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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참 행복했다. 미국에서 거주할 때의 이야기나, 한국과의 사회문화 비교, 영어 관련, 책 관련, 일상 이야기 등을 읽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마치 남의 일기를 슬며시 펼친 것처럼...
이 수필을 통해 본 '이윤기'의 여러 면 가운데 가장 귀감이 되는 부분은 바로 '균형잡힘'으로, 내가 추구하는 자아상이기도 하다. 이 수필 속에서 볼 수 있었던 그의 균형잡힌 철학 덕분에 나는 '이윤기'라는 분에게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글은 남았으므로 내가 잊지 않는한 나는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사람은 글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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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먼저 눈에 확 들어왔다. "맞아, 잎만 아름다워도 꽃대접을 받기 마련이지." 하면서 뽑았는데, 번역가 이윤기의 에세이다. 이 분 에세이가 읽을만 하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었지만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처음 한두꼭지를 읽는데, 번역자로서 깐깐하고 까칠한 한글쓰기와 발음에 관한 글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래서 읽게 된 이 책에는 한글 소설가이자 번역자이며 한겨레를 읽지만 보수적이기도 하고 외국에서 오래 생활했지만 결국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입장이 잘 드러나 있는 글이 수록되어 있다. 스스로를 회색지대의 인간이라 부르며 왜 흑백으로 굳이 재단해야만 직성이 풀리는지 모르겠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2000년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라 오래된 시사뉴스가 들어가 있는데, 그게 오히려 더 좋았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후 3가지 희망을 이야기하는 글은 지금 읽어도 참 좋다. '융의 돌멩이'라는 개념도 나오는데, 바깥 밝기에 의해 꺼지고 켜지는 나이틀라이트와 융의 돌멩이를 엮은 이야기를 읽자니 혹시 배명훈의 <안녕, 인공존재>가 이 에세이를 읽고 태어난 것이 아닌가 싶어졌다. 주제가 흡사하다. 또 며칠 전 나는 '인간은 뻘짓을 하기 때문에 컴퓨터 보다 낫다'고 글을 썼는데, 이 책의 마지막에 나와 있는 '모든 것은 버그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에세이가 내 글과 같은 요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너무나 신기했다. 내가 처음 그 글을 쓸 때는 '뻘짓'이 '버그'였었다. 그러다 단어를 바꾼 건데...이렇게 신기할 수가!^^ 여기 나오는 이윤기 선생의 바른 우리말 사용례는 대체로 알고 있는 내용이었는데, '호젓한 분위기의 술집'이 우리말이 아니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이 문장은 일본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나온 엉터리 말로, 제대로 된 한글 문장은 '분위기가 호젓한 술집'이라고 한다. 맞다, 그렇구나!!! '호젓한 분위기의 술집' 같은 문장은 내가 굉장히 자주 쓰는 표현이라, 진땀이 찔금 났다. 인터넷의 문장이 일어화 되어간다고 걱정했으면서 정작 내 문장도 그랬다니...쩝.-.-;;; 이윤기가 번역한 <장미의 이름>은 '해방 이후 최고의 번역서'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내 스무살 시절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번역이 엉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른 넘어 다시 읽어봤더니, 이런 번역이 없다. 왜 최고의 번역서라고 하는지 너무 잘 알겠다. 아마도 스무살의 나는 번역서를 몇권 읽은 경험도 없을 뿐더러 그 책의 내용 자체가 어려운 것을 번역가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번역가의 문장을 알아차리기에는 내공이 너무나 부족했다. 이 책 마음에 든다. 쓴 지 10년이 지난 글인데도 와닿는 바가 많다. 밑줄긋기 16 _ 하지만 언어는, 살짝 보수적인 사람들이 이렇게 까다롭게 굴지 않으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서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경향이 있다. 146 _ 나는 많은 공무원들이 스스로를 매우 불행한 존재로 여기고, 자신이 불행해진 책임을 민원인들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 158 _ '선'으로 여기는 것의 승리는, 스스로 선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을 고양시킨다. '선'의 편에 서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주인공의 승리는, 스스로 그 주인공과 한 편에서 있다고 생각하는 관객을 고양시킨다. 206 _ "맞수요? 맞수는 적이 아니지요. 생기면 생길수록 좋은 것이지요." 265 _ 신화 시대의 버그가 훔쳐다 인류에게 준 문명의 씨앗은 무엇이던가? 불 혹은 발화의 원리다. 발화의 제1원리는 무엇인가? 충돌이다. 인류문명사에서 매우 중요한 이 버그의 이름은 '반역'과 '충돌'이다. 265 _ 버그의 특징은 프로그램 사용자로 하여금 '열 받게 만든다(bug)'는 것이다. 274 _ 김치와 된장이 훌륭한 우리 문화인 것은 틀림없는데, 한국인들은 세계화를 부르짖으면서 다른 나라에도 김치와 된장에 상응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데 너무도 인색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