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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 올해 초 까지만 해도 ‘서울’이라는 곳은 나의 고향이자 생활 터전이었다. 당연한 듯 그곳에서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되어서까지 살아왔지만, 항상 바쁘고 변화하고 스스로를 아낌없이 버리는 ‘서울’이라는 곳에 염증이 난지 몇 년 째, 결국 그곳을 떠나게 되었다. 지금이야 서울에 가더라도 별다른 변화를 느낄 수 없겠지만, 1년, 2년, 5년, 10년, 시간이 흐르면 그곳은 전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낯선 곳이 되어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일상 속 근대 풍경을 걷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한 번 쯤 짚고 넘어가야 할 현재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래서 결국 벗어났지만, 꽤나 오랜 시간동안 나와 함께한 공간들에 대한 추억, 당연히 짚고 넘어가야 할 모습이다.
이 책에는 낯설지 않은 익숙한 곳들이 있어서 먼저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동대문 운동장, 무엇이 그리도 바빴다고 그곳이 사라지기 전에 왜 한 번 더 가지 못했는지, 이제는 볼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곳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세운 상가와 회현동도 어떻게 변할 지 궁금해지는 서울 속의 모습이다. 정동 길은 또 어떤지......낯설지 않은 곳들을 반갑게 보다가도 이곳들이 시간의 흐름에 흔적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라질까봐 아쉬워진다.
2년 6개월에 걸쳐 30여 곳을 답사하면서 이 책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어쩌면 시간이 좀 더 흐른 다음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2005년의 모습이 10년 전, 또 시간이 흐른 뒤에 100년 전의 모습이 된다면 역사적 가치가 엄청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이 책을 읽으며 장소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과거의 시간으로 떠나보는 상상 속 여행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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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진작가 네명과 건축전문기자 출신의 저자가 협업한 결과물이다. 우리 주위의 근대 건축물을 사진으로 찍고 거기에 대한 역사와 감상, 그리고 건축학적인 정보들과 지식들을 어렵지 않게 풀어놓으려고 애를 쓴 티가 역력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때로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돌이켜 보았고 내가 모르고 지나친 것들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었으며 우리나라라는 한정된 국토안에서 숨쉬고 있는 수많은 기억들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실려있는 사진들만 봐도 가치가 있는 책이지만 글속에서 떠오르는 노스탤지어나 다가오는 페이소스가 꽤나 충실하다.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쉽사리 우리의 과거를 잊는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계의 초침처럼 내일로, 미래로 달려가는 우리의 현실이 떠올리기 싫은 구차한 과거를 박살내기 때문이다. 지어졌던 건물들이나 공공 시설물은 문화재로 지정되기전에 소유주가 박살을 내고 일본의 치하에서 건축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몽땅 뜯어내고 다시 짓는 것이 우리의 정서다.
과거를 이렇게 쉽게 부수고 다시 만들다 보니 우리 사회는 성형으로 모든걸 해결하려는 성형중독의 세상이 되었고 돈이면 안되는게 없다는 금전만능의 신화가 종교처럼 뿌리깊게 퍼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폐허에서도 배울 것이 있고 어떤 것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역사가 된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우리와 같았다면 콜로세움은 벌써 아이파크가 들어서고 유서깊은 로마의 길은 아스팔트가 덮여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근대는 그런 점에서 분명 존재하지만 잊고 싶은 우리의 치부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더 애써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하루라도 빨리 잊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아마도 우리 도시에 새겨진 이런 근대의 기억이 오래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쓴 것 같다.
나 어릴적을 떠올려 봐도 서울역이나 동대문운동장, 사직단에 대한 기억은 나와 불가분의 관계로 기억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한 기억들이 담긴 장소가 사라진다면 나는 이런 책속에서나 나의 유년을 추억할 수 있겠지. 우리는 우리의 추억과 기억을 허물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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