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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두 눈으로 힙합 춤을 본 건 언제였을까? 아마도 동대문 쇼핑몰 앞 무대 앞이었던 것 같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뭐시기 크루라는 팀이었던 것 같은데... 스스로 즐기며 쇼맨십도 보여주고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우연하게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사실 읽으면서 많이 놀랐다. 국내 힙합 댄스 팀들이 해외에서 높게 인정받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간단히 말하자면, 한국 비보이 1세대 이우재가 힙합 댄스의 이론을 세우고, 힙합을 예술로서 정립하고자 하는 글이다. 그렇지만 딱딱한 이론서만은 아닌 것 같다. 짧은 역사이기는 하지만 힙합이 어떻게 한국에 들어오고 자리 잡게 되었는지, 현재 그 위상은 어떤지 누구보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로서 자세히 소개해 준다. '이태원의 문 나이트 클럽'이 힙합에 미친 영향을 읽어보라. 살아 있는 힙합의 역사 증언이다.
또 읽으며 의문도 들었다. 저자가 강조하듯 힙합이 '자유'를 상징한다면, 제도권에게 예술로 인정받고 무대에 올라서는 것 자체가 스스로의 자유를 억압하는 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스스로의 틀에 갇혀버린 듯한 현대무용과 발레를 보면서 만약 힙합이 그 궤도에 오른다면 또 다른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그 자유로움과 에너지가. '거리의 예술'로만 남는다는 건, 어쩌면 힙합의 생명을 단축하는 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힙합(또는 그 정신)이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는 주장은 사실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이론의 정립, 체계화라는 게 결국 세련된 방식의 아전인수라면, 그런 면에서는 조금 세련되지 못한 아전인수랄까. 그러나 힙합 정신의 핵심을 짚고, 그 기원을 찾으려 애썼다는 점은 인정.
힙합에 대한 나의 궁금증 한 가지를 이 책이 풀어주었다. 왜 힙합 춤은 그토록 격렬한가. 과시적인가. 서커스 같은 면이 있는가. 이유인즉, 거리에서 시작된 예술이다 보니 사람들은 물결처럼 휩쓸여 왔다가 휩쓸려 가버리니 순간순간 관심과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런 면을 발달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말마따나 이제 무대 위에서 장시간 관객과 교류하기 위해서는 연출과 스토리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내용은 이사도라 덩컨과 바슬라프 니진스키에 관한 것이었다. 이들에 대해 읽으며 느낀 건, 결국 예술이란 '자유'에 관한 게 아닐까 라는 것. 시대라는 감옥, 선입견이라는 철창, 신체의 한계, 고정관념이라는 낡은 옷, 나이라는 숫자, 스스로를 옭아매는 사고의 한계. 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를 추구하는 게 예술이 아닐까.
새로운 시도, 자유, 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힙합이 그런 것을 담고 있다는 걸 이 글로 알고 나서 이제 힙합에 대해 우호적이기로 했다.
처음이란 돌을 맞기도 쉽지만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첫 발걸음이라는 게 얼마나 내딛기 어려운지, 그래서 소중한지. 이우재의 힙합론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첫 테이프를 끊었다는 것, 두려움 없이 소리쳤다는 것, 무엇보다 힙합에 대한 열정이 이 책에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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