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주인공들. 라스콜리니코프가 논리적 살인을 하고, 죄책감에 짓눌릴 때만 해도, 스타브로긴이 허무에 허덕이며, 결국 모든 걸 비웃고,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고백을 할때도, 이반이 동생에게 대심문관을 얘기해줄때도, 어떤 면에서는 신이 없다면 인간은 어떻게 할것인가에 대한 형이상학적 실험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 도스토예프스키의 주인공들을 미쳤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 광기가 집단으로 옮겨와 때론 정치적으로, 자행되어 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논리적 이유로 합리화시키며 전쟁을 했고, 때론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했으며, 전쟁 속에서 신을 찾고, ... 2007년도에 겨울즈음, 아마 이 책을 시나리오로 한 영화가 나온 것으로 기억됩니다. 제가 유학생활을 막 시작할 때즈음, 영어를 잘 못해, 영화관을 가기를 주저했었는데, 같이 친하게 지내던 중국인 친구가 영화를 많이 알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코엔형제를 아냐고 물어보더군요. 잘 모른다 했더니, 파고는 봤냐구 물어보길래, 봤다구 하니, 파고 만든 형제들이라고 꼭 보러 가자고 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에서는 남부 (텍사스) 억양을 쓰는지라, 거의 알아듣지 못했지만, 정말 긴장하며 봤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집에서 작은 화면으로 보니, 긴장감이 사라지더군요.) 읽고 싶은 작가들 중에, 아직 시작하지 못하는 작가들 중에 한 명이 맥카시였는데, 그의 다른 소설, blood meridian에서 첫 페이지를 읽자마자 좀더 다른 책들과 작가들을 읽어보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영어가 어려운지, 그의 writing style이 어려운지 구별하지 못했거든요. 영화를 보고, 이 책을 읽으니, 이제서야 맥카시가 어떤 것을 보여 주려고 했는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주인공 모스가 처음 사막에서 차들을 발견했을 때의 묘사를 보면, In the first vehicle there was a man slumped dead over the wheel. Beyond were two more bodies lying in the gaunt yellow grass. Dried blood black on the ground. He stopped and listened. Nothing. The drone of flies. He walked around the end of the truck. 문장을 저렇게 씀으로써, 중간 중간에 마치 제가 모스와 함께 이 장면을 보고 있는 것 처럼 느끼게 해주는 효과를 주고 있는 건 아닐까 합니다. 그림의 거울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마저 그리는 네델란드 화가들처럼...맥카시의 글들은 단순한 사실들의 나열만으로도 그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가 책보다 리뷰나 평점이 더 좋은 것 같은데, 저도 영화를 먼저 본 것이 더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텍사스 사막과 시골 도시를 가 본적이 없는지라, 상상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헌데, 제가 코엔형제의 연출 효과에 놀랍다고 느꼈던 몇몇 장면들에 있어서, 책에서 너무 자세히 묘사가 되어 있어서, 이미 맥카시가 어느정도 그런 비주얼한 효과를 생각해서 쓰지 않았나 합니다. 책과 영화가 다른 점은, 보안관 벨의 나레이션이 영화에서는 많이 줄었고, 모스와 시거가 호텔에서 만나 총격적을 벌이는 장면과 모스가 마지막에 히치하이커를 만나는 것(책)과 호텔 풀에서 여자에게 유혹당하는 것(영화)이 크게 다른 것 같습니다. 책에 대해 얘기하기도 전에 이미 많이 써버렸군요. 다음에 맥카시의 책들을 또 읽을 때 쓸수 있겠죠... 베트남에서 저격수로 2년을 복무했던 주인공 모스는 어느 날 사막에서 사냥하던 중, 마약관련 범죄현장에서 이백 사십만 달러의 돈을 발견하고, (스타인벡의 진주의 주인공처럼,) 그 돈을 보여 자기가 살아왔던 인생과 앞으로의 인생을 보며 그 돈을 챙기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무서워서 신고를 했을 터이지만, 주인공의 전쟁경험은 그를 이런 상황에서 너무나 덤덤하게 혹은 자신감있게 만들어 버린 걸까요? 하지만, 나중에 모스가 멕시코로 건너가는 다리에서 모스에게 피묻은 돈과 자신의 외투를 맞바꾸는 아이들을 볼때도 사람은 피묻은 돈이지만, 그것 앞에서 약해지나 봅니다. 진정한 malice가 무엇인지, 시거의 동전 던지기에서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악이..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거. 시거가 쓰는 총이, 도살장에서 소들을 도살할때 쓰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니, 싸이코패스 시거의 살인은 도살에 가깝다는 것을 암시하는 건 아닐까 합니다. 대부분의 그의 희생자들이 몇초후에 무슨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소들처럼 같은 상황에 있으니까요... 갈수록 잔인해져만 가는 여러가지 형태의 폭력성에....패배감을 느끼는 보안관 벨...벨의 나레이션과 그와 삼촌과의 마지막 대화속에 모든 것을 다했지만, 어찌 할수 없는 것을 바라봐야하는 애잔함마처 느껴집니다. Do you think God knows what's happening? I expect he does. You think he can stop it? No. I don't. p.s.: Quote 할게 많은 걸 보니, 맥카시의 통찰있는 얘기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네요. It's a life's work to see yourself what you really are and even then you might be wro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