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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시절에 아줌마표 헤어 스타일에 검정색 '일자 바지'를 입은 중년의 여자들을 보면, 저 나이엔 무슨 재미로 살까, 궁금했다. 나는 저 나이까지 살지 말아야지, 불꽃같이 청춘을 불사르고 늙기 전에 죽어야지, 그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전혜린, 기형도... 요절한 이들의 삶이 영향을 미쳤나보다. 그러던 내가 사십 대가 되었다. 처음엔 사십이라는 생물학적인 나이에 당혹했고, 거기에 좀 익숙해지자 '젊지 않은' 내 몸과 마음이 어색하고 불편했다. 뭐라도 할라고 치면 나이가 자꾸 걸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홍대앞 예쁜 카페에라도 들어가려면 중년 아줌마 땜에 물이 흐려지지 않을까, 주저되기까지 했다. 이런, 이래서야 어디 주눅 들어 살 수가 있나! 그래서 세상은 그 해답으로 더 젊어지라고, 탄탄한 몸을 지금이라도 가꾸라고 다그친다. 얼굴에 빵빵하게 무언가를 넣고, 눈밑 주름을 제거하고, 몸에 탄력이 붙으면 기가 좀 살아날까? 이런 혼란과 우울의 와중에 만난 책이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소설가인 모양이다. 우리로 치면 박완서 선생 정도 될까. 이 책은 작가가 마흔부터 80이 되기까지 '노화'에 대해 생각하고 체험한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당차고 깐깐한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문득 아랫배에서 힘이 솟는 게 아닌가. 남들보다 몇 살 어려보인다고 으스대고, 나이 땜에 기 죽는다는 건 얼마나 천박한 생각인가? 우리 사회도 이제 나이듦을 거부하고 밀어내려고만 할 게 아니라 세련된 철학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깔깔깔 웃으면서(작가가 글을 너무 재미있게 써서) 내 살길을 찾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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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게 어떤 해는 보낸 시간에 대한 후회였다가 어떤 해는 괜한 뿌듯함이었다가 어떤 해는 대책 없는 허무함이었다가 했다.
점점 연말이나 새해에 대한 감흥이 줄어들고 있다.
조금씩 늙어가고 있나보다 하고 느낄 뿐.
항상 누군가와 또 주변의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그들만큼 이루지 못했음에 자책하고 그들보다 조금은 나은 점으로 혼자 위로하면서 나이를 먹어온 것 같다.
하지만 스스로도 느낀다. 제작년보다 작년이 더 어른이었고, 작년보다는 올해가 좀 더 어른이 되었다고.
마흔이라는 나이를 넘기면서 한 해 한 해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가의 글을 보면서 나이에 쫓기고만 산 것 같은 내가 보였다.
천상 소설가란 생각이 들었다. 50년 넘게 소설을 써온 작가답게 바로 눈앞에 보이는 듯한 장면 묘사나 감정 묘사가 놀랍다.
때로는 깊이 생각하게 하고 때로는 푸하하 웃게 하는 책이었다.
건강이나 죽음에 대한 고집스러움에도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가족, 친구, 자연, 건강, 죽음... 가장 친근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 주제들을 요란스럽게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절로 웃음 짓게 한다.
"그래! 그래! 이렇게 나이 들어도 괜찮겠구나!"
연말에 한껏 위로받고 마음을 데워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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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되기까지는 아직 좀 남았지만 왠지 자꾸 나이 먹는 게 두려워져서 무작정 사본 책이다. 아직은 공감되지 않는 내용들도 많았지만 책속에 엄마도 보이고 성격 급한 이모도 보이고 무슨 일만 생기면 우리집으로 달려와 엄마에게 이런저런 거를 묻곤 하는 언니도 보였다. 그냥 여자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다 보였다고나 할까? 작가의 아버지 정도는 아니지만 고지식하기만 한 아버지가 왠지 안타깝기도 하고 왜 엄마가 아버지에게 이기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굳이 나이를 따지지 않고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세대간의 생각 차이를 알 수 있기도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행복들이 내 생활 곳곳에 있다는 걸 발견하기도 하고. 술술 잘 읽힌다.
소설가가 쓴 글이라 그런지 장면이 머릿속에 잘 떠오른다. 그래서 공감이 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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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유쾌하게 나이 드는 지혜’라는 부제가 마음에 들어서 고른 책이다. 일본에서 유명한 작가인 사토씨가 마흔부터 팔십 대인 현재까지의 상황들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칠십 대까지 치열하게 현역 작가로 살아서 그런지 나이 드는 게 서글프다든지, 이루지 못한 일이 많아 마음이 바쁘다는 그런 말은 없다. 그냥 세월의 무게를 처음으로 느끼기 시작하는 마흔 즈음부터 시작해서 치매 증상이 오는 팔십 대까지 살아온 평범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사십 대때 친구들이 모임에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양로원에 들어갈 돈을 모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서글프게 느낀다. 20년 후의 일을 벌써 걱정하는 자기 세대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내가 공감한 것은 여자는 나이를 먹으면 우정에 눈이 먼다는 것이다. 마흔이 넘어 살찐 뱃살을 숨길 필요 없이 같이 수다 떨고, 삶의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오십 대는 아직 살만하고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많이 살아 본 사람이 아니면 절대 느낄 수 없는 삶의 지혜들을 젊은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요즈음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충고나 지혜 따위를 별로 쓸모 있게 안 여기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주름살을 감추려고 화장을 하는 것 보다 날렵한 몸을 유지하려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잘못하면 호통도 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한다. 육십 대가 되니까 주위에서 나이가 들어도 즐겁게 살라고 충고하는 것을 저자는 웃긴다고 생각한다. 집 안에 틀어박혀 있지 말고 마음껏 멋을 내고 연애도 하라는 말에는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한다. 늙어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왜 그렇게 동정들을 하는지 모르겠다. 젊은 사람들 비위나 맞추며 귀여운 노인이 되기보다는 고독을 견디며 홀로 서기를 해나가는 의젓한 노인이 되고 싶다고 한다. 칠십 대가 되어 보니 고생이 필요하다고 한다. 저자가 즐겁지 않은 날이 너무 많고 너무 길었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소파에 길게 누워 있거나, 음악을 듣고 할일 없이 보내는 것 만으로도 즐겁다고 말한다. 늙어서 시간이 많을 때 즐거우려면 젊어서 좀 고생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의식도 없이 링거를 주렁주렁 매달고 몇 달씩 병원에서 고통스럽게 보내지 않게 의학이 더 이상 발달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도 저자의 소망이다. 이제 팔십 대가 되었다. 머지않은 즉음에 대해 늘 생각하다 보니까 죽을 때가 되면 순하게 잘 받아들일 것 같다. 장수가 좋은 것은 아쉬움도 없고 미련도 없다는 것이다. 내가 죽으면 아이는 어떻게 될까, 신세 진 것은 어떻게 갚지, 사람들이 너무 슬퍼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면서 죽을 필요가 없다. 그냥 관조하는 삶으로 살면 된다. 저자는 보통의 일본인답지 않다. 성격이 급하고 내숭떨지 않는 것이 한국사람 정서와 비슷한 거 같다. 나이 들면 주위 사람들한테 민폐 좀 끼쳐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사람이 늙고 기운 없으면 치매도 걸리고 아프고 고생하면서 죽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니 젊은 사람들도 거기에 동참하며 사는 것이 인간적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사랑하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 집에서 늙어서 죽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이 변하고, 사회 구조가 변하다보니 지켜지기 힘든 전통이 되었다. 미래의 일로 머리가 아프기보다 오늘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재미있는 책이나 읽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