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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열린책들)』는 11월 즈음에 읽을 계획이었다. 계획보다 빨리 읽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무더위에 지쳤기 때문인지 추운 날씨가 떠오르는 제목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제목이라도 시원한 소설을 읽어보자 생각하던 차에 영화 「공작(윤종빈 감독)」의 개봉소식을 들었다.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안기부가 주도한 북풍 공작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 「공작」과 소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의 공통된 특징은 액션 연기를 하지 않는 스파이의 등장이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분위기는 비슷할 듯싶어 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 읽기를 끝내려고 했다.
소설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냉전시대가 배경인 첩보영화에서 정체가 들통 난 스파이가 목숨을 걸고 탈출한 끝에 국경 앞까지 다다랐다. 국경만 넘으면 안전한데 그 짧은 거리를 무사히 건널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총신이 기다란 총을 어깨에 맨 군인들이 신분증을 검사하는데 무전 소리는 쉴 새 없이 들린다. 불안하고 초조하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작가가 보여준 장면은 불안하고 초조한 분위기다. 베를린을 가르는 장벽 앞 검문소에 남자가 도착했다. 무사히 통과하는 일만 남았는데 무엇이 뒤틀렸는지 마지막 순간에 동독 보초들이 쏜 총에 맞아 땅바닥에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이 생생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앨릭 리머스’. 영국 정보부 요원이다. 리머스는 장벽 앞에서 마지막 남은 정보원이 죽어 가는데도 구하지 못했다. 동독 정보부 2인자인 ‘문트’가 공작 책임자가 된 이후 정보원을 모두 잃었다. ‘그는 자신이 실패자로 치부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p.18)’ 패배자가 되어 영국에 도착한 리머스는 한직으로 밀려났다. 사무직 일을 맡은 리머스는 빠르게 전락해 갔다. 술주정뱅이가 되었고 지각과 조퇴를 예사로 하며 거짓말을 했으며 직원들에게 푼돈을 빌린 뒤 갚을 생각을 안했다. 그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리머스가 사라졌다. 리머스의 행방에 대해서 여러 소문이 돌아다녔지만 정보부 요원들은 천천히 그를 잊었다. 돈이 필요했던 리머스는 일자리를 얻으려고 애썼지만 일주일 이상 다닌 회사가 없었다. 이웃들에게까지 평판을 잃어가던 때 마침내 도서관에 취직했다. 도서관은 꾸준히 다니나 싶었는데 식료품 가게 주인을 폭행하여 감옥에 갇히고 만다. 리머스는 감옥에서 나올 때 보호관찰관으로부터 버킹엄셔의 정신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할 것을 추천받았으나 그곳으로 가지 않는다. 영락없이 영국 정보부에게 버림받은 신세가 된 리머스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을 따라 나선다. 그들은 리머스에게 필요한 돈을 지불하는 대신 정보를 요구한다. 리머스는 기꺼이 ‘돈에 눈먼 배신자(p.101)’가 된다.
리머스의 목표는 영국 첩보활동의 진지를 파괴한 문트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독 내부에서 문트를 의심하도록 정보를 흘리는 게 리머스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영국이 국가 기밀 보호법 위반죄로 리머스를 수배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상황이 관리관과 합의했던 사항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직감한 리머스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는 다시는 영국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리머스는 겁이 났다(p.140) 이제 나는 어떻게 될까?(p.153)
그동안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과 같이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는 스파이에게 익숙해져서인지 초반에는 리머스에게 집중하기 어려웠다. 리머스가 영국에 버려졌다고 동독 정보부가 믿기 시작하고 리머스도 두려움을 느낄 때가 되어서야 나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상력이 부족한지 여전히 액션이 배제된 스파이 작전은 아쉬웠고 밋밋했다. 영화 「공작」을 본 후에야 위기의 순간들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문트가 영국 정보부에 포섭된 스파이라고 의심하는 피들러에게 등 떠밀려 동독 심장부로 들어간 리머스가 얼마나 긴장했을지 상상할 수 있었고, 문트를 모함하기 위해 런던이 꾸민 공작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피들러와 리머스가 체포되었을 때 얼마나 위험했는지 느껴졌다.
영화에서 미션을 전달하기 전 ‘임무 중에 붙잡히거나 사망했을 경우 정부는 연관성을 부인할 것’이라고 말한다. 첩보활동, 스파이활동을 다룬 영화를 좋아하지만 개인을 향한 배려는 없는 이 말은 들을 때마다 불편하다. 냉전의 시대에 국가와 이데올로기라는 거대한 힘은 개인을 도구로 전락시켰다. 개인은 국가의 명분과 이념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길 거부하지 않았다. 리머스도 자신이 이용되고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우리 일, 그러니까 우리와 당신의 일은 개인보다 전체가 중요하다는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공산주의자가 첩보 기관을 제 팔의 일부로 생각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 당신네 정보부가 영국식 염치에 싸여 있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개인에 대한 착취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집단의 요구뿐입니다.(p.166) 우리는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하찮은 물건에 지나지 않아.(p.311)
소설을 읽으며 ‘추운 나라’란 위험과 긴장, 불안과 초조가 항시 대기하는 스파이의 세계를 의미한다는 걸 알았다. 스파이는 국가의 이념과 사상을 위해 추운 바깥에 나가 있었지만 언젠가는 안전하고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길 원했을 것이다. 리머스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그들 중 실내로 들어온 자는 몇 명이나 될까? 반드시 실내로 들어오게 될 거란 보장도 없으면서 그렇게 될 것처럼 얘기하면 안 되는 거였다. 그것은 거짓말이니 말이다.
사람이 추운 바깥에 줄곧 나가 있을 수는 없지. 때로는 따뜻한 실내로 들어와야 해.(p.27) 나는 자네가 추운 바깥에 좀 더 오래 남아 있기를 바라네.(p.27) 이번이 마지막 임무일세. 일이 끝나면 추운 바깥에서 실내로 들어오게 될 거야.(p.76)
소설을 읽은 후 영화 「공작」을 보았고 존 르 카레가 실제 영국 정보부 MI6에서 일했던 경력까지 알게 되었다. 그제야 이야기 안에서 전개되는 상황의 위험이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존 르 카레의 다른 작품들도 눈길이 갔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미비하게 등장하는 스마일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궁금해졌다. 읽어야 할 책이 또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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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저자 르 카레의 많은 소설들이 그렇듯이 그는 스파이를 냉정하면서도 비참한 인물로 그려낸다. 결과가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스파이의 세계에서 그들은 모든 수단을 사용하도록 강요받는다. 문제는 그것이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동독과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영국 모두에게 동일하다는 점이다. 리머스가 동독 정보부인 피들러에게 취조당하는 장면에서 이는 똑똑히 드러나는데, 결국 그들은 봉사하는 사상이 다를 뿐이지 거울을 보고 마주하는 것 만큼이나 똑같다. 다른 것은 오른쪽과 왼쪽 정도일 뿐이다. 그들은 똑같이 서로를 의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희생하며, 공작의 결과를 위해서 모든 인간성과 가치를 포기한다. 작가가 항상 말하듯이, 그들은 거짓말쟁이에 협잡꾼에 사기꾼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비참하기 짝이 없는데, 사실 그들 또한 정보전의 ‘결과’를 위해서 얼마든지 희생될 수 있는 장기말이기 때문이다. 스파이들은 결국 각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행하고 있는 모든 잔인한 활동의 가장 아댓단에 속해 있으며, 그들 또한 도구로서 쓰임당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 작품이 문학성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는 이유는 역시 마지막에도 인간성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차갑고 냉철한 스파이었던 리머스는 동독으로 떠나기 전 잠시간의 시간동안 만났던 애인인 리즈에게서 새로운 인간애에 눈뜨게 된다. 냉철한 스파이 활동을 계속하는 동안에도 그는 리즈가 알려준 그 인간적인 애정을 계속해서 상기해 낸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그는 리즈와 함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오게 되는데, 국가라는 거대한 톱니바퀴를 피해할 수 없으면서도 그들이 주장하는 인간애에는 정말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르 카레는 이렇게 부조리한 세계를 고발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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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카레를 처음 접한건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입니다. 존 르카레라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채 게리 올드만과 베네딕트 컴버비치등 화려한 캐스팅에 영화를 보게 되었지만 영화는 보는 내내 우울했고, 내가 원했던 스파이 영화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지만 비록 화려한 액션이나 본드걸 따위는 등장하지 않지만 탄탄한 내용에 이끌려 영화에 대해 검색해보다가 존 르카레 원작의 소설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고, 이 작가의 소설이 여러편이 영화화 되거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는 여러편 봤지만 책으로서는 처음 접하는 존 르카레의 소설이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여러편 접하고 소설은 안읽은 이유는 1960-70년대 소설들이라 혹시라도 재미가 떨어질까봐 읽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습니다. 반전 하나, 5-60년전 쓰여진 글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소설이었습니다. 반전 하나, 존 르카레의 스파이들은 제임스 본드가 아닙니다. 그저 공무원인데 첩보업무를 하는 사람들이죠. 반전 하나, 스파이들인데 액션따위는 거의 없습니다.대부분 말로 하죠. 그외에도 여러가지 반전이 있습니다. 이런 반전 내용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큰 반전은 이 소설이 거의 이와 비슷한 스파이물의 대표 격이란 것입니다. 내용을 자세히 얘기할순 없지만 정형화된 이중스파이물의 교과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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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007 시리즈 같은 화려한 액션이나 최첨단 무기, 낭만적인 로맨스를 완벽하게 배제한 가장 하드보일드하고 리얼한 첩보 소설입니다. 영국의 베테랑 스파이 '알렉 리머스'가 정보부의 지시에 따라 위장 은퇴를 하고 동독에 거짓 망명객으로 침투하면서 벌어지는 치열한 정보전과 심리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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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1. 11 구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랑 같은 작가라는 걸 알고 궁금한 마음에 함께 사보았다. 확실히 두 개의 소설을 같이 읽어보니까 작가의 느낌이 더 잘 전달되는 것 같다. 뭔가 건조한 느낌이 드는 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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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카레 작가님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읽었습니다. 세계대전 후 냉전시대에 각국의 스파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비정한 첩보전을 잘 풀어냈습니다. 전쟁이 끝났지만 두려움이 없어지지 않아서, 그렇기에 더 비정했던 시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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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소설의 대가인 존 르카레의 책.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스파이소설과 다른결의 스파이 소설을 써온 존 르카레 소설의 결이 이어지는 작품. 장면 하나하나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한 글솜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고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다. |
|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군요. 개인적으로 소설은 추리 소설을 제외하면 다른 장르의 책보다 그다지 흥미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잘 안 읽는 편인데 이건 내용 전개의 측면에서 몰입도가 좋습니다. 정신 없이 읽어 나가게 되네요.재미 추구라는 소설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정말 최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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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파이 소설의 대가 르카레의 대표적인 소설입니다 저는 영화로 먼저 본 후에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역시 듣던 데로 대표적인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라고 불릴 만한 것 같습니다 왜 사람들이 이 책을 다들 추천하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었습니다 냉전이 극한에 있던 시절 영국과 베를린 사이를 오가는 주인공의 스토리가 흥미진진합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전개에 새삼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됩니다 정말 즐거운 독서경험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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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63년에 발표한 '존 르 카레'의 세번째 작품으로 대중적으로 엄청나게 성공을 거두었고 '서머싯 몸 상' 영,미 '추리작가협회상' 등을 받으며 작품성도 인정받는 존 르 카레의 대표작이다. 나도 이 작가의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그중 이 작품이 제일 좋았다. 쭈욱 이야기를 밀고 들어가다 쫄깃한 반전과 마지막 파국의 여운은 정말 강렬하다. 독일에서 활동했던 스파이 '리머스'는 영국으로 귀환한 뒤 퇴물 취급 받다 결국 짤린다. 술만 마시고 점점 피폐해지는 생활에 몸도 수척해지고 생활고까지 겪는다. 직업소개소의 주선으로 도서관 사서 보조를 하게 되는데 그는 거기서 만난 '리즈'와 벼랑끝 사랑을 하게 된다. 영국 정보부 출신이었으나 지금은 퇴물이 된 리머스를 주목한 독일 정보부는 리머스를 포섭하려 그에게 접근 한다. 이는 사실 독일 스파이인 '문트'를 제거하려는 영국정보부의 이중스파이 작전인 것인데... 007이나 화려한 첩보물 영화 같은 것을 기대했다간 전혀 그런 책이 아니다. 살인사건이나 범인을 추적하거나 형사가 등장하지 않는 진짜 스파이들의 세계를 보여준다. 끝내주는 액션장면이나 총격전 같은 건 없어도 쫄깃한 긴장감은 장난이 아니다. 진짜 스파이 활동을 했던 작가는 이 책의 성공으로 전업작가의 길을 선택한다. 냉전 속 두 세계가 대립하며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했던 시절, 무엇을 위하여 그토록, 무엇이 얼마나 옳은가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오늘날 스파이 스릴러를 쓰면서도 본격 작가로 대우받는 유일한 작가'' 로 평가 받는 <존 르 카레>. 시간이 한참 흘렀어도 작품은 살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