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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부유해가는 순간의 '착시'같은 것
"어디론가 부유해가는 순간의 '착시'같은 것" 내용보기
이 책에 실린 그의 첫 시를 펴고 나는 오래 전에 했던, 교과서에 밑줄긋고 주를 달고 같은 의미의 핵심시어를 연결하고 은유의 속뜻을 밝히는 등의 소위 말하는 시의 분석을 시도하고야 말았다. 방학중 학교 보충수업으로 현대시를 듣고 있던 아들아이가 '어 엄마도 이렇게 시를 읽네'라며 신기해했다. 첫 시를 읽어내고 뒤적 뒤적 이거 저거 앞뒤로 당기는 시를 찾아 헤매다 급기야 한동
"어디론가 부유해가는 순간의 '착시'같은 것" 내용보기

이 책에 실린 그의 첫 시를 펴고 나는 오래 전에 했던, 교과서에 밑줄긋고 주를 달고 같은 의미의 핵심시어를 연결하고 은유의 속뜻을 밝히는 등의 소위 말하는 시의 분석을 시도하고야 말았다. 방학중 학교 보충수업으로 현대시를 듣고 있던 아들아이가 '어 엄마도 이렇게 시를 읽네'라며 신기해했다. 첫 시를 읽어내고 뒤적 뒤적 이거 저거 앞뒤로 당기는 시를 찾아 헤매다 급기야 한동안 시집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나 참 뭔 말인지 모르겠네. 그래도 요즘엔 웬만하면 척척 이해가 잘 되더니...'라는 중얼거림을 옆에서 듣던 아이가 시집을 냉큼 받아 책 첫부분을 들쳐보고 한 말이었다. 

                     너도 곧' 네 피속으로 뛰어든 ' 보게 될거야

라는 제목의 이 첫 시는 시인이 이 시집의 대문에 준비한 초대장같은 글이다.
너무 노골적인 어투에 비하면 어휘들은 어떻게 하면 숨바꼭질을 잘해볼까하는 듯 마냥 비켜가기를 시도하고 있다.

나는 욕조에 눈을 담아 끓이는 계절태어났습니다 / 나의 눈에서 태어난 눈들은 모두 내가 태어난 계절 들이 되었을 겁니다 어쩐지 나는 자기 눈을 번식하기 위해 / 태어난 사람같습니다 그게 나의 궁리라면 / 나의 욕조는 "따스한 물로 커다란 거울을 안고 들어가 / 거울 속으로 사라져 버린 날기후"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 그게 당신의 방이라면 당신의 방에는 / 분명 처음보는 욕조 있을 겁니다
 
처음에 나는 이 시인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없었다. 그의 이전의 시들을 읽어본 적도 없었다. 단지 간단한 이력과 그의 얼굴 사진이 있는 인물검색난에서 그를 잠깐 스쳤을 뿐이었다. 그런데 김수영문학상 수상이란 문구가 기억에 남았고 김수영 시인의 번뜩이는 시적 울림을 이 시인의 시에서도 찾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있었다.  첫 시에서 만난 이 시인의 언어가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그리고 무작정 교훈적으로 해석하기를 즐기는 나쁜 버릇때문에  나는 이 시 역시 제법 그럴싸한 고상한 해석으로 쉽게 넘어가 버렸다. 말하자면 그가 말하는 네 피속으로 뛰어든 새라든가, 눈을 번식시킨다든가, 처음보는 욕조라든가 하는 말들을 이 작가가 좋아한다는 '여행의 시간' 즉 자아성찰의 시간, 자신과 세상을 보는 범상치 않은 시인의 시선, 여행을 통한 충만한 기쁨, 자기반성, 새로운 의지형성 등 고리타분한 일상어로 번역했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처음보는 욕조'를 다시 한번 "처음엔 좀 낯설더라도 당신의 삶을 바꾸어 줄 그 무엇"이라고 설명하고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이 시인 역시 새의 이미지를 즐기는구나하면서...


그런데 막상 다음에 이어진 시들을 마음에 끌어당기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먼저 섣불리 정의내린 말들이 부정확해진 데 대한 꺼림직함이 더욱 나를 방황하게 만드는 것이다. 책 뒤의 해설을 읽고 역시 나의 속단을 반성했지만 해설역시 만족스런 답을 주지는 못했다.

어찌되었건 나는 그의 표현이 썩 좋다. 자고 일어나면 입술위에 쌓이는 먼지 / 이방에서 저 방으로 옮기는 데에도 기억은 수십종의 식물을 달고산다 /  많은 문장을 매장하고 있는 창문일수록 인간의 입김이 진하게 묻어있는 것처럼/ 나는 해마다 숲에가서 버려진 피아노를 두들기다 손목의 시계를 몰래 숨기고 오는 소년이 되었다 /  길에서 주운 이어폰 속 누군가의 귀 냄새를 발표하는 한 여름의 청탁시 같은 것 /  내 욕조의 입장권 /  저는 어젯밤꿈에 고래가 마당에 와서 내 눈사람을 꿀꺽 삼키는 것을 보았어요 / 시때문에 울먹이는 일 좀 없었으면 하는데 하루도 새가 떨어지지 않는 날이 없다

 "우리가 접었던 무수한 종이 비행기가 만들어 내던 '시차'는 우리가 무언가 다른 언어로 말하고 싶었던 순간의, 다른 언어가 필요했던, 어디론가 부유해가는 순간의 '착시'같은 것일지 모른다." 그가 말하는 시차란 시간을 역행할 수 없는 물리적인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시인의 감수성이 아닐까. 어린 시절의 아득하지만 선명한 한 시간의 자락들, 평범하지만 곧 멀리 지나간 뒤에는 붙잡히지 않는 투명한 정신의 시간들이 그가 말하는 시차일 것이다. 삶의 순간에  나를 끌고가는 기억의 편린들, 나라는 존재를 존재답게 만들었던 소중한 순간들을 우리는 놓치고 싶지 않다. 나는 시인 김경주의 안내로 나의 방에서 처음보는 욕조를 보았다. 아니 나역시 원래 그런 욕조가 내 가슴속에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감은 눈의 속눈썹이 간지럽다는 걸 모르고 있었을 뿐인데...
 

f****e 2010.01.09.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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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의 눈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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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시집을 다 읽는 것도 어려웠고, 시집을 읽고 서평을 써보려 하니 너무 어렵게 느껴져 쉽게 시작을 못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의미심장한 표현들이 너무 많아 한 구절 한 구절을 쉽게 읽어내리지 못했는데 심지어 제목에 나오는 시차의 눈, 그 '눈'이라는 것이 사람 눈인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인지 조차 헤깔리고 있었으니까. 오랜만에 읽게 된 시집에 대한 기대는 가고 시속의 언어
"시차의 눈을 달랜다" 내용보기

얇은 시집을 다 읽는 것도 어려웠고, 시집을 읽고 서평을 써보려 하니 너무 어렵게 느껴져 쉽게 시작을 못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의미심장한 표현들이 너무 많아 한 구절 한 구절을 쉽게 읽어내리지 못했는데 심지어 제목에 나오는 시차의 눈, 그 '눈'이라는 것이 사람 눈인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인지 조차 헤깔리고 있었으니까.

오랜만에 읽게 된 시집에 대한 기대는 가고 시속의 언어들과 고군분투 싸우고 있는 내모습을 보았다..시어들은 일반적인 관용표현들을 거부하고 새로운 언어들과 결합한다.

아, 이런걸 시에서 무슨 기법이라고 하는지... 예전 국어시간에 뭔가 있었던것 같은데 그 용어도 생각이 안난다. 한편으론 평론가들도 시인의 마음을 다 헤아리진 못할거라는 생각과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독자에게 새롭게 창조될 수 있는 것이 시일터, 호흡을 가다듬고 진지하게 시들과 맞서본다.

 

제목에서 시차라는 것은 작가가 여행을 통해 이 시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 뜻을 이해하게 된다. 시집 뒷편 작품해설에서도 나왔듯이 "진티엔에서 밍티엔까지 기차의 침대칸에 누워" 라는 표현이 얼마나 그럴듯 했는지 모른다. 여기는 중국이고 작가가 기차로 원거리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참고로 진티엔은 오늘이고 밍티엔은 내일이다.ㅎㅎ)

중국어를 모른다면 이 시를 깊이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어느 구석진 방에서 지저분한 모습을 하고 어렵게 탄생되는 싯구가 아닌 작가가 수많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생각하고 써내려 갔을 상상에 그의 수첩이 슬쩍 궁금해진다.

 

초반 어렵게 느껴졌다고 표현했지만 그저 어렵기만 한 시는 절대 아니다.

이 시에는 놀라운 표현들이 많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과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부연이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대단함이 느껴졌으니까.

 

내 보잘것 없는 리뷰가 평론가처럼 시의 여기저기를 들어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이 책은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시집임엔 틀림없다. 뭐 나름 자유한 싯구들이 모두 나를 감동시킬 순 없었지만. 

 

 

z***n 2010.01.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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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의 눈을 달랜다를 읽고
"시차의 눈을 달랜다를 읽고" 내용보기
「시차의 눈을 달랜다」를 읽고 우리 인간은 수많은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생활해 나가고 있다. 바로 그런 희로애락을 다루는 것들이 문학작품이며, 대표적인 것으로는 소설과 시, 수필, 희곡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런 장르 중에서 어떤 분야를 특별히 관심과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 다르리라 생각 한다.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표현력과 함께 자기 자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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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의 눈을 달랜다」를 읽고

우리 인간은 수많은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생활해 나가고 있다. 바로 그런 희로애락을 다루는 것들이 문학작품이며, 대표적인 것으로는 소설과 시, 수필, 희곡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런 장르 중에서 어떤 분야를 특별히 관심과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 다르리라 생각 한다.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표현력과 함께 자기 자신에게 맞는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내 자신은 우선 읽기가 편한 수필 쪽과 많이 선호하는 편이었다. 각 분야를 살아가는 저자들이 각 자 살아가는 느낌과 함께 맡은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들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가장 적나라하게 글로써 모든 것을 표현하여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고,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을 보아야만 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집은 솔직히 자주 대하지 못하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이상하게 손이 더 가지 않는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역시 시인들의 고차원적인 사고와 함께 함축되어진 시어(詩語)에 대한 많은 부담감을 갖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시에 대한 내용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분야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시를 쓰는 시인에 대해서는 더 존경하게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피를 말리는 시어를 만들어내기 위한 자신과의 투철한 싸움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탄생한 한 편의 시는 우리 독자들에게 아주 깊은 의미와 함께 무한한 동경의 마음을 갖게 하기에 족한 것이다. 그리고 좋은 시집은 항상 곁에 두고서, 반복하여 읽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고, 또 하나 바람은 아주 마음에 드는 좋은 시는 암송을 통한 기억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최근 시 암송대회가 열리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을 해보면서 적극 장려하였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 ‘시차의 눈을 달랜다.’의 김경주 시인의 작품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첫째는 시라는 것이 참 오묘한 진리를 담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다. 몇 번을 읽으면 이해가 되는 내용도 꽤 많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시라는 것이 그냥 씌어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여행을 통해서 독서 등의 간접적인 체험을 확실히 보충하듯이, 시도 시인의 이런 다양한 체험의 시간을 통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앞으로는 시에도 조금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시간도 되었다. 어쨌든 이번 시집 독서를 통하여서 약간의 편협된 나의 독서 취향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의 계기도 되었다는 데에서 좋은 독서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나만의 좋은 애송시도 이번 기회에 하나 정하여 확실히 외워서 어는 자리에서도 술술 나올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였다.

m***3 2010.01.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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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현기증이 조금 잘 팔리는 이유 (김경주, 시차의 눈을 달랜다를 읽고)
"내 현기증이 조금 잘 팔리는 이유 (김경주, 시차의 눈을 달랜다를 읽고)" 내용보기
내 현기증이 조금 잘 팔리는 이유 (김경주, 『시차의 눈을 달랜다』를 읽고) 고품격의 언어로써 김경주의 시를 논하지 말자. 또한 그의 시를 가지고 평하지도 말자. 다만 한번은 쓰다듬고 한번은 쓸려(p.46)가며 딱 두 번 시집을 통해 눈만 달래(p.57)보자. 늘 양말이 다 마르기 전에 떠난 구름의 일부처럼(p.42). 그것이 떠난 빈자리에서 내 눈의 쓸쓸한 유례(p.43)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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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현기증이 조금 잘 팔리는 이유

(김경주, 『시차의 눈을 달랜다』를 읽고)

고품격의 언어로써 김경주의 시를 논하지 말자. 또한 그의 시를 가지고 평하지도 말자. 다만 한번은 쓰다듬고 한번은 쓸려(p.46)가며 딱 두 번 시집을 통해 눈만 달래(p.57)보자. 늘 양말이 다 마르기 전에 떠난 구름의 일부처럼(p.42). 그것이 떠난 빈자리에서 내 눈의 쓸쓸한 유례(p.43)를 찾아보자. 내가 맨 처음 보았던 것. 그리고 마지막에 보았던 것은 그냥 그 자리에 두자. 우리의 목적은 처음과 끝이 아닌 눈꺼풀이 아스라이 감겼다 떠지는 찰나 이므로. 견고한 사물을 쫓지 말고, 미세하게 떨리는, 그리고 마침내 한 획(畫)(p.36)의 총체성이라는 것을 느껴보자. 눈은 바람을 목격(p.67)할 것이다. 억만 겁의 시간 속에 유일무이 살아 남은 생명체. 그것은 리듬을 갖고 나머지는 표음이 되는 허구(p.67)가 되는 언어를 가르쳐 줄 것이다. 언어는 공간 속에 고착화 되어 있으며, 시간은 순간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공간 속에 순간이 흐르는 연속성에 있다. 이제 그 연속성이 아닌 순간을 가지고 시인은 '시차' 라고 말한다.

 

유년은 조금씩 몽상의 내부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체를 형성한다. 어느 누구의 유년이나 몇 대의 종이 비행기를 제작했던 기억과 그중 몇 대인가는 실종했던 기억이 존재한다. 도대체 그 많던 아이들의 종이비행기는 어디로 날아간 것일까? 어디로 추락해서 어디로 잔재가 흘러간 것일까? 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종이비행기릐 실족에 대해 내린 결론은 글을 완전히 잊을 때까지 바뀌곤 한다. (종이로 만든 시차 中, p97)

 

실종이냐, 실족이냐를 두고 다툴 필요도 없다. 이것은 기억 되는 것임과 동시에 내밀한 몽상이다. 상자 속에는 잊지 못할 물건들이, 우리들에게 잊지 못할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우리들의 보물을 줄 사람들에게도 잊지 못할 그런 물건들이 있다. 그 속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응집되어 있다. 그리하여 상자는 기억을 넘어서는 것의 기억이 된다.(가스통 바슐라르, 『공간의 시학』, p.184) 실종과 실족은 결과물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결과 전 단계도 아니고 결과의 단계도 아니다. 그것이 진행되어 잠시 일시정지 된 지점에서 허공에 떠 있는 종이 비행기를 더듬는 것이다. 시차를 통과 할 수 있는 인류의 과학 문명기술에서 비행기만 한 것은 없다. 그것은 동력으로 전달된 철의 기계일 뿐만 아니라 유년 시절 종이로 만든 비행기 역시 예외 일 수 없다. 시차의 언어란, 고상한 문명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각오하고 앉으면 가장 예리한 세월을 놓치지 않는 새들(p.19)처럼 즐겁고 캄캄한 복도(p.19)에 서서 그 질감을 씹으며, 여독(p.30)을 푸는 것이다. 손가락 발가락은 그냥 방바닥에 둬야 한다. 몸뚱이를 일으켜 세워도 안 된다. 그저 누워 있으면 된다.

 

나는 오랜 시간동안 시를 읽는 재미를 잃고 살았었다. 리포트를 쓰기 위해, 혹은 읽어야 하는 의무감에 쫓겨, 즐기지 못했다. 언어란 소통하는 것임에도 그 소통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여장을 풀고, 발 고린내 풀풀 풍기는 양말을 벗었을 때, '아 여기가 내 집이었구나.' 할 수 있는 안락함이 없었다. 여행은 하는 내내도 즐거울 수 있지만, 여행을 회상하는 것은 집에서만 가능할 것 같다. 여독을 풀기 위해 여행하는 시인처럼, 시집은 내게 몽상을 풀기 위해 일기를 대신 써(p.62)줬다. 나는 오늘 대필된 일기를 통해 여독을 풀었다. 이것이 다 풀릴 때쯤엔 나도 일어나 여행을 떠나야겠다.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일기를 대신 써줘야겠다. 시차란 바쁜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바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므로. 바쁜 사람들은 바보들의 이야기를 그냥 듣기만 하시라. 너희가 어지러움을 아느냐고.



YES마니아 : 플래티넘 s*******2 2009.12.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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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시집 '시차의 눈을 달랜다'를 읽고...
"김경주 시집 '시차의 눈을 달랜다'를 읽고..." 내용보기
김경주 시인은 요즘 말로 "잘나가는 젊은 시인"임은 알고 있었다. 작년말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기 이전에도 '세계의 문학'에서 그의 시를 본 적이 있고, 미당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한껏 주목을 받는 시인이었다.   그의 시를 읽고 금방 고개를 끄덕이거나 이해를 한 사람이 있을까?시적인 언어들이 암호 투성이의 문장으로 나타날 때 어느 누구에게도 쉽게 공략되지 않는
"김경주 시집 '시차의 눈을 달랜다'를 읽고..." 내용보기

김경주 시인은 요즘 말로 "잘나가는 젊은 시인"임은 알고 있었다. 작년말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기 이전에도 '세계의 문학'에서 그의 시를 본 적이 있고, 미당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한껏 주목을 받는 시인이었다.

 

그의 시를 읽고 금방 고개를 끄덕이거나 이해를 한 사람이 있을까?
시적인 언어들이 암호 투성이의 문장으로 나타날 때 어느 누구에게도 쉽게 공략되지 않는 매력이 그의 詩의 특징이다.
그래서 어느 평론가는 "그의 시는 수사학 사전 같다. 또 음악적 에너지가 넘친다. 그 에너지가 수사학적 장점 위에서 어떤 절제의 순간에 도달할 때 미적 성취를 이룬다"고 평했다.

 

"시차의 눈을 달랜다"를 음미하노라면 요즘 젊은 시인들의 시들이 가지는 감정이입이 어려운 난해함과 모호함과는 다른 암호가 분명히 있다.
이러한 암호에 가까운 낯설음은 시인의 인터뷰를 보면 인지할 만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그는 말한다. "시인은 시대의 징후를 가장 먼저 발견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시는 언어의 최전방을 지키고 있어야 하죠. 최전방은 가장 공포와 고독을 느끼기 쉬운 아슬아슬한 곳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있어야 하죠. 시는 언어의 전위로서 언어가 제도화되고 트렌드화 될 때 이를 막기 위한 실험을 계속해줘야 해요. 대중에게 낯설 수밖에 없죠. 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역할입니다."
다만 서걱거리는 낯설음이 내재되어있는 코드를 읽고 즐겨야 할 독자들의 몫을 외면한 채, 극소수의 시인이나 평론가들만이 감탄사를 연발하는 시는 그 또한 '그들만의 오만'으로 오래가지 못하고 잊혀지는 詩에 머물고 만다는 것을 잘 알아야할 것이다.
해마다 발표되는 신춘문예, 문학상 등의 수상작들이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못한 채 퇴색되어가는 잉크의 흔적으로만 남아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시인의 시적 능력과 영원히 암송되는 시로 남기위해서는 독자와의 '공감'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 시집에서의 주제는 단연 '시차'이다.
오랫동안 몇번씩 읽어도 암호풀이가 쉽지않아 뒷쪽의 전문가의 평을 읽어본다.  그들은 이 시차를 '‘떠도는 여행'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지만, 얼른 동의하기가 어렵다. 시인에게 여행은 테마가 아니라 삶의 형식이자 시적 태도로 나타나 그의 특이한 시세계를 이룩했다는 것인데, 그 정도의 암호풀이는 너무 단편적인 것 같다.

'시차'에 화두를 두고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시인이 말하는 시차는 "다면성의 결합이며, 그 연장선에서 암호의 코드를  해체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시차란 단어가 들어가는 "시차의 건축", "종이로 만든 시차"를 읽어보면 유년의 기억과 현재의 시적 상념이 매치되면서 그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과 격차를 암호로 메우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암호는 의미의 자각에 의한 형상적 개념임이 분명하고, 시인의 시적 통찰이 무엇인가를 풀어내면 되는 것이다.

 

미당문학상에 최종후보작으로 소개되었던, 김수영문학상의 수상작은 '연두의 시제' 외 49편으로 소개되는 "연두의 시제"를 보자.
 

  마지막으로 그 방의 형광등 수명을 기록한다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는 건 손톱이 자라고 있다는 느낌과 동일한 거 저녁에 잠들 곳을 찾는다는 건 머리카락과 구름은 같은 성분이라는 거 처음 눈물이라는 것을 가졌을 때는 시제를 이해한다는 느낌 내가 지금껏 이해한 시제는 오한에 걸려 누워 있을 때마다 머리맡에 놓인 숲, 한 사람이 죽으면 태어날 것 같던 구름

  사람을 만나면 입술만을 기억하고 구름 색깔의 벌레를 모으던 소녀가 몰래 보여준 납작한 가슴과 가장 마지막에 보여주던 일기장 속의 화원 같은 것을 생각한다 그곳에는 처음도 끝도 없는 위로를 위해 처음 본 사람이 필요했고 자신의 수명을 모르는 꽃들만 살아남았다

  오늘 중얼거리던 이방(異邦)은 내가 배운 적 없는 시제에서 피는 또 하나의 시제, 오늘 자신의 수명을 모르는 꽃은 내일 자신의 이름을 알게 된다
(이하 생략...)

 

뭔가 울림은 있는데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면 다시 시인의 설명을 보자.
그는 "언어와 삶 사이에는 간극, 시차가 존재한다. 시는 사이에서 발생하고 사라진다. 그런 시차, 시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내면의 설명을 들으면 시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에게 일어나는 일상의 삶이 시인의 언어로 탈바꿈했을 때 나타나는 암호는 여행자로서의 시차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思考의 시차라고 생각하면 훨씬 암호풀이가 쉬워진다.


개인적으로는 "북극의 연인들  -여섯 개의 회문"에 주목을 한다.
아마도 같은 이름의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 하다. 그 영화는 회문(앞에서 읽어도 뒤에서 읽어도 똑같은 단어, Ana, Otto)인 이름을 가진 두 주인공 아나와 오토의 사랑을 통해, 우연과 필연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끝이 시작이 되는 순환적인 구조 속에 두 연인의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러브스토리를 시인이 어떤 리듬과 암호로 풀어낼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 
 2. 당신은 내 침대에 누워서 무언가를 물었던 일처럼 잠들고/ 나는 당신의 침대에서 잠드는 일은 무언가를 묻는 일이라고만 생각한다/ 처음 당신이 내 곁에 누운 날을 / 그게 당신이 내 눈에 누운 일 같아서/ 내 눈이 처음으로 눕지 못했던 날이라고 믿는다
...중략...
 5. 우리는 언젠가 북극에 가자 북극에 가서 가장 얇은 얼음을 걸어가 그곳의 아래 귀를 대어 보자 얼음의 명예를 갖기 위해, 문을 반쯤 열고 발의 모양을 먼저 보여 주며 들어오는 사람처럼, 다양한 의식을 우리만 아는 눈(雪)들의 주소에 부치자 아름다운 북극의 폐가로 들어가 끌을 들어 서로의 눈 한쪽을 판화에 밀어 넣어 보자 저녁의 물과 가장 닮은 눈송이를 올려다보고 있는 사람의 눈으로

 

영상적 느낌이 시인의 감각으로 결합되면서 한껏 사유의 공간으로 우리를 끌어올린다. 이 부분이 일부 젊은 작가들의 정신분열적 모호함과 다른 김경주 시인만의 철학적 공간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쉽게 현대시에 공감하지 못하는 내 자신도 이 시인의 시적 감수성과 창의적 시재(詩材)에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아직도 그 의미를 이해하기 힘든 자기담론적 시적실험이 빨리 끝나, 시적 가독성(可讀性)을 좀 더 높일 수 있는 내밀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인다면, 시인의 역량으로 볼 때 젊은 시인들에게 필수과정처럼 여겨졌던 산문시에서 벗어날 시기가 되지 않았을까?...
 
이 시집의 평론이 아니기에 이 정도에서 매듭을 짓고자 한다. 버릴 것을 버리고 다시 거듭나는 시인이기를 바라면서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추언 :
'연두의 시제'를 보니 세계의 문학 2009년 여름호에 실린 시와 시집의 시에 차이가 있다.

 

세계의 문학 2009년 여름호==> 내가 지금껏 이해한 시제는 하루 종일 딸들의 머리를 땋아주던 여자가 중얼거리던 화음의 중간만 기억하는 거

시집 ==> 내가 지금껏 이해한 시제는 오한에 걸려 누워 있을 때마다 머리맡에 놓인 숲, 한 사람이 죽으면 태어날 것 같던 구름

 

시집의 표현이 더 깊이가 있어보이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겠다.



e***i 2010.02.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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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곧 네 피 속으로 뛰어든 새를 보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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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곧 네 피 속으로 뛰어든 새를 보게 될 거야   나는 욕조에 눈을 담아 끓이는 계절에 태어났습니다 나의 눈에서 태어난 눈들은 모두 내가 태어난 계절에 새 들이 되었을 겁니다 어쩐지 나는 자기 눈을 번식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습니다 그게 나의 궁리하면 나의 욕조는 따스한 물로 커다란 거울을 안고 들어가 거울 속으로 사라져 버린 날의 기후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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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곧 네 피 속으로 뛰어든 새를 보게 될 거야

 

나는 욕조에 눈을 담아 끓이는 계절에 태어났습니다

나의 눈에서 태어난 눈들은 모두 내가 태어난 계절에 새

들이 되었을 겁니다 어쩐지 나는 자기 눈을 번식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습니다 그게 나의 궁리하면

나의 욕조는 따스한 물로 커다란 거울을 안고 들어가

거울 속으로 사라져 버린 날의 기후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그게 당신의 방이라면 당신의 방에는

분명 처음 보는 욕조가 있을 겁니다

 

............13쪽에서

 

이 시집 속에는 정말 어려운 시들이 가득 들어있다. 도대체 무슨 말들인지 어여쁜 말들은 아니고 도대체가 한구절을 따라가다 보면 다른 구절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고 또 다음 구절은 다른 이야기를....ㅠㅠ 정말 너무도 괴로운 시이다.

 

그래서 써보기로 했다. 쓰면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너도 곧 네 피 속으로 뛰어는 새를 보게 될거라니? 도대체 무슨 새? 피 속으로?  계절을 그냥 이야기하면 되지.....눈을 닮아 끓이는 계절이라니...그럼.....따끈한 차를 이야기하는 건가? 겨울에 태어났다는 은유적인 매혹적인 표현?

 

눈이 새가 된다.....욕조는 따스한 물로 커다란 거울을 안고 들어가.....ㅡㅡ;;;   거울 속으로 사라져 버린 날의 기후...그게 당신의 방이라면 당신의 방에는 분명 처음 보는 욕조가...ㅠㅠ 으악~~미치겠다....ㅡㅡ;;;

 

그런데 이 시집이 [김수영 문학상] 이라는 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다면 무언가가 있다는 말인데....알고싶다...궁금하다...도대체 어떤 마음이 뜻이 담겨져 있는 것인지...'현대 시를 이끌어 갈 젊은 시인' 이고 가장 주목해야 할 젊은 시인이라는데....새로운 언어와 발상과 이미지로 시적 문법을 새롭게 쓰고 있다고 한다.

 

흠...그렇다면 열심히 읽어보리라...내 힘닿는 데까지 이해하도록 열심히 읽어보리라....이해할수 있는 그 점을 찾아서.....백번을 읽다보면 하나는 다가오지 않을까나? 뭐 백번을 읽을 정도로 내가 견디어내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시인에 대한 글을 읽다보니 예전에 알고 있던 아이가 생각이 난다. 그 아이도 이 시인과 약간은 비슷한...그림을 그리는 아이였고 그리고 잘생겼고...그리고 아주 힘겨운 삶을 살아내야하는 아이였다. 아주 독특한 색조를 지니고 있는...그리고 그 아이는 커다란 개와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그 집에 절대 가보지 않았다. 개를 무서워하기 때문에....이 시들을 보면서 생각나는 것은 그아이이다....그 아이는 지금쯤 이 시를 이해하는 사람으로 자라있을까?

 
한번 더 김경주 시인의 시를 적어본다. 이해하고픈 간절한 마음을 품고 말이다...

..........................

 

이 꽃말을 잊어버릴 때

꽃에서 벗어난 꽃말은 수증기가 되리라

 

꽃말을 외우면 그 꽃을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계절

에 와서 그는 오래된 동굴의 종류와 계절에 따라 눈 색깔

이 변하는 새, 아버지의 잘린 엄지손가락 모양, 처음 써 본

단어, 새로 산 이불 속으로 들어간 본 느낌, 마지막 페이지

의 그림만 기억하는 동화, 아홉 개의 귀고리와 바꾼 돌로

만든, 앞발로 핥고 있는 한 개의 짐승(청록색 혀가 입에서

흘러내려 앞발에 붙은), 집 근처에서 발견된 살인범의 노

모, 깨진 돌들의 단면 같은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꽃말을 차곡차곡 외우면서 그가 점점 분명하게 떠올린

것은 처음 꽃을 발견하고 그 꽃의 이름을 지은 저자가 모

두 식물한자가 아니라는 거, 꽃말을 지은 자는 꽃보다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거 자신의 이름이 꽃말에서 유래된 자

는 꽃의 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향을 몸에 사용하면 눈이

금방 멀게 될 거라는 거 꽃의 그림자를 마시고 숲에서 태

어난 바람은 태생동물이라는 거 고대엔 분명 바람의 연령

을 기록하는 학자가 있었을 것이라는 자신의 소설의 첫 페

이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꽃말을 하나씩 망각하기 시작하자 그는 자신의 노트의

왼쪽에는 자신에게 온 꽃의 나이와 이름을 기록했고 노트

의 오른쪽에는 자신에게 와서 묻힌 꽃의 묘지들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가락과 황혼이 가장 닮은 시간에 구부

러질 때 노트의 가운데에 꽃의 비문을 쓰기 시작했다 그

가 오늘 자신의 시에게 보낸 꽃의 조문은 이러했다 '이 시

를 보는 자는 현기증이 하나의 육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 시를 만진 자는 그 육체를 갖게 된다'

 

.........................................

 

y****4 2010.01.15. 신고 공감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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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의 눈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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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학창시절 시를 써본 기억은 있지만 어떤 내용이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의 졸작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시에 대해서는 약간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 tv에서 조정래 선생이 나와서 시인인 아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자신이 쓴 글은 아내에게 물어보고 잘못된 부분이다 싶으면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고치고 하는데 아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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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학창시절 시를 써본 기억은 있지만 어떤 내용이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의 졸작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시에 대해서는 약간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 tv에서 조정래 선생이 나와서 시인인 아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자신이 쓴 글은 아내에게 물어보고 잘못된 부분이다 싶으면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고치고 하는데 아내는 옆에서 무슨 말을 해도 시를 고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는 가장 상징적이고 함축된 표현을 하기 때문에 가장 언어를 잘 표현하는 사람은 시를 쓰고 되고 그 다음은 소설을 쓰고 다음은 에세이를, 다음은 비평을 한다며 농담같이 이야기하였다. 

시집을 아주 오랜만에 본 것 때문인지 이 책은 상당히 어렵게 다가왔다. 이해하기 어려운 많은 시들 가운데에서 감상이라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표현을 적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시에 대해서 평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서문에서
너의 수증기가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내가 모르는 마을 속에서 언제나 네가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일 거야.

모래의 날들
자고 일어나면 입술 위에 쌓이는 먼지로 알아보는 모래의 날들

발푸르기의 밤
개구리는 평발이다 

하루도 새가 떨어지지 않는 하늘이 없다
시 때문에 살 일 좀 생겼으면 하는데
사형수가 교수대를 향해 걸어가면서 
뒤따라오는 간수들에게 갑자기
자꾸 밀지 말라고 울먹이는 광경처럼

꽃의 현기증
이 꽃말을 잊어버릴 때
꽃에서 벗어난 꽃말은 수증기가 되리라
c******o 2010.01.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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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의 눈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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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의 시집을 몇 번 접해보았는데, 시의 느낌이 아닌 산문의 느낌도 살며시 난다. 김경주 작가만의 느낌이 잘 나타나는 '시차의 눈을 달랜다' 시라는 것이 나에게는 항상 어렵게만 느껴지는 장르중에 하나인데, 내 나름대로 아주 조금은 이해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대필' 이란 시가 가장 마음에 든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대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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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의 시집을 몇 번 접해보았는데, 시의 느낌이 아닌 산문의 느낌도 살며시

난다. 김경주 작가만의 느낌이 잘 나타나는 '시차의 눈을 달랜다'

시라는 것이 나에게는 항상 어렵게만 느껴지는 장르중에 하나인데, 내 나름대로

아주 조금은 이해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대필' 이란 시가 가장 마음에 든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대필 

          

일기를 대신 써 준 적 있고

군대를 대신 가 준 적도 있다

 

주인이 떠난 폐가의 마루 냄새르르 맡고 밤이면 이름이 없는 먼 별에서

흘러내리는 모래를 혀에 굴리다가 죽은 바람은 자신의 장례를 단 한

줄의 밀사라고 불렀다"

 

혼자만의 시간동안 이 시집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고, 내가 가진

모든 것들과 시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였다. 난 하루하루 급박하게 악착같이

살아가고 있는게 눈에 보이고,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조차 잘 못했던

것같다. 내 마음을 진정으로 느끼게 해주는 좋은 시간 이었다.

 

 

 

 

m****w 2010.01.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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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의 눈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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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되면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면서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기도 하고, 하얀 눈을 보면서 마치 설국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하죠.그러다가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지만 가끔은 현실에서 벗어나 나만의 생각 속에 잠기고 싶기도 해요.그럴때는 아무래도 한 편의 소설보다는 시 한 줄이 더 마음에 와 닿는 것 같아요.소설은 아무래도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이고 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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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되면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면서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기도 하고, 하얀 눈을 보면서 마치 설국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하죠.
그러다가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지만 가끔은 현실에서 벗어나 나만의 생각 속에 잠기고 싶기도 해요.
그럴때는 아무래도 한 편의 소설보다는 시 한 줄이 더 마음에 와 닿는 것 같아요.
소설은 아무래도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이고 시는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마음의 이야기이니까 말이죠.
김경주님의 시차의 눈을 달랜다라는 시집을 보면서 문득 생각한게 겨울이랑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게 되요.
좀 고독하다고나 해야할까? 세상과 섞이지 못하는 그런 냉정함, 사색 같은 거 말이죠.
물론 시라는 것이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지만 말이요.
아마도 지금이 겨울이라 그런지 지금 읽어도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고 해야할까요?
시차라는 말이 주는 의미가 남다른 것 같아요.
그냥 사전적인 의미로만 생각한다면 세계 각 지역마다의 시간 차이라고 할 수가 있겠죠.
물론 '시'라는 단어를 시간으로 볼지, 아니면 본다는 의미로 볼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죠.
본다는 의미에서는 하나의 물체를 서로 다른 두 지점에서 보았을 때 방향의 차이라고 하네요.
뭐 둘의 공통적인 느낌은 일단 다르다는 차이를 나타낸다는 거겠죠.
아무래도 이게 이번 시집의 주제인 것 같아요.
나와 너가 다르고 나의 생각과 너의 생각이 다르고...
차이를 느낄 수 있는게 지역적인 면도 있겠죠.
익숙한 곳을 벗어난 다른 곳에서의 느낌...
그렇지만 이런 시차가 어느새 점점 같음이 되어가는 것
너와 내가 마음이 통한다는 것
시차의 눈을 통해서 본 세상은 어떤 것인지 한 번 들여다볼까요?
n******s 2010.01.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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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의 눈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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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다. 아니 시는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 한다. 그런데 나는 느끼는 것이 몇 되지 않는다. 시가 어려운 것인가? 아니다. 삶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는 시인과 내가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 만에 잡아본 시집이 나를 온통 복잡함 그리고 혼란으로 끌어들인다. [시차의 눈을 달랜다] 김경주의 시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의 조합으로 나의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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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다. 아니 시는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 한다.

그런데 나는 느끼는 것이 몇 되지 않는다. 시가 어려운 것인가? 아니다. 삶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는 시인과 내가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 만에 잡아본 시집이 나를 온통 복잡함 그리고 혼란으로 끌어들인다.


[시차의 눈을 달랜다] 김경주의 시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의 조합으로 나의 눈을 시 속에서 떼어내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같은 문장을 다시 읽는 동안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머리는 복잡해 져 가고 있었다.


그의 시는 하나의 시를 통으로 볼 때와 한 문장 한 문장 따로 읽을 때의 느낌이 서로 다르다.  어떤 시는 이어지는 듯 한 문맥이지만 어떤 시는 전혀 다른 문장의 나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분명 연관성이 있을 듯하지만 아직 그의 삶을 통째로 이해하기에는 나의 삶의 무게가 더 가벼운 듯 하다.


연민이란 인간은 결국 자신과 가장 닮은 허구를 타인 쪽으로 열고 간다는 거다.

(Page 45 입김으로 쓴 문장 중에서 )


그의 시를 읽으면서 조금은 교만한 나를 발견한다. 나와 닮은 허구를 그의 시에서 찾아 느끼려고 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시인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없는 나의 단어의 한계와 의미의 한계를 느껴 보면서 시에 대한 존경심을 뿜어낸다.


시인은 제목을 시차라는 단어를 끄집어내서 이야기한다. 그의 시에는 시차가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려 주지는 않는다. 많은 여행의 뒤안길을 표현하는 느낌의 시들이 눈에 들어오고 머릿속에 남아있지만 여행의 상념을 이야기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의 새로운 환경에서 느껴지는 생소함이 시로 표현된다 하더라도 나는 시차의 느낌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의 시에서 시차는 동시대에 놓여 있지만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으로 움직이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을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쉽지만 미약한 시에 대한 나의 한계는 여기까지 인 듯하다.


짧은 글이 몇 백 페이지의 소설보다 더 오래 읽어도 다 읽은 다음 머릿속은 하얗게 되어 있다. 그래도 그의 단어 조합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전해 주는 듯한 느낌만은 오래 간직하고 남아 있을 것 같다. 그 느낌이 무엇인지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에는 알게 될 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을 품으면서 말이다.

a********8 2010.01.16. 신고 공감 0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