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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내가 (지금은 없어진) 뤼미에르 극장에서 2001년 어느 가을 저녁 8시 상영회차에 관람하였다. 아마 이때쯤 온라인 쇼핑몰이 서서히 생기기 시작했고, 내가 회원 가입해서 처음 주문 상품을 택배로 받아 본 것도 이때쯤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시 너무 깨끗한 상품이 도착해서, 야 이제 깨끗한 책 찾으러 발품을 팔 필요가 없겠다 생각하니 가슴이 다 뛰었는데... 물류 창고가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의 사정이었을 뿐이란 걸 깨달은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처음부터 재판매시장 매체 출시를 강력히 염두에 두고 이뤄진 사업이라서, 이처럼 dvd로 나온 건 당연하다. 이 상품이 물론 현재 블루레이로도 나와 있고, 안 그래야 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dvd라는 (당시로서) 신매체로의 출시를 염두에 두고 기획이 이뤄진 작품이 '블루레이'의 포맷을 띠고 있는 건 좀 역설적이긴 하다. 이 영화의 내러티브상 탁월한 점은 마틴 쉰을 객관적(...) 관찰자로 내세운 점이다. 수준이 낮은 관객들에겐 카리스마적 독재자인 커츠 대령이 왜 영화 시작 중반이 넘어서야 간신히, 얼굴보다 대머리를 내세우며 등장하는지 감이 안 올 것이다(이 시절 말론 브란도가 답이 없을 만큼 머리가 벗겨졌다는 건 그 답이 안 된다). 제아무리 전면의 주제를 표상하는 주인공이라고 해도, 비정상적 멘탈의 소유자를 프런트에 내세우는 어법으로는 보편의 메시지(이 영화는 누군가로부터 '노벨 평화상을 받으려고 작정했군!'이란 비아냥을 들을 만큼, 휴머니즘과 염전(厭戰)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형상화하였다)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가 없다. 내레이터는 반드시 정상인일 필요는 없고, 관찰되는 광인과 조금 코드를 달리하는 광인이기만 해도 무방하다. 진짜 심각한 광인은 누구냐면, 도무지 자기 자신을 객관적 위치에 둘 줄을 모르고, 지놈이 가장 마음 편할 대로 설정한 '페르소나'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놈이다. 이런 놈이 가장 중증의 광기를 드러내는 건, 제놈과 비슷한 증세를 앓고 있는 병자들의 집단에서, '이제야 바른 세상을 찾았군!'을 외치며 무슨 여자깨나 후릴 권리가 있는 돈 환 기믹으로 설치고 다니는 꼬락서니다. 본디 삼류대에선 비전 없고 마음은 허전한 골빈 여자애들 상대로 이런 얼치기가 어느 정도 먹히는 경향이 있는데(그나마 잘 되지도 않았음), 생전 먹혀 본 적이 없는 판타지가 의외로 통하기도 하는 걸 보고 그걸 항구적 페르소나나 되는 양 지 머리에 덮어쓴 채, 바바리맨처럼 만만하다 싶은 데 들이대는 걸로 아예 취향을 잡은 것이다. 시간도 지나고 (아무도 인정 안 하는) 신분 세탁도 했겠다, 되다 만 삼류 헌터 가면을 쓰고 씨도 안 먹히는 수작질을 하다가 저런 개낭패를 보고 있으니.... 하루에도 몇 번을 들락거리는지 모른다. 혹시 칸을 달리해서 무슨 답이라도 달렸을까 하는 처량한 기대에서 말이다. 요걸로 원기를 돋우기 전엔 새 포스트 쓸 기력도 못 낼 것이다. 마뜩지 않은 돼지할망구 수작질 말고는 그러나 걸려 드는 게 없다. 삼류 멘트를 어떻게 가다듬어야 낚시가 잘 될까? 이 세낀 지어내는 모든 멘트가 전부 작업용이다. 사실 영화에서 정말 우려되는 캐릭터는 킬고어 중령이다, 커츠 대령의 화려한 과거를 상징하는 이 인물을 별개의 역으로 빚어 동선에 띄운 것 역시 탁월한 선택이다. 이걸 과거 회상 씬으로 처리했으면, 약탈적 백인 정복자들의 현재진행형 행각에 대한 깊은 우려와 고민을 달리 제시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말론 브란도와 로버트 듀발은 여기서 교차점 없이 다시 조우하는데, 한때 부자(父子)로 등장했던 그들이 이 작에서 사실상 동일 인격체를 맡아 2인 1역을 퍼폼하는 모습은 지극히 흥미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