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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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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사라지며 당시 지식인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선비들은 공맹의 가르침을 입에 담지만, 실제로는 관직을 얻기 위해 아첨을 일삼고 돈과 권력 앞에 무릎을 꿇는다. 특히 과거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미쳐버리는 '범진'의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평생을 멸시받던 가난한 선비가 권력을 쥐는 순간 주변의 대우가 180도 바뀌는 장면은, 인간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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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사라지며 당시 지식인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선비들은 공맹의 가르침을 입에 담지만, 실제로는 관직을 얻기 위해 아첨을 일삼고 돈과 권력 앞에 무릎을 꿇는다. 특히 과거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미쳐버리는 '범진'의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평생을 멸시받던 가난한 선비가 권력을 쥐는 순간 주변의 대우가 180도 바뀌는 장면은, 인간의 가치가 오로지 '사회적 지위'에 의해 결정되는 세태를 풍자한다. 현대 사회에서 학벌이나 직업이 인간 그 자체보다 우선시되는 풍조와 겹쳐 보여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소설의 도입부에 나오는 '왕면'이라는 인물을 통해 진정한 선비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권력의 유혹을 뿌리치고 자연 속에서 자신의 절개를 지키며 살아가는 왕면의 모습은 타락한 유생들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작가는 왕면을 통해 "지식이란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부는 결국 인간성을 파멸로 이끌 뿐이라는 경고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추구하는 배움이 단순히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껍데기는 아닌가' 하는 성찰을 하게 되었다.

 <유림외사>의 가장 큰 매력은 인물들의 위선을 비웃거나 비난하기보다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덤덤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냉소적인 유머에 있다. 등장인물들이 체면을 차리려다 도리어 수치를 당하는 모습들은 현대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한 쾌감을 준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 시험 대신 각종 고시와 자격증, 승진 시험에 목을 맨다. 물론 성실한 노력은 가치 있지만 그 목적이 오직 타인 위에 군림하거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함이라면 우리는 소설 속 타락한 유생들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참된 인간의 길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유효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a*****7 2026.04.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