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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건강권이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도 포괄적인 권리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온전히 행복한 상태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노동자 건강원의 관점에서 풀어본다면 "노동자 건강권이란 단순히 질병이나 사고를 당하지 않을 권리가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온전히 행복한 상태를 누릴 권리"라고도 할 수 있다. - p126 이 땅의 노동자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있어야 할 권리들이 있다. 건강권과 노동기본권이 바로 그것. 그런데 이 두 가지 권리를 모두 박탈하고 착취하는 기업이 있다. 무노조 경영을 자랑(?)하는 삼성. 그중에서도 삼성반도체다.
『삼성반도체와 백혈병』 은 백혈병에 걸린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이 건강과 인권 지킴이을 지향하는 다음카페 반올림(http://cafe.daum.net/samsunglabor)의 지원을 받아 산재승인을 받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흔히 우리는 반도체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줄 안다.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가 않다. 다른 사업장에 비해 백혈병 발병률이 3배 이상이고, 특정 근무라인의 경우 무려 15배가 넘는다. 화려한 이미지 뒤에 가려진 치명적인 진실이라고나 할까.
책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2007년 3월 6일 스물셋의 나이로 억울하게 죽은 고 황유미 씨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려운 집안 환경때문에 취직을 결심했고, 학교의 추천으로 입사하게 된 곳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이었다. 하지만 입사한 지 불과 2년이 채 안되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큰 병원에서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아 회사에 산재 요구를 했지만 번번히 묵살당한다. 그러던 와중에 고 황유미 씨는 세상을 떠나가고, 아버지인 황상기씨는 결국 산재보험 유족급여 신청을 시작으로 거대 삼성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책에서 밝히는 반도체 공장이 피해사례는 백혈병, 각종 림프종, 유산, 불임, 생리불순, 악성 빈혈 등 다양하다. 특히 백혈병과 각종 림프종은 목숨을 앗아갈 만큼 치명적인 병이다. 그럼에도 충분한 역학조사는 커녕 노동 후진국으로 분류되는 미국에서 조차도 발암물질로 규정하는 물질이 131종이나 되는데 우리나라는 그 절반도 못미치는 56종에 불과하다. 그래서 2009년 4월 9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노동자, 전문가, 시민단체가 모여 '발암물질 정보센터 및 발암물질 감시 네트워크'를 발족시켜 발암물질 목록 작성을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책은 수 차례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금년 3월 31일 3년간 투병생활 끝에 숨진 고 박지연씨의 백혈병 재발 소식으로 마무리한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건강권의 문제는 특정 기업, 특정 직종에 국한되어서는 안되며, 연대와 단결을 통한 사회적 힘만이 노동자의 건강권과 알 권리를 보장해주도록 강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일에 읽을 읽는 독자가 함께 나서주기를 소망하면서 말이다.
다음 반올림 카페를 방문했다. 마침 언론보도란에 열심히 활동하는 공유정옥 씨가 미 공중보건학회상을 수상한다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 산업안전과 노동환경 개선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반올림이라는 단체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암 발병 희생자를 위해 '뛰어난 활동을 벌였기 때문에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 그리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노동자 편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정부기관들이 기업의 편을 드는 몰상식한 행동에 분노가 느껴졌다. 물론 거대 삼성이라는 재벌기업과 관련이 있는 일이라 자신들도 어쩔 수 없지않느냐며 삼성측에 책임을 떠 넘기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말이다.
"거짓말 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모든 국민들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 탄생 100주년 기념식(2010.2.5)에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던진 이야기다. '호암(이병철)의 경영철학 중 지금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거짓이 없는 세상, 투명한 사회를 바란다면 노동조합부터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경영이 투명해지고 고객들이 더 신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면 굳이 삼성장학생이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건강노동자효과(healthy worker effect) : 노동자 집단의 건강수준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가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건강하다고 나오는 이상한 현상. 건강에 이로운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잦은 이직으로 최근에 입사한 건강한 사람만 남게 되어 일어나는 현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