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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한테 잘 보이려 하거나 겉모습을 꾸며서 있는 체 할 때는 옥죄는 것 없이 답답하지 않을 때다. 그렇지만 아무 것도 바랄 수 없고 구석에 몰리면 사람들은 윤리라는 껍질을 벗고 본디 모습이 나온다.
루이스 브뉘엘 감독이 1962년에 멕시코에서 찍은 흑백 영화 <절멸의 천사 El ángel exterminador / The Exterminating Angel>는 허울을 벗어던진 사람들의 본디 모습이 얼마나 더러운지를 보여준다.
2. 멕시코에서 돈이 많아 큰 집에서 사는 에드문도 노빌과 옆지기 루시아는 아는 이들을 집으로 부른다. 저녁을 같이 먹고 술을 마시고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밤을 보내려 한다.
그런데 집에서 부리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집을 떠난다. "아우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해요" "병원에 가는 이를 따라 가야 해요" "어쨌든 집에 가봐야 하겠어요" "... ..." 가지가지 까닭을 들이민다.
"아니, 손님을 스무 사람이나 불러 놓고, 너희들이 가버리면 어떻게 해!" 루시아가 나무라지만, 소 귀에 경 읽기다. 오히려 "먹을거리는 다 마련해두었습니다..." 하며 맞대꾸를 한다. 그래도 훌리오는 남아서 도와주니 고맙다고 해야 할까?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만큼 놀았으면 이제 가야할 텐데, 손님들은 엉덩이에 자석이 붙은 양 뭉개고 앉아 새벽 4시가 되었어도 자리를 뜨지 않는다. 가야할 손님들은 갈 곳이 없는 사람처럼 아예 거실 소파에 눕거나 바닥에 하나 둘 자리를 펴고 눕는다.
"여기가 집시 캠프야, 왜 안 가지?" 답답해서 집 임자인 에드문도가 아내 루시아한테 묻지만, 루시아도 알 길이 없다.
3. 에드문도의 집에 손님으로 온 사람들은 다 한 자리를 하는 사람들이다. 변호사도 있고, 의사도 있으며, 제대를 한 대령도 있고, 오케스트라 지휘자도 있다. 아내와 같이 온 사람도 있으나, 제 아내가 아닌 다른 아낙네와 같이 오거나, 오누이가 오기도 했다.
나름대로 멕시코를 주름잡는 사람들인데, 들어올 때는 반듯한 얼굴로 웃음을 띄고 왔지만, 집에를 못 가고 밤이고 낮이고 2층 거실에서 여러 사람이 같이 지내다 보니 속에 있는 게 들통이 난다. 서로를 못 믿어 헐뜯고, 다른 사람의 아내를 넘보며, 저만 살겠다고 나선다.
누가 억지로 붙잡은 것도 아닌데, 아무도 그 집을 떠나지 못하고 아웅다웅 하는 사람들. 집 밖에서는 안으로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 경찰이나 기자들도 안에서 나오기만 기다린다. 안과 밖이 서로 맞닿아 움직이지 않고 담이 있는 듯 막혀 있다.
어떻게 하면 뜻하지 않게 갇히게 된 사람들이 나쁜 짓을 더 저지르지 않고 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앞으로 바른 마음으로 살면 될까? 아니면 온갖 바라는 바를 버리고 가볍게 살면 벗어날 수 있을까? 먹을 게 다 떨어진 집 안으로 들어온 착한 양들마저 잡아 먹었는데도 하느님이 너그럽게 봐주실까?
4. 사람들은 본디 제 앞가림만 할 뿐, 남의 일이나 남의 속을 알거나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걸까? 목 마르면 제가 먼저 물을 마시고 싶고, 좋은 것이 있으면 먼저 갖고 싶고, 저 혼자만 살고 싶고, 제 마음에 드는 사람만 골라 사랑하고 싶을 뿐, 다른 이의 아픔이나 바람은 못 본 척 뿌리치고 살고 싶은 것일까?
감독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다독거려주는 천사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고 하는 것일까? 프랑스에서 10년 뒤에 만든 영화 <부르조아의 은밀한 매력>에서도 가진 사람들의 속을 다 보여주었는데, 달라진 게 없다. 제 속만 채우려 하는 건 10년 앞이나 뒤나 다를 바가 없다.
피아노를 치지만 어려울 때는 손가방에 든 닭발을 꺼내 비는 탓에 부두교를 믿는 것처럼 보이는 블랑카, 아직 사내와 살을 섞지 않았다고 하는 레티샤 발키리에(실비아 피날), 아이를 가졌지만 옆지기가 아이의 아빠인지 알 수 없는 리타, 누나인 리타와 같이 온 크리스티앙 우랄드, 제가 치료해주는 아낙네와 입맞추는 의사인 카를로스 콩드...
나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누가 누군지 알아 보기가 쉽지 않다. 연기는 다들 매끈하게 잘 해서 군더더기가 없어 보이지만, 눈길을 흩어놓아 짙지 못하고 엷다. 게다가 95분이 조금 길게 느껴지는 건 같은 거실에서 지루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탓일지도 모른다.
디브이디는 화면이나 소리가 그리 깨끗하지 못하다. 다른 보너스는 없고 예고편만 들어 있다. 그런데도 값은 싸지 않다. 사기가 어렵고 나름대로 이름난 영화인 탓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