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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릴라. 시인 기형도가 이윤택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기형도는 일찍이 러시아 시인들을 무척 좋아했었고, 특히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대상으로 삼을 정도였다. "마야코프스키, 이 악마같은 마야코프스키!"- 마야코프스키는 러시아 야수파 운동의 기수로서 당대 해체시를 쓴 전위 시인-라고 읊으며 기형도에 대한 나름의 추억을 남긴다.(여기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형도)
이윤택은 현대 도시 속의 유랑 극단인 '연희단 거리패'를 이끌면서, 90년대 '우리극 연구소'를 세운 4인 중 1명이다. 이 책에 소개된 4명의 이력이 재밌다. 윤광진을 왕족으로, 김광림을 양반으로, 이병훈을 생원으로, 본인은 산적으로 별칭한다. 장난스럽지만, 저돌적이기까지 한 그. 허나 그가 남긴 연극에 대한 정의는 진지하다.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 더 나아가 자신과 세계와의 관계를 맺는 것이 연극이다. 이 관계 맺기는 일방적이서는 안됩니다. 상호 간의 열린 관계에서 성립되는 조화, 이것을 연극에서는 앙상블이라고 합니다."
문화 게릴라, 문화의 악어. 참 별나다란 생각이 들었다. 이윤택은 기형도의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기형도는 그의 이력과 왕성한 활동을 빗대어 '문화 게릴라'라 평했다. 하긴 시인이자, 극작가, 평론가, 연출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예술 종사자이기 때문이다.
이번 <살아있는 동안은 날마다 축제>란 책을 읽으며 내가 연극이란 예술을, 문화의 일부분을 너무 등한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현대소설과 현장 평론만을 탐독하는 문화 편식주의자가 여태껏 내가 견지한 절름발이 독서가의 면모가 아니었을까? 깊게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짧은 에세이집이지만 이윤택의 예술관, 인생관을 두루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장정일과 하재봉에 대한 일화는 그의 성격을 단 번에 보여주는 듯 했다. 고집스럽고, 때론 괴팍하지만 그 만의 진솔함이 문장 곳곳에 배어 있다.
이윤택은 분명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왜 연극을 하고 싶냐?'란 물음에 '내 멋대로 살고 싶어서'라고 대답하는, 그러면서 결코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 모습이 지금의 이윤택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앞으론 극 예술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다. 그리고... 그의 평론집 <해체, 실천, 그 이후>란 책도 필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1999년 3월 5일 완독하다> 마지막 단락처럼 이후 한동안 그리스 희비극에서부터 우리나라 현대 희곡을 많이 접했다. 허나 뚜렷하게 머릿속에 남는 장면은 없다. 다만 이 책이 떠오른 이유는, 너무나 부럽고, 행복할 것 같은 책 제목 때문이었다. 얼마간 '살아있는 동안은 날마다 축제'란 카피를 많이도 울궈 먹었었다(약간 변형하여).
곽재구 시인이 말한 <우리가 사랑한 1초들>에서처럼 이윤택 또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일상, 극 무대에서의 하루하루가 행복임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본인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삶이야말로 살아있는 동안은 날마다 축제다,라고 외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을까? 지금 내게 필요한 존재의 근거다.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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