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0%
  • 리뷰 총점8 10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8.0
  • 50대 0.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삶의 여유와 맞바꾼 32달러 17센트
"삶의 여유와 맞바꾼 32달러 17센트" 내용보기
수없이 계획을 세우고 수정했다. 14박 15일 일병 정기휴가 때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았다. 절대 빠뜨릴 수 없는 계획 중 하나는 영화 관람. 한 편은 꼭 혼자서 관람할 것.   바람이 바이올린의 선율처럼 흐르던 가을날 오후, 종로에서 프랑수아 지라르 감독의 <레드 바이올린>을 만났다. 악기제조자인 부조티가 죽은 아내의 피로 덧칠하
"삶의 여유와 맞바꾼 32달러 17센트" 내용보기



  수없이 계획을 세우고 수정했다. 14박 15일 일병 정기휴가 때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았다. 절대 빠뜨릴 수 없는 계획 중 하나는 영화 관람. 한 편은 꼭 혼자서 관람할 것.


  바람이 바이올린의 선율처럼 흐르던 가을날 오후, 종로에서 프랑수아 지라르 감독의 <레드 바이올린>을 만났다. 악기제조자인 부조티가 죽은 아내의 피로 덧칠하며 예술의 혼과 세상을 향한 분노를 담은 명품 바이올린에 관한 이야기인데, 니콜로 파가니니를 모델로 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가 등장한다. 섹스하며 연주하는 장면은 도저히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영화를 수놓던 바이올린 연주의 주인공이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인지는, 그때는 몰랐다. 그를 위해 특별히 음악을 작곡한 존 코릴리아노의 존재도 물론 몰랐다. 다만 그때 들었던 곡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을 뿐.


  문득 조슈아 벨 음반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첫’을 장식할 마땅한 음반이 있을까 살펴보다 만난 <더 베스트 오브 조슈아 벨>. MADE IN GERMANY란 딱지가 붙은 수입 음반이다. 협주곡, 실내악, 소품으로 구성된 세 장의 CD로 구성되었다.


  음반을 내놓을 때마다 연주자는 어떤 곡을 처음에 실을까 꽤 많은 고민을 하겠지. 조슈아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터키’를 선택했다. 내 두 눈이 하트의 형태로 바뀌고 있었다. 3악장 론도에 이르렀을 때는 완벽한 하트 두 개를 가질 수 있었다. 끊어질 듯하다 이어지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음표의 집합이 좋다. 어떠한 동작도 이 선율과 함께라면 아름답게 비쳐질 수 있겠다 싶다. 힘차게 아침을 시작하고 싶을 때 감상해도 그만이다.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의 하모니로 기억하게 된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트리오 2번은 불친절해서 좋다. 신경을 박박 긁는 것 같았던 4악장이 들을수록 묘한 평온을 가져다준다. 현에서 튕겨 나오는 거친 음들이 잔잔한 물결이 된다. 불친절한 이가 숨겨놓은 해맑은 웃음 같다.


  스페인의 뜨거운 정열을 고스란히 담은, 상당한 기교를 요구하는 사라사테의 ‘찌고이네르바이젠’으로 갈무리되는 207분간의 향연. 초대받고 싶다면 우선 마음을, 귀를 충분히 열어둘 수 있는 여유로움을 마련해야 한다. 그 이후에 감상해야 조슈아 벨이 사용하는 1713년산 스트라디바리의 깊은 음이, 그보다 깊은 연주가 마음을 두드릴 터.


  2007년 1월 어느 날 아침, 워싱턴 D.C. 지하철 랑팡역에서 평범한 차림의 청년이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범상치 않은 연주에 귀가 솔깃하여 발걸음을 멈춰지긴 했으나 대부분의 행인은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 역할에 충실했다. 40여 분 연주가 끝난 후 바이올린 케이스에 담긴 32달러 17센트. 스물일곱 명의 손길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제안으로 열린 조슈아 벨의 깜짝 연주회는 그렇게 끝났다고 한다. 여유롭게 오늘과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자가 아닐까.






YES마니아 : 플래티넘 a*****4 2012.08.01. 신고 공감 11 댓글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