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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지옥이다. 요즘 정치계와 언론을 바라보는 내 심사다. 피끓듯 분노하는 마음을 넘어서 어느 순간부터 무관심하게 됐다. 어떤 자리에 가더라도 정치와 언론에 대한 이야기는 농담이라도 하지 않았다. 귀막고, 눈감고, 입을 틀어막고 사는 요즘의 일상. 신경민 전 MBC 뉴스데스크 앵커의 '클로징'이 준엄하게 나를 꾸짖는다. 망각이 능사는 아니라고, 철저히 권력에 의해 조종당하고, 세뇌당하고 있다고. 결국 저자는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부디 깨어있는 사람이 되길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써내려가지 않았을까?
정확히 뉴스데스크 앵커 387일의 기록. '진실의 중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권력의 야합에 쫓겨나고 만 한 언론인의 고백이다. 이 책을 읽으며 놀란 건 비단 수없이 많은 권력과 언론의 사건, 사고가 아니었다. 바로 그것에 대한 나의 무지와 망각이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화끈거리는 얼굴을 비비며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을 여러번 되뇌였다. 이 책은 미디어, 정치, 국제, 사회란 큰 키워드로 나누고, 화면의 사실과 현장의 진실이 다를 수 있음을 문제 제기한다. 2009년 1월 1일 KBS가 저지른 보신각 재야의 밤 편집 보도를 예로 든다. 5년 단위로 계속되는 구태와 악습의 반복, 권력과 언론의 각성을 끝없이 촉구한다. 이러한 모든 원인은 상식의 붕괴에 있으며, 상식의 회복만이 길이라고 말한다. 여기서의 상식이란 언론의 역할론이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제대로 된 역할이다.
일련의 클로징 멘트를 보면서 앵커란 직업의 특성, 고충 등을 낱낱이 헤아려본다. 단순히 기사를 정확히 전달하는 전달자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객관성에 바탕을 둔 앵커 고유의 시각을 반영할 것인가. 여기에 소개된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은 끊임없는 고민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얼마나 상식이 무너지고, 권력에 의해 언론이 조종당하고, 또 언론에 의해 국민들이 우롱당하는 지를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다. 권력과 언론의 유착, 때론 불편한 관계가 시대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진행되었는지도 잘 알고 있다. 권력의 시녀로서의 사법부, 검찰, 감사원, 국세청 등 수많은 기관의 이해못할 짓거리들도 봐왔다. 그럼에도 시간은 5년 단위로 이상하게 흘러간다. 용산참사가 어떻게 왜곡됐는지, 4대강과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의 진실이 뭔지, 초고층 롯데월드의 건립 허가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쇠고기 파동과 촛불시위에 대한 권력의 철저한 은폐와 기습은 어떻게 설명되는지, 미디어법 논란과 헌재의 판결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너무나 많은 상식 붕괴의 현장에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이 닿아있다.
어느 사회건 권력은 있다. 가정, 기업, 사회, 국가 어디를 둘러봐도 권력은 있기 마련이다. 권력 지향의 욕구를 탓할 바는 아니지만, 본분과 상식이 살아있어야 한다. MBC 엄기영 사장의 사퇴와 사장 후보단 선정 과정 등을 지켜보며, 여전히 MBC에 몸담고 있는 신경민 앵커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특히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의 노골적인 권력의 시녀 역할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2002년도 한국외대 홍보 브로슈어 기획을 맡아서 일한 적이 있다. 당시 총장이 안병만 씨였고, 외대의 교수 맨파워 1위로 선정된 사람이 김우룡 씨다. 사진 촬영과 함께 짧은 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간적이고, 온화하며 따뜻한 열정을 품은 분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권력이 그들을 지금의 지경으로 만든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내가 그들을 잘못 판단한 건지 알 길이 없다. 현장의 짐작과 현실의 진실은 다른 법이니까.
신경민 앵커를 색깔론으로 밀어부치는 시대의 몰지각한 사람들도 있다. 입만 열면 많은 사람들을 분노에 떨게 하는 방정맞은 입들도 많다. 전여옥, 변희재, 지만원 등 조금씩 양상은 달라도 겉과 속이,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아니면 일반의 생각들을 특출나게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천재이거나. 그런 점에 있어서 신경민 앵커가 직시하는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한결 같다.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마냥 애도의 뜻을 보이기 보다, 좀더 객관적인 입장을 분명히 한다. 이러한 그의 생각들은 뒷부분 '못다한 클로징' 부분에 잘 드러난다.
2009-04-13 회사 결정에 따라서 저는 오늘 자로 물러납니다. 지난 일 년 여,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힘은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구석 구석과 매일 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을 믿습니다.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 월요일 뉴스데스크 마치겠습니다.
그렇게 신경민 앵커는 뉴스데스크를 떠났다. 이명박 정권의 집권 이래로 하루도 바람 잘날 없는 MBC에서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은 마무리가 됐지만, 여전히 그는 소망한다. 생각 깊은 후배 기자와 앵커가 제대로 된 마이크와 카메라를 준비하리라고. 하지만 그의 바람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듯 싶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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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뉴스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면 '습관'이라고 말하겠다. 심한 날에는 신문-인터넷뉴스-8시-9시-11시-12시까지 본 뉴스를 다시보는 일도 허다하다. 가장 심각하게 보는 뉴스는 역시 9시 MBC뉴스인데 '엄기영앵커' 이후의 공백은 한동안 계속돼서 (미안한 말이지만) 뉴스 보는 맛이 덜했다.
신경민 앵커를 매일 저녁 기다린 이유는, 오랜만에 만난 반듯한 모습, 적당한 톤의 목소리도 있겠지만 그가 말하듯 지루한 광고 뒤에 안녕히 주무시란 덕담이 아닌, 뉴스에서 흘리고 간 시점을 다시 챙겨주기 때문이었다. 물론 요즘은 광고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잘 자란 덕담도 듣기 좋긴 했었다-_-
뉴스 좀 본다-는 사람들은 아마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가지지 않았을까. 언론, 그것도 지상파. 역시 어쩔수 없는 힘의 논리에 따를테니 어쩔 수 없다고 애초에 체념했던 진실들을 마침내 만난 기분. 혹은 '참 말하는 꼬락서니 한번!'이라고 대놓고 욕할 수도 있는 직설. 욕을 하든, 칭찬을 하든 간에 분명한 건 MB가 초딩도 정치에 관심을 갖게 했다면 신경민은 뉴스를 보는 방법을 알려줬다는 점이다.
그가 책을 냈다고 해서 반갑다. 그 시간들을 반추하는 기회를 줘서, 내가 채 다 알아듣지 못한 클로징들을 차분히 다시 읽어줘서 반갑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가 책을 냈다고 해서 아쉽다. 정황이야 둘째치더라도, 그의 퇴진에는 무수한 정치적 해석들이 깔리지 않았던가. 그 많은 입방정에도 애써 의연해보이던 그가 아니던가. 오랜만에 만난, 아껴둠직한 언론인이 행여라도 다시 구설에 오를까 걱정되고 아쉽다. (부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책의 구성은 약간 불편하다. 미디어-정치-국제-사회의 대분류아래에 각 단들이 적절히 잘 들어갔는가-싶다. 예를 들어 미디어 섹션에 앵커,기자의 뒷이야기들은 그의 예리하고 신랄한 클로징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앵커의 에세이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치 책의 가장 마지막에 붙이는 이야기가 가운데에 와있는 느낌이랄까. 사건의 시종을 말하기 위해 편집을 하려 한것이겠지만 클로징멘트가 순차적이지 않고 2008년 5월 8일-2008년1월 23일 하는 식으로 옮겨다닌 것은 아쉽다. 차라리 하나의 이야기에 순서대로 이야기를 했더라면 더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날짜 옆에는 어느 것의 클로징인지 확실하게 붙여 두는 센스도 있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그가 말하듯 라디오뉴스와 TV뉴스는 클로징의 길이가 다르지 않은가. 작은 아이콘이 아니라 어떤 뉴스, 어떤 매체인지 말이다.
하드커버도 아닌 책 값 치고는 비싼 편이다. 그러나 그의 원고료로 아깝지 않게 지불한다. 모르고 읽어 넘어가지 않는 오자가 보이지만 딱히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둔다. 단순히 책 한권이 아니라 그의 그간의 시간과 노력의 산물이라 생각하면 절로 박수를 쳐주겠다. 아울러, 그가 끝까지 아껴두고싶은 언론인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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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뉴스를 보는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인터넷에서 수많은 기사와 뉴스를 통해 우리는 많은 정보를 알고있는데 왜 쓸데없이 방송국에서는 9시 뉴스를 내보내는 걸까 했었다. 어릴때의 생각이었다.
한 1년 쯤 집에서 놀고만 있었던 때가 있었다. 책을 붙잡고 있지 않으면 컴퓨터를 붙잡고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TV 앞에 있었다.
아침 9시면 밤 사이 있던 수많은 일들과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다 알고있었지만 그래도 밤 9시엔 TV 앞에서 신경민 아나운서를 봤다. 이미 오전뉴스와 점심즈음 하는 모든 뉴스를 봤어도 9시 뉴스를 봤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경민 아나운서를 보고싶었다.
언제부터 신경민 아나운서 때문에 9시면 꼭꼭 TV 앞에 앉았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언제부터 내가 책을 잡고있었는지 기억이 안나는 것처럼. 그냥, 언젠가부터 그랬다.
2008년이 워낙 뜨거웠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신경민 아나운서의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끔 하는 클로징 때문일 수도 있겠다. '뉴스'를 보는 것 같았다. 뉴스를 보면서 세상의 중심에 서있는 기분이었달까. 세상의 모든 것이 그쪽으로 모아지는 것 같은.
다른 분도 리뷰에 쓰셨지만 나도 그랬다. 신경민 아나운서의 한마디 한마디를 통해 뉴스를 보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그의 클로징멘트들이 어떤 바탕에서 나왔는지 못다한 클로징멘트는 무엇인지 또 신경민 아나운서는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어서 기뻤다.
앞으로도 멋지고 아름다운 언론인의 모습을 보여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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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마이뉴스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난 이 책을 읽으며 신경민 앵커가 MBC 뉴스데스크에서 앵커로 있었던 387일의 클로징 멘트의 요약본을 본 것이다.
신경민 앵커는 과거에 미국에서 특파원으로 일했었고 미국 의회 펠로우 과정으로 어느 한 미국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의 의회 시스템과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지식과 식견이 많다. 이 책에서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와 그와 대비하여 한국의 실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이 책의 첫 부분부터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이 책은 '화면의 사실'과 '현장의 진실'의 차이를 알리려고 했던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의 클로징 멘트는 감춰진 진실, 지나쳐선 안 될 진실들을 짚고 넘어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사회에나 문제가 있다. 문제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수입 쇠고기에 대한 촛불시위 과잉 진압, 신영철 대법관 사태, 대운하 사업을 위장한 4대강 사업, 용산 철거민 사태, BBK, 미네르바 사건, SK 회장의 폭력배동원, 삼성의 불법권력 승계, KBS 정연주 사장 몰아내기, 미디어법 개정 등의 사건들은 불과 2~3년 이내의 사건들이다. 하지만 지도층이 책임지려는 태도보다는 핑계를 대고 적당히 넘어가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는 책임지려고 하지 않고 대책을 세우려 하지 않은 우리 사회를 비판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이런 불행한 사건들은 다시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었던 것이다.
신경민 앵커는 이명박 정권도 비판했고 노무현 정권도 비판했다. 이 분은 원칙과 상식, 정의에 맞지 않는다면 망설임없이 알리려고 했고 대책이 만들어지기를 바랬던 것이다.
첫 장 '미디어'에서는 특히 '박종철, 20년의 드라마'와 '앵커의 세계 A-Z'가 인상적이었다.
앵커라는 직업은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았다. 9시 생방송을 하고 밤에 퇴근하는 모습은 그리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두 번째 장 '권력이 살아가는 법'에는 권력이 어떻게 진실을 은폐하고 주위를 다른 데 돌리는지에 대한 다양한 수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사건 덮기', '사건 덮기의 여러 변종', '법대로 한다는 방법', '신종 대응: 끝까지 무시하기와 우기기' 등의 유형별로 소개되어 있다.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으면서 권력의 부패를 보아온 나로서 정말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권력이라는 게 뭔지 진실을 덮고 사람을 바꾸고 사람을 매장하기까지 한다는게 슬펐다.
외국에 있는 외교관이나 주재원들이 그들의 할 일을 안 하고 국제적으로 한국에 위기 상황에서 할 말을 안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러면서 부시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말했을 때의 그 상황에서 미국 상황을 조언해주지 않은 것을 강하게 꼬집었다.
'정보 시장'이라는 나로서는 잘 모르는 시장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누가 정보를 만들어내고 누가 정보를 소비하는지 어떤 목적으로 만들고 어떻게 변질되어갔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다.
그 밖에 신경민 앵커가 개인적으로 알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도 재밌었고 의미있었다. 그의 앵커생활은 1년을 조금 넘는 기간이었지만 라디오 뉴스 진행까지 합쳐서 그가 클로징을 한 동안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요근래에 그렇게 많은 사건들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놀랍다. 하지만 그 사건들을 쉽게 잊는 우리 자신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용산 사태와 미네르바 사건을 '국가의 기습'이라는 딱 맞는 단어로 이야기한다. 국가가 국민을 기습하다니...
신경민 앵커는 보도된 사실과 다른 '현장의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려고 했다.
문제가 되풀이되는 이유를 찾아 현실에서 풀어내려는 시도를 포기하거나, 합리적 상식과 정직을 외치는 일을 여기서 그칠 수 없다. 잘못된 과거를 망각하는 일은 승자와 패자에게 편리한 축복이면서 내일을 고대하는 사람에게는 잔인한 저주이다. 희망을 가질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비상식적인 되돌이표 역사는 언젠가 끝내야 한다.
신경민 앵커는 상식, 원칙, 법과 정의가 통하는 사회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사회,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바랬고 이것을 이루기 위해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고 한다.
'삼성을 생각한다'와 함께 이 책을 한국 권력 비판 2종 세트로 묶고 싶다. 거기다가 부록으로 '캔들 플라워'를 넣고 싶다. 이 세 권의 책에서는 공통되는 생각이 있다. 민주주의와 정의 그리고 권력에 대한 비판이다. 이 세 권의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의 상처가 얼마나 크고 치료하기 힘든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신경민 앵커의 말대로 희망을 버릴 수 없다. 비상식적인 되돌이표 역사는 언젠가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클로징이 어디에선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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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적으로 친밀한 인물이 대통령이 됐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순간부터 기꺼이 언론의 기본으로 돌아가 비판적 자세를 유지했을 것이다."
신경민 전 <뉴스데스크> 앵커가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참나무 펴냄) '시작하며'에서 쓴 내용이다. "사적으로 친밀한 인물이 대통령이 됐다고"라는 내용에서 눈이 멈췄다. 3일 MBC 본사 주차장에서 천막을 치고 업무를 본 김재철 MBC 신임 사장 때문이다.
김 신임 사장은 '낙하산'이라는 이유로 노조에 가로막혀 사무실을 눈 앞에 두고도 들어가지 못했다. MBC 노조가 김 신임 사장을 낙하산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일 때 김 신임 사장이 울산 MBC 사장으로 있을 때 모친상을 당했는데 이명박 후보가 직접 조문을 갔을 정도로 두 사람은 아주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이다. 신경민 전 앵커 말을 빌리면 "사적으로 친밀한 인물"이다.
사실 "사적으로 친밀한 인물" 권력을 잡았을 때 그를 비판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론이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 사명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명박 정부들어 이 기본이 무너는 것을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두 눈 뜨고 지켜보았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KBS 정연주 전 사장을 국세청, 감사원,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을 동원하여 내쳤고, 이병순 사장을 거쳐 지난해 11월 대통령 후보 방송전략실장을 지낸 사람을 김인규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을 사장에 앉혔다. 이후 KBS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국영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나아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그 마지막 작품이 김재철 신임사장이다. 김재철 신임사장이 다른 내용은 읽지 못해도 "만약 사적으로 친밀한 인물이 대통령이 됐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순간부터 기꺼이 언론의 기본으로 돌아가 비판적 자세를 유지했을 것이다"라는 부분만은 꼭 읽어주기 바란다. 정권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살아있는 눈과 검이 되도록 MBC를 이끌어가야 한다. 만약 이 일을 책임지고 한다면 지금은 '낙하산'이라고 천막까지 치고 업무를 봤지만 퇴임하는 날 노조가 눈물로 보내드리는 모습을 경험할 것이다.
신경민 전 앵커는 2008년 마지막 날과 2009년 첫날에 있었던 KBS 제야방송 논란에 대해 클로징멘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제야 행사 현장의 혼란, 당일 제야 방송에 대한 논란, 클로징을 쓰기로 결심하는 과정, 그에 이은 찬사와 비난까지 그 과정은 길고 소란했다. … 만약에 방송통심위가 징계를 했더라면 기끼어 자랑스러운 훈장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누구도 현장의 진실을 영원히 감추지는 못한다는 점이다"(21쪽)
"화면의 사실이 현장이 진실과 다를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수없이 목격한다. 권력이 방송 또는 언론을 장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민들에게 현장의 진실보다는 화면의 사실을 통한 왜곡일 것이다. 장악된 방송은 현장의 진실을 화면의 사실로 왜곡하여 시청자들에게 화면과 현장이 같은 것이라고 조작하고, 왜곡하는 것이다. 이것을 받아들 수 없는 신 앵커는 제야방송에 대해 클로징멘트를 한 것이다.
우리나라 1등신문인 조선일보에 대한 내용도 나오는데 참 재미있다. 언론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특종'이고,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낙종'일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대해 특종을 하고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신 앵커는 "조선일보로서는 촛불집회에서 매일 성토를 당하는 데다가 내용이 정권에 불리한 내용이라서 원치 않은 특종이"었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노무현 정부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랬다면 3면에 작게 처리할 것이 아니라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리지 않았을까? 언론이라면 원치 않는 특종도 보도해야 하는 것이 언론이 해야 할 일인데 그렇지 못하다. 언론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를 '파트너'로 생각하는 순간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사실 언론에 파트너는 독자와 시청자, 함께하는 언론종사자들이지 권력은 아닌 것이다. 1등신문이면 이를 잘 알 것인데 그렇지 못했다.
요즘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말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마사지'에서 시작된 논란은 "TK X들 정말 문제 많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다가 그만 "첨단의료복합단지 같은 경우도 이 대통령이 챙겨주지 않았으면 선정되지 못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실토해 버린 것이다.
이런 일을 많은 겪은 신 전 앵커는 정부 브리핑을 보면 그 나라 수준을 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11월 미국 방문 기간 중 LA교민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지금은 주식을 팔 때가 아니라 살 때입니다. 지금 주식을 사면 일 년 내에 부자가 됩니다. 원칙이 그렇다는 애기입니다"라는 말했다.
그 때는 금융위기로 주식이 폭락하는 때라 엄청난 파문이 일었다. 그 때 청와대는 "이 발언은 지금 당장 주식을 사라는 얘기가 아니라 해외 동포들이 국내 투자를 좀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지도자나 가장이 어렵다고 우는 소라만하고 다닐 순 없지 않느냐"라고 하면서 "언론에게는 손사락이 아니라 달을 보고 기사를 쓰라"고 브리핑한 것을 예로 든 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전 국민이 해석까지 마친 발언을 놓고 재해석을 시도하는 일은 처음부터 무모했다. 이 사안에서 관전 포인트는 말 실수가 거듭되는 배경과 구구한 설명을 재시도해야 하는 구조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제일 좋은 방법은 재해석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나 실언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일이다. 그리고 실수가 드러날 경우 이를 인정하도록 방침과 자세를 고치는 일이다."(59쪽)
"선진국이나 일류 집단이라도 모두 사람이 사는 곳인지라 취재원이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선진과 후진은, 우선 진실과 거짓의 많고 적음이 다르고 다음으로 진실이 드러날 경우 대응과 처리에서 확연히 다르다. 일류라는 곳에서는 거짓을 말하면 언론과 국민이 금방 싸늘해지면서 그 대가가 정치적 생명과 직결된다. 후진 집단에서는 거짓이 오히려 유능함으로 통해 더 잘 되는 경향을 보인다(62)쪽
62쪽 내용은 이동관 홍보수석이 반추하면서 읽기를 바라는 부분이다. 모든 사람은 말을 잘못할 수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늬우치면 사람들은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것을 부인하고, 해명하기에 바쁘면 진실이 드러났을 때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신경민, 클로징을 말한다>에는 박종철씨 사건, 앵커 파업, 사주팔자 보기에 바쁜 정치인들, 미국에서 인턴 생활, 상식이 무너진 우리 사회에 대한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정치권력과 언론을 향한 과감한 비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앵커로서 살아가는 고뇌, 웃음을 통해 앵커 세계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자본권력에는 날선 모습을 별로 없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에 대한 비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신경민 앵커가 MBC 라디오 '뉴스의 광장'을 진행할 당시는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폭로가 있었는데 그런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뉴스데스크>를 앵커 때 삼성특검이 진행 중이었는데 언급이 없어 아쉬웠다.
그는 마지막 문장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일을 여기수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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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클로징을 듣기위해 뉴스데스크를 본방사수했고 본방사수가 안되면 인터넷으로라도 클로징을 찾아 봤던 기억이 난다.
그의 클로징이 편향적이라는 논란이 되기도 하고 촌철살인과 같은 한마디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도 하였다. 물론 그의 뉴스데스크 하차를 두고는 앵커본연의 임무를 하지 못했다와 압력이 행해졌다는 이야기들이 있지만 진실은 아는사람만 알고 있겠지.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도는 매우 크다. 정치, 사회, 국제, 언론 전 분야에 걸쳐서 논란이 되었던 사건들(현정권과 전정권에 관계없이)과 사건 당시의 상황, 그의 느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국제 분야에서 그가 특파원으로 미국에 있을 당시 우리나라 외교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흥미로웠다.
다만 1%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가 언론인인 만큼 요즘 우리 언론의 문제가 되고 있는 '옐로우 저널리즘'과 같은 언론 내부의 문제를 좀 더 알고 싶었다는 점이다.
나의 기억속에서 잊혀져 갔던 과거의 사건들을 다시금 떠올려 생각해보고 그때 가졌던 나의 생각과 지금 다시 생각해봤을 때 어떻게 다른지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었다.
"회사 결정에 따라서 저는 오늘 자로 물러납니다. 지난 일 년여,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힘은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구석 구석과 매일 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해 아쉬었지만, 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을 믿습니다.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
- 2009년 4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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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도 잘 안보고 정치,경제부분에 대해 관심없던 내가 이책을 들게 된것은 순전히 신경민앵커의 클로징에 대한 아련한 추억때문이었다.
뉴스뒤에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고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며 언론과 정치사이의 치열한 싸움이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처음에 기자출신 방송인의 에피소드 모음집인줄 알았는데 내가 모르는 사이에 감춰지고 있는 진실들을 다시한번 더 생각 할 수 있게 하는 책이라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사회 돌아가는 모습에 대하여 더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사실을 볼줄 아는 안목을 키우고 싶다는 도전을 받았다.
부디 신경민 앵커는 정직한 언론인으로 남아주셨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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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 언론에 관심이 있다든지 뉴스를 자주 보는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 알 것이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2008년 3월부터 2009년 4월 13일까지 MBC뉴스데스크의 앵커를 맡은 인물로, 매일마다 뉴스의 끝을 맺는 '클로징멘트'를 통해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현재는 보도국 선임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신경민씨가 했던 클로징멘트가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비난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진정한 언론의 역할은 단순한 사실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그 사실의 배후에 있는 상황이나 원인등을 분석하여 대중에게 설명해 주고 비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역할이다.
예를들어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그저 객관적인 면으로 본다면 시민들이 무기를 들고 시청을 점령하는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의 원인과 배경을 살펴본다면 이는 비난 받을 일이 아니라 칭찬 받을 일이다. 이를 분별해내고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언론기관의 진정한 역할이다.
그러나 한국언론의 현황은 한마디로 한심하다. KBS정연주 사장, YTN사장, KBS 김제동과 윤도현 하차, mBC김미화 교체설, 그리고 신경민 앵커 하차까지 반정부 성향의 인물들은 하차시키고 친정부 성향의 인물들을 앉혀놓았다. 이게 언론탄압이 아니고 무엇인가. 조중동과 같은 거대 언론사에게 유리한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일도 같은 맥락이다. 상황이 이러니 이 책이 인기가 있었던 것도 당연한 일이다. 나도 신경민씨를 존경하기 때문에 책을 사서 읽어보았다.
책은 크게 미디어, 정치, 국제, 사회 네 부분으로 나눠져 있고 중간중간 신경민 앵커가 했던 멘트와 그 날짜가 적혀 있다.
미디어 부분에선 왜곡된 언론과 언론을 협박하는 방법, 여성들이 언론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의 일들, 앵커의 하루일과와 규칙들, 앵커 교체 전말기 등 다양한 상황들과 자신의 경험과 느낌들을 솔직하게 말해주고 있다.
정치 부분에선 권력이 살아가는 방법, 예를 들어 사건 덮기, 질질 끌기, 침묵하기, 거짓말, 마녀사냥 등등 권력 층이 저지르는 다양한 비리와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검찰과 사법부, 정치인과 사주팔자가 얼마나 밀접한지 등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들과 함께 권력의 실태와 비리를 낱낱이 파헤쳐 주고 있다.
국제 부분은 미국, 중국, 북한을 다루는데, 에반스라는 파킨슨병에 걸린 변호사 출신 미국 하원의원이 한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일본의 만행에 분개해 종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결국 일본의 로비활동에도 불구하고 종군위안부 결의안이 종군위안부를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로 규정하는 결과를 나오게 하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경제적인 이유등으로 반일 활동을 하기 힘든 미국에서 그것도 일본의 회유와 압박을 받으면서도 그가 이런 행동을 했다는 사실은 압력에 굴복하지 말아야 할 언론인이 가져야 할 자세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밖에도 신경민씨가 월급 없이 인턴으로 미국의회를 체험한 이야기와 9.11사태와 미국식 해결방법(한국에서는 문제가 터지면 공직에서 쫓겨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미국에서는 9.11 사태와 관련하여 직간접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난 고위 공직자는 한명도 없었다. 오히려 사태를 해결하는데 힘을 기울이며 경위와 원인, 개선방안 등을 찾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중국의 부패와 외교, 북한 : 남한, 미국간의 잘못된 외교와 해결방안이 실려있다.
사회 부분에서는 정권 교체 때마다 행해지는 '물갈이'의 문제점, 부드러운 한건주의와 강경한 한건주의의 문제점, 수도권 유일의 군사 공항인 서울공항과 재벌인 롯데의 112층짜리 초고층 건물 건설, 그리고 이 고층 빌딩 건설 절대불가를 김영삼 때부터 외쳐왔던 대통령들과 관계자들, 공군의 말바꾸기와 허술한 청문회 문제, 너무나 허술하고 부실한 경보와 보고체계(2008년 금강산 박왕자씨 피살사건도 국민이 아는데 열시간이나 걸렸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공격(용산참사, 미네르바 등 공권력과 일부 언론에 의해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한 사건), 거액을 기부해 온 문근영 씨를 고향과 외조부 내력을 들춰내며 빨갱이로 몰아가고, 대선 직전인 2007년 12월 6일 강화도에서 발생한 총기탈취사건에서 사망한 사병의 신원을 즉각 공개하는 등 너무나 비상식적인 일들, 차 결함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현대와 삼성과 같은 재벌의 권력과 대물림, 추기경 김수환 등등 수많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에서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할 자세, 언론의 역할과 앵커직에서 물러난 후의 일들이 쓰여있다.
다양한 주제를 진보적 시각에서 다뤄준 것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수록한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은 책이었고 논리적인 전개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일본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았던 에반스 하원의원처럼 보수세력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은 신경민씨를 다시 한번 존경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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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여년,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힘은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을 믿습니다.” 그가 지금까지 몸담았던 MBC의 뉴스데스크의 슬로건은 ‘진실의 중심’이다. 그는 이것을 실천할 줄 아는 자였다. 그가 뉴스데스크의 앵커 자리를 맡았던 1년여는 우리의 정치권의 문제가 굉장히 많았던 해로 기억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시작. 숭례문 화재. 한반도 대운하 논란. 광우병 파동. 촛불시위 등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조차도 아슬아슬 줄타기 같은 정치상황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마치 전쟁터 같았던 그 시기에서도 그는 클로징멘트를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설령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고 결국은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끔 했음에도 그는 ‘진실’을 외치며, 의문을 제기할 줄 알았고, 부당한 일에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일 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그의 해왔던 클로징멘트는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진실이 되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희망찬 진실이 되었을 것이다. 그의 끊임없는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당신이 실천했던 그 클로징멘트가 우리사회에 어느정도는 힘이 되었을 것이라고... 그래서 우리가 당신에게 관심을 가진 것이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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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체는 딱딱하지만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책을 읽다보면 여러가지 상념들이 떠오른다.
요즘의 언론인들을 이씨조선의 관직에 비교하자면 어떤 포지션일까? 주상 전하께 상소를 올리는 사간원의 꼬장 꼬장한 선비일까? 아니면 주상의 옆자리에 서서 어지를 받들고 이것 저것 주상의 물음에 답하는 홍문관의 학자일까?
시대는 그때와 확연히 다르지만 적어도 우리 시대의 언론이라면 절대적인 권력보다는 대다수의 민초들에 편에 서서 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실천하도록 직언하는 사간원의 강직하고 꼿꼿한 선비였으면 싶다.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움직이는 절대적인 권력은 바로 국민이니까. 더이상 절대 왕권을 한손에 틀어쥔 전제 군주가 아니니까.
그런 점에서 지금의 시대는 민주주의가 활짝 꽃핀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도가, 대다수의 국민이, 기득권층이라 불리우는 중산층 이상의 시민들이 그것을 용인하고 묵인하고 방기했기 때문이다.(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시대는 절대권력이 민주주의를 농락하는 슬픈 시대라고 생각한다. 눈물이 나도록 슬프다.
신경민 앵커는 시대와 불화한 지식인중의 한명이다. 그가 전국민이 시청하는 아홉시 뉴스를 마무리 지으며 날리던 촌철살인의 멘트를 책으로 정리해서 엮어낸 결과물이 이것이다. 고비 고비마다 언론인이라면 당연히 했어야 할 이야기를 했던 사람을 두고 시대는 면직이라는 보상을 주었다. 그리고 신경민이라는 사람은 책에서 그것을 훈장이라 여기고 있으니 이야말로 남산 딸깍발이의 후손이 아닐까 싶다.
책 자체는 그리 재미있지 않다. 술술 넘어가지도 않고 꼬장 꼬장한 성격과 인품이 드러나서 읽는 내내 뻣뻣한 초근목피를 삼키는 느낌이 든다. 좀 더 유머러스하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그것까지 기대하기에는 욕심이 크다 싶다. 하지만.. 읽고서 꼼꼼이 되씹어보게 만드는 구절 구절이 그득하다.
정식으로 자기를 걸고 시대와 불화한 사람, 훗날에 그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내리겠지만 밤하늘에 명멸하는 별보다도 짧은 인간의 인생에서 다른 사람의 뇌리에 그래도 자기 직무에 최선을 다했던 올곧은 사람으로 기억에 남는다면 그또한 보람있지 않겠는가?
언론인의 의무는 시대에 야합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불화하는 것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 사람이 쓴 책이다. 읽을 가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