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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 주는 남자 김흑의 좌절된 사랑과 꿈-'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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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은 한 마디로 하면 책 읽어주는 남자 김흑이 소품과 소설류 문체를 단속했던 문체반정의 시대에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사랑을 좇다가 죽어간 이야기이다. 전지적 작가 시점의 전개에 중간중간 이야기가 삽입돼 있는 구성은 신선하게 다가왔고, 작가의 우리말 구사력과 섬세하고 감각적인 묘사로 인물들의 심리가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던 점도 볼만했다.   이 작품의 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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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은 한 마디로 하면 책 읽어주는 남자 김흑이 소품과 소설류 문체를 단속했던 문체반정의 시대에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사랑을 좇다가 죽어간 이야기이다. 전지적 작가 시점의 전개에 중간중간 이야기가 삽입돼 있는 구성은 신선하게 다가왔고, 작가의 우리말 구사력과 섬세하고 감각적인 묘사로 인물들의 심리가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던 점도 볼만했다.

 

이 작품의 주제는 문체반정이라는 배경과 책 읽어주는 남자 전기수(傳奇傁)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곧바로 드러난다. 문장이 곧 나라의 성쇠가 관련이 있고 교화와 직결돼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임금과 경박하고, 사치스럽고, 섬약하고, 경솔하고, 감상적이라는 소품, 소설 문장, 그것을 추구하는 인물을 통해 주제가 강렬하게 부각되는 동시에 작가는 소설의 역할, 이야기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직설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셈이었다.

 

정조와 노옹 그리고 이결과 김흑은 각각의 문장을 대변하는 인물인데, 노옹은 정조의 문체 반정을 지지하는 신하로, 소설 소품의 문장이 사학(邪學)으로 빠지게 된다고 믿고 있다. 반면에 이결은 과거 답안에 소품의 문장으로 서술함으로써, 정조에게 지적당하고 출세길이 막혀버리게 되는데, 이결이 성균관에서 수학할 때 그의 수발을 들어주던 이가 바로  양운득이었다.

이결은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운득에게도 글을 가르쳐 주었다. 말은 마음을 대신하고, 문장은 말을 대신하는 것이니, 마음과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고 살지 말라면서 가르쳐 준 것이었다.

과거 답안에서 소품 문장으로 서술해서 임금의 노여움을 샀다는 부분에서 이결을 보고 바로 실제로 정조에게 지적당했던 이옥을 연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해설에서 보니 이결은 바로 이옥을 차용한 인물이었고, 작가는 이옥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 작품 속에서는 작중 인물 혹은 이야기를 통해서 문학의 힘, 소설의 역할을 힘주어 말하는 대목이 여러군데 있었다.

이야기 꾼은 빈 데에 시렁을 쌓고 생각을 쌓아 올리고 뜻을 포개어 기이한 말을 지어내는 자이며,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결에게서나, 또는 천지에는 두 가지 세상이 있는데, 하나는 '이루어야 할 세상'이고 하나는 '지금 있는 그대로' 현실 세상이라는 것, 들려줄 이야기는 '이루어야 할 세상'이라는 이야기 꾼의 말을 통해서 이야기 즉 소설이 지향하는 바를 들려주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글을 알게 된 양운득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품게 됐고 스스로를 김흑이라 칭하고 조선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

 

이 작품 속에 삽인된 이야기는 모두 인상적이었다. 김흑이 주모에게 들려줬던 샹란뎐(相蘭傳)이나, 유리에게 들려준 미치뎐(美癡傳),이나  다른 이야기꾼이 그에게 들려준 아당과 액말 그리고 야소 (아담과 하와 그리고 예수),또 어떤 대가 마나님은 그에게 평생 그 누구에게도 차마 입에 담지 못하고 가슴에 꼭꼭 봉하고 있었던 비밀을 털어놓은 것으로 이야기 자체도 흥미로왔지만, 그 이야기는 모두 듣는 이 혹은 말하는 이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었다.

 

김흑은 끊임없이 자신이 신분을 인식하면서도도 문체 반정을 옹호하는 노옹의 딸 유리와 사랑에 빠지게 됐다. 그가  그녀에게 들려준 미치뎐은 바로 그가 소망하는 사랑을 담은 것이었고, 그 이야기처럼 그의 사랑은 비극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지난 번에 읽었던 작품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양식의 작품이었음에도 소설적 기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지루할 틈 없이 김흑이란 인물의 동선을 좇아갔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의 행동에 주목하게 만들었다.또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정조의 혹은 노옹의 심리에 대해서도 잘 드러내 보였다.

 

이결이 말했던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끗(利)를 얻을 날이 올 것이라는 예언이나, 세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 등 이 작품 속에서는 대학생 때 문학개론이나 철학 개론에서 들었던 이론이 더러 보였는데, 이 이론들이 작품의 내용과 괴리되지 않게 잘 녹아있었다. 그리고 역사 소설이건 현대소설이건 어떤 시대를 배경으로 했건 소설의 본질이 무엇인지, 왜 사람들이 이야기에 매료될 수 밖에 없는지를 웅변하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가끔 사용하는 어휘가 낯설었다는 점과, 묘사가 세밀하다 보니, 문장이 늘어지는 감이 있다는 것이다.그중 초쇄(焦殺), 초쇄주의자라는 말이 몇 번 언급되고 있는데 검색을 해봐도 뜻이 나와있지 않아서, 이말이 무슨 뜻인지 아직도 명확하게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문체를 통해 사대부와 백성을 교화된 세상으로 이끌고자 했던 왕과 권력층이 현실의 세상이었다면  백성들이 매혹됐던 이야기는 자신들의 욕망을 대리하고, 상상하는 '있어야 할 세상'이었던 셈이다. 김흑은 그 '있어야 할 세상'에 대한 욕망을 이야기를 통해 백성들에게 전염시키는 힘을 가졌던 것이다. 그런만큼 책 읽어주는 남자, 전기수는 권력층이 보기에는 체제를 흔들 파괴력을 지닌 위험하고 불온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e****0 2012.05.31. 신고 공감 5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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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흑과 유리의 바보 같은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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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처럼 완고한 음기가 서려 있는 몸, 단 한 번도 수컷에게 허락하지 않은 처녀의 몸이었다. 유리알 같은 피부는 매끄러워서 손에 잡히지 않았다. 차가운 얼음을 만지고 있으면 처음엔 뜨겁게 느껴지듯이, 얼음처럼 차가운 그녀의 몸이 김흑의 손바닥에 뜨겁게 닿았다. 델 것처럼 뜨거워서 김흑은 순간 손을 떼고 말았다. 곧 떨리는 손으로 다시 그녀의 몸을 만졌다. 심장 뛰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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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처럼 완고한 음기가 서려 있는 몸, 단 한 번도 수컷에게 허락하지 않은 처녀의 몸이었다. 유리알 같은 피부는 매끄러워서 손에 잡히지 않았다. 차가운 얼음을 만지고 있으면 처음엔 뜨겁게 느껴지듯이, 얼음처럼 차가운 그녀의 몸이 김흑의 손바닥에 뜨겁게 닿았다. 델 것처럼 뜨거워서 김흑은 순간 손을 떼고 말았다. 곧 떨리는 손으로 다시 그녀의 몸을 만졌다. 심장 뛰는 소리가 자신의 귀에도 들릴 만큼 콩닥거렸다.

  어린 새처럼 유리의 몸이 가엾게도 파들거렸다. 여린 깃털 안쪽을 더듬듯이 그는 그녀의 몸을 정성스럽게 애무했다. 살얼음 밑으로 물길이 흐르듯 그녀의 따뜻한 피가 도는 게 느껴졌다. 그는 가까스로 돋아난 온기가 사라질까 봐 그녀를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그녀를 다 갖고 싶다는 욕망, 어머니의 자궁으로 다시 돌아가듯 그녀 속으로 온전히 들어가고 싶은 갈망이 솟구쳤다. 하지만 아무리 붙잡아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그녀를 안고 있어도 더욱더 그녀에 대한 열망이 불타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그녀가 앞에 있는데도, 그녀라는 또 다른 존재가 있을 것 같고, 그녀를 안고 있는데도, 그녀 말고 다른 그녀를 안아야 할 것 같은 이 미칠 것 같은 헛헛함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다 가지고 싶은데, 더 갖고 싶은 마음의 투정은 어찌 된 것일까.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를 연모하고, 그녀를 그리워하는데도, 여전히 그는 더 사랑해야 할 그녀가 있을 것만 같았다.“

 

  비천한 김흑이 영상의 귀한 따님인 유리를 사랑하는 장면이다. 김흑의 일생과 유리와의 사랑이야기만 골라 읽어도 진짜 재밌다. 비극적이다. 그리고 무척 슬프다. 자고로 사랑 이야기는 재밌고도 슬프고, 떨리면서도 두려워야 제 맛이다.

  옛날 청춘남녀들은 어떻게 사랑을 나누고 연애를 하는지 궁금했던 것들이 소설 속에 절절하게 녹아들어서, 다른 장면들은 건너뛰고, 김흑이 여인네들을 만나고 사랑을 나눴던 이야기들만 골라 읽었다. 다른 부분은 어려운 말도 많고, 남자들 권력 관계를 다루는 것도 있어서,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다. 암튼, 사랑 이야기는 쵝오로(!) 재밌었다. 강추!

 

m*******3 2010.01.2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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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놀라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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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소설을 읽는가? 소설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나는 왜 영화나 음악, 그림, 연극이 아니고 소설을 읽는가? 소설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가? 누군가의 말처럼 “소설가의 매체는 언어이고 그가 무엇을 하든 소설가로서 그는 언어 안에서 그리고 언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소설의 힘은 바로 이 언어의 힘이다. 나는 이 겨울, 나를 매혹시킨 언어들로 꽉 찬 소설 한 편을 만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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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소설을 읽는가? 소설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나는 왜 영화나 음악, 그림, 연극이 아니고 소설을 읽는가? 소설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가?

누군가의 말처럼 “소설가의 매체는 언어이고 그가 무엇을 하든 소설가로서 그는 언어 안에서 그리고 언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소설의 힘은 바로 이 언어의 힘이다.

나는 이 겨울, 나를 매혹시킨 언어들로 꽉 찬 소설 한 편을 만났으니,

바로 이화경의 장편 ‘꾼’이다

 

깊이와 서사와 서정이 턱없이 부족하기 짝이없는 요즘 소설들 속에서 만난

보석같은 글.

 

 

읽어보지 않은 자는 함부로 말 하지 말것.

 

 

s******4 2010.02.1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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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이 전율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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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잡는 순간 놓을수가 없을 만큼 빠져들었습니다. 하나하나 주옥같은 단어들 .생생한 묘사. 그 인물이 마치 옆에 있는 것 처럼 느껴지는 생동감은 이책을 읽는 또 하나의 묘미라고 할까요. 읽어가는 그 순간 나는 하나의 영화를 보는 듯 했습니다. 이야기마다 담겨있는 애절함과 절절한 사랑. 추천합니다. 절대 후회 않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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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잡는 순간 놓을수가 없을 만큼 빠져들었습니다.

하나하나 주옥같은 단어들 .생생한 묘사. 그 인물이 마치 옆에 있는 것 처럼 느껴지는 생동감은 이책을 읽는 또 하나의 묘미라고 할까요.

읽어가는 그 순간 나는 하나의 영화를 보는 듯 했습니다.

이야기마다 담겨있는 애절함과 절절한 사랑.

추천합니다.

절대 후회 않을 작품입니다.

p*******4 2010.01.1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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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입은 김훈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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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말의 향연이다. 동시에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의 잔치다. 이야기로 만들어낸 천일 간의 백첩반상같은 ' 맛있는 천일야화. '   얼큰한 맛으로 입안을 얼얼하게 만들고 부드럽게 혀를 간지럽히고 배고픈 독자를 희롱하며 앞뒤 안재고 입에 구겨넣게도 만든다. 노련하고 섹시하다. 감히 말하면, 치마 입은 김훈이랄까... 그간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숨어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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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말의 향연이다.

동시에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의 잔치다.

이야기로 만들어낸 천일 간의 백첩반상같은

' 맛있는 천일야화. '

 

얼큰한 맛으로 입안을 얼얼하게 만들고

부드럽게 혀를 간지럽히고

배고픈 독자를 희롱하며 앞뒤 안재고 입에 구겨넣게도 만든다.

노련하고 섹시하다.


감히 말하면, 치마 입은 김훈이랄까...

그간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숨어있던 < 꾼 > 의 급작스런 출현같다.

 

r*****o 2010.01.0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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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꾼 - 이화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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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의 힘! 요즘 미혼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남성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잘 생기고, 멋진 영화배우, 탤런트들을 제치고 국민MC 유재석이 영예의 1위 자리에 당당히 선정되었다. 경제적인 능력이 다른 후보들 보다 월등히 뛰어나거나, 외모가 남들보다 월등하게 출중해서 라기보다는, 국민MC라는 칭호에 걸맞은 그의 재치 있고, 뛰어난 언변술로 말미암아 미혼여성의 마음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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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舌> 의 힘!

요즘 미혼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남성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잘 생기고, 멋진 영화배우, 탤런트들을 제치고 국민MC 유재석이 영예의 1위 자리에 당당히 선정되었다. 경제적인 능력이 다른 후보들 보다 월등히 뛰어나거나, 외모가 남들보다 월등하게 출중해서 라기보다는, 국민MC라는 칭호에 걸맞은 그의 재치 있고, 뛰어난 언변술로 말미암아 미혼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았지 않았나? 사료된다. 잘생긴 외모에 무뚝뚝한 남성보단 평범한 외모에 유머러스한 남성을 사귀겠다는 대답을 하는 여성이 10명중 9명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요즘 여성들에게 인기남의 대세는 언변이 뛰어난 유머러스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는 듯 보인다.

 


 

 

세상 밖을 꿈꾸는 자!!

조선시대에 세치의 혀로 세상을 얻고자하는 자가 있었다. 장꾼으로 조선팔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던 ‘김흑’ 이란 자였다. 어렸을 적, 성균관의 동재 기숙사에서 잔심부름을 하는 재지기였던 그는, 그곳에서 평생의 스승인 ‘이결’ 선생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소품체 혹은 소설체라는 문체를 사용하는 ‘이결’ 선생은 문장을 좋아하고, 글을 좋아하는 임금님의 눈 밖에 나게 되고, 결국 ‘김흑’과도 헤어지게 된다. ‘이결’ 선생과 헤어진 후, 떠돌이 장꾼 생활을 하던 ‘김흑’은 무보다 강한 것이 문이요, 문보다 강한 것이 혀임을 깨닫고, 마음을 그리고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利>끗을 얻고자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서울로 상경한 ‘김흑’은, 세상에게 품고 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쏟아 낸다. 하지만 이야기를 쏟아내면 쏟아낼수록 자신을 가로막는 세상이 원망스럽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한계를 느끼며 절망하게 된다. 그러던 중 ‘유리’ 라는 하반신 장애를 겪고 있는 여인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첫 눈에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양반집 외동딸인 ‘유리’ 는 자신이 근접할 수 없는 높은 산과도 같았기에 멀리서 지켜보며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만을 엿보게 된다. 두드리면 열린다고 했던가? 책읽기를 좋아하는 유리는 장안에 소문이 파다하게 난, 책 읽어 주는 남자 ‘김흑’을 자신의 처소로 불러들이게 되고, 이렇게 둘의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하지만 신은 그런 그들의 사랑을 지켜 줄 수 없었다.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시작함과 동시에 결국 그들의 사랑은 끝이 나는데…. 애달픈 사랑의 종말이 글 말미에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문학의 존재 가치를 탐구한다!!! 

『꾼 -이화경』, 이 책은 조선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쓰여 진 소설이다. 조선의 어느 왕들보다 학문을 중요시 했던 정조였지만, 정학을 숭상하고 진흥시키고자 했으나, 문체가 이념을, 사회를, 세상을 전복 시킨다고 생각했던 정조였기에, 소품체 (소설체)로 쓰여 진 글들을 패관소품이라 하며 금기시 했다. 문체반정을 통하여 나라의 학문적 기반을 확립하려 했지만, 오히려 조선 문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이 소설은 이런 나라님이 금기시 하는 패관소품을 매개체로 해서 세상과 소통을 꿈꾸었던 ‘김흑’ 과 ‘이결 선생’ 이라는 인물들을 통하여, 문학의 존재 가치를 탐구하고 반성하는 계기를 독자들에게 간접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다.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던 그들의 세상과의 소통은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문학의 진정한 의미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다른 소설책에서는 엿볼 수 없는 우리말의 풍부한 어휘와 아름다움 또한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기에 많은 독자들이 읽어 보기를 권한다.

r*********d 2010.01.3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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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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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천애고아가 된 운득은 어른이 되어 자신의 이름을 검은 놈, 김 흑이라 붙였다. 어릴적 모셨던 상전인 이결선생으로부터 글을 배우고, 이야기의 세계에 빠지게 되어 자라서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던 그. 김흑은 타고난 아름다움까지 갖춘, 요즘 말로 하면 비주얼까지 제대로 갖춘 연예인이었던 것이다.   그의 꿈은 그 자체로 마치 한편의 소설을 보는 듯 화려하였다. 사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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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천애고아가 된 운득은 어른이 되어 자신의 이름을 검은 놈, 김 흑이라 붙였다. 어릴적 모셨던 상전인 이결선생으로부터 글을 배우고, 이야기의 세계에 빠지게 되어 자라서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던 그. 김흑은 타고난 아름다움까지 갖춘, 요즘 말로 하면 비주얼까지 제대로 갖춘 연예인이었던 것이다.

 

그의 꿈은 그 자체로 마치 한편의 소설을 보는 듯 화려하였다. 사도세자의 뒤주에 갇힌 슬픈 장면을 목도하는 꿈을 꾼다거나 하는 등의 인상적인 꿈들이 그러하였다. 실제로 호랑이와 직면해 호랑이를 죽여 호랑이 간을 먹고, 어금니와 가죽을 취하는 등 범상치 않은 일을 겪은 그. 한낱 미천한 신분에 지나지 않는 그였지만, 그저 미천한 신분으로 끝나지만은 않을 그의 운명이 자꾸만 그를 한양으로 인도하였다. 그는 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했고, 많은 책을 빌려 읽으며 좀더 멋지게 표현할 수 있도록 다부지게 노력하였다. 외모도 가꾸어 여인들의 규방에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도록 하였다.

 

그가 그리워하던 상전인, 아버지로 삼고 싶었던..아름다운 세상에 다녀가신 이결선생은 소설체의 글을 썼다가, 정조의 눈밖에 나서 힘든 평생을 보낸 분이었다. 책의 주 흐름은 바로 정조와 김흑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전혀 닿지 않은 것 같은 엄청난 신분 차이의 두 사람.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한을 가슴에 품고, 나라를 제대로 통치해야한다는 큰 뜻과 더불어 두 가지 양날에 가슴아파했던 나랏님이었다. 책을 오롯이 사랑하고, 소설체의 사사롭고, 하찮은 글같지도 않은 글에 많은 신하들과 백성들이 농락당함에 노여워하였던 분이었다. 그 분의 문체반정이 바로 이 책의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

 

그리고, 김흑. 그는 미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이야기꾼이 된 사람으로.. 털붓이나 쇠붓 없이 자신의 세치 혀로 세상을 제압하게 되는 사람이었다. 소설을 사랑하고 이야기를 사랑한 규방 여인들의 마음 속에 파고 들어가 인기있는 "꾼"이 되었던 것이다.

 

짐승의 털붓도 쇠붓도 가질 수 없지만, 김흑은 털붓보다 쇠붓보다 더 강한 게 있다고 믿었다. 그건 바로 혀였다. ..이결 선생은 이야기꾼은 빈 데에 시렁을 쌓고 생각을 쌓아 올리고 뜻을 포개어 기이한 말을 지어내는 자이며,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56.57p

 

요즘에도 드마라에 완전히 빠져들어서 악역을 맡은 조연 탤런트들을 마치 극 중 인물로 착각하여 비난하고 미워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 옛날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로.. 임경업장군의 이야기를 읽어주던 전기수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었던 남자가 낫으로 전기수를 살해하는 사건마저 일어나고 말았다. 사대부들은 왕의 지척에서 몰래 명청 시대의 가벼운 소설에 빠져들고 말이다.

 

대체 소설이 무엇이관데 온 나라가 이리도 난리법석이란 말인가, 한갓 이야기가 나라의 습속을 이루게 되고 마치 경쟁하다시피 되어 세상길을 쇠약하게 만들어서 종묘와 사직까지 자빠뜨리는데 이르렀단 말인가. 164p

 

왕을 지척에서 모시고, 왕을 위해 노력했던 노옹.. 왕과 김흑의 중간에 본의아니게 놓인 노옹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는 소설의 가벼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조와 더불어 깊이있는 책의 세계에 심취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하나뿐인 막내 여식..눈에 넣어도 안 아플 유리를 위해서는 왕이 금한 소설도 마다않고 몰래 구해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과년한 처녀였음에도 시집도 보내지 않고 품 속 자식으로만 키운 유리를 위해..

 

노옹은 서전을 꺼내 읽었다.. 풍요로우면서도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는 데로 빠지지않고, 웅장하고 날카로우면서도 거칠거나 사납지 않고, 맑고 둥글면서도 부박하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고, 자세하면서도 잗다란 병통에 빠지지 않는 글이 얼음물에 띄운 매화 한 송이를 머금은 것처럼 이가 시원해지고 입안이 향기로 가득해졌다. 170p

 

김흑이 한양에 도달해 우연히 노옹의 귀한 딸 유리와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둘은 눈빛이 엉기며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비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어버렸다. 신분의 차이도 어마어마했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조선을 호령할 정도로 위대한 영의정 노옹의 보석같은 귀한 딸이 아니었던가.

 

보자기가 걷히는 순간에 처녀의 버들 같은 눈과 김흑의 별같은 눈동자 넷이 허공에서 부딪치며 엉겼다. 찌를듯한, 사로잡을 듯한 그녀의 눈빛을 본 순간, 무엇인가가 그의 심장을 뚫고 지나간 것 같았다. 그녀의 한 생애가 오롯이 그를 관통하고 있는 것 같은 묘한 기분에 그는 소스라쳤다. 175p

 

이야기는 허공에 의지해 그림자를 잡는 짓이고, 현실에 의지한 거울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야기가 무서운 것은 그 어떤 것보다 감염력이 강하다는 데 있었다. 감염력은 허구에서 나온다는 것을 김흑은 알게 되었다. 삶 밖의 삶, 현실 바깥의 세계, 사랑 너머의 사랑, 죽음 이후의 죽음은 바로 허구 그 자체지만, 사람들은 그 허구를 갈망하고 사랑했다. 그 허구에 대한 여인들의 다함없는 열망과 사랑이 있기에 그가 먹고 살 수 있었다. 199.200p

 

이야기로 먹고 살던 김흑, 그리고 김흑의 이야기에  가슴 속 응어리와 한을 풀어내고, 눈물을 쏟아내던 양반가 마님들..그들은 그의 이야기 뿐 아니라 김흑의 수려한 외모에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이야기를 팔고 몸까지 팔았던 김흑이라는 이야기꾼의 인생과 말로는 책을 다 덮고 나서도 어지러이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유리와 이생에서는 결코 맺어질 수 없는 연이었기에 어쩌면 예정된 결말이었을수 밖에 없었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사랑에 가슴이 저려왔다.

 

아랍 문화권에 하카와티라는 이야기꾼이 있단 것을 얼마전 동명의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읽어보진 않았지만, 책 읽어주는 남자, 여자 등의 직업이 서양에 있음을 알았다. 우리 선조들의 문화에도 책 읽어주는 문화가 있었음은...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이었다. 직접 책을 읽는것과 달리 심금을 울릴 재능을 갖춘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 전달이 사람들의 마음에 더 깊이 파고들었음이라..

김흑을 통해, 조선시대의 이야기꾼을 회상해볼 수 있었고.. 그의 이야기를 이렇게 생생하게 전달해준 이화경님이야 말로 이 시대 진정한 이야기꾼이 아니신가 생각해봤다.

 

m*****y 2010.07.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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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잘 다치는 당신, 아파하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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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인(情人)이자 아씨이자 여우이자 사랑인 당신.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듯, 당신에게 이야기를 풀고 나면 살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죽는 건, 죽어가는 건, 죽어버린 건 두렵지 않습니다. 다만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해 주지 못했다는 것, 더 잘해 주지 못했다는 것, 더 안아주지 못했다는 것, 더 따뜻하게 대해 주지 못했다는 것이 아프고 슬플 뿐입니다. 아씨, 나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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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정인(情人)이자 아씨이자 여우이자 사랑인 당신.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듯, 당신에게 이야기를 풀고 나면 살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죽는 건, 죽어가는 건, 죽어버린 건 두렵지 않습니다. 다만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해 주지 못했다는 것, 더 잘해 주지 못했다는 것, 더 안아주지 못했다는 것, 더 따뜻하게 대해 주지 못했다는 것이 아프고 슬플 뿐입니다. 아씨, 나를 생각하며 눈물 흘리지 말기를 바랍니다. 나로 인해 눈물 흘리지 말기를 원합니다. 내가 가장 아프고 힘든 건 당신의 눈물을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잘 다치는 당신, 꽃잎이 떨어지는 봄날에도, 소나기가 쏟아지는 여름날에도, 나뭇잎 지는 가을날에도, 눈이 내리는 겨울날에도, 자꾸 마음이 다쳐 잠들지 못하는 당신. 아파하지 마요.

당신과 함께했던 짧은 세월이 내겐 영원이었고 가장 향기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당신은 끝까지 살아남아 내가 들려준 이야기를 기억하고 미래에 들려주세요.

  부디 오래오래 살아 당신에게 주었던 나의 생을 요긴하게 써주세요.

  김흑이 죽어가면서 사랑하는 아씨에게 남긴 뼈저린 독백이다. 아씨 때문에 죽어가면서도 아씨를 더 사랑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는 고백....초식남이 득시글거려서, 그렇지 않아도 추운 이 겨울을 더 오싹하게 만드는 요즘....몸도 마음도 뜨거운 남자, 어디 없나?

s*******6 2010.01.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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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 놈,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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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전에 대신(大臣)을 차대(次對)했다. 대신은 그에게 세간에 떠돌고 있는 망령된 놈에 대해 아뢰었다. 대신의 말에 따르면, 놈은 이야기로 아낙네를 속이고 물건을 취하는 술수를 부린다고 했다. 그놈은 아비도 안중에 두지 않고 임금도 안중에 두지 않는 귀신이나 물여우 같은 놈이라고 했다. 나아가 사대부도 될 수 없고 물러나 상민도 될 수 없을 만큼 천하디천한 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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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오전에 대신(大臣)을 차대(次對)했다. 대신은 그에게 세간에 떠돌고 있는 망령된 놈에 대해 아뢰었다. 대신의 말에 따르면, 놈은 이야기로 아낙네를 속이고 물건을 취하는 술수를 부린다고 했다. 그놈은 아비도 안중에 두지 않고 임금도 안중에 두지 않는 귀신이나 물여우 같은 놈이라고 했다. 나아가 사대부도 될 수 없고 물러나 상민도 될 수 없을 만큼 천하디천한 놈이라고 했다.

  “그자가 저지른 사특한 악행에 대한 우려가 깊어 감히 이렇게 무릅쓰고 아룁니다. 심장이 놀라고 간담이 떨려 요행으로 한 가닥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그자를 잡아들여 반드시 천벌을 빨리 내리게 하고픈 생각뿐이옵니다.” 국가의 재난이 당장 눈앞에 박두한 것처럼 말하는 대신의 귀밑머리 흰 터럭 한 올이 꿈틀거렸다.

  “그자의 이름이 무엇이더냐?” 그가 물었다.

  일전에 내각(內閣)에 보관되어 있던 일 처리 문서를 우연히 보다가 불순한 학문을 담은 책자를 발견하고 거두어들여 불태운 것이 도대체 몇 권이었던가.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듯, 책보다 더 외설스럽고 무섭고 비루한 혓바닥이 대낮에 나타난 반딧불처럼 떠돌아다니고 있는 게 마치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여름의 찌는 볕에 궁(宮)의 구석구석까지 초목이 살찌고 범의 몸뚱어리에 난 푸른 털보다 더 강하게 보이는 초록 잎사귀들이 가지마다 돋쳐 있는데도 그는 몸이 다 떨렸다. 등골뼈 아래쪽으로 나무둥치처럼 뜬뜬하게 뭉쳐 있던 종기의 통증이 뱀의 독처럼 온몸으로 아릿하게 퍼져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를 사리물었다.

“항간에는 검은 놈으로 불린다고 하옵니다.” 대신이 말했다.

  검은 놈이라. 필시 불우한 자일 것이었다. 예로부터 재주는 조금 있으나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 기량을 펼쳐보고 싶은 욕망을 이기지 못해 망령되이 다른 길로 빠져드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았던가.

 

  망령된 놈. 이야기로 아낙네를 속이고 호리는 놈. 아비도 안중에 없고 임금도 안중에 없는 놈. 귀신이나 물여우 같은 놈. 나아가 사대부도 될 수 없고 물러나 상민조차 될 수 없을만큼 천하디 천한 놈. 국가의 재난을 몰고 올 놈. 외설스럽고 비루한 혓바닥을 놀리는 놈. 불우한 놈. 재주는 있으나 조선에서는 갈 데가 없는 놈. 검은 놈. 김흑.

 

  놈이라 불리는 놈. 그 놈이 알고 싶다!

 

p*******g 2010.01.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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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포만감이 느껴지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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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포만감이 느껴지는 소설     “공(公)은 목숨을 부지하는 순간까지 소설적 문체에 강하게 집착했으며, 조선의 임금과 사대부가 그토록 저어하는 쓸모없는 것들에 대한 쓸모없는 이야기와 허튼소리를 쓰고자 했다.”   장편『꾼』의 초입에 해당하는 문장이다. 공(公)은 주인공인 선비 이결을 일컫는다. 임금이 그토록 싫어했다던 소설을 쓰는 이결. 그 이결의 참담한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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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포만감이 느껴지는 소설

 

  “공(公)은 목숨을 부지하는 순간까지 소설적 문체에 강하게 집착했으며, 조선의 임금과 사대부가 그토록 저어하는 쓸모없는 것들에 대한 쓸모없는 이야기와 허튼소리를 쓰고자 했다.”

  장편『꾼』의 초입에 해당하는 문장이다. 공(公)은 주인공인 선비 이결을 일컫는다. 임금이 그토록 싫어했다던 소설을 쓰는 이결. 그 이결의 참담한 심정이 긴 글을 읽는 내내 가슴에 얹힌다. 작가 정신(?)이 너무 투철해서 결국 임금의 미움을 받은 뒤, 치욕스럽게 늙은 군인으로 떠돌던 궁핍한 처지의 이결 선생이 진정한 예술가의 초상으로 보이는 건 뭘까?

  김흑과 이결과 노옹과 임금, 네 남성의 각기 다른 개성이 뚜렷한 이 소설은 여성 작가가 썼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뚝심 있는 필력에 의해 빛을 발하고 있다.

  전(傳)의 형식을 소설 속으로 끌어와 감칠맛 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 『꾼』!

이야기 하나 하나도 무척 재미있지만, 문체를 찬찬히 따라 가다보면 잘 삭은 곤쟁이젓에 흰 쌀밥 한 그릇을 쓱싹 비벼먹는 것처럼 맛있다. 기분 좋은 포만감이랄까. 책을 읽고 났는데, 머리는 맑아지고 배는 부른, 그런 기분이다.

 

l*****y 2010.01.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