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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잔느 맥널티는 자신도 자신의 나이를 잊었지만 백살이 넘었다는 것을 안다. 그녀는 로스코몬 지역에 있는 정신병원의 한 병동에 입원되어있다. 그곳에서 있은지도 수십 년이 지났다. 정신병원의 책임자이자 의사인 그린박사는 새병원의 이주로 인해 병원철거를 앞두고 있다. 새병원은 지금의 병원보다 수용시설이 적기때문에 많은 환자들을 내보내야한다. 그런 이유로 그린박사는 환자들의 상태가 사회로 복귀시킬 수 있는지를 새로 파악하고있다.
로잔느는 백살이 넘었지만 여전히 우아하고 젊어서의 아름다운 흔적이 남아있다. 로잔느에게 큰 신경을 쓰지않았지만 호감을 느껴왔던 그린박사는 로잔느가 어떻게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묻지만 그녀는 무엇인가 감추고 있다. 로잔느 맥널티를 방문할수록 그린박사는 그녀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알게된다.
그린박사는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고 70이 넘은 이 노의사는 다른 사람이 아닌 로잔느에게 위안을 받는다. 조용한 위로를. 과거 그녀의 입원과정을 조사하던 그린박사는 자신이 찾은 자료를 로잔느에게 확인하지만 로잔느의 기억은 조사사실과 달랐다. 그린박사는 로잔느를 다그치거나 추궁하지 않으면서 좀더 그녀를 방문해 대화를 하는 한편 로잔느에 대한 입원경위를 자세히 알아본다.
로잔느는 아무도 모르게 비밀일기를 적는다. 로잔느는 정신병원에 있지만 미치지않았으며 정신도 맑고 몸도 건강했다. 비록 누구에게도 그런 모습을 드러내진않았지만말이다. 로잔느의 기억은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잔느의 인생에서 빼놓을수 없는 남자가 있다면 바로 아버지다. 아버지는 아일랜드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카톨릭교도가 아닌 장로교도였지만 기독교에서 가장 깨끗한 사람이었고 성실했으며 대부분이 카톨릭교도인 슬라이고의 이웃들에게도 사랑받는 사람이었다.
p11. 아버지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때마다 세상이 새롭게 시작된다고 했다. 한 생명이 죽을 때마다 세상이 끝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거의 평생을 묘지에서 일했으니까.
다른 사람의 눈엔 어떻게 보였을지 몰라도 아버지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있었으며 그는 권태롭지도 무식한 사람도 아니었다. 아버지는 오페라에 나오는 노래를 즐겨불렀고 설교자들의 연설문 읽는 것을 좋아했으며 탐구심 또한 대단한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오토바이를 즐겨타고 자신이 겪거나 본 신기한 일들을 들려주기 좋아하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17살이 채 되기도 전에 기독교 나라의 항구란 항구는 다 가본 아버지가 사우샘프턴의 선원여관에서 만난 매우 아름다운 여자였다.
아버지가 묘지 관리인으로 일하는 성당의 곤트신부는 자신의 교구라면 가난에 찌든 곳이라도 마다않고 찾아다니는 사람이었고 낮에 나온 달보다 더 청결한 사람이었다. 장로교도인 아버지를 좋아하고 기꺼이 묘지 관리인직을 맡긴 사람이기도 했다.
로잔느는 열 두살로 이제 막 여자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었다. 남자아이들은 두려웠지만 멋내기에 한창 빠져 아름다운 엄마와 유쾌한 아버지등 주변은 모든게 완벽했던 세상이었다. 그런 그녀의 세계가 붕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영국의 지배를 받아왔던 아일랜드가 영국에 대항해 독립권을 주장하며 싸운끝에 독립권을 얻어내지만 아일랜드는 완벽한 독립을 이루어내는 대신 북부아일랜드의 자치를 포기한 일부 지역 자치만 허용한다는 평화조약을 맺는다. 이에 완전한 독립이 아니면 진정한 독립이 아님을 말하는 파와 그나마라도 전쟁을 마무리짓자는 파로 나라는 내분된다. 어제까지만해도 영국군에 대항해 함께 독립운동을 펼쳤던 동지가 적으로 갈려 서로에게 총을 들이댄다.
로잔느가 아버지의 묘지 관리실에서 아버지의 노래를 들으며 평화롭게 책을 읽는 동안 갑자기 낯선 사람들이 들이닥친다. 정규군에게 항복하고도 총을 맞고 죽은 동생을 묻어주기위해 산을 내려온 의용군들이었다. 죽은 동생의 형은 로잔느에게 아버지의 목숨을 담보로 아무에게도 알리지말고 신부님을 데려오라하고 로잔느는 불안과 공포속에서 무사히 곤트신부를 데려온다. 그러나 정규군이 곧 들이닥치고 죽은 남자의 형은 로잔느가 밀고했다는 확신을 갖고 떠난다.
낮에 나온 달보다 청결했던 곤트신부는 자신의 통제하를 벗어난 이 사건에 대해서 크게 분노하고 로잔느의 아버지를 갑자스레 해고한다. 아버지가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고정적인 수입을 얻었던 묘지 관리인에서 해고되고 곤트신부를 통해 얻은 일자리는 쥐를 잡는 일이었다.
아버지는 여전히 쾌활함을 잃지않았고 쥐를 잡다가 일어난 커다란 사건도 이겨낼 수 있었던 아버지는, 그 자체로 소중한 선물이었던 행복을 만들어낼 줄 알았던 아버지는 아무리 애를 써도 점점 더 나빠지는 상황과 아버지의 행복에 근거가 없었듯이 어머니의 영원한 방해물이었던 불안을 맞딱뜨리자 로잔느에게서 영원히 떠나버리고 만다.
어머니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만가고 이제 막 16살이 된 로잔느에게 곤트신부가 찾아온다. 곤트신부는 어머니를 닮은 로잔느의 아름다움이 악의 근원이 될수도 있슴으로 판단하고 그녀에게 아버지의 후임으로 묘지 관리인이 된 늙은 남자와의 결혼을 종용한다. 로잔느는 단호히 곤트신부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바닷가카페의 종업원이 된다. 로잔느는 자신의 능력으로 어머니를 건사할수 있으며 자신의 젊음을 만끽할 수 있음에 만족한다.
로잔느는 인기많고 야심있는 톰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게된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속의 남자 존과 재회한다. 죽은 동생을 카톨릭묘지에 묻기위해 찾아간 자신들을 밀고했다고 믿는 남자. 아버지를 느끼기위해 찾아간 묘지 관리실에서 마지막으로 본후로 아버지를 떠올릴때마다 기억하던 남자, 많은 아일랜드의 남자와 여자들이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떠났던 것처럼, 미국으로 가서 잘 살고있을거라 믿었던 존과의 재회였다. 불안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버지와 함께했던 추억을 공유한 존은 로잔느에겐 그냥 지나힐 수 없는 사람이었다.
존과 산에서 둘이 있는 모습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곤트신부는 로잔느의 부정을 확신하고 이후 로잔느는 남편 톰과는 만나지도 못한채 결혼무효를 통고받게된다. 톰을 기다리며 둘의 신혼집에서 그를 기다리는 삶을 살던 로잔느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멸시에도 꿋꿋하게 자신을 잃지않으며 살아가는데 그런 로잔느의 모습에 곤트신부는 오히려 실망한다.
결혼한 적이 없는 여자가 되버린 로잔느는 불안함으로 떠도는 톰의 동생을 만나게된다. 그와 따듯함을 나눈 로잔느는 임신을 하게되고 혼외임신만으로도 질시의 대상이 될것을 알지만 로잔느는 아이를 위해 시부모님의 집을 찾아간다. 톰과의 결혼을 반대했던 시어머니는 그녀를 완강히 거부하고 갈곳없는 로잔느는 힘겹게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를 낳고 아이를 낳자마자 누군가에게 아이를 잃는다. 곤트신부는 로잔느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모든 정황을 자세히 기록해 남긴다. 자신의 잣대로 만들어낸 이야기로.
그린박사가 로잔느에 대해서 찾아낸 입원경위와 자료는 곤트신부가 남긴 것이었다. 로잔느에게 자신이 찾은 자료에 근거해 질문을 하지만 로잔느의 동의를 얻어낸 것은 없었다. 로잔느가 미쳤거나 기억을 못하거나 하지만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았다. 그린박사는 로잔느에 대해서 좀더 자세한 조사를 하게되고 자신과 로잔느에 관계된 커다란 사실을 알게된다.
역사란 일어난 일을 순서에 따라 거짓 없이 정리해 놓은 것이 아니라 추측과 짐작을 멋들어지게 배열해두었다가 힘없이 시들어가는 진실의 습격에 맞서 치켜드는 깃발과 같은 것일 뿐이다. p12
로잔느는 타인에 의해 조작된 자신의 삶을 기록한다. 미친 사람과 미치지않은 사람이 모호한 정신병원에서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슴을 인지한 시간에서야 비로소 그녀 자신에 의한 자신의 이야기를 남긴 것이다. 로잔느는 그린박사를 위해 일기를 써내려간다. 역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슬라이고는 나를 만들었고, 또 나를 파괴했다. 하지만 그렇게 인간의 마을에 휘둘리기 전에 나는 좀더 일찍 나 자신에게 의지했어야 했다. 어렸을 때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무섭고 아픈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나는 가상의 벽돌과 회반죽으로 벽을 세워 인간을 공격하는 공포스럽고 잔인한 시간의 검은 손길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자신의 운명을 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p12
비밀성서는 아일랜드의 풍광이 그대로 느껴지는것만같은 서정적인 묘사와 시대적인 폭력에 휘둘린 로잔느 맥널티라는 여인의 삶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하리만큼 흡사한 역사를 간직한 아일랜드의 슬픈 역사를 펼쳐보이고 있다. 결점없는 듯 보이는 성직자와의 또 다른 면인 편협함과 오만함에 의해 그리고 사회적인 편견에 유린당한 여자의 삶은 그러나 신파로 흐르지않고 담담하다.
사람은 추억만으로도 힘든 부분을 이겨나갈 수 있다. 로잔느에겐 아버지가 힘든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준 존재다. 로잔느가 평생을 통해 알아간 삶, 사람들, 그리고 자신에 대한 깨달음은 그렇게 오랜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아름다움을 세월이 지워버리지 못하게 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세월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모두 훑어내지 못했듯이 아일랜드의 슬픈 과거속의 많은 일들도 색바랜듯이 지워버려지지 않는 것이다.
비밀성서를 읽으면 아일랜드의 독립이전에 구교와 신교의 대립, 독립이후 자국간의 대립, IRA가 태어난 배경까지 매우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된다. 아일랜드의 서정성과 역사가 궁금하다면 특히 읽어봄직한 작품이다. 역사와 상관없이 서사적인 이야기자체만으로도 흥미를 끄는 이야기는 흡사 영화처럼 읽히는 흡입력을 가졌다.
로잔느와 그린박사의 관계는 yes24의 책 소개페이지에서 이미 노출되어있지만 이 점은 그린 큰 충격이 되지않는다. 그보다는 그 둘이 어떻게 만나게되었는가가 크게 짜맞춤이 된다. 읽을때는 재밌지만 읽고난뒤 깊이 남는건 없는 추리소설이나 너무 쉽게만 읽히는 가벼운 소설은 싫으나 더운 여름 무겁게 읽히지 않으면서도 마음에 남는 책을 원한다면 비밀성서를 권하고싶다. 무엇보다 권장할 사항은 책두께와는 달리 가벼운 편이라는 점이다. 여름 휴가철 여행길이나 집에서 뒹굴거리며 누워서 팔을 들어올려 책을 볼 심산이라면 특히 강추다. 하지만 겨울철 쿠션을 등에 대고 따듯한 차와 함께해도 좋겠다.
이 책과 더불어 보면 좋을 영화를 한편 추천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 사회적인 문제적 시선을 주제로 많은 작품을 만든 감독 켄 로치의 작품으로 두 형제가 독립운동을 하다가 반목되는 과정을 통해 아일랜드의 독립역사를 그려냈다. 28일 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다크 나이트등에 출연했던 킬리언 머피주연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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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들으면, 다빈치 코드 같은 성서에 관련된 추리소설 같은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은 전쟁으로 얼룩진 역사를 지닌 아일랜드 출신의 너무나 아름다웠던, 그래서 더 슬플 수 밖에 없었던 로잔느라는 여인의 100년간의 기록이다.
책을 덮고, 나는 머릿속으로 다시 책을 읽고 있었다. 장면 장면이 수시로 떠오르고, 그 장면을 곱씹다가 너무 슬퍼져 버렸다.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 다시 생각나는 일은 가끔 있는 일이지만, 이 책의 느낌은 조금 더 달랐다. 처음 책을 읽었을때의 느낌과 달리.. 새롭게 머릿속에서 다시 짜맞춰지면서.. 그녀의 슬픔이 다시금 전해져왔다. 마치 그녀가 실화 속 주인공인양.. 소설 속 주인공이라 생각하며 슬픔을 달래기에는 이미 내 머릿속 그녀는 너무 크게 자리해버렸다. 슬프고 슬픈 로잔느의 역사..
로스커먼 지역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로잔느는 거의 백살에 가까운 여인이었다.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인생을 회고할 생각으로 자신의 인생을 비밀스럽게 적어내리기 시작한다. 지금이 환상인지, 과거가 환상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생생했던 그녀의 과거들.. 사랑했던, 그녀가 너무나 사랑했던 아버지와 따스하고 아름다웠던 어머니.. 그리고, 정신병원의 주치의 그린박사는 정신병원 이전문제를 두고, 사회적으로 물의가 되었던, 실제 정신병환자와 사회적으로 강제 격리되기 위해 정상인데도 강제 수감되었던 억울한 사연의 사람들을 구분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그 첫째로 그는 항상 관심이 가고, 조심스럽게 대할 수 밖에 없었던 정신병원의 산 역사나 다름없는 로잔느 맥널티 부인을 선택한다.
로잔느의 증언과 그린박사의 비망록은 그렇게 겹쳐서 기록되기 시작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결국 로잔느의 지난 100년간 생애로 우리를 되돌려준다. 그리고, 차츰차츰 현대로 돌아오면서 새로운 비밀을 알게 된다. 그 반전은 마지막에 나오는데, 어쩐지 나는 책을 다 읽기 전부터 그 비밀을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너무 많은 드라마를 봐서였을까? 놀라운 그 반전의 묘미가 내게는 줄어들었다.
아름다운 어머니와 이야기를 좋아하고 딸을 너무나 사랑한 평범하지만 너무나 자상한 아버지 사이에서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던 로잔느,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첫 실마리는 그녀의 가족 앞에 어느날 문득 다가와버렸다. 그리고, 전쟁의 희생물로 그녀는 역사의 한 모퉁이에서 지워져버렸다. 아니, 기록은 되었으나 그녀의 것이 아닌 기록이 남아 있었다. 달변에다가 '낮에 나온 달보다 청결한 신부' 덕분에 세상은 그녀를 그렇게 정신병원에 묻어버린 것이었다.
산 채로 묻어진 그녀의 일생, 하지만, 그녀는 정신병원을 떠나길 원치 않았다. 세상 밖의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한 일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괴로웠기에.. 그녀를 괴롭게 한, 그녀를 평생 힘들게 했던 그 많은 사람들의 행복..
시인 출신이었다기에 너무나 아름다운 문체로 씌여진.. 그래서 비극인데도 아름다운 감성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던 아이러니한 소설 비밀 성서.
로잔느가 병원에 오게 된 배경을 파헤치면서 그린 박사와 로잔느가 알게 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신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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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찬란했던 역사와 함께하는 이야기. 로잔느 클리어와 그린박사의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진실과 보다 엄청난 비밀.... 100년을 살아온 로잔느의 인생은 역사이자 진실된 삶 이었다. 얼핏보면 불행의 연속이라 할 수있는 그녀의 삶이, 조금만 그 내면으로 들어가보면 누구보다 진실되고~ 찬란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 들어난다.
<비밀성서>는 로잔느가 비밀스럽게 적어내려가는 그녀의 인생 이야기와, 그녀가 수감되어 있는 정신병원의 그린박사가 적는 비망록이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너무 오랜시간 정신병원에서 생활해온 로잔느.... 그녀는 정확한 나이를 모른다. 다만 100년 가까이 살아왔다는 것을 알 뿐이다. 그런 그녀가 어렸을 적부터의 고단하고 모질기만 했던 인생 이야기를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긴 시간들의 여정을 되짚는 것일까....
새로운 병원으로의 이전을 두고 그린박사는 내보내야 할 환자와 새 병원으로 옮겨야 할 환자를 구분하기 위해 입원기록들을 살피기 시작한다. 그 중 가장 오래된 환자 로잔느의 기록을 살피던 중 의아한 점을 발견하고.. 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녀의 삶 속으로 점점 빨려 들어가게 된다. 단지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아닌.. 친구로서 다가가고~ 오랜 벗처럼 느끼게 되는 그린박사. 로잔느를 병원에 남겨 둘 것인지 사회로 돌려보낼 것인지 고민하지만, 진정 그녀에게 자유를 준하고 해서 그것이 자유가 되고 행복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로잔느의 이야기는 어렸을적 아버지와의 추억으로 부터 시작된다. 그녀가 얼마나 아버지를 사랑했는지 아주 잘 느껴지는 이야기. 풍족하진 않았지만 다정하고 웃음많았던 아버지와 놀라우리만치 아름다웠던 어머니를 둔 그녀의 유년시절은 잠시나마 행복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버지의 행복에는 근거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낯설고 긴 인생길에서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만큼 행복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세상은 아름다우니까 말이다. 만약 우리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라 해도 우리는 그 속에서 계속해서 행복할 것이다. p. 21~22]
어느날 닥쳐온 불행. 그 불행이 로잔느의 비극적이고 처참했던 삶의 예고편이라도 되는 듯이 그날.. 시체를 짊어지고 나타난 청년들로 인해 그녀의 가족들과 그녀의 인생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아픈 기억들을 끄집어내 기록하고 있는 로잔느는 그 때의 일을 너무 끔찍하게도.. 가슴아프게도 표현하지 않고 그저 사실을 사실대로.. 조용히 적어나갈 뿐이다. 그래서 어쩌면 내 가슴이 더 아렸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향해, 불행이 늘 그렇듯이, 무자비하게 다가오는 불행 앞에서도 웃을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다. p.24]
결혼한적 없지만 결혼했던 여자 로잔느. 너무 아름다워 모든이의 사랑을 받았지만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불행했던 그녀. 곤트신부의 불필요한 도움덕분에 더욱 꼬여버린 그녀의 삶.... 세상으로 부터.. 사람들로 부터 단단히 차단되어 감옥보다 더한 외로움과 감금의 시간을 보내온 그녀. 그녀의 삶을.. 역사를 누가 바꾸어 놓을 수 있단 말인가. 곤트신부의 기록이 사실이던.. 로잔느의 기록이 사실이던.. 그녀가 진실된 삶을 살아온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역사란 일어난 일을 순서에 따라 거짓 없이 정리해 놓은 것이 아니라, 추측과 짐작을 멋들어지게 배열해두었다가 힘없이 시들어가는 진실의 습격에 맞서 치켜드는 깃발과 같은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p.76~77]
처음 <비밀성서>를 만났을 때는 너무 어둡거나 무거워서 읽히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착각일 뿐,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거침없이 빨려들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헤어나오기가 힘들었다. 너무 아름다운 문장들에 처음 놀라고~ 처참했던 아일랜드 역사에 가슴아파하며~ 역사와 함께 숨쉬어온 로잔느의 이야기 속에서 가슴깊이 차오르는 감동을 느꼈다. 읽는 곳곳 어쩜 그리 아름다운 글들이 적혀 있는지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 또 감탄하게 되는 시간들.... 억울했던 로잔느의 삶과 건조하고 안타까웠던 그린박사의 삶이 그려진 이야기 이지만 시적인 표현들과 담담히 풀어나가는 문체속에 큰 매력을 느꼈다.
어찌보면.. 아니, 그녀의 100년간의 긴 삶이 거의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가장 처절하고 지나치게 외로운 시간들을 보내야 했던 오두막 집과 그녀가 돌보던 장미들이 보고싶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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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낯선 나라다. 영국과 바로 임접한 섬나라는 잦은 외세의 침략에 시달려 왔고 1925년 영국에서 독립했지만 아일랜드의 상황은 내전과 종교갈등 등으로 점점 더 나빠진다.
로잔느맥널티의 삶의 기록은 아이랜드와 역사를 같이하며 전쟁과 종교라는 대의명문앞에서 무너지는 개인의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로스커먼 지역 정신병원은 이전을 앞두고 이송시킬 환자와 퇴원시킬 환자를 구분하는 과정에서 한 환자인 로잔느의 거치를 고민하게 된다. 로잔느가 언제부터 로스커먼 지역 정신병원에 입원해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성 토마스를 닮았다는 병원장 닥터 그린은 로잔느의 정신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그녀의 과거 기록들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역사란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고 하지 않던가....그러나 단 하나의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닥터 그린을 만나게 된것. 그것이 로잔느가 지금까지 살아만은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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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오랫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그동안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는 크고 작은 갈등들이 있어왔고 그 갈등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심화된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그 틈을 타서 더블린에서 무장봉기를 일으키지만 곧 진압되고 만다. 아일랜드의 본격적인 저항은 1919년 부터다. 그해 1월 아일랜드 공화국군 IRA(Irish Republican Army)가 독립투쟁의 선봉에 서면서 독립전쟁이 시작된다.
IRA의 공격과 영국의 보복이 2년 넘게 계속된 끝에 영국은 협상안을 내놓는다. 북부 아일랜드를 제외한 남부 아일랜드로만 자치국가를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이 조약이 발표되자 아일랜드인들은 다시 두 분파로 나뉜다.
조약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계속된 전쟁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반면에 조약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 조약의 결과로 아일랜드는 머리없이 몸통만 남는다고 여겼다.
결국 아일랜드는 다시 내전에 돌입한다. 2년 동안 수많은 사상자를 낸 내전 끝에 조약 지지파가 정권을 잡게 되었고, 남부 아일랜드는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독립한다. 북아일랜드는 지금도 영국에 속해있다.
전쟁으로 망가진 평온한 가정
무려 5년 가까이 지속된 전쟁과 내전은 많은 것을 파괴하고 폐허로 만들었을 테지만, 평범한 삶을 원하던 사람들의 인생도 많이 망가뜨렸을 것이다. 시배스천 배리의 2008년 작품 <비밀성서>의 주인공 로잔느 맥널티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로잔느 맥널티는 20세기가 시작되고 몇 년 후에 아일랜드의 북서부에 있는 도시 슬라이고에서 태어났다. 슬라이고는 시인 예이츠의 고향이자 '이니스프리'라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곳이다.
로잔느의 아버지는 묘지 관리인으로 항상 제복을 입고 묘지에서 근무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오래전 선원생활을 하던 당시 만났던 여인으로, 슬라이고에서 그녀보다 아름다운 여자는 없을 만큼 미인이다. 로잔느도 어머니를 닮아서 어린 시절부터 외모가 눈에 띄었다.
밤이 되면 근무를 마치고 들어온 아버지는 로잔느의 침실에서 그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때로는 거실에서 당당한 목소리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럴때면 아버지의 목소리가 달콤한 꿀처럼 로잔느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와 모든 두려움을 없애주었다. 로잔느의 집은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행복한 가정이었다.
그런 행복은 아일랜드 내전과 함께 사라진다. 로잔느가 열다섯 살이던 그 해, 조약에 반대하는 게릴라 세 명이 묘지 관리소로 들이닥친다. 그때 로잔느는 아버지와 함께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로잔느의 집안은 빠르게 그리고 잔인하게 파멸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어린 로잔느의 삶도 마찬가지로 파괴되어 가는데...
소설에서 묘사하는 아일랜드의 역사와 풍경
<비밀성서>는 그로부터 수십년 후에 정신병원에 수감된 로잔느가 자신의 삶을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그 정신병원의 원장인 그린 박사도 로잔느와 대화하면서 그것을 기록으로 남긴다. <비밀성서>는 로잔느의 증언과 그린 박사의 비망록이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왜 이런 전개방식을 택했는지 궁금해지지만, 그 호기심은 마지막에 로잔느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풀리게 된다.
아일랜드의 소설 중에 국내에 소개된 것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과 티격태격했던 아일랜드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소설의 소재로 적당한 것들이 꽤 많을 것이다. 아일랜드의 역사도 역사지만, <비밀성서>를 읽다보면 아일랜드의 풍경들이 떠오른다.
좁고 모래가 수북해서 위험한 스트랜드힐의 해변, 아일랜드 신화에 나오는 메드브 여왕이 돌무덤 속에 잠들어있는 녹내레이 산, 푸른색 낡은 철제 옷에 검은 모자를 쓰고 깊은 바다속을 끊임없이 가리키고 있는 멋진 금속인간 동상, 물을 마시러 내려간 듯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름다운 저택들.
이런 풍경들은 전쟁과 내전으로 인해 악몽의 배경으로 바뀐다. 개인의 삶도 속절없이 무너진다. 사람들은 그안에서 발버둥치지만, 자신의 손이 닿지않는 것들을 잡으려는 몸부림에 불과하다. 로잔느는 무너진 삶속에서도 살아남았다. 비록 아무것도 가진 것없이 정신병원에 있는 신세지만 그래도 살아남았다. 그것은 역사와 운명이 만들어낸 비극에 대해서 로잔느가 거둔 작은 승리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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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3년 전쯤에 본 <뷰티풀 게임>이 머리에서 지워지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경험한 아일랜드와 관련된 문화적인 요소였기 때문일까요. 그 뮤지컬을 관람하기 전에 역사적인 배경이나 지식이 필요하다고 느꼈기에 한동안 포털 사이트를 호기롭게 검색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1969년 영국에 대항한 북아일랜드의 군사조직이 정치적, 종교적, 민족적 갈등을 겪는 젊은이들의 운명을 그린 내용이었지요. 축구선수였던 주인공이 혼란한 사회 속에서 개인적인 오해가 정치적인 분쟁 에 휘말려 결국 테러리스트가 되어 생을 마감했다는 실존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기반한 작품이었어요.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주인공이었던 박건형씨의 말 근육에 정신을 못 차렸던 작품이지요) 역사와 개인. 개인과 역사. 이것이 그 뮤지컬과 <비밀 성서>를 연결지어 준 관계의 단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시대적 배경이라고 말해도 될까요. 충분히 여자로 살기에도 힘들었을 시기에 겹친 조국의 내전. 뮤지컬을 보기 전에 검색했던 내용들을 다시 한번 검색해봤습니다. 이런저런 사실들이 개인의 인생과 얼마나 연관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조금이나마 배경지식이 있는 편을 선호하는 편이거든요. 아일랜드의 반군사조직이 창설되었던 그 무렵으로 추정되는 역사적 현장에 휘말린 로잔느 맥널티가 겪었던 상황은 그녀의 일기에 너무나 담담하게 쓰여져 더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같은 여자로써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100년 정도를 살아낸 그녀. 따스했던 가족에게서 찢겨져 나가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아픈 경험을 하다 마침내 정신병원에 갇혀 지내게 된 그녀. 그녀가 원하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삶을 바꾸어 버린 곤트신부. 마지막으로 그녀의 ‘사실’을 알게 되는 그린박사. 정신병원에 강제 연행되어 와 정신건강과는 관련 없이 병원에 갇혀 살고 있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을 구별해 내기 위해 시작된 그린 박사의 작업 속에서 만난 로잔느의 마지막 선택과 맞물려 또 다른 영화가 기억나더군요. <쇼생크 탈출> 이었던가요. 감옥에서 일생을 보낸 남자가 수감생활을 청산한 뒤에 나온 현실의 세계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살을 택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로잔느도 어차피 외로움뿐인 인생에서 그녀에게 남은 것은 그저 살아남은 몸,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 남은 시간뿐. 정신병원에 남아도 그곳을 떠나도 결국 남는 것은 외로움뿐이기에. 그녀의 일생을 빼앗았음에도 행복한 사람들이 있을 세상에 다시 나가는데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지요. 사족이긴 하지만, 왜 정신병원은 늘 강제적인 속박과 연관되어 있는 느낌이 드는 걸까요. 영화나 만화, 연극이나 책에서 늘 정신병원은 불안정하고 강제성을 띠고 있는 장소인 거 같아서요. 그런 장소까지 들어가게 된 사람들의 구구절절한 사연들 때문일까요. 미치게 된 개인과 개인을 미치게 만든 환경, 그런 것들이 보통사람으로 사는 저에겐 무척 강압적이고, 불안정하고, 깨질 듯 연약하게 느껴지나 봐요. 저는 갇혀본 적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부모님은 체벌을 핑계로 저를 어딘가에 가두지 않았는데도 늘 갇히는데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꼈던 거 같습니다. 또한, 내전이나 학생운동이 성황인 시대에 주인공도 주변인물도 아니었지요. 그런 힘든 시절을 다 지낸 뒤에 평온한 시기에 풍족하고 원하던 대로 살았다는 게 오히려 맞는 말이겠지요. 이런 저는 누군가 제 일생을 망쳐버리거나 어딘가에 갇혀 지내게 만든다면 평생 그를 원망하는 기분으로 살았을 텐데요. 로잔느는 그런 누군가를 원망하는 일도 그만두고 그저 현재에 머물기를 바란 것일까요. 하긴 노년의 몸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어떤 누구를 새삼 원망할 수 있었을까요. 이미 그녀는 세월에 과거에 유린당하고 자신이 믿는 자신의 ‘진실된 비밀’마저 제대로 된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지요. 물론 그녀에게 숨겨진 비밀이 정말 순수한 진실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얼마전에 읽은 조정래님의 <인간연습>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 떠올라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한 사람의 일생이 정직한가 정직하지 않은가를 준별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그 사람의 일생에 그 시대가 얼마나 담겨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인데요. 로잔느의 일생에서 그녀의 시대가 얼마나 담겨 있는지 저는 강하게 느꼈으니 그녀의 진실이, 혹은 일생이 정직하리라 믿고 싶었습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기록하고 싶어했던 그녀의 진실이 그녀 자신에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작업이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진실을 안다고 과거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어쨌든 <비밀 성서> 는 이처럼 저의 여러 경험들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긴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반전이랄까, 누군가 놀랍다고 표현한 부분에서 크게 실망하지도 동요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예상되던 진실이거든요.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비밀을 표현한 문장력이랄까, 표현력 그 자체인데요. 글쓴이가 시인이라고 알고 읽었으니 물론 아름다운 미사여구를 잘 쓰는군 이라고 느껴졌나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큰 상을 받은걸까요?). 시는 개인적으로 너무 함축적이라 좋아하지 않는 분야인데 좀 시를 알고 싶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흠, 개인적으로 책을 덮고도 약간 가슴이 아련한 기분이 남아 있습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 시대 충분이 있었을 여자의 일생 이야기를 저는 곧 잊겠지요. 그것이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현재 잊어가는 존재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 말이지요. 성서와 관련되어 종교적인 형태를 가질 것으로 예상했던 처음의 이미지와는 달리 한 여성의 개인적 인생과 관련된 좋은 책을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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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실! 세 개의 비밀! 그러나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정확한 나이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 정신병원에 갇혀 지내온 여인 로잔느! 병원의 이전으로 인해 로잔느의 정신감정을 해야만 하는 정신과 의사 그린 박사!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지 조차 모르지만 로잔느는 자신의 과거를 기록하기 시작하고, 그린 박사는 로잔느의 정신감정을 위해 그녀의 과거 자료들을 찾아 또 다른 기록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거의 자료에는 로잔느를 지켜봐온 카톨릭교의 절실한 왜골수 신자 콘트 신부의 증언이 기다린다.
이후, 이야기가 중반에서 후반으로 흐르는 동안 우리는 실제로 일어난 하나의 사실들이 당사자인 로잔느의 고백과 제3의 관계자인 콘트 신부 그리고 관찰자인 그린박사에 의해 어떻게 변화되고 만들어지며 새로운 사실로 재탄생되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머리속을 어지럽게 돌아디닌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진실은 최소 4가지! 로잔느와 그린 박사의 비밀 기록 속 진시과 콘트 신부 그리고 독자 자신이 해석한 진실까지 하나의 사실을 놓고 바라보고 관찰하는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진실들을 마주하게 된다. 결국 <비밀성서> 속 그들의 진실은 ... 아무도 확신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의 장점은, 사람들 마음 속의 변화와 심리를 아주 잘 표현해 주고 있다는 것에 있다. 그린 박사와 로잔느의 기록이 번갈아 반복되면서 독자는 그들의 비밀 일기를 보고 있는 듯 진심으로 그리고 가끔은 자신을 합리화 시키면서 자신의 복잡한 심리상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최소한 주인공들 각자에겐 자신들이 쓴 그 기록들이 자신들의 진심과 사실을 담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편안하게 느끼게 하면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또한, 사건의 당사자와 옆에서 지켜본 제2의 당사자, 그리고 그 두 사람의 기록을 확인하는 새로운 관찰자들의 이야기가 번갈아 보여지면 얽히고 섥혀 독자로 하여금 어떤것이 진실이고 어떤것이 거짓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며 몰입도를 높여준다. 하지만 읽다 보면 진실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이와 반대로 단점은, 우선 긴박한 사건과 빠른 전개, 화려한 구성의 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소설은 아니다. 이 소설은 지극히 감상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이며, 지극히 외로운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소설 뒷부분의 옮긴이가 써 놓은 것중 어떤 이는 나중에 밝혀지는 진실이 이 소설의 장점을 반감시키는 부분이라고 했지만, 난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물론 무리한 설정일 수는 있으나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이미 그 사실들은 절대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안타까운 것은, 우선 소설의 제목이 안타깝다. 비밀성서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느낌은 다빈치 코드류의 어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팩션 소설이러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소설 속 내용이 주인공과 함께한 역사적 사실들이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지만 역사적인 내용을 잘 모르더라도 충분히 공감하면서 볼 수 있고 또 사실 그렇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안들만큼 독자의 이해를 돕는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책 뒷표지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아일랜드의 역사적 사실들과 주인공의 사건이 연결되어 있어 대단하다는 식의 평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이 소설에 대한 반감을 일으키지 않을까? 물론 내용이 틀렸단 말은 아니지만 굳이 그걸 강조해서 전혀 다른 소설을 기대하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는 건 <비밀성서>만의 장점이 충분히 있는데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보여서 다빈치코드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런 것들을 보고 선택했다면 전혀 다른 평을 낼 수도 있을 거라는 오지랖에서 그런 생각을 해 봤다.
어쨌든 요즘 개인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구 생각이 많았던 내 마음들 같아서 좋았다. 사실 아일랜드 작가의 책을 처음 접해서 약간 두려웠었는데 번역도 잘 되어 있고 시인이었다는 작가답게 재밌는 표현들이 마음에 와 닿아서 너무 좋았다.
마지막 결론, (얘기하다 보니 길어졌네 @@:) 뚜렷한 사건과 빠른 전개의 추리 소설류를 좋아하신다면 비추!!! 주인공들의 기분을 이해해 줄 수 있는 풍부한 감성적인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강추!!! 닥쳐라! 이런거 저런거 다 필요없다! 내가 알아서 판단하겠다면 좋으실데루~~~
그럼 주절주절 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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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성서를 읽기 전까지 아일랜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나라였습니다. 가끔 영화를 통해서 아일랜드에 대해 나오는 내용을 보는게 다였는데 비밀성서의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인으로 그리고 여자로 살아간 로잔느의 비극은 같은 내전을 겪은 우리들에게도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는것 같습니다. 비밀성서는 로스커먼 정신병원에 있는 100세에 가까운 환자 로잔느의 증언에 의해 시작되는 이야기로 100년 가까이 얽힌 이야기를 실타래를 푸는 로잔느를 통해 전쟁과 종교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비극적인 이야기들로 그녀가 태어난 마을에 대한 이야기부터 거슬러 올라가는데 마을에는 검은 강이 있었고 그 강에는 백조들이 모여 들었는데 그 강이 있는 그곳이 슬라이고이고 그녀의 고향이었습니다. 슬라이고는 그녀를 만들었고 또 파괴한 곳이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기독교계에서 가장 깨끗한 사람이었고 그녀는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사우샘프턴에서 어머니를 만났고 그녀와 함께 슬라이고로 돌아와 나를 낳았습니다. 어머니는 아름다운 분이었고 아버지는 슬라이고에서 묘지관리인을 하면서 그렇게 작은 행복은 누리고 살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마을에는 군인들이 가득했고 그녀를 지켜주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그녀의 행복도 끝이났습니다.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정신병원 입원 이 모든 일들은 그녀에게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불행했지만 결혼을 통해서 자신의 불행이 끝나고 행복해질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행복을 꿈꾸던 그녀의 결혼도 한 성직자의 왜곡된 생각으로 끝이 나고 그렇게 그녀는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져야 했습니다. 그녀는 지금 100세에 가까운 나이로 자신의 비극에 대해 담담하게 들려주는데 지금 그녀는 로스커먼 정신병원에 있고 그녀는 완전히 혼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담당하는 그린 박사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녀의 과거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한편 로스커먼 정신병원은 너무 낡았기 때문에 새로운 병원으로 환자들을 옮기기로 하지만 새 병원이 작아서 사회로 돌려 보내도 될 환자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되는데 그린 박사는 로잔느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되면서 로잔느가 이곳에 오기 전에 있었던 슬라이고 정신병원에 대해 알게 되고 곤트 신부가 작성한 기록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에 대해 조사를 하면 할수록 밝혀지는 놀라운 진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정말 놀라왔습니다. 비밀성서는 아일랜드의 내전을 통해 전쟁이라는 비극과 종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책인것 같습니다. 한 종교인의 생각이 힘없는 여자의 삶을 어떻게 망치는지 보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가지고 작은 행복을 바라는 로잔느의 소박한 꿈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
![]() '아일랜드'라고 하면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아일랜드나 이나영, 현빈 주연의 드라마, 아일랜드만 떠오르고, 실제로 아일랜드란 나라에 대해서는 어떤지 잘 몰랐었다. 그래서 아일랜드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일랜드란 나라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알 수 있었다. 아일랜드를 지배하던 영국에 대항해 독립전쟁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후에도 내전이란 비극때문에 고통받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 학창시절 세계사를 배우지 않았기도 했지만 원래 다른 나라의 역사에 무지했었기에 하나같이 모두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레 머릿속에 들어왔다. <비밀성서>는 아일랜드 역사의 비극때문에 고통받은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오래된 로스커먼 정신병원은 새로 지은 건물로 환자들을 이송하려 한다. 하지만 새 건물의 수용가능 인원은 지금의 병원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로스커먼의 주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그린 박사는 많은 환자중에서 사회로 돌아가야 할 자와 새로운 병원으로 이송될 환자를 나누어야 할 상황에 처한다. 많은 환자들 중에서 그에게 가장 고민스런 환자는, 병원에서, 아니 아일랜드에서 최고령일지도 모를 100세의 노파 '로잔느'이다. 그린 박사는 그녀의 정신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그녀의 과거, 병원에 들어오게 된 상황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그린 박사는, 로잔느가 로스커먼 정신병원에 오기 전 수용되어 있었던 슬라이고 정신병원에서 진술서를 발견한다. 그 진술서는 한 때 로잔느의 삶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고 할 수 있었던 곤트 신부라는 사람이 쓴 것이었다. 그리고 로잔느 역시 자신의 인생을 정리ㅎ고 참회하는 뜻에서 그린 박사 몰래 회고록을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곤트 신부의 진술서와 로잔느의 회고록은 등장인물만 같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과연 거룩한 성직자와 늙은 정신병 환자중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가톨릭교와 장로교 사이에서, 내전 속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로잔느의 인생은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화목했던 가정이 무너지고 남편과 아들을 빼았겨야만 했던 로잔느는 그 상황 속에서 어떤 심정으로 살아왔을까? 종교의 권력 때문에 자신의 장점이 죄가 되어야만 했고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희생해야만 했던 그녀... 책의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녀의 삶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한편 역사라는 것의 객관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도 했다. 역사는 그것을 쓰는 사람의 주관이 자연스레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혹은 치유나 위로를 위해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역사가 아니었을까...
이 책의 반전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라 책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보았다.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었지만 이해하기에 가벼운 책은 절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열쇠가 아니었나 하는 문장을 되뇌여 본다.
역사란 일어난 일을 순서에 따라 거짓 없이 정리해 놓은 것이 아니라, 추측과 짐작을 멋들어지게 배열해두었다가 힘없이 시들어가는 진실의 습격에 맞서 치켜드는 깃발과 같은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강력한 창조력을 발휘해 인간의 삶을 꾸며내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삶은 세상을 지배하는 인간에 대한 모욕이기 때문이다. (p7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