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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책을 고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표지와 제목이다. 한마디로, 그 책의 첫인상에 따라 내가 그 책을 읽을 지 말지가 고민된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리뷰가 아무리 흥미로워도, 그 책의 표지가 내맘에 들지 않으면 어쩐지 손이 가지 않는다. 책은 총 9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내 마음에 들었던 글 몇 가지를 말하자면 '고양이를 부르는 저녁'과 '반짝반짝 빛나는', '당신은 어느 별에서 오셨습니까?' 이다. '반짝반짝 빛나는'은 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월 20의 집에 살며, 취업을 못해 계속 휴학을 연장하는 청년과 그의 배변활동과 심부름과 면접에 대한 이야기. 21살의 나이는 참 묘한 나이이다. 다들 나보고 어리다고 하는데, 나는 스무살 때 이런 저런 걸 하고, 마지막으로 도전해 볼껄 싶다. 아직 너무 어린 날인데, 뭔가를 새로 시작하자니 (예를 들면 삼수나 자퇴라고 하면 확 감이 오려나) 다들 큰 결심이라고 한다. 새로 시작했을 때 이뤄야하는 것들의 기준선은 올라가 있고, 여태껏 했던 것을 버리기엔 일년 반이 다 되어가는 시간들이 아깝다. 취업이 성큼 다가오는 데 솔직히 막상 뭘 할지는 잘 모르겠는 나이기도 하다. 스무살의 낯섦에 비해, 익숙해지고 친숙해져있지만, 그렇기에 한 발 딛기가 더 무섭고 귀찮다. 구더기의 몸부림이 만드는 파문에 그때의 똥들은 반짝거렸다. 똥이라는 것도 예뻐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삶이 지속되는 한, 배변 활동은 멈출 수 없다, 그러니 달빛 받아 반짝이는 내 삶들을 언젠가는 볼 수 잇을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별처럼. -P142,143 당신은 어느 별에서 오셨습니까?는 뭐랄까, 망한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곧 청춘이라 부르기 애매해 질, 아직 정신 못차린 애들의 이야기. 누군가에겐 그럴 것이고, 뭐 좋게 말하자면 아직 가슴의 열정을 완전히 잠재우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이다. 뭔가 내 이야기 같아서 좋았고, 내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는 이야기 같아서 좋았고, 내 이야기가 될까봐 무서운 이야기여서 좋았다. 머리로는 저렇게 살면 안되 싶은 데 가슴으로도 아, 저렇게 살고 싶다, 아니, 나는 결국 저렇게 살고 있을 것 같다 싶은 이야기였다. 특별한 사건 없는 이야기였지만 읽으면서 묘하게 즐거워졌다. 독서, 음악 감상, 춤추기, 여행은 누가 봐도 특기가 아니라 취미였다 -P181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것은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과 같다 고양이를 부르는 저녁과 이 책의 타이틀인 손잡고 허밍은 대목만 소개할까 싶다. 그 이름 모두가 고양이의 이름 같았고, 그 모두가 고양이의 이름이 아닌 것 같았다. -P41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말해야 할 때는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른 이름을 댔다. -P27 그는 대숲에서 울고 있었다. -손잡고 허밍 P69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 책은 붕뜬 것들에 대한 이야기 같았다.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붕 떠 있는 존재들의 이야기 같았다. 그래서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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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고 허밍은 9개의 단편 소설들이 실려있는데 제목들이 참 재미있다.
고양이를 부르는 저녁 손잡고 허밍 허공의 케이 반짝반짝, 빛나는 축지법교본 당신은 어느 별에서 오셨습니까? 태양을 쫓는 아이 비틀젠틀 셔틀맨 옷들이 꾸는 꿈
고양이를 부르는 저녁을 읽으면서 늦은 밤 집에 오는 길의 고양이 울음 소리에 발길을 멈추었던 것이 생각 난다. 길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눈을 마주보고 "고양아~ 야옹아~ 나비야~ 지니야~"라고 불러 보았는데 주인공도 지나칠 수 있었던 고양이에 대한 관심과 데리고 와서 보살피면서의 책임감들이 느껴졌다. 무심한듯 하지만 미영에게도 보호 받고 싶은 마음이 보호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드러나지 않았을까?
손잡고 허밍은 옛날에 내가 살던 고향에 가면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떠오른다. 개발되어 버린 도시에 나의 추억만 남아있는 그곳. 어린 나로 돌아 간다면 그 고향의 풀냄새 땅냄새, 그리고 그 곳곳에 서려있는 추억들이 떠오른다. 구남씨가 녹음한 대숲의 소리처럼 나도 고향의 소리가 그립다.
허공의 케이는 나의 어린 시절 목욕탕을 뛰놀던 추억들이 떠오른다. 이른 새벽에 가면 조용한데 물이 똑똑 떨어지는 그 소리, 세신사 아주머니 등~ 지금은 목욕탕에 잘 가지 않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옛날에 목욕하고 시원한 스콜을 사먹었던 기억이 난다.
반짝반짝, 빛나는을 보면서 어릴적 친척집에 가면 재래식 화장실을 썼던 기억이 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공감하며 내 나이가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니구나. 나도 참 옛날식 문화에 대한 연식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래식 화장실은 더럽고 빠질까봐 무섭고, 냄새가 지독해서 코를 틀어막고 사용했었고, 그 밑은 서늘하고 득실득실하는 구더기 때문에 쳐다보지도 않고 볼일을 보고 뛰쳐나오곤 했었는데 작가는 이런 재래식 화장실에서 반짝거리는 별을 찾아 낼 수 있다니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지법교본을 보면서 이토록 추운 겨울에 순간이동을 하거나 촥- 촥- 하고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축지법교본이 요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맞지만 너무 빨리 빨리 지나쳐 버리기 때문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다. '전체를 먼저 보고, 앞서간 다음엔 뒤도 돌아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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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연이 일부라고 흔히들 말하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보면 대부분의 인간은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인간의 역사는 곧 정복의 역사였다. 이 정복의 대상은 같은 인간일 때도 있었지만, 대개는 자연이 그 대상이었다. 다른 동물들에 비교해 신체적으로 그다지 유리한 조건이 아니었던 인류의 조상들이 냉혹한 자연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끊임없는 발버둥을 쳤기에 지금의 우리가 지금 존재할 수 있긴 하겠지만, 어쨌든 그 발버둥은 그다지 우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우아하지 않은 발버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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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읽었던 호밀밭 출판사 소설선 '소설의 바다'의 <모두의 내력>가 무척이나 재밌었던 나머지, 이번 작품에 너무 기대를 많이 했나 보다. <손잡고 허밍>은 안타깝게도 기대에 못 미쳤다. 첫 번째 단편소설인 [고양이를 부르는 저녁]을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구절들을 여러 번 읽어도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야기의 분위기가 자연스레 내게 스며들지 않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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