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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시인. 원래 도시에서 살다 농촌으로 들어가 삶을 꾸려가고 있는 사람이겠지. 책을 펼치자 보이는 그의 사진. 선해 보이면서도 약간 날카로워 보인다. 시도 시인을 닮아 있겠지? 선하고도 선한~ 시가 세다. 날카로운 칼침이 작은 것부터 내 키만한 것이 나를 향해, 세상을 향해 날아오는 것 같다. 시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화려한 수사법, 해석하기 힘든 시구들로 가득한 시가 더 멋져 보이고,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실로 엄청난 칼침을 놓는 시들이었다. 한 편을 해석하는데 하루종일 걸리는 내가 다루던 시들과 달리 이 시, 아니 이 시집은 한 시간 안에 너무도 쉽게 읽힌다. 나도 금방이라도 펜을 잡으면 시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의 시. 그래, 시인의 말처럼 시는 이래야 되는 게 아닌다 싶다.
책방에서
한껏 매무새 다듬고 / 잘 봐 달라며 / 얼굴을 내미는 / 책들을 본다.//
여러 빛깔이 번쩍번쩍 / 눈이 부시다.//
책 한 권 고르기 위해 / 책 속에 있는 / 여러 작가들을 만난다 / 거창한 약력도 눈여겨본다.//
글을 쓰기 위해 / 책 속에 있는 / 여러 작가들을 만난다./ 거창한 약력도 눈여겨본다.//
글을 쓰기 위해 / 남모르게 흘린 땀이야 / 내 어찌 다 알 수 있으랴마는 / 어찌 소설가는 / 87년, 만주로 가는 큰 싸움에서 / 최루탄 냄새 한 번 맡지 않고 / 상하권 소설책을 / 감동 있게 잘 그려 / 집도 사고 장가도 들어 / 돈방석에 앉았다는데 //
어떤 시인은/ 참민주주의를 외치던 사람들을 / 개돼지처럼 다루던 군부 독재 시절에 / 달콤하고 아름다운 사랑 시집을 펴내 / 방구석에 앉아서 떼돈 벌었다는데 //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 논밭에서는 농부들이 / 주인이 될 수 있는 세상 만들자"고 / 목이 터져라 외쳐 대던 동지들 / 강우 우근 여표 상우는 / 감옥에서 나와 / 셋방살이에 빚만 잔뜻 늘었는데 //
여러 빛깔이 번쩍번쩍 / 눈이 부시다 / 겉은 번드레하고 / 속이 텅 비어 있는 책들을 보면 //
껍데기가 설쳐 대는 세상 / 책방에 가면 참말로 눈이 부시다.//
시보다 소설보다 / 더 뜨겁게 살아가는 사람들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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