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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소설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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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씨의 작품을 찾는 독자 중 그의 새로운 문학 세계를 기대하며 신작을 집어 드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는 그만큼 방대한 양의 작품을 내놓으면서 줄곧 일관된 세계관을 보여줬고, 독자들은 그의 그런 지적이고 탐구적인 작품들에 열광했다. 이번 작품 또한(나는 1년이나 지난 후에야 읽게 되었지만) 그의 과작들과 다른 사상적 견해를 보인다던가 새로운 서술적 구조를 보여주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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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씨의 작품을 찾는 독자 중 그의 새로운 문학 세계를 기대하며 신작을 집어 드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는 그만큼 방대한 양의 작품을 내놓으면서 줄곧 일관된 세계관을 보여줬고, 독자들은 그의 그런 지적이고 탐구적인 작품들에 열광했다. 이번 작품 또한(나는 1년이나 지난 후에야 읽게 되었지만) 그의 과작들과 다른 사상적 견해를 보인다던가 새로운 서술적 구조를 보여주고 있진 않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이제 완성의 단계를 보여준다. 그로써 이 '신화를 삼킨 섬'은 그의 대표작이 되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 것 중 그의 가장 원숙한 미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책을 즐겨 읽었던 독자라면 이 '신화를 삼킨 섬'을 읽으며 그의 작품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좌 우의 사이에 끼어 생사를 넘는 선택을 강요 받는 민초들이나, 우리 민족의 넋과 한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 소설에서도 주를 이룬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하고자 하는 것 또한 그의 오랜 작업들과 다를 것이 없다. (그의 소설은 소설 자체가 작가의 한풀이이자 씻김굿이다. 작품 안에서 그의 개인적인 경험이 소설적으로 자주 그려지는 이유 또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만 적어보려 한다. 내가 항상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소설과 현실에 대한 불분명함이다. (이는 내가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소설을 읽으면 소설 속의 역사를 모두 믿고 싶어져 버린다. 이 소설에서의 주된 이야기적 축은 '역사 씻기기'이다. 정말 얼마나 판타지 적인 생각인가. 국가적 차원의 씻김굿. (사실 이것이 허구일 것이라고 생각하곤 있지만 정말 자신은 없다. 내 역사적 무지의 소치이자 당시 정권의 허무맹랑함에 대한 반신반의이다.) 나는 이 놀이판에서 얼마 전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게 된 "국풍 '81"이란 잔치를 떠올렸다. 이 소설 또한 지난 정권에 대한 저항의 주체들을 자신들의 손으로 세상에 끄집어 내어 저항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하려 했던 정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소설에서 현실을 자아낼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나는 소설에서 내가 갓난 아기였을 때의 기억들을 재생산한다. 그 당시의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더군다나 보고 들었을 가능성 조차 희박하지만 내 육체의 한 부분에 체화 되어있을 그 이야기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다시 깨어나 전율이 된다.
t****n 2005.04.1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신화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한국소설-신화를 삼킨 섬 2]
"신화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한국소설-신화를 삼킨 섬 2]" 내용보기
우리의 역사라는데, 우리 땅에서 있었던 이야기라는데,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라는데, 아니 어쩌면 옆에 사는 이웃의 이야기, 아니 정말 어쩌면 바로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데 두 권의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꼭 먼 어느 나라의 이야기 한 편을 읽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작가가 머리말에서 이 글은 자신의 상상력에 의해 비롯된 이야기라고 일부러 일러두고 있었는데 그것은
"신화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한국소설-신화를 삼킨 섬 2]" 내용보기

우리의 역사라는데, 우리 땅에서 있었던 이야기라는데,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라는데, 아니 어쩌면 옆에 사는 이웃의 이야기, 아니 정말 어쩌면 바로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데 두 권의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꼭 먼 어느 나라의 이야기 한 편을 읽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작가가 머리말에서 이 글은 자신의 상상력에 의해 비롯된 이야기라고 일부러 일러두고 있었는데 그것은 도리어 이 이야기가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과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정말 신비로운 소설이었다. 이 작가의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신비로움. 내 이야기를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말해 주면서, 아닌 듯 아닌 듯 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해내는 말하기의 방식.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는데 읽는 중간에 손을 놓기는 더 어려운 소설이었다. 그렇게 사흘을 보내고 나니 다른 책이 쉬 손에 잡히지 않을 듯하다.

제주도에서 있었던 4.3 사건을 중심으로 그 이전부터 최근까지 우리 땅을 거쳐가면서 무수한 사람들의 목숨을 헛되이 잃게 했던 역사적 사건들. 그 사건들 속에서 비록 살아남기는 하였으나 오히려 같이 죽지 못함으로써 떠안고 살아야만 했던 한(恨)의 이야기. 죽은 자를 위해서나 살아남은 자를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풀어야 할 것이나 좀처럼 풀릴 것 같지 않은 한(恨).

어느 쪽인가, 누구 편인가. 죽음을 앞에 두고 끝없이 되풀이되어 온 선택의 강요. 왜 우리는 꼭 편을 갈라야만 하게 된 것일까. 내 편인가, 네 편인가.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어느 한 쪽을 선택한 댓가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보장도 해 주지 않은 채, 선택하면 선택했다는 이유로 선택하지 않으면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억울한 영혼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선택은 꼭 우리 민족에게 해당되었던 것만도 아닐 듯 싶다. 지금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의 백성들, 권력자의 욕망으로 인해 희생되는 모든 무고한 사람들에게도 이런 선택은 불가피할 것만 같다. 그렇다면 이건 어디서 비롯되는 문제인가. 누가 어떻게 해야, 얼마나 많은 시일을 들여야 풀 수 있는 문제인가. 이 문제만큼은 책을 다 읽은 뒤에도 시원한 답을 떠올릴 수 없었다.

무당들의 이야기라는 것도 참 의외였다. 무당들의 삶과 애환에 대해 이만큼 알게 된 적도 없었으니까. 낯설다는 것 때문에 더 멀리했고 더 두렵기까지 했던 무(巫)의 세계. 이 책을 읽으면 그들의 세계가 아주 가깝게 다가온다. 신내림을 받는 그들이, 신과 대화를 하는 그들이 보통 사람인 우리에게는 여전히 낯설겠지만 그래도 몰랐던 때보다는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 아프고 더 한스럽고 더 진실한 사람들이라는 것까지 느끼게 되면서. 적어도 전처럼 무섭지는 않게 되었으니까.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개인에게 작용하는 권력의 실체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그 권력에 희생당한 사람들의 침묵 속에서 독자가 직접 찾아내도록 하고 있다. 이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매력을 익히 알 것이다. 서서히 진행되는 느낌을 통해 깨우치게 되는 무섭도록 절실한 깨달음. 이 소설에서도 충분히 그것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니.

YES마니아 : 로얄 j***6 2003.12.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