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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시집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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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규 시인의 시는, 내면에서 우러나온 울림이다. 그의 시집은, 첫 시집 이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번 네 번째 시집에 와서 그가 다루는 세계는 더 넓어졌고 내면은 더 깊어졌으며 언어를 다루는 솜씨는, 마치 언어를 갖고 논다고 할 만큼 어떤 경지에 이른 듯 싶다. 수록된 <구름의 장례식> <배꼽> <혀> 등의 시가 보여주는 성취가 우리 시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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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규 시인의 시는, 내면에서 우러나온 울림이다. 그의 시집은, 첫 시집 이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번 네 번째 시집에 와서 그가 다루는 세계는 더 넓어졌고 내면은 더 깊어졌으며 언어를 다루는 솜씨는, 마치 언어를 갖고 논다고 할 만큼 어떤 경지에 이른 듯 싶다. 수록된 <구름의 장례식> <배꼽> <혀> 등의 시가 보여주는 성취가 우리 시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고 보여진다. 시집 전체에 걸쳐 태작이 보이지 않는 점도이 시집을 신뢰하게 하는 요인이다. 웬만한 시집의 경우 몇 편의 좋은 시를 제외하면 읽을만한 시가 없어 실망하기도 하는데, 그의 시집은 어느 시를 읽어도 단단한 성취를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된다.

창비나 문지 시리즈로 묶여도 전혀 손색이 없는 그의 시집 <<아무 망설임 없이>>는, 이렇듯 우리 시의 진경을 보여주는 탁월한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대중적인 시인이 아니나 여기저기 블로그나 카페에서 그를 검색해보면, 그의 시와 시집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상당히 많이 분포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디 그의 시집이 진정 시를 아끼고 좋아하는 독자들의 눈에 띄어 오래오래 사랑받기를 기원한다.

 

 

 

눈동자에서 새소리가 나요


김충규


 


눈동자에서 새소리가,

배가 고파서 새 한 마리 훔쳐 잡아먹었는데

그날 이후 눈동자에서 새소리가 나요

고문 받는 느낌이에요

아름다운 고문이라고 상상하지 말아요

나의 향기롭던 눈동자에 공포가 알을 슬어놓은 느낌

거울을 통해 눈동자를 확인하는 것은 잔인해요

눈동자에서 새소리가 날 때

눈 밑 얼룩이 조금씩 짙어져요

새의 문양을 한 얼룩을 숨기려고 검은 안경을 쓰고 다녀요

얼룩이 얼굴 전체로 번지면 그땐 짙은 화장을 하겠어요

한때는 죽어 새가 되기를 바랐으나

이젠 새가 지겨워요

먹었던 새를 토해내고 싶은데

이미 내 살이 되었겠지요

눈동자에서 새소리가 어둡게 침울하게 들려요

나는 발작을 일으켜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내 몸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내 눈동자에서 퍼덕퍼덕, 앓는 새가

검은 눈물을 흘러요

좆나, 내 눈물이 아니라니까요 

---------------

 

배꼽 

 

 

김충규

 



가끔 배꼽을 내려다본다

특히 샤워하고 나올 때 약간 물기가 묻은 배꼽을


내 몸이 가진 아주 작은 우물,

샤워할 때 고이는 물, 혹은

몸이 땀을 낼 때 그 땀으로 연명하는,


태어나자마자 얻은 흉터,

이 흉터는 평생 가져가야 한다

살아가면서 갖가지 흉터가 몸에 기록되지만

배꼽은 그 모든 흉터의 원형인 것,

허리를 체조선수같이 구부릴 수가 있다면

혀로 살짝 핥아보고 싶은 배꼽,

사랑하는 여자의 배꼽을 애무할 때면

그 몸의 전체가 서서히 비틀리며 전율하는 것같이

결국 흠씬 땀을 흘리는 것같이

내 혀가 내 배꼽에 닿을 때의 느낌도 그러할까


배꼽에 귀를 대어볼 수 있다면

끊기기 전 모친의 자궁과 연결되었던 탯줄의

가느다란 떨림이 전해질지도 모를 일,


거울을 통해서도 볼 수 있으나

배꼽은 고개를 밑으로 젖히고 보는 게 제격,

평생 메우면서 살아가는 삽질의 달인도

제 작은 배꼽은 메우지 못하고 일생을 마감한다


배꼽을 가끔 들여다보면서 때를 벗겨준다

태어나자마자 얻은 최초의 고통,

그 신성한 흉터의 제단을 말끔하게 청소하는 것이다

그 아주 작은 우물 안에 내 첫 울음이 매장돼 있으므로

 

y********7 2010.01.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