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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라는데, 우리 땅에서 있었던 이야기라는데,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라는데, 아니 어쩌면 옆에 사는 이웃의 이야기, 아니 정말 어쩌면 바로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데 두 권의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꼭 먼 어느 나라의 이야기 한 편을 읽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작가가 머리말에서 이 글은 자신의 상상력에 의해 비롯된 이야기라고 일부러 일러두고 있었는데 그것은 도리어 이 이야기가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과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정말 신비로운 소설이었다. 이 작가의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신비로움. 내 이야기를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말해 주면서, 아닌 듯 아닌 듯 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해내는 말하기의 방식.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는데 읽는 중간에 손을 놓기는 더 어려운 소설이었다. 그렇게 사흘을 보내고 나니 다른 책이 쉬 손에 잡히지 않을 듯하다.
제주도에서 있었던 4.3 사건을 중심으로 그 이전부터 최근까지 우리 땅을 거쳐가면서 무수한 사람들의 목숨을 헛되이 잃게 했던 역사적 사건들. 그 사건들 속에서 비록 살아남기는 하였으나 오히려 같이 죽지 못함으로써 떠안고 살아야만 했던 한(恨)의 이야기. 죽은 자를 위해서나 살아남은 자를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풀어야 할 것이나 좀처럼 풀릴 것 같지 않은 한(恨).
어느 쪽인가, 누구 편인가. 죽음을 앞에 두고 끝없이 되풀이되어 온 선택의 강요. 왜 우리는 꼭 편을 갈라야만 하게 된 것일까. 내 편인가, 네 편인가.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어느 한 쪽을 선택한 댓가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보장도 해 주지 않은 채, 선택하면 선택했다는 이유로 선택하지 않으면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억울한 영혼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선택은 꼭 우리 민족에게 해당되었던 것만도 아닐 듯 싶다. 지금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의 백성들, 권력자의 욕망으로 인해 희생되는 모든 무고한 사람들에게도 이런 선택은 불가피할 것만 같다. 그렇다면 이건 어디서 비롯되는 문제인가. 누가 어떻게 해야, 얼마나 많은 시일을 들여야 풀 수 있는 문제인가. 이 문제만큼은 책을 다 읽은 뒤에도 시원한 답을 떠올릴 수 없었다.
무당들의 이야기라는 것도 참 의외였다. 무당들의 삶과 애환에 대해 이만큼 알게 된 적도 없었으니까. 낯설다는 것 때문에 더 멀리했고 더 두렵기까지 했던 무(巫)의 세계. 이 책을 읽으면 그들의 세계가 아주 가깝게 다가온다. 신내림을 받는 그들이, 신과 대화를 하는 그들이 보통 사람인 우리에게는 여전히 낯설겠지만 그래도 몰랐던 때보다는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 아프고 더 한스럽고 더 진실한 사람들이라는 것까지 느끼게 되면서. 적어도 전처럼 무섭지는 않게 되었으니까.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개인에게 작용하는 권력의 실체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그 권력에 희생당한 사람들의 침묵 속에서 독자가 직접 찾아내도록 하고 있다. 이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매력을 익히 알 것이다. 서서히 진행되는 느낌을 통해 깨우치게 되는 무섭도록 절실한 깨달음. 이 소설에서도 충분히 그것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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