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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강렬한, 철학적 사회비평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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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팔라닉’이 집요하게 관찰하는 또 한편의 인류, 인간사회에 대한 비범하고 냉혹한 통찰이라 할 수 있다. ‘랜트’는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발표된 작품들의 총체라고 할 수 있는데, 완벽한‘자기파괴’만이 나를 새롭게 세울 수 있을 뿐이라던 『파이트 클럽』의 ‘타일러’를, 어둡고 모호한 이미지의 퍼즐 맞추기, 그리고 뒤틀린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궁극에 쌓아 올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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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팔라닉’이 집요하게 관찰하는 또 한편의 인류, 인간사회에 대한 비범하고 냉혹한 통찰이라 할 수 있다. ‘랜트’는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발표된 작품들의 총체라고 할 수 있는데, 완벽한‘자기파괴’만이 나를 새롭게 세울 수 있을 뿐이라던 『파이트 클럽』의 ‘타일러’를, 어둡고 모호한 이미지의 퍼즐 맞추기, 그리고 뒤틀린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궁극에 쌓아 올릴 미래에 대한 의문을 던져준 『질식』의 ‘빅터’, 인간에 대한 회의와 열패감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키고, 소비지상주의의 폭력성으로 침몰해가는 현대인의 초상을 처절하게 그려낸 『인비저블 몬스터』의 ‘셰넌’등을 모두 통합한 인물이며 몽타주, 플래시백, 등장인물 모두가 화자(話者)인 구술전기 방식 등, 기법 또한 망라되어 있다.

 

이 작품에는 낯설고 이질적이며 혐오스러운‘광견병(rabies)’, ‘운전자 실황 교통방송’, ‘자동차 충돌 파티’라는 언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들은 인류학자 '빅터 터너(Victor Turner)'의 '커뮤니타스(Communitas)'라는 순화공간으로 순환시키기 위한 요소들이라 할 수 있다. ‘랜트’의 의도적인 광견병 감염은 등장하는 구술자들의 입을 통하여 미쳐버린 현대사회이며, 겁내던 미래상이고, 자신을 재목격하는 환각의 통로이며, “축적된 불안을 해소하고 문명 전반을 보호하는”순간의 표상으로 표현된다.

 

또한 실시간으로 중개되는 운전자 실황 교통방송은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음증적 자기기만을 폭로한‘수전 손택’의 다시 보기이며, 이 작품의 핵심 제재이자 소재인 자동차 충돌파티는 “카타르시스적 순화를 제공하는 리미널(liminal)공간”을 만들어 내는 이벤트로서 현대사회의 위계와 경쟁의 긴장관계를 해소하는 이상적 시공간이 된다. 작품 속에서도 열거되고 있지만, 작가의 전(前)작품들에서 등장한‘파이트 클럽’,‘로드트립 휴가’등이 바로 이러한 '리미노이드(liminoid)'행사들의 유사형태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오늘의 사회가 다름 아닌 디스토피아의 세계로 인식되는 것이다.

 

어둡고, 불안하고, 강렬하고 그리고 음울한, 그러나 진지하고 철학적이며 사색적인 이상향(理想鄕)을 그리는 작가의 시선은 이 작품에서도 변한 것이 없다. 그래서 삶과 세상의 모순을 혹독하고 기이하게 표현해 낼수록 더욱 그 진지하고 웅숭깊은 인간과 인류사회의 성찰은 예리하고 매혹적이다.

“어둠속에서 점점 더 가까워지고 요란해지는, 그 울부짖고 물어뜯는 소리. 수많은 이빨과 발톱이 물고 할퀴는”쓰레기 같고 추악한 현대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논평인 이 작품은 작가의 시선이 한층 성숙하여 인류 사회학적 비평서에 이른다고까지 할 수 있다.

질서와 무질서에서 다시 질서로,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그리고 다시 새로운 일상을 반복하는 인류의 문화현상을 색다른 것을 경험하게 되는 과도기적 시간, 또한 심화된 난장판의 시간으로 상징화한 탁월한 작품이다.

 

자기 자신을 키우고 자기의 아버지가 될 수도 있는, 그리고 시공간을 뛰어넘는 삼위일체론 등 “시간의 거대한 역행 고리들”을 이야기하는 환상적 시간여행, “트림을 할 때마다 분홍색 플라스틱 구세주들이 무더기로 마구 튀어"나오는 황당한 유머, 개처럼 예민한 후각을 지닌 인간 블러드하운드, 지문보다 100배는 더 특징적인 여성의 입술...등등 팔라닉 다운 상상력과 표현, 문장은 그의 매니아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영리한 사람이 자기는 단지 부패하고 타락한 제도의 산물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어떤 식으로 반응해야 하나요?”아마 자기표현과 사회구조를 실험하고 개발 할 수 있는 장을 찾아 헤맬 도리밖에 없을 것이다. 살인마 랜트의 죽음을 진정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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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9] 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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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더러운 구멍들, 그 애가 비집곤 하던 돌멩이 밑, 그 애가 볼 수 없던 자리들, 그건 우리가 그렇게도 겁내던 미래였어요. 그 어두운 곳으로 손을 찔러 넣어봐도 죽지 않으니까 그다음부터 랜트는 그렇게 많이 겁을 먹진 않게 되었지요.좋아하는 작가고, 코로나시대에 걸맞는 이야기다. 역시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기괴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서 그걸로 자본주의와 기독교를 난도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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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더러운 구멍들, 그 애가 비집곤 하던 돌멩이 밑, 그 애가 볼 수 없던 자리들, 그건 우리가 그렇게도 겁내던 미래였어요. 그 어두운 곳으로 손을 찔러 넣어봐도 죽지 않으니까 그다음부터 랜트는 그렇게 많이 겁을 먹진 않게 되었지요.


좋아하는 작가고, 코로나시대에 걸맞는 이야기다. 


역시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기괴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서 그걸로 자본주의와 기독교를 난도질하고 비웃는 것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매번 그런 이야기 뿐이긴 하지만 말이다.  


마지막 부분으로가면 시간여행과 영생획득의 설정을 따라가기 버겁긴 하지만... 뭐 사실 이야기의 정합성, 엄밀성 때문에 읽는 책은 아니고, 작가가 펼쳐 놓은 폭력적이고 황량한 세계를 느끼기 위한 책이라 별 상관없는 기분마저 든다. 


전작들은 다 절판이 되어버리고, 신작들은 더 이상 번역이 되지 않는게 안타깝다. 원서라도 사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h*****p 2020.09.03.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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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한 발상의 파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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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물들이 연쇄살인범(?) "랜트" 사후에, 랜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구술전기 형식의 특이한 소설입니다. 무대는 아마도 가상의 근미래. 소설 속에서 연도를 언급하고 있지 않은데다가, 특별히 과학문명의 발달에 대한 묘사가 없는 만큼 일종의 현실세계의 패러렐월드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정부의 엄격한 통행금지 정책에 의해, 정상적인 "주간활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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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물들이 연쇄살인범(?) "랜트" 사후에, 랜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구술전기 형식의 특이한 소설입니다. 무대는 아마도 가상의 근미래. 소설 속에서 연도를 언급하고 있지 않은데다가, 특별히 과학문명의 발달에 대한 묘사가 없는 만큼 일종의 현실세계의 패러렐월드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정부의 엄격한 통행금지 정책에 의해, 정상적인 "주간활동자"와, 질병뿐 아니라 광범위한 영역에서의 전염, 악영향의 여지가 있는 "야간활동자"로 분류됩니다.

저자는 <파이트클럽>, <서바이버>, <인비저블 몬스터>등 써내는 작품마다 기존 소설의 개념을 깨부수는 파격적인 방식을 채용해 온 "척 팔라닉". 그런 팔라닉의 2007년도판 작품입니다. 팔라닉의 팬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번에는 과연 또 얼마나 기상천외한 모습을 보여 줄 것인가 하는 기대감으로 걷어낸 베일속 <랜트>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대단히 특이한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파이트클럽>이 처음  발표된 것이 1996년. 세월은 흘렀지만 기예는 여전히 기예. 팔라닉의 독특하고 기발함은 전혀 퇴색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맛을 보고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는 이상한 감각과, 동물들에게 자신의 신체를 물어뜯게 하는 기괴한 성향의 소유자인 "랜트 케이시"는 고향인 미들턴을 벗어나, 폭주족을 연상케 하는 "자동차 충돌 파티족"이라는 위험한 게임그룹의 리더가 됩니다. 서로의 차를 들이받는 이 생사가 걸린 무식한 게임을 반복하던 랜트는 결국 사고로 사망합니다. 전설처럼 되어버린 그런 생전의 랜트에 대한 주변인물들의 증언은 단순한 회상에서 시작해서 랜트가 도시 전체에 전염병을 퍼뜨리고, 심지어는 시간여행을 했다는데에까지 흘러갑니다.

굉장히 독특하고 기상천외한 이야기지만 결코 꿀꺽꿀꺽 넘어가는 소설은 아닙니다. 책을 열면 처음에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그 실체가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주인공격인 랜트가 직접 등장하지도 않을 뿐더러, 한 페이지 안에서도 화자가 수시로 바뀌는 만큼 집중하기가 쉽지 않고, 구술자들의 증언도 시간순서대로 배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시간여행이라 느껴질만큼 수시로 오락가락합니다. 그리고 소재 또한 대단히 다채로워서 독자는 언제나 지그소 퍼즐의 조각들처럼 뿔뿔이 흩어져 있는 단편들만을 쫓아다니게 됩니다.

이 가상의 세상과 랜트의 행적을 통해서 팔라닉이 말하고자 하는바가 무엇인가를 짐작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워낙 조각이 잘게 나누어져 있어 퍼즐의 난이도가 높다고나 할까요. 다만, 다양한 각도에서의 증언들을 통해서 종교의 본질이라던가, 질병의 감염경로, 정부의 정책, 사회체계등을 포함하는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하는, 말하자면 음모론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에이즈나 매독같은 질병이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옮겨온 경로, 그리고 그 최초의 전염원이 된 사람은 누구일까? 라는 평소의 의문에 대해 일말의 실마리를 제공해준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괴이한 발상의 파편들을 읽고 난 듯하지만, 다 읽고 나면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과 함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한편의 블랙코미디 같은 <랜트> 속 세상을 읽고나면 그게 또 소설 속 이야기인 것만은 아닌 것 처럼 여겨지니 이상합니다. 현실이 바로 코메디라는 반증이 아닐까요. 신종플루가 제약회사의 음모에서 비롯되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도는 요즈음 <랜트>속 이야기는 더욱 체감온도가 높게 느껴집니다. 너무나 기괴하지만 흥미진진한, 좀처럼 겪어보기 힘든 특이한 경험이었습니다.

p********a 2010.01.02.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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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트 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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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척 팔라닉이 천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천재가 아니고서는 이런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겠으나 그에 앞서 말이죠, 이 냥반이 시전해 보이는 공력이 노력으로 얻어지는 레벨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 랜트와 유사한 주제의, 그러나 조금은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한 사라마구 할아버지의 <눈 먼, 눈 뜬 냥반들의 도시>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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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개인적으로 척 팔라닉이 천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천재가 아니고서는 이런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겠으나 그에 앞서 말이죠, 이 냥반이 시전해 보이는 공력이 노력으로 얻어지는 레벨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 랜트와 유사한 주제의, 그러나 조금은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한 사라마구 할아버지의 <눈 먼, 눈 뜬 냥반들의 도시>라는 작품과 비교해봐도 그렇습니다. 그 작품들도 잘 쓴 소설이지요. 이 소설들이 걸작이라는 건 제가 말하지 않아도 노벨 문학상이 그렇다고 그러잖습니까. 그리고 실제로도 재미있고 기발하고요.

      하지만 이런 게 있어요. 그 기발함이, 말하자면 곰곰이 생각하면 떠올릴 수도 있는 정도는 된다는 것입니다. 멋진 디자인을 보고 멋진 걸 알았는데 나도 곰곰이 생각하면 그런 디자인을 뽑을 수 있겠다 싶은 그런 감정이랄까요? 남이 한 걸 보고 나서 떠올리는 얍삽한 심리이기는 해도 어쨌든 떠오르는 건 떠오르는 거니까요. 이런 건 말하자면 장기를 두었고 계속 지는 상황에서도 왠지 그 한 수의 실수 때문에 지는 거라 생각이 들어 매우몹시계속 도전하게 되는 심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수만 안 하면 이긴다, 뭐 그런 각오로 한 백 판쯤 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딜을 하는 상황인지라 프로 갬블러들이 매우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말이죠. 그와는 반대로 어이쿠, 이건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흉내낼 수 없는 디자인이로구나 혹은 일억 판을 해도 지겠구나 싶은 레벨 차이를 탁, 느끼면 바로 두 손을 들어버리죠. 뭐랄까, 감당할 수 없는 고수의 삘이 빡, 온달까요? 잘못 건들면 디지겠다 싶은 뭐 그런 건데요,  

      척 팔라닉의 소설이 그렇습니다.

      읽으면서도 대단하네 이 냥반, 그런 생각이 불쑥 불쑥 드니까요. 

      그래서 만약에 <눈 뜬 냥반들의 도시>와 <랜트>가 동시에 신인 문학 공모전에 응모했다 치고, 제가 그곳의 최종 심사위원이라면 랜트를 뽑겠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왜? 난 놈은 난 놈대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어때, 척, 마음에 들어? 그러니까 난 때리지마.

      작가의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누굴 좀 잘 때리게 생기셨어요. 

 

      그러면 간만에 넘버링질 좀 하겠습니다. 정리해서 썰을 풀지 않으면 난장판이 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1.

      팔라닉은 확실히 자신만의 타입이 있습니다. 명찰 떼고 읽어봐도

      얜, 팔라닉 스타일인데?

      그런 게 딱 나와주신다는 얘기이지요. 그리고 이 팔라닉 스타일은 아직까지 팔라닉에게서 밖에 보질 못했습니다.

      이 스타일의 특징 중에는 늘, 껌 좀 씹어주시는 불친절이 맨 앞쪽에 도사리고 있는데요, 마치 간만에 나이트에서 몸 좀 풀어보려는데 정문 앞에 기도가,

      왜, 너도 놀게?

      라고 말하는 느낌이 들어서 살짝 적응기가 좀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한동안은 이게 뭔 소리야, 그렇게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얘기이지요.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이 소설은 500페이지에 달하기 때문에 이게 뭔 소리야, 기간이 조금 더 길었습니다. 팔라닉의 광팬인 저의 경우도 한 80~90쪽까지 열라게 헤메다가 이거, 이번 꺼는 삑사리가 아닌가 오해도 했었으니까요.

      이 불친절의 형태가 이런 겁니다. 이야기가 앞뒤 없이 툭, 하고 내던져지는 방식으로 시작되어요. 난데없죠. 약간 사차원적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점점 이해가 되어가는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마치 저 조그만 얼음산이 뭔가 싶어 내려가다보니 엄청난 빙산의 일각임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이 과정은 버텨볼만 합니다. 그만한 보상이 있으니까요.

      그러므로

      팔라닉의 소설은 읽는 과정에 등장하는 내용들을 여타의 작품보다 조금 더 집중해서 기억해야할 필요가 좀 있습니다.

      이건 말하자면 퍼즐 같은 거니까요.

      앞에 나왔던 그림을 기억하고 나중에 나오는 모양과 맞추가면서 전체를 그리는 형태 말이죠. 이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더는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지에 빠져들게 됩니다. 직소 퍼즐 해보셨습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죠? 결국 눈과 허리가 아퍼서 일어나면 일어났지 하다가 재미가 없어서 포기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이 소설도 직소 퍼즐과 아주 유사한 구조를 가졌습니다. 그러니 팔라닉이 대단히 똑똑한 사람이 아니랄 수 없지요. 소설에다가 퍼즐판을 펼쳐놓는다는 게 이게 말이나 되는 얘기입니까? 이런 공력을 가진 작가는 제가 아는 소설가 중에는 아마도 팔라닉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니 이건 대략, 매력이라기보다 마력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모르면 몰라도 알면 빠져나올수 없는 중독성을 지닌 냥반입니다.

 

      2.

      퍼즐의 이음새가 딱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미세하게라도 틈이 생깁니다. 조금의 차이도 용납하지 않죠. 아무리 모양이 비슷해도, 성질나서 꾸겨 넣고 싶은 심정이 들어도, 아닌 건 안 맞습니다. 그러다가 제 짝에 맞는 조각을 찾으면 가히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드는데 이 소설도 그런 효과가 있습니다. 정말 딱 들어맞죠. 기가 막힙니다.

      어느 것 하나 너저분하게 던져놓은 게 없어요. 정말 상관없어 보이는 한 조각이, 뒤로가면 어느 순간에 딱 들어맞는 부분이 등장한다니까요. 놀라운 냥반이야. 

      그런데 이런 지존의 경지에 가까운 구성력이 사전에 치밀하게 짜여진 결과물이 아니라는 느낌이, 팔라닉이 천재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일단 던져놓고 그 다음에 상황을 수습하는 필인데, 그 구라 실력이 장난이 아니라서 어떻게든 맞춰나가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렇게 얘기를 풀어나가는 데도 불구하고 어느 하나 헛점이 잡히질 않으니 이 냥반 이거, 작가가 안 되었으면 교주가 되었거나 교주가 좀 심했다 싶으면 세기의 사기꾼이 되었겠다 싶은 겁니다. 설득력이 장난이 아니죠. 이 냥반의 구라 솜씨면 정말 오천 오백만 남한 국민이 죄다 김일성이 낙엽타고 대동강 건넌 얘기를 믿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지경입니다. 그 정도로 리얼하고 디테일하게 뻥을 쳐요. 이런 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때 수천명이 죽었지.

      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2007년 6월 27일에 육천 사백명이 죽고 여섯 명이 다쳤으며 두 명이 토했어. 어마어마했지.

      라고 말한 사람의 말을 더 신뢰하는 심리를 백분 활용해주시는 팔라닉이십니다. 그렇게 하여 2007년 6월27에 죽은 육천 사백명 중에 한 명을 발췌하여 또 다른 사건과 고리를 매듭짓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요게 아다리가 착착, 맞아가니, 읽는 독자가 뿅뿅, 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치밀하게 구성을 해서 소설을 쓰는 성실한 양반이 아니라 타고난 재주로 써가면서 아다리를 맞추는 듯한 느낌의 프리하면서도 프로스러운 공력이 돋보이는 이유가 바로 그래서입니다. 구라가 워낙 상세하고 리얼하다보면 설사 그게 뻥이었다손 치더라도 믿고야 말겠다는 강한 결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 경우가 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맛깔난 이빨맨이라지요.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맞아들어가는 그림이 그에게 속고 있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아드레날린을 증폭시키는데요, 정신적 오르가즘이라면 이런 걸 두고 그렇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후반부의 절정은 가히 끝내주지요. 맥 라이언의 신음을 재연하고 싶은 심정이 드는 거니까요.

  

      3.

      여기서 잠시, 척 팔라닉이 전하는 그의 세상 바라보기에 대해 논해보겠습니다. <파이트 클럽>에서의 타일러 더든이 주장했던 것은 갈아엎자, 였습니다. 먼저 자신을 갈아엎고 자신을 갈아엎은 놈들이 모여 세상을 갈아엎자 그거였지요. 그 작품에서 등장했던 그래야하는 이유가 이 작품 <랜트>에서도 이어집니다. 같은 맥락이라고 보시면 되요.

      다만, <파이트 클럽>은 싹 갈아엎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자, 라는 약간은 젊은이스러운 진취한 기상이 바닥에 깔려있었던 반면, 이 작품은 그냥, 까뮈가 그렇게 미친듯이 외쳐댔던 부조리한 사회에 대해 냉소로 얌전히 물러납니다. 첫째,

 

      야이, 멍청이들아. 니들이 그러니까 독재가 존재하는 거야.

 

      라는 식의 대중을 향한 <브이 포 벤데타>스러운 질책이 풍자되지요. 둘째,

 

      종교, 신? 야이, 자식들아, 랜트를 보면 모르겠냐?

 

      라고 말하지요. 실제로 랜트의 작품 전반에는 하나의 인물이 어떻게 신격화 되어가는 가를 순차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마야인이 예언했던 지구 종말의 날 12월 21에 부활을 의미하는 랜트를 창조해서 예수와 동격으로 만들더니 잠시 후엔 결국, 그를 삼위일체의 본체를 만들어버리지요. 그런데 팔라닉은 이 모든 행위들이 다, 니들이 그런 거잖아! 라고 말하는 겁니다. 

 

         <어쩌면 그들은 모두 진짜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시작했지만 그들의 실체가 없어지는 동안 그들 주위로 새로운 이야기들이 쌓여갔다.> 

 

      셋째,

      그런 과정에서 역시 대중이 속고 있는 정부의 기만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습니다. 전설의 랜트라는 인물은 단지 어느 한쪽의 필요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지요. 정부와 대중, 양쪽 모두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정부에서는 국민들을 주간 생활자와 야간 생활자로 구분하고 각각의 영역에 통금 시간까지 지정합니다. 그것을 어기면 벌금이 500달러라나? 그러나 이것은 풍자일 뿐, 정부의 입장에서 순종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구분을 팔라닉이 그리 표현한 거라 보시면 됩니다. 말하자면 이노무 말 안 듣는 급진 말썽쟁이들에게 야간 생활자라는 바코드를 찍어주고 구분해놓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자들이 가만이 있질 않고 전작 <파이트 클럽>에서의 파이트 클럽처럼 자동차 충돌파티라는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는 정부의 흐름에 계속해서 태클을 거는 행동들을 보여주어 교통이 자꾸 마비되지요.

      이에, 정부는

      랜트라는 인물을 만들어 냅니다. 치명적 광견병의 숙주이자 모든 독의 근원이자, 슈퍼 전파자. 그래서 이 전염병에 걸린 자들은 법적인 절차나 국민의 권리 따른 절차 없이 바로 격리 수용시켜버리고 영원히 그곳에 가두어두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지요. 물론 이것은 작품의 등장 인물이 제시한 하나의 음모론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작품의 말미에 보면 작가는 그 음모론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지요. 등장 인물을 요악해 놓은 부분에서 대부분의 야간 생활자는 격리 수용되어있는 것으로 나오거든요. 정부에 꼭 필요한 야간 생활자만 격리 수용되지 않았죠. 이는 정부가 랜트를 이용해서 얻고자 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며, 결국 그게 결론으로 내려진 것으로 보아, 팔라닉도 어쩔 수 없음을 시인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파이트 클럽>이 20대를 상징한다면, <랜트>는 50대를 상징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이제 세상 돌아가는 원리를 다 알긴 하지만 그 무엇도 그것을 바꿀수는 없음 또한 알아버린 뭐 그런. 

 

      여기서 랜트가 신화가 된 또 다른 시각이 밎물려 소개됩니다. 정부는 그래서 랜트가 필요했다면 이번엔 대중은 도대체 왜 랜트를 신격화 했는가에 대한 이야기지요.

     이 과정에서 자동차 충돌파티라는 급진적 사회문화를 만들어낸 랜트라는 지위가 물론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하나의 코드가 되었고 그래서 대중이 랜트에게 열광하는 요인 중에 하나였던 것은 분명합니다만, 이들에겐 또하나의 미신. 혹은 무지함의 표현으로 시간 여행이라는 테마가 등장하게 되지요. 시간이 실은 직선이 아니다, 라는 식의 물리학적 구라까지 쳐 주시면서 그럴듯한 뻥을 만들어내주시지요. 문제는 사람들이 그 뻥에 열광한다는 얘기인데요. 쉽게 말해, 마이클 잭슨의 춤을 똑같이 따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영원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지요. 그 랜트 따라잡기 놀이에는 광견병에 걸리자, 라는 표어로 생활하는 여자분들이 대거 등장해주시는 데 우리나라로 치자면 된장녀쯤 된다고 보여지더군요. 뭐가 됐든 일단 유행에 뒤처지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뭐 그런 냥반들 말이죠.

     그러니까 팔라닉은 일반 대중에 대해서도 각 부류마다 세밀하게 쪼개어 각개전투로 까 주십니다. 종교인들, 된장녀들, 맹목적으로 미신을 믿는 이들, 캐족보를 가진 가족, 등등 친절하게 신분까지 잘 표기하여 독자에게 전달해주지요. 오만 인간 군상이 이 작품에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입니다.                 

 

      3.

      산타클로스처럼 거대한 사회적 합의에 의한 구라가 사람들을 길들인다라는 관점은, 말하자면 현 교육제도에서 비롯된 대중의 세뇌 효과를 풍자하는 것인데요, 사람들을 이렇게 어려서부터 길들여놓으면 장차, 정부가 원하는 방식의 권력 행위가 순탄하게 이루어진다는 음모론을 제시하는 셈이지요. 팔라닉의 이 주장은 사라마구 할배가 주장하는 부분과도 상당부분 맥이 닿아있습니다. 단지 사라마구 할배는 사회주의자이시고, 나이가 좀 있으시니까 점잖게 표현했다고 할라치면, 팔라닉은 그보다 좀 더 과격하게 침 좀 뱉어주시는 식으로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했다고 볼 수 있는 거지요. 

      그런데 어쩌면 팔라닉이 유독 극단적이고 역겹게 상황을 묘사해나가는 이유가 바로 인간의 본성이 그렇다고 주장하려는 하나의 의지라고도 해석해 볼 수 있겠습니다. 가히 풍자 문학의 대가, 비꼬기 문학의 지존이라고 여겨지는 팔라닉의 진가가, 만약 이 시대에 안 먹힌다면 다음 시대에는 먹힐 것이라 저는 그리 믿사옵니다. 앤디 워홀이나 잭슨 폴락의 작품도 천재적이라고 하는 판에 척 팔라닉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엄서효!  

 

      4.

      끝으로 팔라닉의 천재성을 논하는 데 있어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을 하나 소개하고 맺겠습니다. 어차피 이 지경까지 왔으면 이미 다들 자리를 뜨고 없으실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그래도,

      나 있어, 이 자식아.

      라고 말씀하실 이름 모를 그 한 분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소설의 서두에서 패턴 차단이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예기치 않은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방과의 관계에 변화를 일으키거나 당연하다고 믿는 것을 생경하게 만들어 새롭게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일, 이라고 역자가 주를 달았는데요, 이 패턴 차단의 기법이 소설 전체에도 쓰여졌습니다. 그게 팔라닉의 소설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당황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척 팔라닉의 소설은 지면 위에 인쇄된 글임에도 불구하고 입체적이라는 말쌈이 되겠습니다. 자신이 소설에서 소개한 내용들을 직접 소설을 쓰는 과정에도 사용하는 이 입체적인 개념이야말로 그를, 천재적인 작가로 만들어주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님 말자.

 

      이렇게까지 리뷰를 썼는데 척 팔라닉이 정말 나는 안 때리겠지?

 

http://blog.naver.com/vitojung



b******k 2009.12.30.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기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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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기괴하면서도 아무 작가나 생각해 낼 수 없는 그런 소설이라고 하겠다. 랜트를 처음 펼치는 순간 이상한 작법에 부딪히게 된다. 바로 대화체로 소설의 시작과 끝을 맺는 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사람이 인터뷰를 한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과연 내가 이런 소설을 접해 본적이 있던가? 과연 척 팔라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영화에서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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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기괴하면서도 아무 작가나 생각해 낼 수 없는 그런 소설이라고 하겠다. 랜트를 처음 펼치는 순간 이상한 작법에 부딪히게 된다. 바로 대화체로 소설의 시작과 끝을 맺는 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사람이 인터뷰를 한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과연 내가 이런 소설을 접해 본적이 있던가? 과연 척 팔라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영화에서도 인터뷰식 영화가 대유행이다. 최근 흥행작인 “디스트릭 9”와 국내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처럼 인터뷰를 하면서 영화가 진행 된다. 생소하지만 생소함으로 인해서 더욱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랜트도 인터뷰 혹은 대화체로 이야기가 진행 된다.


랜트는 가까운 미래에 희대의 연쇄 살인마 랜트의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이야기가 진행 된다. 물론 인터뷰를 누가 하는지에 대하여 나오지는 않는다. 칼이나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살인범이 아니라 광견병을 퍼트림으로 세계 최고의 연쇄살인범이 된 랜트… 그를 추억하면서 이야기는 진행 된다. 크게 보면 랜트의 어린 시절 주변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와 랜트가 집을 떠나면서 자동차 충돌 족과 지내는 이야기 그리고 이 책을 기묘하게 만드는 심스의 현장노트 이야기로 진행된다. 어린 시절부터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랜트. 그는 어떤 독충이나 동물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라는 전제에서 이야기가 시작 되는데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이야기를 묘한 끈으로 연결해 간다. 아마도 파이트 클럽이라는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중도에 포기해 버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 이유는 생소한 이야기 진행 방식과 스릴러나 호러물이 아닌 묘한 경계를 타는 이야기의 구성 때문이 아닐까? 성에 대한 거침없는 묘사라든지 그로테스크한 설명들은 매니아가 아니고서야 쉽게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척 팔라닉의 소설은 바로 그런 곳에서 실력이 발휘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파이트 클럽도 중구 난방 스토리가 진행 것 같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그 반전에 놀랄 따름이다. 랜트 또한 끝까지 다 읽어야만 그 묘미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소설 랜트는 생소하다. 이야기 진행 방식이 그렇고 주인공의 행동이 그렇고 자동차 충돌 족이니 주간 생활자, 야간 생활자라는 생소한 단어도 그렇고 마지막 랜트의 행방 또한 전혀 예측이 불가능하다. 독자를 끝까지 우롱하는 것이다.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어? 라고 생각한다는 자체가 이 소설에 빠져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기묘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다른 독자는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소설을 한번 다 읽고 난 뒤 나만의 방식으로 다시 읽어 보았다. 바로 인터뷰한 사람들 중 한 명의 대화만 처음부터 골라서 읽는 것이다. 묘하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전체적인 내용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고 한 사람의 인터뷰만 보고 있자니 내가 꼭 인터뷰를 하는 사람 같은 느낌과 그 인터뷰어의 생각과 느낌이 전달 되는 것이었다. 나만의 추측을지 모르지만 척 팔라닉도 각각의 인터뷰를 완성시켜 놓고 이야기를 다시 재배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튼 척 팔라닉의 랜트를 보면서 생소하면서도 기묘한 그리고 독특한 경험을 해 본 것 같다.

a******k 2010.01.0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랜트를 추억하자고 한 건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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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처음 올리는 리뷰입니다. 헷!  사실 이 아이, 읽기는 2009년의 마지막 날 다 읽었었습니다. 바로 어제였죠. 방학을 하고 났더니 어쩐지 마냥 뒹굴고만 싶은 마음이 강해져서 요 며칠 책 읽기를 아주 살짝, 게을리했거든요. 하지만 이 책이 더디게 읽혔던 것은 저의 게으름 탓만은 아닐 거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소~올직히 고백하자면, 저에게는 약간 어려웠습니다. 재미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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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처음 올리는 리뷰입니다. 헷!  사실 이 아이, 읽기는 2009년의 마지막 날 다 읽었었습니다. 바로 어제였죠. 방학을 하고 났더니 어쩐지 마냥 뒹굴고만 싶은 마음이 강해져서 요 며칠 책 읽기를 아주 살짝, 게을리했거든요. 하지만 이 책이 더디게 읽혔던 것은 저의 게으름 탓만은 아닐 거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소~올직히 고백하자면, 저에게는 약간 어려웠습니다. 재미가 없었다는 말이 아니라 '어려웠다'는 이야기입니다. '웅? 빠져들 것 같은데?' 라는 기분에 폭 감싸일라치면 저의 정신을 금방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려고 결심한 듯한 내용들이 등장하더라구요. 어떤 분은 이 책의 매력을 느끼려면 자신의 공력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럴지도 몰라요. 이 책은 눈 앞에 모든 것을 펼쳐준다기보다 내용 하나하나를 독자 스스로 껍질을 벗겨내고 알맹이들을 하나씩 맞춰가며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일단 표지에는 요렇게 써 있습니다. '연쇄살인범 랜트를 추억하며'. 이 문구는 CSI의 광팬이자 미국드라마의 모든 형사물, 범죄물을 섭렵하고자 하는 저를 겨냥한 것이나 다름없었죠. '뭐지, 뭘까, 근데 왜 연쇄살인범을 추억해야 할까, 누명이라도 쓴 걸까'라며 홀로 정신없이 널뛰기를 하는 와중에, 또 하나의 문구가 눈에 띕니다. '랜트와 키스하지 마. 바이러스에 감염될거야'. 그렇습니다. 연쇄살인범이긴 한데, 이 랜트라는 사람은 키스를 통해 사람을 병에 걸리게 하는 범죄를 저지르더라구요.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랜트의 범행수법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모든 상황이라 해야할까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한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랜트의 부모, 친구, 자동차 충돌파티에서 만난 사람들이 등장하며 그의 행적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해요. 처음에는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긴 하지만 보는 시각과 전해지는 말에 따라 좋게도 보일 수 있고, 나쁘게도 보일 수 있는 것이 인간관계니까요. 그 모든 의견을 모아서 한 사람을 상상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다행히 그들의 진술은 '랜트'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랜트의 행동'에 집중되어 있어서 아주 살짝, 주관적인 감정은 배제되어있다는 느낌이 든답니다. 그것으로 우리 스스로에게 랜트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사람들과는 별개로 작가가 만들어낸 환경도 매우 기묘해요. 주간생활자와 야간생활자가 존재하는 사회, 자동차 충돌파티를 즐기는 사람들, 랜트의 살인수법 (그게 정말로 사람을 죽이려고 결심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인지 아주 의심되는), 끊임없이 등장하는 운전자 실황 교통방송에 시간여행까지. 아, 다른 사람의 경험을 부스트 할 수 있는 신기한 기술도 소개되죠. 어째서 저의 정신이 자꾸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려고 했었는지 이해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자, 그럼 쪼콤 어렵긴 하지만 저의 모자란 능력으로 '랜트'에 대해 집중해 볼까 해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한 사람을 단순히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상상하는 일은 쉽지 않아요. 우린 그냥 들은 이야기로 랜트가 병을 옮겼고, 사람이 죽었고, 그 병에 걸린 사람들을 정부가 격리하고 심지어는 총으로 빵빵 죽이려고 했다는 것까지만 알지요. 도덕적이고 정상적으로 보이는 부류로 햇빛이 비칠 때 생활하는 주간생활자와 창백하고 타락하고 과격한 부류로 비치는 야간생활자 중에서 그 병에 걸린 것은 주로 야간생활자인 것처럼 보입니다. 사회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 야간생활자와 그들이 만들어 낸 자동차 충돌파티, 병에 걸린 야간생활자들과 그들을 막으려는 정부의 강경책.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어딘가 사라져버린 랜트.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내세운 시간여행과 도입되는 신에 관한 이야기. 과연 랜트는 정말 존재했던 것일까요?

 

우훙. 저의 머리로는 여기까지가 최선인 것 같아요. 분명 뭔가가 더 있는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는데 더 설명하려 하다가는 큰일나겠어요. 저의 정신이 안드로메다를 넘어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땅까지 가버리면 안 되잖아요. 이제 겨우 새해가 밝았고 게다가 첫 날인걸요. 아직 읽고 싶은 책도 많구요.

 

하지만 이 작가, 굉장하다는 것은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죠? 사실 척 아저씨하고는 처음 만나봤는데, 제가 좀 편견을 가지고 있었어요. 살짝 그로테스크한 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전 '그로테스크' 한 책을 읽으면 당장에 몸져 누워버리는 체질인지라 이 아저씨 책은 모두 그럴 거라고 단정짓고 있었습니다만, 요런 새로운 재미와 도전정신을 갖게 한 작품은 오랜만입니다. 제가 공력이 된다면 좀 더 깊이 있는 리뷰를 쓸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점이 조금 분하고 아쉬워요. 어쨌든 전 최선을 다했습니다. 헷!

y********j 2010.01.0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랜트〉 - 척 팔라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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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인상깊은 작품이 있다면 그 작가가 자연스레 생각나기 마련이다. 수많은 작가 중에서 몇몇 작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 작품이 마음에 와 닿았거나 강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많은 작가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작가는 정해져 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작가는 《척 팔라닉》이었는데 그의 작품 중에서 「파이트 클럽」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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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을 때 인상깊은 작품이 있다면 그 작가가 자연스레 생각나기 마련이다. 수많은 작가 중에서 몇몇 작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 작품이 마음에 와 닿았거나 강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많은 작가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작가는 정해져 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작가는 《척 팔라닉》이었는데 그의 작품 중에서 「파이트 클럽」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다. 나 역시 그러하고 또 한가지 생각난다면 「질식」이라는 작품도 생각난다. 하지만, 아직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언제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있었거늘, 이번에 다른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그의 작품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기에 기대감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랜트」라는 작품으로 만나게 된 그의 첫 작품이 어떨지 벌써 설렌다. 첫 장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본 것을 기억하면서 말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읽어본 작품 중에서 조금 독특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형식을 ‘구술 전기’라고 한단다. 처음 만나본 작가의 작품과 함께 처음 만나게 된 색다른 구성으로 기대감과 호기심은 점점 커져만 갔다. 누군가를 보고 그 대상에 대해서 한 사람씩 등장해서 구술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단지 자신만의 기억과 함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나 느낌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구술하기 위해 참여하는 사람에 대한 직업이나 주간활동자와 야간 활동자로 등장인물이 활동하는 것까지 아이콘으로 표시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다. ‘랜트’라는 인물을 여러 명의 구술 방식으로 전개되는 색다른 이야기의 구성으로 작가 《척 팔라닉》의 대단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그의 상상력은 최고인 것 같다.

 

 처음에 책을 읽으면서 헷갈리는 부분도 있었다. 등장인물은 계속 나오고 각각 자신이 본 다른 상황을 설명하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 재미를 더해주고 점점 몰입하게 되는 작가 《척 팔라닉》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작가의 작품을 왜 기다리며 왜 좋아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질병에 대한 무서움을 건강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나누고 정부의 감시 아래 야간통행금지까지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주간 활동자와 야간 활동자가 의미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다. 주간 활동자는 이성적이고 도덕적이며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며 야간 활동자는 그와 반대로 타락한 모습과 삶에 대한 의지나 난폭한 성향으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극과 극인 등장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떤 메시지가 있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인 모순을 비롯한 세상의 어두운 곳을 들추어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구술 방식으로 이루어진 구성은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읽으면 단지 눈에 보이는 것만 기록한 느낌이 든다. 이 부분은 지금의 사람들이나 현대인들이 현실을 바라보며 눈에 보이기만 한 것을 옮겨 담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처럼 말이다. 그리고 눈으로 볼 수 없는 혹은 보이지 않는 음모들로 세상에 있는 진실이 점점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넓게 본다면 세상을 눈에 보이는 부분만 바라보고 기록한 느낌이 들지만, 작가 《척 팔라닉》은 새로운 방식인 ‘구술 전기’를 통해서 사회적인 모순이나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어두운 부분을 풍자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을 통해서 작가 《척 팔라닉》의 작품을 만났지만, 그의 대단한 상상력과 소설을 쓰면서도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l*******0 2009.12.3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한 사람을 이야기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다채로운 작품이다!
"한 사람을 이야기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다채로운 작품이다!" 내용보기
척 팔라닉의 <랜트>를 읽으면서도 자꾸 '렌트'라고 쓰게 된다. 언젠가 티비에서 렌트 공연을 광고한 것이 주효했는지 각인되어 자꾸 렌트라고 쓰니 작가 선생님이 울고 가시겠다. 다시 정정한다. 그의 책은 늘 만날 때마다 표지로든, 내용으로든 생각치 못했던 것들을 만난 것처럼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전작 <질식>을 읽으면서 그 느낌을 받았는데, <랜트> 역시 척 팔라닉이라
"한 사람을 이야기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다채로운 작품이다!" 내용보기

 척 팔라닉의 <랜트>를 읽으면서도 자꾸 '렌트'라고 쓰게 된다. 언젠가 티비에서 렌트 공연을 광고한 것이 주효했는지 각인되어 자꾸 렌트라고 쓰니 작가 선생님이 울고 가시겠다. 다시 정정한다. 그의 책은 늘 만날 때마다 표지로든, 내용으로든 생각치 못했던 것들을 만난 것처럼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전작 <질식>을 읽으면서 그 느낌을 받았는데, <랜트> 역시 척 팔라닉이라는 작품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확연히 갈릴 작품이다.

 

어떤 소설에서도 본 적이 없는 그의 소설은 다분히 '컬트'적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고등학교 때 읽다가 도저히 읽지 못했던 책 파트리크 쥐스킨스의 <향수>가 생각났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책을 한 권 잡으면 끝까지 읽어내려던 고집이 있어 힘겹게 <향수>를 읽어 내려갔지만 도저히 그르누이의 음습함에 질식이 될 것 같아 책을 덮어 버렸다. 그때 만약 <랜트>를 읽었더라면 더하면 더했지 <향수> 보다는 파장이 덜 하지는 않았는 것이다.

 

전작 <질식>에 비해 <랜트>는 재미도 읽고, 읽힘새도 좋다. <질식>에서는 척 팔라닉이라는 저자의 투박함이 느껴졌다면 <랜트>는 위트도 있고, 이야기를 트루는 맛도 느껴진다. B급 영화같은 음습함과 컬트적인 것이 조합되어 비릿하면서도 자꾸 옆눈으로 흠칫거리며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은 <랜트>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면담을 통해 증언하는 '구술기록의 형식'을 띄고 있다. 한 사람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함께한 경험을 말하면서도 그들의 '기억'에 의해 말을 하기 때문에 서로 엇갈리도 한다. 한 사람의 면담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의 내용을 따라 주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테이프가 A면과 B면이 섞인 것 같은 혼잡함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릿하고 역한 상황에도 눈을 질끈 감으면서도 얻는 것이 있으니 도무지 안 볼 재간이 없었다. 올해 가장 화두 되었던 단어 중에서는 '신종플루'라는 네글자가 2009년을 화려하게 장식할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었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속에서 사람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언젠가 비염이 있어 살짝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사람들의 싸한 표정을 생각하노라면 아직도 식은땀이 주르륵 흐른다.

 모두 다른 누군가에게 다른 이름을 붙였지요. 그래서 버스터는 '랜트'였고 '버디'였어요. 체스터는 '쳇'이자 '대드'였고요. 또 아이린은 '맘'이고 '린'이었지요.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방법은 그 사람에게 자기만의 이름을 지어 붙이는 거예요. 그 사람을 자기 것으로 딱지를 붙이는 거지요. - p.37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의 득실거리는 바이러스의 공포와 현실에서 보여지는 음습함이 현재를 이어 미래 속에서 보여진다. '랜트가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가 그렇게 자랄 수 밖에 없는 것은 부모 때문이 아닌가?'라는 물음은 결국 돌고 도는 원처럼 원점이다. 다양한 시각으로 랜트라는 한 인물을 말하는 것처럼,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종교, 정부,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접촉, 불별을 다루면서 사람이 접촉하는 것들의 극단적인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시간여행, 전염병에 대한 인구 조작, 근친상간등 역사 속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네디 넬슨: 내가 결국 하려는 말은 이거예요. 만약에 랜트가 누군가의 오랜, 고약한 계획으로 나온 산물인 게 그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면요? 랜트는 늘 이러지 않았던 가요? "우리가 내일 맞을 미래는 우리가 어제 맞은 미래와는 같지 않을 것이다"라고요. 그 모든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 p.394

셀 수 없는 많은 인물이 나오는 만큼 <랜트>는 다채로운 소설이다. 페이지 그대로 읽어나갔지만 한 인물이 말하는 대답을 따라 차례차례 정리하며 분석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 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랜트를 분석해 나간다면 연쇄 살인범 랜트 뿐만 아니라 랜트를 기점으로 다양한 시각과 미래를 바라볼 수 책이다. 네디 넬슨이 말하고자 하는 랜트의 모습과 우리 미래의 예언이 어쩐지 소설속에서만 존재하는 미래라고 말하기에는 보여지는 현상이 지금의 우리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l****9 2009.12.2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이제 척 팔라닉의 매력을 조금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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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그 유명한 영화 <파이트 클럽>을 보지 않았다. 영화를 무지 좋아하는 내가 가끔 너무나도 유명한 영화를 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작품이 그렇다. 한 번 시기를 놓치면 그냥 못보고 넘어간다. 그런데 워낙 영화가 유명하고, 작가 척 팔라닉에 대한 칭찬이 많아서 소설은 읽었다. 빠르고 가볍고 쉽게 읽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었고, 이야기 서술 방
"이제 척 팔라닉의 매력을 조금 알겠다." 내용보기
아직 그 유명한 영화 <파이트 클럽>을 보지 않았다. 영화를 무지 좋아하는 내가 가끔 너무나도 유명한 영화를 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작품이 그렇다. 한 번 시기를 놓치면 그냥 못보고 넘어간다. 그런데 워낙 영화가 유명하고, 작가 척 팔라닉에 대한 칭찬이 많아서 소설은 읽었다. 빠르고 가볍고 쉽게 읽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었고, 이야기 서술 방식도 난해했다. 그 후 몇 권을 더 샀지만 괜히 손이 나가지 않았다.

이번 신작도 손이 쉽게 나가지 않았다. 구술 전기라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였다고 했을 때 호기심을 자극했다. 몇 쪽을 읽고 마음에 맞지 않으면 좀 뒤로 미루거나 다른 책을 보면서 틈틈이 읽으려고 했다. 그런데 초반 몇 쪽이 상당히 신선하다. 한 인물을 이야기하는데 그 대상은 등장하지 않고, 그를 경험한 사람들만 나와서 그에 대해 이야기한다. 왠지 모르게 끌린다. 첫 부분부터 새로움과 한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흥미를 느낀다. 이렇게 앞의 몇 장을 지난 후 다시 그가 지닌 난해함과 마주한다. 

‘연쇄살인범 랜트를 추억하며’란 부제가 붙어 있다. 처음 이 문구를 보았을 때 얼마나 대단한 살인자인지 궁금했다. 서장에서 랜트를 걷고 말하는 대랑 살상 생체 무기로 표현하는 것을 읽으면서 얼마나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펼쳐질까 잔뜩 기대했다. 그런데 아니다. 표지 밑에 나오는 문구를 간과한 것이다. 그는 총이나 무기를 들고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하나의 광견병원체로서 사람들에게 광견병을 옮길 뿐이다. 그와 키스를 하거나 그의 침이 묻어 있는 도구를 같이 사용할 경우 광견병에 걸린다. 그에게서 시작한 이 병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하나의 신화와 전설로까지 발전한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과정과 그 중심에 있는 랜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역자가 말한 것처럼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랜트가 태어나고 자란 곳, 도시로 나와 살았던 것, 그의 사후 그 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많은 논쟁과 가정들. 그의 출생과 성장을 보면 남다르다는 표현이 그에게 딱이다. 그가 지닌 탁월한 능력도 흥미롭지만 그가 마을에서 벌인 몇 가지 작업이 더 눈길을 끈다. 그것은 자신의 능력으로 희귀 금화를 발굴하여 한 마을 경제를 뒤흔들어 놓거나 놀랍고 역겨운 장난을 펼친 것이다. 물론 그의 부모나 외가 쪽 사연도 뒤로 가면서 놀라운 사실 혹은 가정으로 앞의 이야기를 뒤흔들어 놓는다.

대도시로 나온 그가 자동차 충돌파티족과 함께 하는 순간 분위기는 바뀐다. 한적한 시골의 풍경은 사라지고 뒤틀리고 괴이한 미래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주간 혹은 야간활동자로 나누어지고, 이 둘은 통행금지에 의해 정확히 분리된다. 랜트가 어울리는 사람들은 당연히 야간활동자들이다. 그를 통해 광견병이 확산되는데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마지막에 가면 정부에 의해 확대 해석된 부분이 있다는 의문을 나타낸다. 그리고 수많은 화자들의 이야기 사이에 인류가 맞이했던 무시무시한 전염병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가 퍼트린 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려준다.

랜트의 죽음 후 그와 관련된 사람들은 놀랍고 새로운 이야기를 한다. 그가 시간여행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더 이야기의 흐름은 바뀐다. 할아버지 가설을 놓고 논쟁하고, 그의 실체에 대한 현재의 모습을 설명하고, 과거의 의문을 풀어낸다. 수많은 사람들이 본 현실을 생각하면 분명하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고집과 한계는 이것을 부인한다. 모순과 충돌이 일어나고, 흥미롭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점점 이야기 속에 빠져들고 작가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이 작품은 분명히 쉽지 않다. 특히 앞부분은 흥미롭지만 난해하고 지루할 때도 있다. 완성된 인간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우리가 스스로 한 사람을 완성해야 한다. 그의 실체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꼼꼼하게 읽어야 하고, 작가가 제시하는 단어와 상황들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전염병, 종교, 정부의 조작, 인종 차별, 인간 차별, 시간여행, 불멸 등을 다루면서 한 인간의 이야기 속에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담아낸다. 난해하고, 흥미롭고, 재미나고, 역겹고, 때로는 지루하지만 그 세계 속을 헤엄치다보면 이전에 간과했던 척 팔라닉의 매력과 재미를 깨닫게 된다. 이제 다른 책도 다시 손에 들어야겠다.
f***2 2009.12.2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랜트의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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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는 살인마라는 구절이 있으나 실제 내용은 바이러스가 퍼진 것이다. 다시말해 그 구절은 사실과 다르다.그리고 랜트의 정체가 직접적으로 나타나서 그와 대화를 나누거나 하는 장면도 없다.그저 그의 행보를 타인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유추해야 하는 것 뿐이다.사실 척팔라닉 소설이 거의 그렇듯 랜트도 심하게 매니악하다. 다시말해 좋아하는 사람은 나처럼 너무 좋아하고, 싫어하
"랜트의 바이러스." 내용보기
표지에는 살인마라는 구절이 있으나 실제 내용은 바이러스가 퍼진 것이다. 다시말해 그 구절은 사실과 다르다.
그리고 랜트의 정체가 직접적으로 나타나서 그와 대화를 나누거나 하는 장면도 없다.
그저 그의 행보를 타인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유추해야 하는 것 뿐이다.
사실 척팔라닉 소설이 거의 그렇듯 랜트도 심하게 매니악하다. 다시말해 좋아하는 사람은 나처럼 너무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한다.
랜트는 과거, 현재, 미래로 왔다갔다하는 복잡하게 얽힌 시점으로 진행 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더 격하게 이상해지고 내용이 어려워진다.

척팔라닉의 매력은 독창적이다. 파이트클럽과 인비저블몬스터 처럼 책의 어느 부분을 펴고 읽어도 인터뷰 형식이기 때문에 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인터넷을 보니 랜트 이후에 더 이상은 척팔라닉 책을 번역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와 같은 매니아들에게는 슬픈일이 아닐 수 없는 소식이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꼭 다시 척팔라닉의 번역판이 나오길 기대한다.

l******4 2017.04.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