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연 도둑질은 나쁜 짓인가? 물론이다. 왜 나쁜 짓인가?.... 어린 아이들은 도둑질을 하면서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언제부터 도둑질을 나쁜 짓이라고 느끼게 되는가. 도둑질을 해서 부모에게 혼이 나면서부터다. 즉, 도둑질은 그 자체로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며, 단지 사회적으로 나쁜 짓으로 약속돼 있을 뿐이다. <도둑의 문화사="">는 이런 도발적인 질문과 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도둑질은 나쁜 짓"이라는 명제가 사회적 약속일 뿐이라면, 때로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도둑질도 있지 않은가. 예컨대 우리가 의적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일반인들은 그 의적들을 통해서 일탈을 꿈꾸고 대리만족을 느끼며, 그 의적이 체포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프랑스가 창조한 괴도 뤼팽이라는 인물이 그토록 인기를 누리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가 아닌가. 이런 분위기라면 도둑도 경우에 따라서는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경우 칼을 사용하지 않는 소매치기, 즉 강도와 구별되는 기술인으로서의 소매치기는 자부심을 가진 집단이었다. 그들만의 학교도 있었다. 그들에게는 소매치기란 엄연한 기술이었고, 따라서 직업이었다.
도둑질이 사회 문화적 현상이라면 도둑질 역시도 유행을 탄다. 가난이 주어진 환경이었던 중국에서는 '도뢰'라는 범죄가 일상화돼 있었다. 시체를 이용한 협박과 공갈이 빈번하게 일어났다는 뜻이다. 때로는 협박을 위해서 일부러 사람을 죽이기도 했다. 지주가 소작료를 내라고 핍박하면 소작인들이 노동력이 없는 노인들을 죽여 지주의 가혹함을 고발한 것이었다. 이런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까지 만들어져 있었다니 그리 보기 드문 경우가 아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신이 지배하는 사회였던 서양 중세에서는 성자의 시체나 유물을 훔치는 행위가 대유행이었다. 특히나 이런 절도 행위는 당시의 권력집단이었던 수도원이나 봉건 영주에 의해서 사주되고 장려되고 있었다. 이미 1000년 전에 죽은 예수의 유골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아무도 모르는데도 말이다.
때로는 사회 모두에게 득이 되는 도둑질도 있다. 흔히 과수원에서는 까치밥이라고 해서 과일을 하나둘 정도 남겨 놓는다. 바로 이 까치밥을 도둑 맞으면 다음해 농사가 풍년이 든다는 신념이 일본에서는 일반화돼 있었다. 이런 풍습이 있다면 서로간에 일부러 도둑질을 해달라고 빌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당연히 중추절을 기해 전국이 도둑질의 날로서 선포됐다. 도둑이 성공적으로 하나남은 과일을 따가면 축하의 뜻으로 표시까지 남기고, 그 표시를 본 주인은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니... 이렇게 보면 꽤나 재미있는 독서가 될 여지가 무척 많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일본인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이 작용한 탓일까. 어쩌면 별뜻없이 제시된 예화들에 적지 않은 거부감이 들곤 한다. 뤼팽이라는 유쾌한 도둑이 탄생한 배경에는 당시 세계 제일의 강대국이었던 프랑스 사회의 자신감이 있었다고 서술한 다음 문장에는 이런 말이 있다. 뤼팽 시리즈가 인기를 끄는 나라는 본국인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일본 밖에 없다고. 자신들도 자신감으로 말하자면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뜻으로 들린다. 도둑의 사회사를 제시하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대해서는 '도뢰'라는 무척 비인간적인 인습의 예를 들면서, 자신들의 예로는 까치밥에 얽힌 미풍양속을 들이미니 말이다. 그냥 책의 큰 흐름만 읽고 말 일을 괜시리 딴지를 걸었는지도 모르겠다.도둑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