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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공부가 지겨웠던 적이 있습니다. 무수히 많은 연도를 외워야 하고,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왕의 이름들과 사건, 지명들을 외워야 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단기간에 외워서 단답식으로 치르는 시험도 역사공부를 싫어하게 된 배경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 난생처음 북의 역사를 공부하며(전공이 북한학과입니다) 역사 공부에 대한 새로운 재미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반도의 반쪽인 남한 역사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전공자들의 수준과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말이죠. 한홍구 교수님은 존경해마지 않는 분입니다. 비록 직접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리진 못했지만, 교수님의 책을 읽으며, 또한 대중 강연을 들으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교수님의 삶 자체가 하나의 역사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은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는 ‘역사기행’의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는 안내서입니다. 가까운 곳에 얼마든지 우리의 슬픔과 좌절, 환호와 희망이 살아 숨 쉬는 곳들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복잡한 심정까지. 책을 통해 깨달은 사실들을 직접 가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일제에 의한 식민지 시절, 이후 동족 간의 가슴 아픈 전쟁, 또 이어지는 군사독재의 역사. 우리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안고 살아가는 민족입니다. 아울러 여전히 분단이라는 치욕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여전히 남과 북은 서로를 향해 증오와 분노의 몸짓을 서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는 끊임없이 희망을 만들어냅니다. 광장에서 광장으로 이어지는 환호와 외침. 불의를 향해 던지는 뜨거운 함성은 그 아무리 폭압적인 권력이라 하더라도 이내 끌어내리곤 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울고 웃으며 한반도에서 살아냈습니다. 한홍구 교수의 따뜻하면서도 냉철한 시선은 이 땅의 많은 장소들이 곧 역사임을 말해줍니다. 전쟁을 기념하는 세계 유일의 치욕스러운 장소인 전쟁기념관, 일본 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안식처이자 역사의 장이기도 한 나눔의 집, 근대 국가가 만들어 놓은 강요된 애국심의 현장 국립현충원, 가슴 아픈 역사의 상처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경복궁, 독립공원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이밖에도 강화도, 국립4·19민주묘지, 남산과 명동성당, 광장, 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 등 많은 사연과 굴곡을 안고 있는 곳들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망각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이자, 혹은 권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끝내 남겨지고 기억되고, 호명되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네, 아마 있을 것입니다. 그것들을 끝까지 안고 가는 것, 힘들고 지치는 일이지만 결코 포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역사의 변절자는 누구인지, 누가 자신의 탈을 바꿔가며 구차한 삶을 이어갔는지, 어떤 이들이 진정한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려 했는지, 이 모든 것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부지런해야 합니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역사와 민족을 팔아먹는 이들이 부지런한 만큼, 딱 그만큼 우리도 부지런해야 합니다. 그러한 여정에 한 교수님과 같은 분들이 지름길을 살짝 전해주고 있습니다. 책에는 가슴 저리는 이야기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 역사는 이다지도 눈물과 한이 많은 것일까요. 하지만 마냥 울고만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또 다시 쓰러지지 않기 위함입니다. 책을 통해, 허접스러운 뉴라이트가 아닌 이 땅의 진정한 보수주의자들이 어떻게 살았고, 죽어갔는지를, 4·19혁명의 주역이 대학생이 아닌 초등학교, 중학생들이었다는 사실을, 6월 항쟁의 밑거름에는 집을 철거당한 빈민들이 명동성당에서 장기농성을 위해 준비한 쌀밥이 있었다는 사실을, 박정희가 더럽게 못 쓰는 붓글씨로 얼마나 많은 역사 유적과 유적지에 낙서를 해놨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이름 없는 이들이 역사를 이끌어 왔는지,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아내와 함께, 언젠간 자식들과 함께 이 책을 들고 꼭 소박한 ‘역사기행’을 하고 싶습니다. 아, 책에 실린 김수영 시인의 시가 지금 저에게 가장 와 닿았습니다. 곧 이 시를 부를 날이 올까요. 4·19혁명 이후 시인이 쓴 시입니다.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그 지긋지긋한 놈의 사진을 떼어서 조용히 개굴창에 넣고 썩어진 어제와 결별하자 그놈의 동상이 선 곳에는 민주주의의 첫 기둥을 세우고 쓰러진 성스러운 학생들의 웅장한 기념탑을 세우자 아아 어서어서 썩어빠진 어제와 결별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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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말할 수 없는 억울함과 안타까움이 가시질 않았다. 책을 덮고 보니 그것은 무기력하고 나 자신에 대한 분노였다. 가볍게 거닐던 남산과 명동성당, 전쟁기념관과 독립문....아무런 생각없이 아무런 호기심없이 걷던 그 곳에 담긴 어이없음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하고 뒤늦게 몰려오는 후회였다. 물론 나는 격동의 근대사를 살아보지 못한 사람이다. 나는 경복궁이 훼손되는 현장에 있지 않았고, 나의 조상님들도 그 일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근현대사가 뒤엉키는 그 현장에서 침묵으로 동조하던 수많은 사람들처럼 나는 지금 이 땅을 살고 있다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하였다. 친숙한 곳에 담긴 소소하지만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이 하나하나 담긴 이 책은 우리가 근현대사를 바라볼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광화문에 얽힌 나라의 비극, 자신만의 이익을 찾고자 궁궐을 습격했던 한국인들, 쓸쓸히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계신 나눔의 집의 할머니들, 전쟁을 기념하는 이상한 박물관에 빠져있는 다수의 선량한 피해자들...승자의 논리에 가려서 잊고 살아가는 중요한 부분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후반부에 다룬 "광장"은 어쩌면 어색한 내용처럼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역사를 바르게 세워나가는데 꼭 필요한 내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해 보았다. 더이상 열강의 공세에 수동적으로 밀려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 힘이 모이고 모여 큰 힘으로 변하던 광장의 힘으로 후손들에게 바르고 떳떳한 역사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책을 덮고 나니 다시한 번 교수님의 글을 기억하며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제 다시 걷는 현충원은, 강화도는, 남산은....분명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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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소개된 곳들은 모두 내게 친숙한 곳들이었는데 책을 읽은 후 그곳들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새롭게 변하는 느낌이다. 집에서 가까운 전쟁기념관, 현충원, 경복궁, 서대문형무소, 남산과 명동성당, 광화문과 서울광장 시댁에 갈 때, 가끔 길이 막히어 돌아갈 때마다 그 앞을 지나가게 되는 나눔의 집 첫 부임지에서 걸아갈 수 있었던 4.19 민주묘지... 이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6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의 수도에 살고 있구나 역사 현장에 살고 있구나 하는 걸 확실하게 체감한다. 그러면서 난 어쩜 이리도 시대정신이란 찾아볼 수 없는 개인적인 인간인가하는 부끄러움이 솟는다. 90년대 이후에 대학을 다닌 소심한 사람이라고 변명할 수 있을런지... 가끔 공연을 보러 가거나 야외에 전시된 탱크니 비행기들을 둘러보며 걷거나 현장학습을 가던 전쟁기념관과 조용한 공원 같은 현충원이 또다른 젊은 희생을 부추기고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미 치루고 난 전쟁에 대한 기억이 아닌 내 눈앞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떠오르며 한순간 끔찍해지기도 했다. 또 경복궁에 현장학습을 가서 궁궐지킴이 분들의 설명을 들으며 나도 나중에 퇴임하고 저런 활동을 하며 살아볼까 하던 생각이 경복궁이 조선 정궁으로서 어떤 상징이 되었는지 그 역사적 의미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 식의 지식만 있으면 된다고 여겼던 어리석음을 지금이라도 깨우쳐서 다행이라 안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많은 곳을 기피하는 성향이라며 적극적으로 광장에 참여하지 못한 일도 내가 해야 할 일을 미처 다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책을 읽고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서평을 쓰기까지도 오래 걸리고 쓰는 지금도 뭔가 계속 생각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의 내가 살아가는 모습은 앞으로 이곳에서 살아갈 후손들에게 어떤 역사의 의미를 남기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어느 분야에서나 주축이 되어 일하고 있을 현재의 30, 40, 50대 우리들은 어떤 기념관이나 얽힌 이야기를 남기게 될까 하는 것들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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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사 시리즈의 작가 한홍구의 책. 10여 년간 성공회대학교에서 진행한 교양 수업인 ‘문화답사기행’과 ‘문화유산탐방’에서 돌아본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장소 중 열 곳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기존에 나와 있는 답사 관련 서적이 보이는 것에 대한 설명은 충실했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 감춰진 것들의 의미를 불러오는 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어 이 책을 냈다고. 감춰진 것들을 보는 것이 어디 쉬운가. 그래서 그런지 일반 대중서와 달리 수준이 약간 높은 것도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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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운동가이며, 과거사 청산운동가인 한홍구 교수의 보이지 않고 감춰져있던 근 현대사적 문화답사기행 《한홍구와 함께 걷다 - 평화의 눈길로 본 한국 현대사》서평단을 모집한다기에 너무도 호기심에 설래였고 읽는 내내 충격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과거 유홍준교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우리나라의 고즈넉한 모습 속에 아름다움과 우리만의 정서가 깃든 다양한 내용들을 밤을 세워가며 또는 직접 유적답사를 해가며 교과서에서만 알고 있었고 짧은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다양한 내용들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는 한국 근현대사와 관련 있는 열 곳의 장소들은 꼭 알아야 할 기본적인 지식 이외에 다양한 역사적 진실을 평화를 지향하는 눈과 그릇된 과거사를 잡아내는데 구성되어지고 있다. 단순한 주관적인 설명이 없이도 마치 하나하나를 역사적 관점과 모순된 공간과 전쟁을 기념하는 곳에 평화가 없는 기념관을 군인의 시각이 아닌 피해를 입은 민간인의 시각으로 새롭게 볼 수 있게 제공되고 있다. 특히 정권이 바꾸어질 때마다 각종 유적들을 자신의 관점에서 별다른 의식도 없이 너무도 쉽게 수리(?)를 하여왔다. 과시를 위해 또는 정권을 그만 두기 전에 서둘러 하고 싶은 욕심에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경향이 있기도 한다. 경복궁을 비롯한 유적 및 유물들에 얽힌 내용은 너무도 자세하게 서술되어 직접 가보지 않더라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발끝하나하나 옮길 때마다 외세들에 의해 무너지고 짓밟혀지고 찢겨나간 궁궐들을 가슴 시리도록 아픔을 느껴본다. 2010년 1월 4일 경향신문에서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었던 김순악 할머니가 2일 오전 82세로 별세했다. 김 할머니의 타계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생존 할머니는 88명으로 줄어들었다"는 내용이다. 아직도 우리 정부에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너무도 가슴 아프고 죄스런 마음이 드는 나눔의 집 및 역사관을 부끄러운 침묵의 역사로만 돌려질게 아니라 우리 후손들이 깨닫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하고 교훈을 삼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어 봄으로써 잊어버려야 할 과거사가 아닌 올바른 역사관과 외세에 의해 제대로 평가되어지지 않고 있는 과거사를 왜 청산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