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4)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29%
  • 리뷰 총점8 64%
  • 리뷰 총점6 7%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8.0
  • 50대 9.0

포토/동영상 (2)

리뷰 총점 종이책
경계를 넘나드는 지식 탐구와 톡톡튀는 재치
"경계를 넘나드는 지식 탐구와 톡톡튀는 재치" 내용보기
얼마전에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의 지식 탐구의 무한함과 번뜩이는 재치가 어우러진 음식에 관한 에세이였다. 그런데, 작가가 이미 고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의 글을 이젠 접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 책소개 글에 아직 공개되지 않은 글들을 모아서 출간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우리곁에 '요네하라 마리'
"경계를 넘나드는 지식 탐구와 톡톡튀는 재치" 내용보기

얼마전에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의 지식 탐구의 무한함과 번뜩이는 재치가 어우러진 음식에 관한 에세이였다. 그런데, 작가가 이미 고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의 글을 이젠 접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 책소개 글에 아직 공개되지 않은 글들을 모아서 출간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우리곁에 '요네하라 마리'의 신간 서적이 출간되었다.

 

 '문화편력기'는 '요네하라 마리'의 생전의 글들 71편이 실려 있다.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는 일본인이지만 아버지의 직장일로 어린시절(초등학교~중학교 2학년까지 약 5년간) 프라하에서 자랐으며, 인문학자이자 에세이스트이며, 러시아 동시통역사로 일했기때문에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었서 문화를 보는 관점이 대단하다. 또한, 하루에 책7권을 읽을 정도로 다독가이기에 그녀의 글들은 다른 에세이에 비하여 풍부한 지식이 담겨져 있다.

 '미식견문록'의 부제가 '유쾌한 지식 여행자의 세계음식 기행'으로 주제가 음식에 국한 된 것에 반하여 '문화편력기'는 '유쾌한 지식 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의 부제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동서양의 문화, 역사,교육, 음식, 정치, 일상생활까지의 모든 분야의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그녀만의 샘솟는듯이 넘쳐 흐르는 지식탐구 능력과 읽다보면 어느 순간 독자들을 웃게 만드는 독특한 위트로 읽는이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작가의 '언어 유희'는 상당히 위트가 넘쳐 흐른다. 책뒷표지에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의 저자 '곽아람'님의 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일본의 드라마 '꽃보다 남자'라는 제목이 일본속담의 '꽃보다 경단'에서 나왔다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동원된 각나라의 속담들은 그녀의 독서편력에서 나왔음을 보여준다.'꽃보다 경단', '꽃 밑보다 코밑', 영어의 '새의 지저귐보다 빵', 러시아의 속담 '휘파람새를 이야기로 기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늘을 나는 학보다 손아귀의 박새'. '미남미녀로 태어나기보다 행복한 사람으로 태어나라', '집의 매력은 건물의 화려함이나 아름다움이 아니라, 파이의 맛에서 결정된다.' 등이 소개되는데, 이것은 독일의 낭만파 시인 "노발리스의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겐'의 소설도, 푸른 꽃을 추구한 결과 시적 재능이라는 열매를 얻는다는 이야기이다. "(p31)라는 글을 쓰기 위해서 인용된 글인 것이다. 이 한 주제에서 볼 수 있듯이 그녀의 속담 실력은 " 당신을 속담의 달인으로 임명합니다."라는 말을 해 주고 싶을 정도이며, 그녀의 '언어 유희'도 작가의 언어적 감각과 재치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이런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각종 서적의 내용을 뒤져서 독자들에게 설명해주는 지식 탐구의 노력이 가져다 준 결과인 것이다. 속담 한 마디가 인간의 존재 본질까지 파고 드는 이야기들은 책의 곳곳에서 읽을 수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읽는 묘미이며, 이런 글을 접하게 되는 독자들은 그 순간부터 그녀의 열렬한 팬이 되고, 그녀의 글에 매료되는 것이다.

             

 이 책의 '옷갈아 입기도 일이라서'(p38)의 경우로 그녀의 글의 구성을 생각해 보면: 계절의 변화를 느낀 작가 옷정리-개,고양이 털갈이- 공상(그 털로 양탄자를 만들면)-속담소개(러시아속담)-지인이야기(주재원k씨의 빨래이야기)- (위트- 웃지 않을 수 없는 엉뚱 대답) 이와같이 어떤 이야기가 그녀에게 쓰여지게 되면 실타래가 술술 풀려나가듯이 풀려서는 끝없는 지식탐구와 톡톡튀는 재치로 다시 짜여진다.

난데없이 팡팡 터지는 웃음에 도저히 웃지 않고는 넘길 수 없는 재치만점의 이야기에 읽는이의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내가 '문화편력기'를 읽으면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이야기는 '이야기덕분에 산다.'(p69~72)이다. 작가가 '올가의 반어법'을 쓰기위해서 유태인 여죄수 전용 강제수용소에 관한 자료를 얻던 때의 이야기이다. 수용소 생활의 갈리나의 이야기를 통해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에 그 곳에 갇혀있던 여배우가 '오셀로'를 혼자 모든 배역을 재현하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게 되고, 그후에는 힘든 노동에도 불구하고 각자 기억속의 책구절을 서로 보완해 나가면서 즐기게 되는데, 장편 대작인 '전쟁과 평화', '백경'등의 소설까지도 거의 문장 그대로 재현하기도 했고, 그런 비참한 상황속에서도 '안나카레리나'를 동정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열두개의 의자'를 듣고는 포복절도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수면부족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더 생기있고, 삶의 생명력이 넘쳤다는 내용인데, 얼마나 감동적인 글이었다.

이 내용에서도 우리와의 문화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책을 좋아해서 나의 리뷰를 읽는 사람들은 '책이 없는 세상'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두뇌의 공황상태가 오지 않을까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요리와 먹이의 경계선'은 '미식견문록'을 생각하면 글의 내용이 짐작 될 것이다.

마지막 장인 '드래건 알렉산드라의 심문'편은 대부분의 글이 작가의 추억에 얽힌 이야기들이다. 맞선보던 이야기, 실연한 이야기, 프라하시절 이야기, 아버지와 어머니 이야기, 그리고 다양한 꽃(라일락, 왕벚나무, 석류꽁, 사프란, 아네모네, 민들레, 수유나무, 마가목)에 얽힌 이야기들이어서 이 책중에서는 가장 정서적이고 추억이 담긴 이야기들이다.

이중에서 또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글로 '맞선남 이야기'- 그는 더욱 큰소리로 고함을 쳤다. "큰 거예요, 작은 거예요?" 가게 여기 저기에서 실소가 새어나왔다. "왜 그런 거까지 당신에게 일일이 보고해야 하죠?" "부탁이니까 말해주세요!" 큰거예요, 작은 거예요?" '이사람하고는 오늘로 끝이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말했다. " .... 작은거."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 그런가요." 그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p190)

이 글을 읽고 무슨 상상이 드는지 궁금하다. 맞선남과 대화인데....

웃음이 '팡'터지는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아빠 사랑해요', '어느 날 어머니에게 일어난 일', '아버지곁으로 여행을 떠난 어머니'는 가족애가 느껴지는 잔잔한 이야기들인데, 역시 자녀에게는 언제나 부모라는 존재가 느끼게 하는 애틋한 마음이 있는 것이다.

자식에게는 '뚱뚱하고 공산당'인 아빠, 16년간 지하에 숨어 사는 아빠도 자랑스러운 존재이고, 당당하던 어머니가 치매 노인이 되신 것도 귀찮은 존재가 아닌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 주는 존재인 것이다. 책 속의 글에 나타난 어머니를 향한 작가의 마음이다.

 기억력이 희미해져가는 인간은 얼마나 순수하고 맑아지는 것인가. 어머니를 관찰하면서 곰곰 그런 생각이 든다. 멋을 부리거나 뻗대는 것, 욕망과 원망에서 해방된 어머니는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한없이 상냥하다. "많이 힘드시죠?" 라고 주위 사람들이 동정을 표하지만, 어머니랑 살면서 내가 얻게 된 마음의 평온은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다. (p245)

'요네하라 마리'의 마지막 작품이자 유작인 '문화편력기'는  일본인이지만,어린시절의 프라하 생활과 러시아 동시통역사라는 이력이 성장과정에서 '코즈모폴리터니즘'과 '내셔널리즘'의 균형을 맞추어 가야 했다. 그래서 작가가  '문화'를 접하는 태도나 느낌이 다른 사람들보다 독특하였던 것이다. 또한, 누구도 따를 수 없을 정도의 지식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그로 인한 그녀만의 '사유'가 작품에 녹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글 속에는 언제나 위트가 함께 한다.

'문화편력기'로 '요하네스 마리'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은 아마도 그녀의 팬이 되었을 것이다. 나 역시 '미식견문록'을 통해서 '요하네스 마리'를 처음 알게 되었지만 이제는 그녀의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검색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달의 사락 n******5 2009.12.10. 신고 공감 3 댓글 7
리뷰 총점 종이책
유쾌한 지식여행자 요네하라 마리의 [문화편력기]
"유쾌한 지식여행자 요네하라 마리의 [문화편력기]" 내용보기
요네하라 마리님의 책은 <<미식견문록>>에 이어 두번째이다. <<미식견문록>>이 "먹는 이야기"를 빗댄 그녀의 지식 창고였다면 <<문화편력기>>는 아예 대놓고 이런 저런 그녀가 아는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나는 이 이야기들을 읽으며 그녀에게 더욱 공감하고 놀라고 그녀가 정말 좋아진다. 참 이상하다. 나와 요네하라 마리님은 태어난 나라도, 자란 환경도, 지식
"유쾌한 지식여행자 요네하라 마리의 [문화편력기]" 내용보기
요네하라 마리님의 책은 <<미식견문록>>에 이어 두번째이다. <<미식견문록>>이 "먹는 이야기"를 빗댄 그녀의 지식 창고였다면 <<문화편력기>>는 아예 대놓고 이런 저런 그녀가 아는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나는 이 이야기들을 읽으며 그녀에게 더욱 공감하고 놀라고 그녀가 정말 좋아진다. 참 이상하다. 나와 요네하라 마리님은 태어난 나라도, 자란 환경도, 지식 수준도(정말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듯^^) 모두 다른데도 묘하게 친근감이 일며 동질감이 느껴지니 말이다. 

아마도 말솜씨(글솜씨인가?ㅋ) 덕분이지 싶은데, 딱딱 끊어지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친근한, 마치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여기서부터 출발해서 다른 주제로 넘어가고, 거기서 또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수다" 같은 느낌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글은 "남성적"이다. 글을 읽다보면 자꾸 남성 작가가 쓴 듯한 착각을 일으켜서 책을 읽으며 번역자 때문인가...했지만 이 느낌은 <<미식견문록>>을 읽을 때도 그러했고, 그때는 번역자가 여성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것이 바로 요네하라 마리님의 또다른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이 의문은 <제대로 된 언어 구사> 편을 읽으며 풀렸다. 

"좀 더 솔직한 분들은 "딱딱해요, 요네하라 씨 문장은"이라거나 "와르르 소리를 내며 무너질 것 같다"라고 평한다."..131p

나만이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었나보다. 귀국 자녀인 그녀가 쓸 수 있는 최대한이 "제대로 된 일본어"라고, 그것을 편하게 다룰 만큼 몸에 익지는 않았다는 말로 받아들이고 마음에 깊이 새긴다는 그녀이지만 나는 독자로서 오히려 이것이 그녀만의 매력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의 경험담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한 나라의 관용어나 속담으로, 또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로 이어지며 활자중독자라는 그녀가 알고 있는 재미난, 혹은 통렬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원래 러시아 통역자이기도 하고 체코에서 살았던 경험과 동유럽에 자주 여행했던 경험이 아우러져 이야기는 주로 동유럽(중앙유럽이라 불리기를 원하는..)이 무대가 되지만 그녀에게 한계는 없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에피소드와 역사, 문화까지 모르는 것이 없을까.. 감탄하게 된다. 

그녀의 글을 읽는 즐거움은 또 있다. 자신만의 색깔이 무척이나 뚜렷해서 재미난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처럼 자신의 정치, 사회 비판도 거리낌없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읽는 나도 함께 낄낄거리며 "오호~"하는 기분이 되고만다. 심장에 털이 난 사람들만이 동시통역자일 수 있다는 그녀가, 사람 이름을 기억하는 힘이 떨어진 것은 자신에게 아무런 야심이나 속셈이 없다는 증거인 셈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그녀가, 이제는 새로운 책을 낼 수 없음에 조금 안타깝다. 

두 편의 수필을 읽고나니 그녀가 쓴 소설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그녀의 수필들처럼 친근할까, 통렬한 비판이 담겨 있을까, 위트로 가득할까...    
y****s 2009.12.10. 신고 공감 2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문화 편력기]요네하라 마리의 개성
"[문화 편력기]요네하라 마리의 개성" 내용보기
요네하라 마리의 짧은 글 모음집이다. '유쾌한 지식 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이란 부제가 붙었다. '유쾌한 지식여행자'라니! 딱 저자의 개성을 보여주는 카피다.   내용 소개하기가 어려운 책이다. 책에는 동시통역 에피소드, 동서양 혹은 일본과 러시아의 문화 차이, 해외 여행, 어릴 적 경험, 자신의 삶, 읽고 본 것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 제목은 '문화편력기'이지만 문
"[문화 편력기]요네하라 마리의 개성" 내용보기

요네하라 마리의 짧은 글 모음집이다. '유쾌한 지식 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이란 부제가 붙었다. '유쾌한 지식여행자'라니! 딱 저자의 개성을 보여주는 카피다.

 

내용 소개하기가 어려운 책이다. 책에는 동시통역 에피소드, 동서양 혹은 일본과 러시아의 문화 차이, 해외 여행, 어릴 적 경험, 자신의 삶, 읽고 본 것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 제목은 '문화편력기'이지만 문화에 대한 지식 정보를 얻는다,,,기보다 글쟁이인 한 인간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책은 본업인 통역 사이사이 짬을 내어 연재한 칼럼 모음집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짧고 가볍게 지나가는 듯하지만, 그 짧은 글에 담긴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캠브리지대학에서 필기시험이 수학은 1747년, 고전은 1821년, 법률과 역사는 1872년에 시작할 정도로 서구에서 구술시험이 발달한 이유를 종이부족이 원인이었다고 평하는 대목은 놀랍다.  맛보기로 이어서, 저자가 애국주의, 내셔날리즘에 대해 논평한 문단을 아래에 인용한다. 줄친 부분의 명쾌한 비유는 정말 이 저자만의 개성이다.

 

(애국주의, 내셔널리즘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밑바닥에, 이치로는 다 설명할 수 없지만 틀림없이 숨어 있는 불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감정이기에 더욱 목청을 높여 주장하거나 선동하는 사람들을 신용할 수 없다. 성욕을 부채질하는 것처럼, 더러운 협잡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즈모폴리터니즘이나 보편주의라는 명목하여 그것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좋게 보면 위선이고, 나쁘게 보면 기만이다. 억제된 내셔널리즘이 폭주하는 공포를 20세기는 물릴 만큼 경험했지 않은가.

- 55쪽에서 인용

 

요시와라 유곽 특유의 '아린스'문체는 출신지역이 각각 다른 유녀들이 자기 고향 방언을 사용하여 생기는 지방색을 지워, 유녀의 출신지를 불분명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영어 등이 표음문자라고는 하지만 이름뿐이고, 말의 표기가 역사와 의미를, 발음이 현재를 각각 분담하고 있으며 그 증거가 발음기호다,,,, 등등 통역인으로서 일상적으로 고민하는 언어, 문화, 역사에 대한 성찰이 담긴 짧은 글들을 읽다보니,,, 아쉽다. 이 분이 작심하고 묵직하고 긴 역사 에세이를 썼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건강하게 더 오래 사시다가 은퇴하신 후에 전업 작가 생활을 하셨다면 어떤 책이 나왔을까.

 

요네하라 마리, 관심이 가는 저자다. 본업인 러시아 동시통역을 하면서 얻은 일/러 문화와 역사 이야기, 프라하에서 소녀 시절을 보낸 독특한 이력에서 오는 감성 그리고 인간 관찰력과 유머. 이 저자만의 특성은 확실하다. 그런데 전문 역사서가 아니어서인지 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읽을 때는 재미있는데 소장하고 두고두고 꺼내 읽고 싶다거나, 다른 일 하다가 생각난 정보를 확인하게 되지는 않는다.

 

박사 학위를 가진 다른 역사 저술가, 역사문화 에세이를 쓰는 시오노 나나미와 요네하라 마리,,,, 역사와 문화를 다루는 글을 쓰는 필자들의 개성과 장단점을 비교해 보다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 오타

62쪽  이반 츠베타예바 => 츠베타예프.

아버지는 츠베타예프, 딸은 츠베타예바임.

 

m******n 2015.05.28. 신고 공감 2 댓글 6
리뷰 총점 종이책
나는 "득"했다.
"나는 "득"했다." 내용보기
요네하라 마리.<속담 인류학>, <마녀의 한 다스>, <미식견문록> 등 요네하라 마리의 여러 책들을 한 책에 꾸겨넣은 느낌이다. 나쁘다는 뜻은 아니고, 요네하라 마리 개론서 정도의 느낌이랄까?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몇 권 더 있기 때문에 이 책이 개론서가 될지 다른 책이 개론서가 될지는 모르겠다.여전히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글들, 그리고 그녀에게 빠질 수 밖에 없는 글들.
"나는 "득"했다." 내용보기
요네하라 마리.

<속담 인류학>, <마녀의 한 다스>, <미식견문록> 등 요네하라 마리의 여러 책들을 한 책에 꾸겨넣은 느낌이다. 나쁘다는 뜻은 아니고, 요네하라 마리 개론서 정도의 느낌이랄까?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몇 권 더 있기 때문에 이 책이 개론서가 될지 다른 책이 개론서가 될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글들, 그리고 그녀에게 빠질 수 밖에 없는 글들. 어디를 펼쳐 놓아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앞서 한꺼번에 꾸겨넣은 느낌이라고 썼는데,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 같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책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는 글들이 있다는 의미. 그리고 지금은 좀 어색할 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쓸 당시에는 꽤 열린 생각을 담은 책이었다. 그래서 조금 나이 든 이들이 이 책에 조금 더 공감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본다. 요즘 세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의 나열일지도 모르겠네.

이미 절판된 책이라 중고 서점에서 찾을 수 밖에 없지만, 요네하라 마리를 좋아한다면, 그녀의 글을 좋아한다면, 중고 서점에서라도 한 권 "득"하는 것이 어떨까?


커피 덕분에 머리와 마음이 휴식을 취하는 순간은 참으로 '커피라는 물적 음료수가 낳은 기술적 딸이다'라고 표현하고 싶어진단 말이다. (p.99)


YES마니아 : 플래티넘 h******i 2020.07.08.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다양한 문화를 맛보다
"다양한 문화를 맛보다" 내용보기
편력이라는 단어는 이곳저곳을 널리 돌아다님을 뜻한다. 우리나라를 다니면서도 각 지방마다의 독특한 맛과 풍습, 사투리 같은 독특한 멋이 있으니 만약 전세계를 다닌다면 그 다양함과 독특함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다른 나라의 문화는 옳고 그른 문제나 우열의 문제도 아니니 더욱이 그러하다. 전 세계를 관통하는 공통된 문화적 특성보다는 다른 부분들을, 날카
"다양한 문화를 맛보다" 내용보기

편력이라는 단어는 이곳저곳을 널리 돌아다님을 뜻한다.

우리나라를 다니면서도 각 지방마다의 독특한 맛과 풍습, 사투리 같은 독특한 멋이 있으니

만약 전세계를 다닌다면 그 다양함과 독특함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다른 나라의 문화는 옳고 그른 문제나 우열의 문제도 아니니 더욱이 그러하다.

전 세계를 관통하는 공통된 문화적 특성보다는 다른 부분들을, 날카롭지만 위트있게 집어내는 그녀의 능력은 사실 탁월하다.

 

이 책에 러시아에서 구소련으로 바뀌던 역사의 격변기에 미술관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 교수의 집념에서 시작된 미술관 건립은 가난해서 외국에 나갈수 없는 사람들에게 세계 각국의 작품을 만나게 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계획되어 만들어지게 된다.

 설계에서부터, 무보수로 몇년의 시간을 공들여 건축을 지휘한 건축업자, 그리고 기둥하나조차 완벽을 기하기 위해 그리스를 방문하고 미술관 각 홀에 각 역사적 양식을 보여주기 위해 유럽전역을 다니며 연구한 끝에 6년만에 건물은 완성이 된다.

그 미술관에 전시될 작품들은 또 어떠한가.

이집트 전문가, 전위미술의 전문가같은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모은 수집품을 아낌없이 내어놓아서 이 미술관에 전시가 되었으니 그 노력과 정성은 가히 우리의 상상을 가뿐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렇게 무려 14년이라는 시간의 노력을 통해 드디어 미술관이 개관을 하고 지금까지 이어지니 러시아인들의 문화적 수준과 열정을 짐작할수 있다.

아직까지도 미술품이라고 하면 여유있는 사람들의 사치품으로 여겨지는 우리의 풍토를 생각할때 무척이나 부럽고 감탄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자칫 어렵게 혹은 딱딱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부분을 그녀는 가벼운 터치로 그리고 신선한 위트로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너무 깊이 들어감으로써 심각해지는 우를 범하지도 않는다.

이 책은 그러한 재미를 넘어서 그동안 개인적으로 궁금하던 그녀의 사생활도 엿볼수 있으니 더욱 흥미롭다.

그녀의 부모님과 연애, 맞선...

개인적인 부분에서도 여지없이 빛나는 그녀의 깔끔한 문장들은 역시~ 요네하라 마리의 글임을 느끼게한다.

s*****n 2009.12.1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안녕, 요네하라 마리.
"안녕, 요네하라 마리." 내용보기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이 책이 요네하라 마리의 마지막 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디서 얼핏 본 기사에는 최근에 요네하라 마리가 다시 일본에서 주목 받고 있고, 발표되지 않았던 미공개 원고들이 다시 발견되고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내 기억력이 워낙 저질이라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발표 작품들이 출간된다면야 즐거운 마음으로 그녀의 책들을
"안녕, 요네하라 마리." 내용보기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책이 요네하라 마리의 마지막 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디서 얼핏 기사에는 최근에 요네하라 마리가 다시 일본에서 주목 받고 있고, 발표되지 않았던 미공개 원고들이 다시 발견되고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던 같은데. 기억력이 워낙 저질이라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발표 작품들이 출간된다면야 즐거운 마음으로 그녀의 책들을 찾겠지만, 작품이 공식적으로 마지막 책이라고 하는 말에 너무 아쉽고 섭섭하다.

 

 처음에 내가 요네하라 마리라는 작가를 알게된 것은 우연히 "마녀의 다스" 읽게 되면서다. 그녀의 문체와 생각에 반해 버려서 당시 이미 출간되어 있는 책들을 하나 찾아서 읽었다. 친구들에게도 추천도 하면서 요네하라 마리의 전도사가 되고자 했지만, 만큼 그녀를 좋아하게 만드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도 나는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찾아서 읽었고, 어느 내가 읽은 그녀의 책들 중에 읽지 않고 남아 있는 책은 이제 "유머의 공식"이라는 밖에 없다.

 

 사실 이전까지 작가의 작품을 이렇게 집요하게 찾아가면서 읽은 적이 없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고 하더라도 다른 작품을 읽다가 실망하는 순간이 있는데, 나는 그런 실망감이 들면 작가의 다음 작품은 조금씩 멀리하게 된다. 그렇다고 완전히 작가를 멀리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 문득,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작가의 이름이 눈에 띄면, 먼지에 쌓여 있는 추억의 앨범을 발견한 듯한 반가움에 보기는 하지만, 정성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일부러 작가의 책을 찾아서 보지 않는다.

 

  나는 다른 작가들과 다르게 요네하라 마리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실망을 하지 않았던 걸까? 책을 읽는 사람의 눈을 쉽게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문체와 곳곳에 넘쳐나는 유머 그리고 솔직함? 책을 읽고 나면 "아하"라는 감탄이 절로 정도로 세상과 사물을 꿰뚫어 보는 그녀의 통찰력? 가끔은 사회나 정치에 대해서 따끔한 비판과 조롱을 날리는 날카로움 때문에? 아니면, 개와 고양이 그리고 다양한 관계에서 뿜어 나오는 그녀의 따스한 온기 때문일까? 이렇게 생각해보니 지금 언급한 모든 것을 좋아하는 같다. 거기에 신이 주신다는 미모까지 갖췄다면 나는 아마 그녀를 향한 상사병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다행이 그녀의 미모는 내가 눈에 정도는 아니다.

 

 사실 이런 이유라고 해도 그녀가 내어놓는 작품들이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지 못했다면, 그녀에 대한 나의 애정은 조금씩 조금씩 식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작품이 계속 새로웠던 것은 소재의 다양함(그녀가 책의 소재를 보면 문화, 통역사, 독서기록, 유머, 음식, 학창시절 추억, 속담, 개와 고양이 비슷한 소재의 책은 없다.) 물론, 에세이라는 자신의 강점분야를 넘어 소설분야 작품까지 만들어 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지루함이라는 놈은 찾아올 여지는 없고, 신선함과 새로움으로 언제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그녀의 "올가의 반어법" 처음 읽어갈 때는 나는 실망한 적이 있었다. 이때 나의 요네하리 마리에 대한 애정전선에 위기가 왔었다. 초반 이야기의 전개가 "프라하의 소녀시대" 흡사했기 때문에 신선함을 떨어지면서 애정도 점점 식어갔다. 그래서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도 떨어지고 흥미도 떨어졌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책이 전개되면서 펼쳐지는 러시아의 어두운 역사와 여인의 운명에 관한 광대한 이야기는 그런 실망감을 압도해 버렸고, 잠시 식었던 그녀를 향한 나의 애정에 다시 불을 지폈다. 그리고 이후에 만난 "미식견문록" "문화편력기"까지 나는 그녀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끝까지 남았다.(내가 그렇게 부러워하는 그녀의 유머에 대한 "유머의 공식". 이것도 조만간 읽을 예정이다. 그녀의 유머를 닮고 싶다는 열망으로)

 

 그녀의 마지막 책이라는 "문화편력기" 어떻게 보면, "마녀의 다스" 연장선상에 있다고 있다. 그래서 인지 어떤 부분에서는 "마녀의 다스" 같은 신선함이나 독특함을 상당히 줄어든다. 그래도 그녀의 유머와 재치 그리고 통찰력을 곳곳에서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하지만 보다 매력적인 것은 다른 책에서 없었던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글들이다. 다른 책들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는 솔직하게 했어도 부모님에 대한 것은 간략한 사실 정도만 나왔었는데, 책은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이 그리고 애뜻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부모님의 죽음을 이야기한 글에서는 "대단한 "에서 보여준 그녀의 암투병 과정을 읽었을 때와 같은 슬픔이 또한 느껴진다.

 

 그런데, 부모님에 대한 이별의 글들로 끝맺는 책이 마치 독자와의 슬픈 이별을 말하는 같다. 언제나 재치 있으며 유쾌하게 사람을 즐겁게 만들었던 그녀가 그렇게 이별을 이야기하며 이제는 슬픔을 남기고 떠난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이전과는 다른 아쉬움과 슬픔이 가슴에 남겨진다. 이미 전부터 세상에 없는 그녀인데, 책과 함께 정말 그녀와 이별이라고 생각하니 쉽게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안녕 요네하라 마리.

h*******k 2009.12.2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삶을 읽는 문화 (문화편력기)
"삶을 읽는 문화 (문화편력기)" 내용보기
책읽기 삶읽기 143   삶을 읽는 문화― 문화편력기 요네하라 마리 글 조영렬 옮김 마음산책 펴냄, 2009.12.10.     겨울은 천천히 찾아옵니다. 한겨울을 떠올리면 그닥 춥지 않다 할 만한 온도로 똑 떨어져서 아직 가을에 익숙한 사람들한테 찬기운 물씬 풍기더니 다시 따순 바람이 살살 불다가 천천히 찬바람이 불어 추위에 잘 견디도록 이끕니다.   겨울 들머리에서 봄을 떠올립니
"삶을 읽는 문화 (문화편력기)" 내용보기

책읽기 삶읽기 143

 


삶을 읽는 문화
― 문화편력기
 요네하라 마리 글
 조영렬 옮김
 마음산책 펴냄, 2009.12.10.

 


  겨울은 천천히 찾아옵니다. 한겨울을 떠올리면 그닥 춥지 않다 할 만한 온도로 똑 떨어져서 아직 가을에 익숙한 사람들한테 찬기운 물씬 풍기더니 다시 따순 바람이 살살 불다가 천천히 찬바람이 불어 추위에 잘 견디도록 이끕니다.


  겨울 들머리에서 봄을 떠올립니다. 봄바람도 이렇게 찾아옵니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폭 따스해지지 않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따숩게 바람이 부는데, 이러다가도 다시 썰렁한 바람이 찾아들어요. 섣불리 봄을 노래하지 말라는 듯이, 봄은 스스로 알아서 찾아오기 마련이니 서두르지 말라는 듯이, 따숩고 썰렁한 바람이 갈마듭니다.


.. 사람만 메밀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 대지는 분홍빛이 도는 하얀 융단으로 뒤덮인다. 그 위를 온종일 꿀벌들이 분주히 날아다닌다 … 아침의 복닥거리는 통근 전철 안에서 독서가 어울리는 것은 아마도 같은 이유 때문이리라. 재미있는 책은 불쾌한 현실을 의식에서 쫓아내 준다 ..  (95, 141쪽)


  지구별에서 북반구에서 살아가기에, 북반구에서 남녘에서 지내는 사람은 따순 바람을 더 품으며 살아갑니다. 남반구에서 지내는 사람이라면 북녘에서 지내는 사람이 따순 바람을 더 누리며 살아가겠지요. 그런데, 더 따순 곳이라 해서 더 좋은 곳이 아닙니다. 더 추운 곳이라 해서 더 나쁜 곳이 아닙니다. 누군가한테는 추위가 추위 아닌 여느 날씨입니다. 누군가한테는 더위가 더위 아닌 여느 날씨입니다. 푹푹 찌는 더위라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며 살아도 땀이 흥건하게 고이니 찝찝할 수 있습니다. 휘휘 매섭게 바람이 불지만, 서로 살을 맞대어 한결 가깝고 살가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알래스카에서는 알래스카대로 삶이 있습니다. 시베리아에서는 시베리아대로 삶이 있습니다. 적도에서는 적도대로 삶이 있어요. 쿠스코에서는 쿠스코대로 삶이 있지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한국대로 삶이 있습니다. 함경도와 평안도와 경기도와 전라도는 저마다 다른 삶자리대로 삶이 다르게 있습니다.


  고장마다 누리는 즐거움이 다릅니다. 고을마다 빚는 맛이 다릅니다. 마을마다 어깨동무하는 노래가 다릅니다.


  다 다른 마을이기에 다 같은 일을 하지 않습니다. 다 다른 삶터이기에 다 같은 길을 걷지 않습니다. 백이면 백, 만이면 만, 서로 다른 삶이요 길이며 일이자 놀이입니다. 다만, 살아가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은 같아요. 어깨동무하는 마음과 손잡는 마음은 같지요.


.. 일본의 학교에 돌아와 보니, 그저 지식은 조각나고 뿔뿔이 해체되어, 몽땅 암기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객관적 지식이라는 것이다. 그 지식과 단어가 전체 속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괴로운 일이었다 … 그저 ‘부품이 되어라, 완전히 부품이 되어라’라고 강요당하는 느낌이었다. 내 인격 자체가 난도질당하고 해체되어 가는 공포를 느꼈다 … 공정한 평가 따위는 그럴듯한 말일 뿐이다. 지금의 방식이라면 기계로도 채점을 할 수 있으니 평가 기준이 획일화된 것뿐이다. 단순히 교사가 평가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좋을 뿐인 것으로 … 대다수의 사람들은 개나 고양이의 머리가 좋은지 나쁜지를 평가할 때 사람을 기준으로 삼는다 ..  (105, 176쪽)


  밥을 짓는 마음은 어디에서나 똑같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어버이를 섬기는 마음은 어디에서나 똑같습니다. 아이를 가르치는 빛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다만, 삶자리에 따라 삶이 다르기에, 다 다른 길을 걸어가면서 삶을 누려요.


  오늘날 우리 삶을 돌아봅니다. 오늘날 우리 삶은 도시 물질문명입니다. 서울과 부산이 다를 구석이 없습니다. 서울과 전주가, 서울과 옥천이, 서울과 통영이, 서울과 나주가, 서울과 고흥이, 서울과 양양이, 서울과 서천이, 서울과 함평이, 도무지 무엇이 다를까 알 길이 없습니다. 도시와 도시는 거의 똑같습니다. 도시에서 회사원이나 공무원 되는 사람들 하는 일은 거의 똑같습니다. 공무원이나 회사원 되려고 하는 공부도 거의 똑같습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대학교를 가려 하든,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대학교를 가려 하든, 아이들이 들추는 교과서가 똑같고 아이들이 머리에 넣는 지식이 똑같으며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마저 똑같은데다가 아이들이 먹고 입고 자는 삶마저 똑같습니다. 틀림없이 다 다른 고장 다 다른 고을 다 다른 마을에서 살아가는 다 다른 아이들인데, 머리에 든 지식이 모두 똑같고 말아요. 그저, 이 지식을 놓고 시험을 치러 다 다른 점수값만 낼 뿐입니다.


  둘레를 살펴보셔요. 전라도사람이라 하더라도 전라도말 제대로 못 합니다. 경상도사람이라지만 경상도말 제대로 모릅니다. 제주사람은 제주말 잊지 않았을까요. 울릉사람은 울릉말 고이 건사할까요. 전라도에서도 고흥사람은 고흥말을 남달리 지키는가요. 전라도 고흥에서도 도화사람은 도화말을 사랑스레 보듬는가요. 전라도 고흥 도화에서도 조그마한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이녁 마을말 알뜰살뜰 꽃피우는가요.


.. 일상적으로 수천, 수만 가지 식품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그 독성과 품질, 생산지 등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먹기 위해 일하지만,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음식물을 조달하는 삶의 방식을 취하면서도 식재료를 획득하는 과정에 직접 관여하고 있지는 않으니 무리도 아니다. 식재료 확보에서 음식물 섭취까지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기 때문에 상표나 브랜드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된 바로 이때 … 아이들이 인생의 지혜를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것은 격리된 교실에서 배우는 이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어른들과 함께하는 노동을 통해서라는 점은 많은 교육학자가 지적해 온 사실인데, 이것은 새끼 고양이만 관찰해 보아도 알 수 있다 … 품과 시간을 들여 만드는 것이 기쁨이기도 할 텐데, 그것이 점점 생략되고 상품화되고 있다 ..  (154, 179∼180쪽)


  요네하라 마리 님이 쓴 《문화편력기》(마음산책,2009)를 읽습니다. 여러 나라, 또는 여러 겨레 문화를 찬찬히 살피면서 느낀 이야기를 그러모은 책입니다. 일본과 러시아, 일본과 동유럽, 또 일본과 여러 문명을 가만히 돌아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문화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돌아보는 문화란 무엇일까요. 우리들은 ‘문화’를 누리거나 돌아본다고 말하지만, 막상 우리들이 말하거나 누린다는 문화란 문화가 아닌 ‘도시문명’이나 ‘물질문명’은 아닐까요. 도시에 있는 공장에서 찍은 복제품을 놓고 문화라고 잘못 배우고 잘못 말하며 잘못 누리는 모습은 아닐까요. 공산품도 문화라면 문화라 할 테지만, 참말 공산품을 문화라고 말할 만할까요. ‘옷’이 아닌 ‘나이키 아디다스 베네통’과 같은 공산품 상표를 문화라고 말해도 될까요.


.. 차든 꽃이든 유파에 사로잡히지 말고, 맛있게 달이고 아름답게 꽂으면 되는 것이다 … 4월 말, 여섯 살 되던 생일에 어머니가 정원에 수유나무를 심어 주셨다. “이건 마리 네 나무야. 마리보다 딱 여섯 살 어리단다. 귀여워 해 주렴.” 이 말을 듣고 나니 피를 나눈 동생 같은 기분이 들어 내게는 정원에 있는 나무들 가운데 가장 소중한 나무가 되었다 ..  (206, 219쪽)


  요네하라 마리 님은 《문화편력기》라는 책에서 문화를 말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요네하라 마리 님은 그저 이녁이 살아온 나날을 말할 뿐입니다. 마리 님을 둘러싼 어머니와 아버지 삶을, 또 마리 님 삶을, 마리 님과 마주한 동무와 이웃 삶을, 가만히 돌아보면서 이야기 한 자락으로 적바림하는구나 싶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읊지 않습니다. 학자나 전문가가 외는 이야기를 읊지 않습니다. 그렇지요. 문화는 교과서에도 학문에도 없어요. 문화는 바로 삶이고, 삶이 곧 문화예요. 삶을 말할 때에 문화를 말합니다. 삶을 누릴 때에 문화를 누립니다. 삶을 가꿀 때에 문화를 가꿔요. 삶이 없으면 문화가 없고, 삶을 잊으면 문화 또한 사라집니다.


  오늘날 한국에는 어떤 문화가 있을까요. 오늘날 한국사람은 스스로 어떤 삶을 누릴까요. 오늘날 이 땅 이 나라 이 고장 이 마을에는 문화가, 삶이, 어느 하나라도 똑똑하거나 맑거나 아름답게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4346.11.1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이달의 사락 h*******e 2013.11.1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독설의 대가, 그러나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했던 그녀 요네하라 마리
"독설의 대가, 그러나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했던 그녀 요네하라 마리" 내용보기
요네하라 마리가 쓴 책 중 열한번째로 읽은 책이다. 그녀의 책이 대개 그렇듯이, 이 책도 다른 책들과 겹치는 부분이 매우 많다. <차이와 사이>, <미녀냐 추녀냐> 등의 주제이기도 한 통번역과 언어에 관한 이야기, <교양노트>, <미식견문록>에 실린 여러 나라의 문화 차이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러시아 통신>에 소개된 러시아의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방일했을 때의 일화
"독설의 대가, 그러나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했던 그녀 요네하라 마리" 내용보기

요네하라 마리가 쓴 책 중 열한번째로 읽은 책이다. 그녀의 책이 대개 그렇듯이, 이 책도 다른 책들과 겹치는 부분이 매우 많다. <차이와 사이>, <미녀냐 추녀냐> 등의 주제이기도 한 통번역과 언어에 관한 이야기, <교양노트>, <미식견문록>에 실린 여러 나라의 문화 차이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러시아 통신>에 소개된 러시아의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방일했을 때의 일화라든가, <대단한 책>에 소개된 바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 <팬티 인문학>에 실린 글을 신문에 연재할 당시의 이야기,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에 소개된 바 있는 그녀의 반려견, 반려묘에 얽힌 이야기, <발명 견문록>의 뒷이야기라 할 수 있는 그녀의 건축에 대한 열정과 관심에 대한 이야기, 소설 <프라하의 소녀시대>의 뒷이야기와 대담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요네하라의 팬인 나는 하나도 지겹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책을 통해 알고 있던 그녀의 모습과 살아온 이야기에 살을 붙이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제목의 '편력'기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내용이 잡다한 편이다. 단골 주제인 여러 나라의 문화 차이와 언어 차이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일본 정부와 사회에 대한 비판, 동물 이야기, 어린 시절의 추억 등 여러가지 주제를 다룬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 중에서도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야기는 요네하라의 개인적인 이야기다. 지주의 아들 출신이면서 스스로 공산당원이라는 가시밭길의 삶을 택한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존경, 그리고 그토록 이성적이고 냉철했던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면서 아이 같은 성격으로 바뀌고 자신에게 의존하면서 생긴 변화 등 감동적인 이야기들이었다. 통번역가이자 저널리스트, 작가로서 남들보다 두세배는 바쁜 생활을 했고, 남는 시간에도 하루에 수십권의 책을 읽어치울만큼 독서에 몰두하고 공부에 심취하느라 비록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았지만, 딸로서 충실했고, 언니로서, 여러 마리의 동물의 반려자로서 성실하게 살았던 그녀의 삶을 떠올리면 자연히 머리가 숙여진다. 독설의 대가, 엄청난 지식의 소유자라고 불렸던 그녀. 그러나 그녀가 쓴 글을 보면 누구보다도 마음이 따뜻했고, 자신의 예민한 감성과 지식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쓰이기를 간절히 바랐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달의 사락 j****y 2013.05.2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문화편력기
"문화편력기" 내용보기
요네하라 마리의 글에 매혹된 것은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미식견문록>에서였다.그냥 음식 이야기 몇 가지 나열된 것일거란 생각에 가볍게 책을 집어들었다가탁월한 말솜씨에 빨려들어가 단숨에 책을 다 읽게 되었다.저자 요네하라 마리가 러시아어 동시통역사였고, 2006년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 많은 책을 냈다는 것 등등...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문화편력기" 내용보기
요네하라 마리의 글에 매혹된 것은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미식견문록>에서였다.
그냥 음식 이야기 몇 가지 나열된 것일거란 생각에 가볍게 책을 집어들었다가
탁월한 말솜씨에 빨려들어가 단숨에 책을 다 읽게 되었다.

저자 요네하라 마리가 러시아어 동시통역사였고, 2006년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 많은 책을 냈다는 것 등등...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다.
이렇게 음식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맛깔나게 담겨있는 책을 보게 되었는데,
너무 늦게 그녀를 알게 되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았다.

방대한 지식, 다양한 경험, 동시통역사의 입장에서 적어내려간 글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요네하라 마리의 다른 책을 읽으려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마음을 먹었을 때 바로 읽었어야 했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흘러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의 공백 이후 이 책을 읽게 되었기 때문인지,
처음 접했던 책이 인상 깊었기 때문에 평균으로의 회귀 현상에 의해 이 책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 것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예전의 그런 느낌은 받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그래도 'O/X 모드의 언어 중추' 부분은 완전히 공감하게 되었다.
'거짓말일거야.' '장난일거야.'라고 생각되는 그런 문제들을 풀기위해
우리는 학창시절을 송두리째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맞아~맞아~!' 공감할 수 있게, 적당한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예전의 <미식견문록>에 견주어볼 때 이 책은 분명 별 네개다.
마음 같아서는 별을 하나씩 올려주고 싶은 생각도 든다.


s*****a 2010.04.27. 신고 공감 0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정숙한 미녀'의 세계문화기행
"'정숙한 미녀'의 세계문화기행" 내용보기
'정숙한 미녀'. 소설가이자 평론가, 저널리스트인 고종석은 <고종석의 여자들> (2009, 개마고원 펴냄)에서 요네하라 마리를 '정숙한 미녀'로 칭했다. 생전에 러시아어 동시통역가로 활동했던 요네하라 마리의 전작 <미녀냐 추녀냐> (2008, 마음산책 펴냄)에서 따온 구절을 각색한 것이다. 통번역 시에는 직역한 언어를 상징하는 정숙한 추녀, 의역한 언어를 말하는 부정한 미녀 중
"'정숙한 미녀'의 세계문화기행" 내용보기

'정숙한 미녀'.

소설가이자 평론가, 저널리스트인 고종석은 <고종석의 여자들> (2009, 개마고원 펴냄)에서 요네하라 마리를 '정숙한 미녀'로 칭했다. 생전에 러시아어 동시통역가로 활동했던 요네하라 마리의 전작 <미녀냐 추녀냐> (2008, 마음산책 펴냄)에서 따온 구절을 각색한 것이다. 통번역 시에는 직역한 언어를 상징하는 정숙한 추녀, 의역한 언어를 말하는 부정한 미녀 중에서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요네하라 마리는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거쳐 일본에 돌아온 후에도 러시아어를 전공하여 지식과 언어, 임기응변과 순발력을 두루 갖춘 '정숙한 미녀'가 되었다는 평가이다.

<마녀의 한 다스> (2009, 마음산책 펴냄)에서 그런 동시통역가로서의 긴박한 상황이라든가 문화의 충돌 등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고, 더불어 다른 것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도 새삼스레 느낀 기억이 난다.

 

이번에 만난 그의 책은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문화편력기> (2009, 마음산책 펴냄)이다. 크게 다섯 가지의 카테고리 아래에 오손도손 모여 있는 글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동시통역 시의 에피소드들도 있고, <미식 견문록>에서도 나타나듯 요리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프라하의 소녀시대'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이 책만의 특색은 좀 불분명하지만, 이 한 편을 통해 그간의 책들을 모두 만나 인사하는 듯한 반가움이 들었다. 사상적으로, 지리적으로 코스모폴리탄으로 자라서 정세도, 문화도 모두 넓은 범주에서 인식한 그는, 그것을 소화시켜 우리에게 유머러스하게 들려준다. 그래서 언제나 그랬듯 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흥미롭고 경쾌하다.

 

2006년에 난소암으로 사망한 그의 유고집을 번역하며 옮긴이는 '이 책을 집어 든 독자들 가슴속에 요네하라 마리를 위한, 따뜻한 빈자리가 있기를 빈다'고 말한다. 요네하라 마리는 문장가는 아니지만 '그녀의 책들이 보여주는 다감함, 날렵함, 섬세함, 유머감각 따위는 여느 문필가가 쉽게 다다를 수 없는 경지에 있다'는 고종석의 평가에 동의하며 마지막 장을 아쉽게 덮었다. 

y*****9 2010.01.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