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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의 문을 빨리 닫히게 하는 버튼은, 버튼에 손을 대는 사람에게 자신이 엘리베이터의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환상을 주는 일종의 심리적 안정제와 같다." 지젝은 여기에서 포스트모던 시대의 정치적 과정에 대한 은유를 발견했다. 시민들의 투표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환상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민들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제안하고 있는 후보들 중에서 선택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 상대가 알려주는 층수를 누른 뒤, 재빨리 지젝의 버튼(닫힘 버튼)을 눌러라. 그런데 운이 없게도 당신은 다시 문이 열리게 하는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순간 옆에 있는 여인의 얼굴이 뻣뻣해진다. 당신은 재빨리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지젝의 안정제입니다." 상대가 당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당신은 겸연쩍에 미소 짓는다. 철학과 괴상쩍은 상황극의 만남? 일단 호기심은 충만하다. 시를 지어 한 수씩 주고 받는 고수들처럼, 철학을 철학으로 맞대응하겠다는 흥미로운 연극으로 풀이된다. 수많은 대중문화를 사례로 동원하면서 우리시대의 스타 철학자가 된 지젝의 말과 엘리베에터에 대한 다양한 담론 간에는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이런 장난스런 익살극이 철학자가 펼친 진지한 사유보다는 소화되기 쉬운건 분명하다. 자못 우스운 건 철학자의 말에 의미를 풍부히 더하는 것보단, 모호하게 만드는데 더 큰 힘을 쏟는 것 같다는 점이다. 이후 아페리테프(식전주?), 앙트레(식전요리?)주요리, 샐러드(커피와 식후주까지)의 재료가 되는 철학자들의 이름은 눈이 부시다. 장 보드리야르, 칼포퍼, 하이데거, 시몬 드 보부아르, 발터 벤야민..참고로 지젝은 도착, 이었다.(초대 된 집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온 모양이다) 코스마다 다뤄지는 철학자를 달리해서 독자를 철학자들의 저녁식사(철학자로 만든!)에 초대하겠다는 다소 장난끼어린 시도의 책이다. 철학을 대하는 태도를 점검할 수도 있다. 심각하고 고답적인 인문학의 한 갈래 정도로 여기던 '철학'이 가벼운 에피타이저가 되거나, 싱싱한 야채를 씹어 입을 씻는 샐러드가 될 수도 있다는 영감이 팍팍 온다. 이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골라 진지한 탐구로 이어지는 것이 이 디너파티의 진정한 게임이겠지만, 자주 거론되는 유명 철학자들과의 가벼운 일면식으로도 충분히 들뜨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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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이곳은 프랑스다. 당신은 저녁 식사에 초대되었다. 그곳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그런데, 당신은 말발이 부족하다. 그런 주제에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잘난 척하는 인간들을 보는 건 재수 없어 못 견딘다. 이때 [잘난 척하는 철학자를 구워삶는 29가지 방법]을 따르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다.
이제 막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탄다. 초대 받은 다른 이들도 몇 명 있다. 이 어색한 시간을 물리치기 위해 당신은 이렇게 말한다. “엘리베이터의 문을 빨리 닫히게 하는 버튼은, 버튼에 손을 대는 사람에게 자신이 엘리베이터의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환상을 주는 일종의 심리적 안정제와 같아요.” 상대방이 당황하든 말든 당신은 덧붙여 말한다. 저 말은 슬로베니아 출신의 철학자인 지젝이 한 말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을 함유하고 있다고.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도 실은 자신이 자유민주주의의 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음을 착각하게 만드는 환상일 뿐이라고 당신은 설명한다. 여기까지 말했다면 시작은 상쾌하다.
아페리티프를 한 잔 마신 후 앙트레를 먹으며 본격 수다를 시작하려는데 한 남자가 계속 휴대전화를 받으며 베란다를 왔다갔다 한다. 한 두 번 그러다 말겠지 하는데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가 끊임없이 울리는 걸 마치 벼슬이나 되는 줄 여기는 기색이다. 참지 못한 당신은 이렇게 말하면 된다. “정말이지 당신은 하이퍼모더니스트시군요. (...) 항상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고, 자극에 의해 극도로 파편화되어 있으며, 유동적이고 연약하며, 모든 상징적인 소속감이 사라진, 하이퍼모던적인 인간은 자신의 몸과 함께 사유하고, 자신의 감정들에 가치를 부여하며, 단지 감정의 강도만을 추구하며, 자신의 유한성과 도덕성을 부인합니다. (...) 절대적으로 고독한 상태란 불가능하지만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 하이퍼모던적 개인은 결국 전화기와 컴퓨터라는 필터를 통해서만 현실을 경험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하면, 그 남자는 끝없이 울리는 전화를 무시하든가, 통화를 계속하더라도 자신이 마치 큰 명예를 안고 있다는 자신감 따위 더 이상 갖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겪을 법한 29가지 상황을 구상해 그때마다 당신의 교양을 빛내줄 철학적 사유와 재치가 담긴 코멘트를 조언한다. 그리고 당신이 만약 저자의 조언에 따라 그대로 실천한다면 두 번 다시 저녁 식사에 초대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식사가 끝날 즈음에는 이미 당신이 잘난 척하는 철학도가 되어 있을 것이므로. (덧 : 이 책은 칸트 이후 현대 서양 철학사에 어느 정도 감을 가진 독자가 읽기에 무난하다. 앞서 말한 슬라보예 지젝을 처음 들어 보았다면, 아쉽지만 이 책은 다음 기회에... 나도 좀 헤매면서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