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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봤을 때의 처음 떠오른 인물은 우리 아버지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의정부에서 자취를 하면서부터 서울 사람화되었던 것을 빼면 우리 아버지는 태어나기를 농촌에서 태어났고, 아장아장 걸어다닐 때부터 농사일과 흙과 아주 밀접한 삶을 사셨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이제 환갑이 다 된 오늘에 이르기까지 도시에서 땅 밟아보지 않은 인생을 사십 년이 넘게 사셨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버지에게서는 아직까지 흙 냄새가 난다. 그리고 ... 흙에 가까이 있을 때가 훨씬 아버지의 모습에 가깝게 느껴진다. 훨씬 적극적이시고, 훨씬 편안해하시고, 훨씬 기분이 좋아보이시는 것이... 아마 우리 아버지를 모르는 사람이 봤어도 그런 말을 했을 것처럼... 그런 이야기가 이 책 속에 꾸려져 있다. 우리네 아버지처럼, 우리에게 잊혀지고 만 우리네 흙 이야기, 우리네 고장 이야기가...
언제였던가, 독립영화로는 최초로 300만 관객 동원을 달성했던 한국영화 「워낭소리」가 있었더랬다. 주로 20~30대 여성층이 주고객이었던 영화가 40~50대 중년 남녀 고객들의 발걸음을 붙들 수 있었던 하나의 가능성을 시사해주기도 했던 그 영화는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불편하고 낙후되어있는 시골, 농촌의 모습이 아니라 그 이상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또한 한국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에게는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농촌에 대한 잊을 수 없는 향수가 있다는 것도 증명해주었다. 고향이 도시인 사람에게도 그 영화는 감동과 울림을 선사해주었으며, 고향에 부모님을 두고 올라와 살고 있는 실향민들에게는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죄송함이 공존하는, 그 불편함을 직시하게 해주었다. 영화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부모님께 안부전화라도 한 통 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은 성공했다고 말하는 감독의 그 한 마디에도 나는 감동하고 말았다.
농업사회에서 갑작스럽게 이제까지 중요했던 모든 것을 낡은 것으로 치부해버리며 근대화에 박차를 가했던 우리 한국 사회에서 '농촌', '시골'은 과연 무엇을 뜻할까. 뒤떨어진 것, 미신 같은 것, 고루하고 낡아버린 것들로 인식되지 않았을까. 어렸을 적 큰아버지 댁에 놀러라도 가면 불편한 재래식 화장실을 쓸 생각에 긴장했던 기억은 아마도 내게 농촌은 더러운 곳이란 인식이 강했을 것이다. 대학 때 농활을 가도, 농촌봉사를 가더라도 향긋한 거름냄새, 잉잉 대는 벌레 덕분에 농촌에 대한 인식이 쉽사리 바뀌진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 어린 시절, 철없던 시절에는 농촌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다. 이제 어른이라고 부를 만한 나이가 되어 보니, 농촌이라는 곳에 대한 막연한 향수가 품어진다. 이런 지긋지긋하고도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면서 하루를 견디다 보니 아마도 자연스레 이런 책도 눈에 드는가 보다.
라디오를 잘 듣지 않았던 나에게도 생생히 기억나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것~! 우리의 알려지지 않고, 보존되지 않았던 우리의 민요를 녹음해다가 몇 소절 들려주고는 어느 지역의 누구 할아버지/할머니가 무엇을 할 때 부르는 소리라는 설명이 겻들여지는 지극히 단순하고도 짧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렇게나 짧고 단순한 데도 그것이 생생한 이유는 그 곡조에서 들려오는 시원스러움과 애절하게 끓는 감정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거다. 아니, 그렇게 깊은 의미를 파악하지는 못했어도 평소 흔히 들었던 음악이 아닌 소리가 있다는 것, 그것이 신기해서 기억에 남아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그 프로듀서가 기획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백두대간'이란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등줄기를 이루는 산맥을 따라 거닐면서 그 안에서 살아숨쉬는 우리네 인생을 최대한 원작에 맞게 되살리려 했다. 그래서 녹취를 하셨는지 대화체를 그대로 살리셨다. 그래서 실제로 대면하는 맛이 나는 것은 더할 나위가 없지만, 가끔 못 알아들을 사투리까지 섞여 나오는 터라 조금은 헤맬 때도 있었다. 그래도 계속 읽다보니 어떤 뜻인지는 대충 알아졌다.
백두대간을 크게 나누면 총 네 부분으로 나눌 수가 있는데, 그 중 두 부분이 이 책 『백두대간 민속기행 1』 편에 들어간다. 첫 부분이 지리산에서 덕유산과 삼도봉을 거쳐 추풍령까지이고, 두 번째가 추풍령에서 속리산 줄기를 거쳐 죽령까지, 다시 죽령에서 소백산까지이다. 산의 지리뿐만 아니라 모든 지리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이라서 소백산과 태백산도 잘 구별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저 이야기만 들을 뿐이지만, 정말 잊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초등학교 2~3학년 쯤 되는 아이들이 읽는 전래동화 중 『다자구야 들자구야 할머니』가 교과서에 수록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이야기가 실제로 충북 단양군 대강면 용부원리 텃골에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얼핏 보니 들어봤던 이름이 나오더니만, 정말 단양의 전설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진짜였단 것은 정말 신기했다. 이렇게 어른이 보는 책에 나오는 것을 보니 겨우 그 이야기가 사실처럼 느껴진다니, 나도 참 간사하다. 아이들이 읽는 책에 나왔을 땐 한갓 하나의 이야기로만 치부해버렸었는데 말이다. 전쟁 중에서도 그 마을 사람들은 다자구 할머니 덕에 한 사람도 죽지 않았다고 하니 그것 참 멋진 일이 아닌지... 진짜 그런 신이 믿는다거나 안 믿는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 배려하고 산에 대한 신뢰를 쌓아간다는 점에서 참으로 멋진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런 멋진 관계, 평야가 아니여서 먹을거리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 산에 의존을 많이 했던 백두대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네가 살아온 고향의 이야기, 아버지의 이야기를 살풋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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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글들은 '백두대간 민속기행'이라는 20분짜리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대동아 전쟁때 비행기가 날고 방공 연십하니라고 잠도 못 자고,
우리가 이 땅에 살다 가고 또 그 후손들이 살다 가고 좀 더 오래 지나면
'삼년 묵은 쇠뼉다구에 새살이 돋는' 날까지 살다 보면 잘라진 빼재에도 다시 산줄기가 복원되고,
그렇게 방송이 되지 않고, 방송을 위해 찾지 않고, 세월과 함께 그냥 묻혀져 버렸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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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이 좀 더 크고 대학에 가면 [국토대장정]에 꼭 참여해보라고 권할 생각이다. 우리나라 이곳저곳 아름다운 곳들을 마음속에 담아보라고. 지금은 사라져가는 시골장터의 북쩍북쩍 대는 사람소리와 먹거리들과 무엇이든 나누려하는 어르신들의 인정에 우리는 소박한 향취를 느낄 것이다.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인 [그곳에 가고 싶다], [풍경이 있는 여행]등을 보면 그저 배낭하나 짊어지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특히나 주말이면 더욱 간절하다.
내가 지리산을 처음 올랐던 날 난 산송장이 되어 내려왔던 기억이 난다. 같이 갔던 분들이 지어준 별명 ‘산송장’ 다음날은 걷지도 못하고 다리를 질질 끌면서 다녔던 기억이.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등줄기를 일컬으며, 생존을 위해 난리를 피해 은신처로 활용되기도 하였던 그곳이기도 하다. 산비탈에서 화전을 일구기도 약초를 캐어 생계를 유지하기도 하는등 그들의 처해진 환경에 적응해가며 형성되어온 다양한 생활방식과 문화들이 전해지기도 하는 그곳.
사라져가는 산촌의 옛 생활과 전통 민속문화를 찾아 기록한 [백두대간 민속기행]은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방송된 내용을 간추린 것이며, 300개 마을을 답사하고 110여 개 마을의 어르신들을 만나 사라지고 있는 산촌의 생업관행과 생활문화에 대해 민간신앙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증언들을 담아내고 있다. 대략 193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말까지 약 25년간에 걸친 이야기들을 옛 생활의 흔적들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통한 생활사의 기록인 셈이다. 책장을 펼치면서 보이는 주름 가득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가슴속에서 언제 살아질지 모르는 모습이기도 하니 인정가득한 분들을 만나러 떠나가고픈 마음이다.
20여년전에 내가 보고 감탄한 전북 부안의 채석강을 보고 감탄하여 내내 그리워하였던 곳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자 3년전 여름휴가철에 같이 간적이 있었다. 더위 탓인지 이곳저곳을 끌고 다녀 지친 몸 때문인지 아이들은 내가 보고 감탄한 느낌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가족과의 여행을 즐기고 또 기다린다. 올해도 새해 소원을 빌기 위해 제일 먼저 해가 뜨는 아름다운 곳을 찾아 떠나 보려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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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라디오 프로를 즐겨 즐었던 적이 있다. 구수한 소리와 함께 새설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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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선배들이 여름 방학에 다녀왔다는 지리산 종주 이야기는 언제나 부러웠다. 그 험하다는 산을 몇 번씩 갔다왔고, 산에서 일어났던 얘기는 해도해도 끝없이 이어졌다. 마치 영웅담처럼 들리는 지리산 종주 그리고 백두대간에 대한 이야기는 언젠가는 다녀오리라는 마음만 심어둔채 시간만 흘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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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차를 타고 가다 라디오에서 나이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음성으로 짧은 노래 소리가 나온 후 "이 소리는 어디어디의 무슨 할머니가 부르신 무슨무슨 노래입니다" 라는 멘트로 끝이 나는 매우 짧은 코너를 자주 들었었다.
사라져 가는 우리 소리를 저렇게 녹취하여 계속 방송할 수 있을 만큼의 분량을 모으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열정과 우리 소리에 대한 사랑이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해보곤 했는데 이 책의 저자가 바로 그 소리를 취집한 최상일 PD이다.
우리 소리를 듣기 위해 전국 방방 곡곡을 다니다가 소리 뿐만 아니라 사라져 가는 우리 옛 생활상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그의 또 다른 여정은 백두 대간을 따라 산골 마을 깊숙한 곳에서 아직 우리의 옛 생활상을 지키며 살아가고 계시거나, 아니면 그 생활상을 기억하여 들려줄 수 있는 어른들을 찾아 지리산에서 시작하여 덕유산, 삼도봉, 추풍령을 거쳐 속리산과 죽령을 넘어 소백산, 태백산, 청옥산을 거쳐 대관령, 그리고 오대산과 설악산, 진부령에 이어진다.
예전에는 그 험한 산줄기를 다니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겠지만, 이제는 차로 쭉 다닐 수 있는 그 길들. 여느 사람들은 범상히 넘어다닐 그 고개길들에서 조금만 산줄기 안쪽으로 들어가면 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가지고 지금도 조용히 살아가고 계신 어르신들의 생활상이 드러난다. 최상일 PD는 그 생활상을 담기 위해 많은 노력 끝에 방송과 이 책으로 소중한 기록을 남겼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들려주시는 이야기들은 바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살아오신 지난 날이었고, 우리 조상들이 지켜오던 민속 문화와 풍습이었다. 많지 않은 나이이고 도시 내기로 살아온 나 조차도 조금은 겪어보았고 지금은 잊었으나 다시 떠올리며 기억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으며 아예 몰랐던 이야기들도 많았다.
참으로 반가운 이야기들. 그저 별다른 것 없는 삶의 이야기들일 뿐인데도 어찌나 정겹고 반가우며 눈물 겹던지.. 마치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다시 만난 양 저자의 글 속에서 생생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어른들이 너무도 반갑다.
소중한 책. 꼭 갖고 있다가 나의 자식들에게도 읽히고 싶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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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로 잘 알려진 최상일 PD이다.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한반도의 등줄기를 답사한 기록을 <백두대간 민속기행>이라는 2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책의 내용은 이미 20분짜리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방송된 내용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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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느낌이 드는 책의 표지, 포근한 햇살을 가득 담아서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을듯한 느낌이다. 이런 감성을 안겨주는 책을 발로 쓴 글을 얼마만에 만난
것일까? 길고 긴 산과 시골길과 찾지 않는 곳만을 찾아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
들의 생존을 알려주는 책. 소리없이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책을 읽으며 처음에는 책의 부피와 무게에 놀랐고, 두번째는 그안에 담겨있는
절절한 우리네 삶이 그립고 그리워서 자주 책을 덮고 회상에 잠겨야했다.
도시의 삶은 각박하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탓할수는 없다. 사람은 환경에
길들여지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산이 좋아 산에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자연의 일부가 되어 나무처럼 말없이
살아간다. 때로 도시의 사람들을 먼 풍경화 보듯이 쳐다보면서 그렇게 삶을
이어간다. 최성일씨가 만나온 이 땅의 아직 살아계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과 이야기와 흔적들을 밟으면서 아직은 늦지 않은것일까? 아직은?
약간의 희망이 느껴지기도 하면서 어쩔 수 없는 절망감이 책으로나마
만나는 그분들에게 죄스러운 감정이 들게 한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서
넘나들었던 그 산을, 나는 등산배낭을 메고 지나다녔다는 사실도 그렇고
전쟁을 지나서 살아남은 그들이 여유롭거나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도
그렇다. 나의 생존은 순간 덧없이 느껴졌다. 더 정성스럽게 살아야겠구나
하는 자책과 사람간의 소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달는다.
나의 삶이 버겁다고 힘겹다고 생각할때 문득 올려다볼 대상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발견한다. 우리의 산천을 아름
답게 지키고 계신 그 분들에게 물질적인 혜택이란 얼마만큼의 가치와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생각해본다. 도시에 살다보면 도시 사람이
무섭게 느껴지지만 또 시골에 살아보면 시골 사람들이 무섭게 느껴
진다. 다 그만큼의 깊이와 무게를 가지고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의 발자취도 느껴볼 수 있는 이 민속기행은 우리에게 역사란
어떤 의미인지 깊은 울림으로 물어온다. 역사의 한 부분을 기억하고
있는 그분들이 돌아가시면, 생존하기 위해 돌아보지 않았던 분들이
힘없이 사라지면 그땐 어디에서 우리의 전통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의 부모님을 만난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건조해질때 한번씩
펼쳐보고 물기 머금은 마음으로 하루를 소중하게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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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민속기행 -사라져가는 옛 삶의 기록, MBC최상일 PD의 산간민속 답사기-
가끔 라디오를 통해 듣곤 하던 옛 어르신들의 삶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진 민요이야기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잔잔하고 조용한 남자 성우의 목소리와 함께 구성지게 들여오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노동과 관련된, 삶과 관련된 고단한 노랫말, 정겨운 노랫말, 그리고 구성진 그 가락들에 얽힌 많고도 많은 사연들을 방송을 통해서 나도 참 정겹게 듣곤하던 기억이 있다. 일부러 시간을 맞춰 찾아서 듣거나 , 자주 듣는건 아니었지만 간혹 시간이 맞아 들을때면 '참 이런 좋은 방송도 있구나, 이런걸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정말 더 늦기전에 누군가는 꼭 해야 할 방송을 만드는구나' 생각을 했던 적이 여러 번이었다. 이 번에 바로 그 방송을 만드셨던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를 담당자이신 최상일 PD님의 <백두대간민속기행> 을 읽으면서 라디오를 통해 민요를 듣던 느낌과 너무도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아주 옛날 옛날 내 할머니의 구수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듣는 즐거운 과거로의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백두대간, 우리나라의 등줄기인 그 백두대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있을 줄은 너무도 몰랐다. 골짜기 골짜기마다 사연도 가지가지,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얘기들 모두가 우리나라의 역사이고 교훈이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굽이 굽이 깊은 산속 마을의 구수한 사투리를 들으면서 편안히 앉아서 속속들이 답사여행을 한 기분 이랄까. 어느 분이고 귀하지 않은 분이 없고, 취재 이후 지금은 돌아가셨다는 글이나 사진을 대할 때는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화전을 일구어 감자농사를 지으시고 숯을 만들고, 나무를 깍아서 각종 생활용품을 만들어 힘든 생활을 하시면서 살아오신 그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 풀국시를 삶아 먹고, 다른 사람보다 개똥을 먼저 줍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고, 수 십리 길을 산을 넘어가면서 물건을 팔러 다니고, 아픈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산을 타며 약초를 구하시고. 때로는 비결을 보고, 때로는 머나먼 북쪽에서 피난을 위해, 먹고 살게 막막해서, 그저 부모님이 시집을 보내서......
사연도 많고, 얘기거리도 많지만 산은, 우리의 백두대간은 그 모두의 아픔을 품어주고, 먹여주고, 살 길을 만들어 주었다. 얼마나 더 많은 얘기들이 하루 하루 그 분들의 삶과 함께 묻혀가고 있을지, 지금이라도 이런 책이 나온 기쁨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우리가 지금 바르게 잘 살고 있는 건지.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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