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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보는 풍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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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무심코 켜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낮은 목소리, 피아노와 현악의 반주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Old people's homes - 귀를 쫑긋 세우고 제목을 챙겨 들었으나, Jon Mark가 Mark-Almond의 바로 그 Mark 라는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 그들의 앨범 Other people's rooms를 연상했고, 한순간 노래의 제목을 Old people's rooms로 잘못 외워버렸다. 가수의 이름까지 Jon 이 아닌 John
"귀로 보는 풍경화" 내용보기
늦은 밤 무심코 켜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낮은 목소리, 피아노와 현악의 반주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Old people's homes - 귀를 쫑긋 세우고 제목을 챙겨 들었으나, Jon Mark가 Mark-Almond의 바로 그 Mark 라는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 그들의 앨범 Other people's rooms를 연상했고, 한순간 노래의 제목을 Old people's rooms로 잘못 외워버렸다. 가수의 이름까지 Jon 이 아닌 John으로 착각하면서 오래도록 이 앨범을 찾을 수 없었다. 여러 해가 지나 역시 우연히 듣게 된 Alone with my shadow 가 좋아서 이 음반을 사게 되었다. 비닐 포장을 뜯고 CD를 꺼내 플레이어에 처음 올려놓을 때의 가벼운 흥분이 어느 음반이라고 없을까마는, 이 음반처럼 눈물이 찔끔할 정도로 고맙고 벅찬 음반은 없었다. 반짝이는 햇살 아래로 낙엽이 떨어지는 풍경과, 언덕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는 Signal Hill은 귀로 보는 한 편의 풍경화 같다. 그리고 그 풍경화에서 피아노와 기타, 현악의 선율은 붓과 물감이 아니라 그 풍경의 일부가 된다. The Bay 는 떠남이 아름다운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Jon Mark의 노래에는 길을 떠나는 화자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의 노래는 그래서 쓸쓸하다. 하지만 슬프기보다 아름답다. Alone with my shadow는 Signal Hill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이 풍경화에는 비버가 사는 숲에서 그리움을 묻고 사는 이가 그려진다. 말을 팔아서 트럭을 살까 하는 마음이 도회의 쓸쓸함보다 더 쓸쓸하다. Old people's homes, 이 곡의 제목을 Old people's rooms 로 잘못 알고 있다 해도 괜찮으리라. Jon Mark는 노인의 방뿐만 아니라 그 내면까지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 도리 못하는 죄스러움에 이 곡을 들으면 자주 가슴이 짠하다. 마지막 곡 Carousel 은 Mark-Almond의 Rising(1972)에 수록된 Organ Grinder를 연상시킨다. Organ Grinder에서, 가난한 아버지가 어렵게 사다주신 자전거를 받아들고 기뻐하기는커녕 자전거가 빨간색이 아니라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던 아들은 이제 장성해서 자신의 아들에게 낮은 목소리로 읊조린다. 세상 모든 아비가 한 생애를 다 보내고 아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이럴 것이다. Step right up, son. And take my place. Choose your horse to run the race. 이 음반의 잔향은 길다. 그러나 그 잔향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첫번째 트랙 Signal Hill 을 다시 듣기 시작한다.
e***i 2003.06.02. 신고 공감 4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