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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Questioning the Millenium. 스티븐 제이 굴드가 지었다. 그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이 워낙에 통계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자연에 있는 어뜻봐서는 오해하기 쉬운 요소를 객관적으로 설명을 하는 글쓰기가 맘에 든다. 가볍지만 호락호락하진 않게 말이다. 게다가 비판적인 정신도 적절히 배어 있고.
이 책은 또 어떤 이야기를 할까 기대를 했었다. 상당히 가벼운 분량인데.... 중간까지 읽어가면서, 뭐 이런 뻔한 이야기를 썼을까? 생물학적인 식견이란건 거의 찾아보지 못할, 일반적인 에세이 아닌가? 그냥 명성으로 책팔아먹으려고 쓴게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역법과 같은 시간걔념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인위적이고 작위적이고 우연적인 요소가 너무나 많고, 문화적인 요인에 따라 지금 서구적인 달력이 사용되는 것이다. ... 이런 얘기를 왜 이 사람이 해야 하는 건가?
"진정으로 반복되는 역사적 패턴이 있다면, 그것은 종말론적 예언의 실패의 역사이다. ... 하느님은 하눌에 계심이 틀림없다. 그러니 이 세상은 이 세상대로 만사 태평하지 않은가." 이런 문장은 맘에 든다. 하지만 여전히 찜찜했다. 저자의 의도는 무엇인지...
끄트머리 직전에 이런 이야기를 썼다. "나는 알고자 하는 우리의 욕구가 단순한 실용적 이익의 차원을 넘어설 때 인간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앞에서 뻔하다고 투덜거렸던 이야기들, 사실 그 모든것들이 문명이전의 인간들의 관점에서 보면, 호기심이라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온 오랜 역사의 결과물이다. 인간이란 종의 가장 도드라진 특징이고 말이다. 저자의 이런 관점을 좋아한다.
이런 언급을 보고, '그래 밀레니엄이라는 시간단위가 가지는 이래저래 뻔한 이야기들을 새삼 언급하면서, 인간이란 종의 독특함을 성찰해보고자 함'정도가 집필의도가 아닐까 짐작했다. 하지만, 맨 마지막에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마무리가 있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날짜계산에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idiot savant인 자신의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차분히 먼 시간을 돌아서 설명한 것이었다. 어리석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개인사와 따뜻하게 연결함... 그것이 이 책의 주제였다. |
| 나는 굴드 교수의 열렬한 팬이다. 번역서가 나온다는 것은 곧바로 구입해서 읽어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그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굴드 교수의 책들은 그 탁월함에 비해 번역이 별로 되어 있지 않다. 번역본을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영어 공부를 한답시고 원서를 구해다가 읽기도 했지만.. 역시 워낙 게으르다 보니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각설하고, 이 책은 진화론에 관한 에세이가 아니다. 90년대 말 한참 이야기되던 '밀레니엄'에 관한 책이다. 21세기에 이미 진입한 지금 이 책은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사실 당시에도 그런 감이 없지 않다. 21세기를 예견하는 책, 밀레니엄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나왔고 결국 죄다 '그렇고 그런 책'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줬던 것이다. 그는 세 가지 테마를 가지고 밀레니엄에 관해 이야기한다. '밀레니엄이란 무엇인가' '밀레니엄은 언제 시작되는가' '왜 밀레니엄이 중요한가'가 그것이다. 저자의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과 탁월한 글솜씨는 여기에서도 충분히 발휘되고 있다.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한참 읽다 보면, 굴드 교수가 왜 뒷부분에서 천재 정신 박약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끝까지 읽으면 자연스럽게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끝까지 읽어라. 내가 왜 이걸 강조하는지도 역시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