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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 사중주 - 저스틴 :: 로렌스 더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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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lexandria Quartet - Justine :: Lawrence Durrell 이 작품에 대한 명성은 국내에서가 아니라 일본 작가들에 의해서 알게 되었다. 온다 리쿠(※ 삼월은 붉은 구렁을), 모리미 도시유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이토야마 아키코(※ NEET), 에쿠니 가오리(※도쿄 타워) 등 작가 자신의 작품에 이 소설의 명칭을 그대로 쓸 정도로 애정을 숨기지 않아 그 어떤 연작 소설보다도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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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lexandria Quartet - Justine :: Lawrence Durrell

이 작품에 대한 명성은 국내에서가 아니라 일본 작가들에 의해서 알게 되었다. 온다 리쿠(※ 삼월은 붉은 구렁을), 모리미 도시유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이토야마 아키코(※ NEET), 에쿠니 가오리(※도쿄 타워) 등 작가 자신의 작품에 이 소설의 명칭을 그대로 쓸 정도로 애정을 숨기지 않아 그 어떤 연작 소설보다도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일으켰다. 그러나 왠일인지 국내엔 단 한번도 번역이 된 적이 없고 작가의 이름조차 생소해 도리어 그 이유가 뭔지 온갖 추측까지 할 지경이었는데(소설의 감성이 일본인에겐 맞고 한국인에겐 안맞는다든가) 드디어 펭귄북스를 통해 네 권이 한꺼번에 나와 마치 꿈 속에서 그리던 연인을 만난 마냥 설레고 기쁘기 짝이 없었다.

앞서 말하자면 읽어본 결과, 번역이 늦어진 이유는 아무래도 그 분량에 있지 않나 싶다. 첫 권인 <저스틴> 만 놓고 봤을 땐 기대했던 마음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평범한(?) 불륜 소설에 불과한데, 여기에서 등장한 주인공들이 네 권 내내, 쪽수로 따지자면 무려 1400 페이지에 걸쳐 인원도 거의 안 바뀌고 별다른 굴곡도 없는 채 그저 각자의 시선으로 자신들이 보고 믿은 것을 서술한 내용이다보니 독자에 따라선 매우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작가' 들에게 어필한 것은 "개인이 보고 믿는 것이 과연 진실인가" 라는 명제였던 것 같다. (특히 온다 리쿠는 이 명제에 유난히 천착하는 것으로 봐서, 이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어림짐작 된다.)

<저스틴>에서는 달리라는 남성 화자의 시선으로 내용이 전개 되는데, 그는 창녀 멜리사와 함께 살면서 친구 네심의 부인인 저스틴과 불륜 관계에 있다. 달리는 멜리사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네심에게 발각될 위기에 처하면서도 저스틴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소설은 달리의 변명을 위해서라도 저스틴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찬양, 동정으로 가득찰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되버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렉산드리아' 라는 독특한 도시 때문이라고 책임 전가시킨다. 달리가 바라보는 저스틴은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받은 적이 있고, 결혼에 한 번 실패하고, 아이마저 실종된 채 섹스 중독에 걸린 가련한 여인이다. 작가 역시 의도적으로 저스틴을 행동거지와 대사를 화려하게 미화시켜 달리의 편협한 시선을 독자에게 슬그머니 내비친다. (혹은 독자 역시 저스틴에게 매혹되도록 유혹하거나)

그녀가 자신을 무지막지하게 풍자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그건 자신의 진정한 자아가 다른 사람에게 이해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외로운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모습이기도 했다. 그녀는 알면 알수록 더욱더 예측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유일하게 지속되는 것은 그 여자는 자신이 가진 자페증의 장벽을 깨려는 사람과는 미친듯이 싸운다는 것이다. (p85)

" 난 가치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다닐거야. 아마 내가 느끼는 이 감정들이 적당한 배출구를 찾지 못한다면 난 죽거나 미칠지도 몰라. 만일 친구들이 내게 마음이 없는 사람이라고 진단을 내리면, 난 그런 애정 결핍을 영혼으로 메우고 있다고 주장할거야. " (p 85)

그녀는 풀고 싶어 하지만 풀리지 않는 내면의 응어리가 있다. 그건 친구나 연인으로서 내 능력을 뛰어넘는 일이었다. 그녀는 어떤 면에서는 삶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싶어했다. (p88)

저스틴은 빈혈로 죽어가고 있다는 상상으로 고통스러워 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살아서는 누구도 완전히 소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기가 느끼고 필요로 하는 사랑에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다. 저스틴은 자신이 더 이상 살고 있지 않은 삶의 어두운 구석에서 만족을 이끌어내었기 때문이다. (p98)

자기 변명에 집착하는 현상은 보통 양심 때문에 걱정이 많은 사람들과 자신의 행동에 철학적이고 이론적인 설명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자기 변명이란, 사람의 생각을 이상한 형태로 이끌게 마련이다. (p167)

이상한 역설이긴 하지만, 특이할 정도로 활동적인 이 여인의 성격적 단점, 곧 이 같은 정서 불안이 내게는 대단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난 그녀의 이런 점이 어느 정도 내 성격적 단점과 상통하는 것 같다고 느낀다. (p168)

마지막으로 가장 큰 실패는 인간 관계의 실패다. 그 실패는 점차적으로 내게 정신적인 고립감을 가져다 주었고, 나에 대한 연민에서 자유롭게 해주었으며, 소유욕을 갖지 않게 했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나는 점점 더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 되어가는 한편으로 점점 더 사랑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자기 희생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너무나도 두려운 일이지만 이제는 저스틴을 놔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244)

본문 구절 구절에서 보듯, 달리는 오로지 자신만이 저스틴의 진면목을 알고 그 때문에 자신이 희생해야 한다는 독단적이고도 착각어린 결론을 내린다. 이 무렵쯤 되면 독자 역시 신경질적이고 까탈스럽지만 내면이 여려 보이는 저스틴에게 달리처럼 매력을 느낄 수도 있고 동정심을 갖게도 된다. 소설은 네심이 달리의 연인이었던 멜리사와 관계를 맺고, 저스틴은 어디론가 사라지며 출산 후에 죽은 멜리사의 아이를 데리고 달리가 외딴 섬으로 가 과거의 일들을 반추하는 형식으로 일단락을 맺는다. 그러나 나머지 세 권을 읽은 후 독자는 반드시 이 첫 편인 <저스틴> 을 다시 읽어보게 될 것이다. 그토록 아름답고 그녀만의 타당한 이유가 있었던 저스틴이 다른 이들에게는 어떻게 비쳤는지를. 자상하고 섬세한 달리가 초라해질 정도로 그녀가 무엇을 숨기고 기만하고 있었는지를.

완전히 다르게 읽히는 재독에선 놀랍게도 작가는 틈틈히 다른 캐릭터들을 통해 진실을 끼워 넣고 있었다. 다만 달리만이 자신만의 환상에 빠져 그들의 말도 자의적으로 해석했을 뿐이고, 독자 역시 달리의 이야기만으로 달리의 심정에 공감할 수 밖에 없게끔 유도 되었다. 남은 세 권을 읽고 달리의 주변 인물들, 특히 퍼스워든과 클레어의 대사를 다시 읽어보면 말이라는 것이 이렇게 다르게 들릴 수도 있구나 하고 새삼 경악하게 된다. 이것이 이 4부작 소설의 절대 묘미다. 추리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 같은 장르 소설에선 '반전' 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 소설은 단지 '진실의 이면' 을 보이고 있기에 무언가가 완전히 뒤바뀌는 '반전' 이라 할 수 없다. 그것이 오히려 더 무섭다. 사람은 얼마나 편협한 시선으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무엇을 판단 내리는 일이 갈수록 어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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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q****e 2010.07.06. 신고 공감 4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