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를 쓰지 않으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도저히 뭐라고 써야할지 모르겠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뭐랄까, 이 책은 내게 단순한 '책'으로 다가오질 않았다. 그저 그동안 읽었던 책들과 같이 개인적인 느낌을 자유롭게 써내려 간다는 것이 왠지 모를 커다란 부담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 처음 이 책이 발간된 것을 알게 되고 나서 거의 반사적으로 주문하며 느꼈던 그 '떨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잊고 있었던 용산참사 사건과 아직 한번도 그곳을 가보지 못했던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죄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가 뭐라고 꼭 그 곳을 가봐야 하는 것도 아니고, 지가 뭐 대단하다고 재수없게 엄한 소리만 하고 있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맞다. 솔직히 나는 지금, 그들이 지난 1월 20일에 살아보겠다고 올라간 남일당 건물 꼭대기 망루에서 단 하루만에 주검이 되어 내려왔고, 유족들의 동의없이 사인 분석을 위해 시신에 난도질을 당했으며, 아직도 냉동고 안에서 장례마저 치루지 못하고 있는 5명의 시신과 절규하는 유가족들 보다, 당장에 벌어질 회사의 연말 인사이동에 더 깊은 관심이 있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불려 행복한 삶을 살아갈까...하는 것에 더 큰 고민이 있다. 또한 그 누구도 내 개인적인 관심사와 고민에 '어떻게 당신은 그럴 수 있느냐'고 질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이...누구도 질타할 수 없는 그것이 용산참사를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한 해 전, 미국산 쇠고기 촛불정국에서 그토록 끌어오르던 우리들의 감정은 어디로 숨어버렸는지...아니면, 내가 먹을지도 모르는 것이었음에 분개했고, 용산4구역은 내 문제가 아니니까 관심 밖의 일이었는지...어쨌든 우리들 모두가 아무도 관심가져 주지 않고 있던 그곳에서 그들은 용역깡패들로 부터 견딜 수 없는 폭언과 공포에 떨어야 했고, 결국 경찰의 대테러특공대의 특수 진압에 의해 지금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를 말한다. 2009년,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용산의 문제를 배제하고 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다. 물론, 그들은 우리 사회의 계층 구성으로 볼 때 '빈민'은 아니었다. 그래서 언론은 그들은 도시 빈민이 아니었다는 사실과 '전철연'의 개입을 부각시켜 사태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었고, 동시에 강호순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려 했다. 그리고 우리는 잘 짜여진 각본에 충실하게 언론과 정권의 의도대로 본질을 외면한 채, 껍데기만을 지켜보고 용산의 현실을 머리속에 주입했는지도 모른다. 과연 빈민이 아니기에 그들의 정당성이 폄하될 수 있는 것일까? 만약 당장 굶어 죽지는 않을 정도의 재산이 있는 내가 생업으로 한 가게를 몇 십년 동안 운영해 왔었고, 최근에 가게를 위한 인테리어 등 투자된 금액이 많은데, 권리금도 없이, 보상도 턱없이 낮은 금액을 제시하며 다른 곳으로 당장 나가라고 한다면 '네, 그래야지요.'하면서 순수히 물러날 사람이 있을까? 책 부록에 실린 과장된 만화이지만, 어느 날 도저히 우리가 상대할 수 없는 엄청난 힘과 무기를 지닌 험악한 외계인이 지구로 와서 우주 재개발 지역으로 지구가 선정되었으니 너희들은 당장 화성으로 가라고 협박한다면, 그에 대해 저항하는 지구인들은 그 자리에서 때려 죽여야 할 나쁜 놈들인가? 그 지구인이 부자이건 가난한 자이건 간에 말이다.
그 참혹한 사태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다. 그리고 검찰은 3천여 페이지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공개하지도 않는다. 법원은 이들을 아버지를 불태워 죽여버린 살인자로 규정한다. 이것이 2009년 오늘의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현주소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MB정권의 탓일까? 상당부분 그러할 것이나, 100%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서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2009년 1월20일 용산에서 망루를 불태운 것은 우리다. 정의롭고 아름다운 가치들을 내던지고 '뉴타운'과 '특목고'를 삶의 이유로 받아들인 우리 모두가 한 일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따위가 무슨 소용인가. 그것들은 돈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괴물이었으므로 괴물 같은 정부가 탄생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자유와 민주의 공화국이 낳은 기형아가 아니라 자본과 속물의 제국이 낳은 우량아다." 이병박의 저급하고 천박한 정치철학이 분명 상승작용이 되었겠지만, 우리들이 지닌 마음 속 가치 역시 그저 내 앞만을 생각하며 나만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극도로 이기적인 상태가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리들 마음속에 추구하고 있는 가치...예전에 김규항의 칼럼에서 본 '내 안의 이명박'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 개개인 하나 하나가 모두 이러한 문제에 발끈했다면, 아니, 비록 엎지러진 물이지만 지금이라도 나의 문제로 생각한다면...저 천박한 자들이 결코 지금과 같은 태도로 문제를 대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 나의 죄책감과 부끄러움이 함께 녹아있다. 그러나, 너무 자책하지 않으련다. 자기합리화의 과정일지언정,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들로 자위한다.
첫 번째는 절대로 내 머리 속에서 이 일을 잊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바로 이 책을 구입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이렇게 다른 한 명의 사람들에게라도 함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허접하나마 이런 글이라도 쓰는 것이다.
지금도 전국 600여개 철거지역에서 이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수많은 철거민들이 용역깡패들에게 시달리며 힘겹게 생활하고 있단다. 때문에 용산은 단순히 용산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내가, 우리가 관심갖지 않는다면, 다음 내리실 역도...그 다음 역도... 역시 똑같은 <용산참사역>일 수 밖에 없다.
|
|
용산에서 본다/ 숨을 쉴수가 없어/목구멍이 포도청/뉴타운 천국/신 바벨탑 등등 용산에서 바라보는 모습만이 이렇겠는가? 용산에서 일어났던 참극을 시인들 만의 눈으로 기록한 시들을 읽어가다 문득,제목들이 또 하나의 용산의 모습으로 보였다. 재개발 지역에서 숨을 쉴 수 조차 없게 만들고,그렇게 목구멍이 포도청인 사람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거대한 뉴타운이 신 바벨탑처럼 서 있게 되는.
나는 아직도 용산참사역에 내리지 못했다. 여전히 그냥 지나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쥐를 욕하면서도 그 자신이 반인반쥐가 되어가는 줄 모르는 착각의 나라..라고. 지난주 김규항저자 강연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스스로 반성하지 않고,누군가의 탓으로만 돌리는. 쥐를 욕하면서 아이들은 학원에 보내고,인류대에 보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나라.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지 않은가? 대부분의 시인들은 용산에서 벌어진 일은 참극이라고 했다.학살이라고까지 했다. 광주와 다를 바 없는 일이 버젓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민들은 너무 무감각하다도 했다. 미친고기 먹기 싫어서는 기꺼이 촛불을 들면서,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에는 무심하다고 했다.옳다! 쥐를 욕할 수 있겠고,서울시를 욕할 수 있겠으나,욕을 하고 있는 나 역시 떳떳하지 못함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용산참사역이 두려워 <내가 살던 용산>이란 책을 먼저 읽었었다.너무도 평범한 사람들이었음을 확인하고 나니,용산참사역을 읽어야 할 것 같았다. 광우병 관련 촛불집회로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을때,침묵하는 문인들이 야속하다고도 생각했었다.
용산참는 역사로 기억되어야 맞다. 이 책은 그 역사로 기록될 소중한 자료이다. 사실대로 기록되지 않고,시인의 눈으로 감정을 토해 낸 것이라 생각 할 필요 조차 없는.단순히 재개발로 인해 쫓겨 나기 싫어 싸우다 죽음을 맞게 된 것이 아니란 사실을,기억해야 할 것이다.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이 이렇게까지 표독스럽고,공포스러운 것인지 몰랐다. 감상으로 빠져 들지 않으려 노력했으나,그렇지 못했다. 그러나 쥐를 욕하기만 하려는 자부터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는 책이 아니다,역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