는 뚱보, 대머리 극작가 <니콜라스 케이지>. 아무도 탓하는 이 없건만 이유없는 자기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한다. 음악회를 마치고 차로 바래다 준 애인의 집 앞. 그 순간 그녀가 보내는 애틋한 눈빛은 달콤한 키스와 에로틱한 긴 밤에 대한 사인(sign)이었을 것이나, 이 소심남은 '일이 뜻대로 되지않아 고민이라며, 빨리 집에 가 글을 써야한다'며 본심을 접어버린다. 떠나보내고 나서야 이마를 치며 후회하는 어리숙한 숙맥.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에다 쳐박아놓은 건지... 그의 약간 모자란 듯한 어눌함은 영화가 계속되는 내내 보는 이의 애를 태운다. 창작의 산고(産苦) <난초 도둑>이라는 책을 시나리오로 재구성하라. 헐리우드(Hollywood)식 3류영화를 쓰고싶지 않다. 마약, 섹스, 총, 차량폭파 같은 허구는 집어치우라고. 지극히 현실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영화를 만들어야해. "원작이 있을 땐 책임이 따르는 거라구!" 14주가 지나도록 한 줄의 원고도 완성하지 못한 채, 계속되는 방황과 번민... 글을 쓸 때 만큼은 지극히 고지식한 자아도취 증세를 보이는 주인공의 이중성은 영화의 또다른 핵심이다. 위험한 설정 <소심맨>과는 정반대의 삶인 <제멋대로 맨>으로 살아가는 일란성 쌍둥이 동생. 형처럼 유명한 극작가가 되겠다는 그의 도전은 동생에게 자신의 많은 것을 빼앗기며 살아왔다는 '피해망상'을 확대시키고... 기사를 쓰기 위해 난초밀렵꾼을 찾아나선 도시(뉴욕)의 여(女)기자. 초라한 몰골이지만 자유분방한 삶으로 똘똘뭉친 시골사내(밀렵꾼)의 열정에 사로히는 포로가 된다. 그리고 마침내 <난초 도둑>이라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얻게 되지만, 그 사이에 아무도 모르게 간직되는 둘만의 비밀이 있었으니... 어댑테이션(adaptation), 그 선택의 시간 어눌한 인생 앞에 던져진 새로운 문제와 함정들. <각색>할 것인가, <개조>할 것인가? 치밀한 구성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어댑테이션]은 무미건조할 것만 같은 스토리를 복잡한 설정으로 극복했다. 복잡함을 뛰어넘은 <뒤죽박죽의 묘>라고나 할까. 그리고 한국 여인을 사랑한 니콜라스 케이지의 쌍둥이 연기(1인 2역)와 도처에 깔려있는 복선들이 이색적이다. 천하제일의 소심맨 형과 모든 여자를 울리는 쌍둥이 동생 제멋대로맨, 악어가 거친 숨을 뿜어대는 늪지대를 헤집고 다니며 유령난초를 탐하는 밀렵꾼과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영혼의 빈자리를 채워가는 도시의 여인.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는 터프가이의 새로운 사업은 하필이면 포르노 사이트 운영... 한마디로 영화는 끝났을 때에야 비로소 제자리를 끼워맞출 수 있는 까다로운 퍼즐게임같은 것이다. 마지막 20분. 어눌하고 답답하던 인생이 새로운 조명아래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 자태을 드러낸다. 그리고 잔잔한 호수에 바위가 떨어지는 듯한 진동으로 깔끔하게 영화를 마무리 한다. 자, 우리도 떠나보자. 우리네 인생살이를 각색할 것인지 개조할 것인지. 조금만 바꿔볼까, 아주 뜯어 고칠까? 내 삶의 어댑테이션, 절대로 만만하게 보지마라. 인생이 걸린 문제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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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어댑테이션>리뷰, 소심증·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는 당신에게 Written by. DdAm* 한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영화<어댑테이션>. 대머리이며 뚱뚱한 자신의 몸, 남들 앞에서 땀이나 삐질삐질 흘려대는 겁쟁이. 여성들이 자신을 혐오할 것이며 비록 실력이 있어도 강박에 시달리는 남자 '찰리'. 앞선 걱정 때문에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소심한 그의 독백 다음으로 이어지는 자연이 변화하는 영상들. 모든 생물체는 한 가지로부터 기원됐다는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기초로 하여 변이와 진화를 통해 모두 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찰스는 그의 쌍둥이 동생 '도날드'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지니고 있다. 뭐든 태평하고 긍정적인 태도,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것이 동생의 모습이기 때문. 그런 그를 한심하게 여기는 찰스는 결국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자신만의 신념을 가진 동생의 철학에 매료된다.
이 내용 사이에는, 찰스의 성장기가 다뤄진다. 찰스의 성장기는 그가 시나리오 작업을 맞게 된 <난초 도둑>의 원작자와 그 주인공에 의해 이뤄진다. 그 내용을 파고들어가면, <난초 도둑>의 원작자(취재기자)인 '수잔 올린' 역시 책의 주인공인 '존 라로치'의 영향을 받아 성장한 인물이다. 존 라로치는 오직 열정 하나로 살아가는 인물로서 수잔 올린에게 열정과 자아정체성 찾기의 스승이 된 격. 결국, 존 라로치와 수잔 올린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 '비밀' 때문에 찰스와 도날드는 최대의 위기에 부딪치지만, 찰스는 최고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 <어댑테이션>의 스토리라인이다.
얽히고설킨 이야기에서 벗어날 때면, 마치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여 빛의 순간을 만났을 때와 같은 짜릿함을 선사할 것이다. 물론 영화는 '경쾌'하거나 '감격'스럽지는 않다. 보통의 성장영화들이 건네는 가슴 묵직한 감동을 전하기보다는 먹먹한 기분이 그대에게 먼저 전해질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성장이란 굴곡에 의해 형성되는 법이다.
찰스와 같이, 소심증과 지나친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거나 외부적 압박으로 인해 의기소침해 있는 상태라면, 혹은 지루한 일상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거나 열정의 기운이 식은 듯 하다면 <어댑테이션>을 추천한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가히 완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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