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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초인’, 필립 말로우에 다시금 매혹된다!
"‘고독한 초인’, 필립 말로우에 다시금 매혹된다!" 내용보기
챈들러가 빚어낸 불세출의 인물, ‘필립 말로우’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소설의 품격을 이미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언어나 행동에는 세상의 무수한 사실 그대로가 장식이나 위선 없이 담겨져 있다는 느낌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표현 중에“한계를 넘어서면 어떤 위험도 다를 바 없다.”라는 문장은 세상을 대하는 신념을 엿보게 한다. 선악과 같은 이분법적 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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챈들러가 빚어낸 불세출의 인물, ‘필립 말로우’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소설의 품격을 이미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언어나 행동에는 세상의 무수한 사실 그대로가 장식이나 위선 없이 담겨져 있다는 느낌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표현 중에“한계를 넘어서면 어떤 위험도 다를 바 없다.”라는 문장은 세상을 대하는 신념을 엿보게 한다. 선악과 같은 이분법적 잣대로 획일화하여 구별하거나, 신분, 재산, 지위, 과거의 내력 등으로 인간을 판단하지 않으며, 하나의 존재자 그 자체로서에 대한 연민으로 인간을 대하는 말로우의 철학적 개성은 요즘 세상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매력이다. 사교성과는 조금 먼, 강한 신념이 오만으로 인식되어 적의를 불러일으키는, 그러나 인간에 대한 배려와 정감, 의리를 간직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술집 주차장에 만취하여 버려진 남자조차 외면하지 못하는 탐정이다. 이렇게 우연히 알게 된 남자에 대한 호감은 두 사람을 일종의 우정, 인간적 신뢰로 연결한다. 남자가 대재벌의 방탕한 둘째 딸의 남편임을 알게 되지만 그늘진 모습에서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과 불안을 인지한다. 어느 날, 권총을 든 채 새벽녘에 찾아 온 남자로부터 아내가 살해되었다는 고백을 듣고 그의 도피를 돕게 된다. 물론 그 남자가 그의 아내를 살해한 범인이 아니라는 확고한 믿음에서이다. 이것이 소설의 발단이다. 성적으로 문란한 재벌가의 딸이 피살되고, 그녀의 남편이 도주한 사건. 치정(癡情) 사건의 전형적 외형을 하고 있지만, 그 심층에 접근 할수록 그리 너주레하다거나 천박하지 아닌 것이 된다.

 

들이닥친 형사들에게 다짜고짜로 얻어맞고, 경찰에 연행되어 다시금 폭력을 당하지만 말로우란 인물은 입을 다물어버린다. 살인 종범이라는 억지 이유로 유치장에 구금되지만, 도피를 도왔던 남자가 자살하였기에 사건이 종료되었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석방된다. 즉, 아내를 죽이고 도망친 남편, 즉 살인자인 용의자가 죽었으니 수사가 더 이상 진행될 이유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소설의 외연은 확장되기 시작한다. 치정으로 인한 단순 살인사건이 아니라 사건을 조속하게 덮어버리려는 힘, 그리고 그러한 힘에 기꺼이 공조하는 비루한 공권력처럼 혐오스런 인간의 오염된 사회질서, 법과 제도 등 문명이라는 그럴듯한 어휘에 은폐된 인간들의 위선적 심리에 메스를 갖다 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법률은 정의가 아닐세, 대단히 불완전한 기구라는 것을 알아야 하네. 단추를 잘 누르고 거기에 운까지 따른다면 정의가 튀어나올 때도 있겠지. 법률이란 그런 거야.”이 말에는 사회질서에 대한 강한 불신도 있지만 그보다는 삶의 초탈, 보다 높은 삶의 지혜와 진실의 통찰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은 이러한 형태의 일견 냉소적이랄 수도 있겠지만 나름 심화된 사회학적 비판의식을 끼워 넣고 있는데, 이러한 덤 같은 문장들이 사건의 진실로 접근하는 통로이자 중대한 단서로 작용하고 있다는 발견에 이르면 ‘챈들러’의 명성이 결코 허명이 아님을 인정하게 되기도 한다.

 

재벌이 자신의 치부를 조속히 은폐하기 위해 권력을 행사하고 폭력을 주사한 것인가? 다시 말해 금권이 공권에 외압을 가한 것일까? 아니면 재화에 대한 탐욕에 눈 먼 경찰, 검찰 등이 스스로 시녀가 되어 재벌의 무릎에 앉아 아양을 떨어댈 요량으로 알아서 기는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에서 법의 정의로운 집행이란 정말 공허하고 무력한 얘기가 되고 만다. 단지 돈이냐, 권력이냐만 문제가 되는 세상에서 일반 시민의 법률적 정의에 대한 기대는 정말 가소로운 것이 되고 만다. 어쩌면 이 소설의 재미를 이끌고 있는 스토리는 이렇게 몇 글자 안 되는 소비물질주의, 기회주의적 관료주의, 정경유착이나 금권정치, 쾌락과 이기주의에 몰입하는 상류계층의 타락한 정신 등 비판을 위한 수사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할 정도로 진지하다.

 

그런데, 이러한 의식화를 방해하려는 듯 불쑥 정신적 고통으로 알콜 중독에 시달리는 유명작가와 그의 아내인 미모의 여성이 등장하고, 마침내 실종된 남편을 찾아달라는 탐정의뢰를 받기까지 한다. 엄청난 광휘와 지성을 발산하는 미모의 여인에 대한 숨길 수 없는 호감도 한몫해서 실종된 작가를 찾아내지만 이 과정에서 피살된 재벌의 딸과 작가의 관계, 작가의 아내와 자살한 남자와의 관계에 대한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그리곤 유명작가와 그의 아내와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한 말로우의 인간적 갈등, 그 속에서 꿈틀대는 숨겨진 비밀들, 도피를 도왔음에도 자살한 남자의 사건이 무관해 보였던 이들 부부의 은폐된 사실에 접근 할수록 주변의 위협이 더해지면서 작품의 몰입을 견인하기도 한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이러한 이야기의 개입이 복선이나 반전을 위한 내용의 구조적 필연이자, 이야기에 감각적 재미를 덧대기 위한 절대적 요소라고 이해하게 되지만 요즘의 미스터리 작품들이 갖춘 속도감이나 구조적 긴밀성과 같은 정교함에 비추어 그 유기적 연결이 느슨하거나 괴리된 느낌을 갖게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거창한 비판적 시선의 개입과 마침내 드러난 사건의 원인이 결합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과 사회와 제도와 같은 문명의 자기 비판적 성찰을 도입하여 자칫 경박하고 미천할 수 있는 장르문학의 내용적 한계를 극복하고 현대인의 심리적 해부나 인간성 회복과 같은, 게다가 범죄를 개인적 문제로서가 아니라 물질의 풍요 등 현대의 욕망이 수반하는 더러운 댓가로 해석하는 것 등은 필립 말로우라는‘고독한 초인’으로서의 매력에 더해져 작품의 격을 올려놓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현대 미스터리 소설의 발전사에 리얼리즘의 이정표를 제시한 귀중한 문학적 위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대표작인 『깊은 잠(The Bog Sleep)』과 함께 읽어 볼만한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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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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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끼가 상실의 시대에서 언급한 유명작가들 예컨대 위대한 개츠비의 피츠제랄드와 호밀밭의 파수꾼의 샐린저외에 낯선이름이 있었는데 그게 챈들러였다. 신문광고에서 동서 미스터리북스의 목록을 훑어보다가 애수 어린 제목^^"기나긴 이별"과 "안녕 내사랑"이 있길래 대뜸 구입했다. 청소년기에 읽었던 뤼팡이나 홈즈나 혹은 앨러리퀸 아가사 크리스티 이들과는 사뭇 다른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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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끼가 상실의 시대에서 언급한 유명작가들 예컨대 위대한 개츠비의 피츠제랄드와 호밀밭의 파수꾼의 샐린저외에 낯선이름이 있었는데 그게 챈들러였다. 신문광고에서 동서 미스터리북스의 목록을 훑어보다가 애수 어린 제목^^"기나긴 이별"과 "안녕 내사랑"이 있길래 대뜸 구입했다. 청소년기에 읽었던 뤼팡이나 홈즈나 혹은 앨러리퀸 아가사 크리스티 이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첫장을 읽으면서 예감되었고 그것이 반가웠다. 챈들러식의 냉소적인듯 빈정대는 비유들이 어쩐지 아기자기한면도 있어서 가끔 웃음이 터져나왔고 무엇보다 골격은 하드한데 따스함이 곳곳에 스미어 있어 기분좋게 읽어내려갔다 다른 작품들을 더 읽고 싶어서 검색해보니 절판된게 대부분이고 또 책값이 절반이상 싸다는게 조금 약오르지만 대신 번역이 깔끔하게 되었으리라 속을 달랜다^^개인적으론 안녕 내사랑보다 더 재미있었다.
a***z 2003.08.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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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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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시내 대형 서점을 뒤져 어렵게 찾아낸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써있을 것이다. ‘신선하고 강렬한 행동파 탐정을 창조하여 이미 영화로도 소개되어 전 세계인의 사랑받는 하드보일드 파 거장 챈들러 불후의 걸작!’ 하드보일드라고 하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평에서나 들어볼 수 있었던 말이 아닌가. ‘기나긴 이별’ 이라는 제목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추리소설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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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가 시내 대형 서점을 뒤져 어렵게 찾아낸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써있을 것이다. ‘신선하고 강렬한 행동파 탐정을 창조하여 이미 영화로도 소개되어 전 세계인의 사랑받는 하드보일드 파 거장 챈들러 불후의 걸작!’ 하드보일드라고 하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평에서나 들어볼 수 있었던 말이 아닌가. ‘기나긴 이별’ 이라는 제목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추리소설이라는 배경 아래 쿠엔틴 타란티노의 ‘황혼에서 새벽까지’ 혹은 곧 개봉할 ‘킬 빌’ 정도의 생각을 둔 채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겼다. 어느새 다 넘어간 440쪽의 책장. ‘아,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냉정한 듯 하면서도 깔끔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과 흡입력 강한 문체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책이 끝난 후 마지막에 편집자의 서평에 실린 문장을 잠시 인용하자면 ‘자칫하면 아니꼽고 저속해지기 쉬운 표현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커다란 매력으로 승화시켜 나간다’. 정말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레이몬드 챈들러의 책이 항상 그렇듯 필립 말로우라는 한 독신의 중년 사립 탐정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연하게 술집 앞에서 만난 남자와의 인연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에 따라 많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결국엔 끝까지 사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테리 레녹스라는 신사적인 주정뱅이와의 기나긴 이별이 시작되는 것이다. 우연히 술집 앞에서 인사불성이 된 그를 돌봐주었고,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 또다시 우연히 그를 만나게 되고 나서부터 인연은 계속된다. 살인사건에 휘말려 부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궁지에 몰린 그가 멕시코로 탈출하는 것을 돕고 경찰의 심문을 받고 모욕적인 일을 당하며 유치장에 갇힌다. 누군가가 보내준 변호사도 거절하고 끝까지 친구를 배신하지 않고 입을 굳게 닫는다. 그러나 갑자기 어떤 계기도 없이 사건이 묻혀지고 말로우는 풀려나게 되고, 테리가 죽었다는 말과 함께 유서가 담긴 편지를 전해 받는다. 의문은 풀리지 않은 채 죽은 테리의 부인이었던 실비아의 가족들, 알 수 없는 출판사 사장과 베스트셀러 작가 부부 등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사이에 작가 부인인 아름다운 아이린 웨이드에게 연정을 품고, 그 작가의 집안을 드나드는 도중 작가 로저 웨이드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의 궁금증이 풀리면서 테리 레녹스 부부, 실비아의 언니 린다 롤링 부부, 그리고 웨이드 부부 이 여섯 명의 복잡하게 얽힌 치정관계, 금전관계가 드러나고, 진정한 범인을 찾게 되고, 결국 자살했다고 했던 테리는 죽은 것이 아니었으며 그 기나긴 이별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만나게 된다.  이 복잡한 사건을 풀어가면서 작가는 자칫 의문을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넘기어버리는 부분들을 잘 잡아내어 교묘한 복선과 모든 가능성을 내포시켜 놓았다. 읽으면서 독자 누구나 이렇게도 저렇게도, 설마 하면서도 여러 가지로 예측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았고, 더불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한시도 놓을 수 없는 긴장감과 무한한 상상력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여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재미를 배가시켰다. 작가 레이몬드 챈들러는 아일랜드의 퀘이커 교도 집안에서 태어난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은 영국인의 눈으로 1930년에서 50년대에 걸친 미국 사회의 문화 풍조를 신랄하게 비판하여 미스터리소설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사람으로 손꼽힌다. 작품 안에서 예리하게 꼬집는 금전만능주의와 얽히고설킨 치정관계, 그리고 마약남용 등 지금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들을 주의해서 읽어야 할 것이다.
l******a 2005.01.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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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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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동서문화사 무슨 이유일까? 쉽게 집중이 안되는 이유는? 1977년에 초판이 발행되었다고 하니, 번역이 진부해서일까? 아니면, 나 자신의 그릇 탓일까? 어투나 용어 등등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그동안 근래에 번역 출간된 신간을 중심으로 해서 읽어온 탓일까? 주변의 오만가지에 다 신경을 쓰느라 쉽게 책 속에 빠져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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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동서문화사

무슨 이유일까? 쉽게 집중이 안되는 이유는? 1977년에 초판이 발행되었다고 하니, 번역이 진부해서일까? 아니면, 나 자신의 그릇 탓일까? 어투나 용어 등등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그동안 근래에 번역 출간된 신간을 중심으로 해서 읽어온 탓일까? 주변의 오만가지에 다 신경을 쓰느라 쉽게 책 속에 빠져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중후반에 이르러서야 사건의 스토리를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필립 말로우라는 탐정은 확실하게 그려지지가 않는다. 하기는 첫 술에 배부를 수야 있겠는가? 지난 달에, 홍윤의 『물만두의 추리책방』에서 레이먼드 챈들러 인물사진 를 알게 되고,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을 선택해서 읽게 되었는데, 『기나긴 이별』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사립탐정 필립 말로우는 위험과 궁지에 빠져 있는 테리의 게리슨의 국경탈출을 돕는다. 대부호의 딸로자유분방한 아내 실비아가 죽은 채 발견되고 평소 아내의 바라기를 괴로워하던 테리가 고스란히 의심을 사게 된다. 그리하여 스스로 사건 속에 뛰어든 말로우, 생생한 문체, 비정한 시선으로 사나이 우정을 그려낸 하드보일드 파 거장 챈들러 최대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실비아 레녹스를 살해한 범인이 누구인지, 계속 오리무중인 상태로 전개되다가 후반부에 이르러 진범이 누구인지 밝혀지고(스포일러가 되고 싶지 않으니, 나 또한 진범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겠다.) 그러고도 끝이 안나고 뒷장이 꽤 남아있기에, 도대체 작가가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은 건지 꽤 궁금했다. 기대조차 안했던 필립 말로우의 로맨스와 더불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인물이 등장하니까~ 물론, 간간히 보이는 탐정 필립 말로우의 독백이나, 그의 추리를 다시 되짚어 보면, 힌트는 곳곳에 산재해 있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허를 찌르는 결말인 것 만은 분명하다!

홍윤의 소개글에 따르면 이는 하드보일드를 표방하는 작품인데, 아직도 이 하드 보일드라는 용어를 완전하게 숙지하기 어렵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7692 에서와 같이 좀 더 공부하고 찾아보면 좋겠다. 탐정 필립 말로우에 대해서도 더 알아보고 싶다. 다음에는 1940년에 썼다는 『안녕, 내 사랑』을 읽어봐야 겠다.

2012.6.21. 진정한 추리소설 매니아가 되고픈 두뽀사리~

 



i***2 2012.06.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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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이별] 하드보일드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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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문학의 대부라고 일컫어지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대표작 중에 하나로 멋진 탐정 필립 말로우가 등장하는 이야기 중 하나인 기나긴 이별을 읽었습니다. 사실, "인생은 짧고 읽을 책은 많다" 라는 인생관 때문에, 대부분의 책들을 한번밖에 읽지 않는데, 이 책은 우연하게도 몇번을 읽은 것 같습니다. 먼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하드보일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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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문학의 대부라고 일컫어지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대표작 중에 하나로 멋진 탐정 필립 말로우가 등장하는 이야기 중 하나인 기나긴 이별을 읽었습니다. 


사실, "인생은 짧고 읽을 책은 많다" 라는 인생관 때문에, 대부분의 책들을 한번밖에 읽지 않는데, 이 책은 우연하게도 몇번을 읽은 것 같습니다. 


먼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하드보일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달걀 완숙을 의미하는 하드보일드는 비정 혹은 냉혹이라는 의미로 변형되어 문학 도메인에서 사용됩니다. 


이 하드보일드라는 의미는 크게, 이야기의 측면과 문체의 측면에서 적용될 수 있는데, 첫번째 관점에서는 주로 냉혹한 뒷골목 범죄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두번째 관점에서는 냉혹한 글쓰기로, 감정이나 미묘한 심리를 묘사하는 부분을 제거하고, 냉혹할 정도로 무미건조하고 객관적으로 글쓰는 스타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챈들러의 소설들은 이 두 관점을 모두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그래서 숙명론자처럼 보이는, 그렇기에 쿨할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이, 냉혹한 범죄에 휘말리면서, 누가 왜 그런 짓을 저질를 수 밖에 없는지를 관찰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은 냉혹하기 때문에, 특정 피해자나 가해자에게 공감하지도 않고, 어떤 정의감에 불타오르지도 않습니다. 


그냥, 자신에게 보여진 사건을 100% 객관적인 시각에서 지켜볼 뿐이지요. 


그러나, 그렇기만 하면 아무리 하드보일드라고 해도 주인공이 있을 필요가 없지요. 


그렇기에, 챈들러는 주인공인 필립 말로우에게 하나의 사명감을 부여합니다. 


"내 장사가 존립하고 있는 것은, 무슨일이든 곤란한 지경에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연은 저마다 달라도 경찰에게 부탁할 수 없는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 배지를 단 경찰 놈에게 혼이 나서 항복했다면, 누가 일을 부탁하려 오겠습니까?"


라는 것이 바로 그 사명감이지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준다는 것이지만,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당사자의 의지이고, 말로우는 그 당사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의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문제를 정의해 줄 뿐입니다. 


당사자가 자신의 정답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문제 정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그 문제에 대한 진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지요. 이 문제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는 것, 이것이 바로 탐정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말로우의 유일한 사명감이 됩니다. 


===========

이번 이야기에서, 말로우는 우연히 술에 취한 남자(테리 레녹스)를 도와줍니다. 그래봤자, 부랑자로 경찰에게 잡혀가지 않도록, 집에 대려다가 하룻밤 재워주고, 다음날 집까지 데려다 준 것이 전부입니다만, 그 일을 계기로 그 남자와 종종 바에서 만나 같이 술 한잔씩을 하지요. 


그러던 어느날 아침, 테리가 멕시코로 달아나야 하는데, 도와달라고 합니다. 


말로우는 아무말 없이, 그를 도와주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에서는 강력계 형사 두명이 말로우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테리는 자신의 아내(실비아 레녹스)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었고, 그의 탈주를 도와준 혐의로 말로우는 철장 신세를 집니다. 


며칠동안 구치소에 있던 말로우는, 테리가 범행을 자백하고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풀려나게 됩니다. 


"그렇게 잔혹한 범죄를 저지를 사람이 아닌데... " 라는 의심이 들지만, 말로우는 쿨하고 냉혹하게, 그 사건을 잊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알콜 중독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저)의 실종 사건을 의뢰받습니다. 


전문가의 솜씨로 쉽게 그 작가를 찾아냈지만, 알고보니, 그 작가는 테리의 옆집에 사는 사람으로 실비아와도 불륜을 맺은 적이 있던 남자였지요. 


잊은 줄 알았던 테리의 사건이 다시금 말로우의 머릿속에 떠오릅니다만, 역시나 냉혹한 말로우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그리고 얼마 후, 실비아의 언니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또 얼마 후에는, 테리의 옛 친구라면서 라스베가스에서 범죄조직을 운영하는 친구가 찾아오지요. 


그리고, 해결된줄 알았던 베스트셀러 작가는 자꾸 말로우에게 연락해서 자신의 집에서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끝날때까지 자신을 돌봐달라고 부탁합니다. 


이쯤 되면, 아무리 쿨한 말로우도 이들 사이의 연관 관계를 밝혀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러면서 드러난, 이들 사이의 관계는 이렇지요. 


테리는 옛날 아이린(베스트셀러 작가의 부인)과 연인 관계에 있었지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헤어지게 되었고, 그 뒤 각자 자신의 짝을 만나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테리가 결혼한 실비아는 너무나 방탕한 생활로 로저와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고, 그런 실비아의 모습에 테리는 고민하고 있고, 그런 테리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이린으로서는 너무 괴로왔던 것입니다. 


아이린은 결국, 실비아를 살해하고, 테리는 그런 아이린을 대신해서 혐의를 쓰고 멕시코로 달아나지요. 


술해 취해서 자기가 실비아를 살해한 줄 알았던 로저는 자기의 범죄로 죄없는 테리가 죽은 줄 알고 죄책감에 시달렸고, 그런 꼴을 견디지 못한 아이린은 로저 또한 죽여버립니다.


이 사실은 말로우에의해 밝혀지고, 아이린은 경찰이 오기 전에 자살하지요. 


모든 일이 끝나고, 혼자 집에서 술을 마시던 말로우에게 멕시코에서 손님이 한명 찾아옵니다. 


그는, 죽은 줄 알았던 테리로, 테리는 범죄 조직을 운영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거짓으로 죽은 척을 하고 신분을 세탁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다가, 진실이 밝혀지자, 말로우에게 다시금 찾아온 것이지요. 


둘은 감릿 한잔씩을 나눠마시고, 영원히 헤어집니다. 


============


다른 추리소설들 처럼, 말로우는 진실을 찾기 위해 홈즈처럼 변장을 하거나 현장에서의 단서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습니다. 또한 포와르처럼 추리를 하지도 않지요. 


그냥 들어오는 탐정 일을 수행하고 있으면, 관련 인물들이 알아서 찾아와서 단서를 던져주고 갑니다. 


말로우는 그저 쿨하게 그 단서를 모와서 직감적으로 "너가 그런거지? 왠지 그럴 것 같다는 감이 와"라고 범인과 그 동기를 찍으면 범인은 "드디어 알아차렸군요. 맞아요" 라고 말하며, 알아서 자살합니다. 


그렇게 사건이 해결되면, 말로우는 조용히 술 한잔을 들이키면서, "그런 사연이 있었지. 뭐 그럴 수도 있는게 인생 아니야? 우리가 스스로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파멸을 얼만큼 앞당길 수 있느냐 하는 것 뿐이지" 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사회주의파 추리소설을 좋아하거나, 본격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그래서 얼마나 치밀한 계획으로 누가 왜 그런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었는가를 알려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로우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하드보일드는 결국 분위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정한 세상에서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숙명론자가 될 수 밖에 없지요. 


그 위에서 쌓아올린 쿨함의 극한을 보여주는 챈들러식 하드보일드 소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l*****6 2012.05.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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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챈들러, 기나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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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쿨한 우정     미국식 우정은 그렇다더라. 롤스로이스에서 내팽겨친 낯선 사내를 온전히 선량한 마음으로 집에 재우고, 하루이틀 지나고 알고보니 그가 대부호의 사위라는 것 쯤은 전혀 개의치 않은 채 함께 김릿을 마시며, 특별한 주제도 없는 대화를 나누다가 다음날이나 다다음날, 아니라면 그 다음주쯤 예정에도 없이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그래, 거기서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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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쿨한 우정

 

 

미국식 우정은 그렇다더라. 롤스로이스에서 내팽겨친 낯선 사내를 온전히 선량한 마음으로 집에 재우고, 하루이틀 지나고 알고보니 그가 대부호의 사위라는 것 쯤은 전혀 개의치 않은 채 함께 김릿을 마시며, 특별한 주제도 없는 대화를 나누다가 다음날이나 다다음날, 아니라면 그 다음주쯤 예정에도 없이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그래, 거기서 기다리고 있겠네. 약속을 정하게 되는 사이. 그러다 뭐에 삐졌는지 한 달이 지나도록 연락도 없다가 어느날 불쑥 새벽쯤 현관문을 두드리기도 하는데, 담배를 나눠피면서 알게 되는 것이다. 아, 나의 둘도 없는 이 친구에게 무언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나긴 이별』은 두 사나이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두자. 다시 한 번 짚어두지만, 미국식 우정은 그렇다, 굉장히 쿨하다.


여기서 부탁을 받은 '나(필립 말로우)'는 고집불통에 잰체하지만 노력만으로는 가질 수 없는 우수에 찬 분위기를 가진 사립 탐정-이런 부류들은 대게 각진 턱을 가지고 있고, 목소리는 저음에다가 탈모의 위험에도 노출되지 않는, 아무래도 양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인물-인데, 지금 그의 거실에 인조가죽 소파에 엉덩이를 내려놓은 친구(테리 레녹스)로부터 일전에 지나가다 얼굴 한 번 마주쳤을 뿐인, 그래서 제수씨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그의 아내가 이전에도 종종 불륜의 장소로 이용되던 별실에서 죽어버렸다는 고백을 듣게 된다. 게다가 불길하게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총이라니. 

이쯤되면 이런 게 필요하다. "내 친구는 절대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닐 거야." 함께 가는 단골 바(bar)가 몇 있고, 전당포도 아니면서 값나가는 물건을 맡아주는 사이니까, 그럴만도 하다. "내가 걔를 좀 아는데요, 얼굴에 칼자국 있다고 함부로 사람 죽이고 그럴 사람 아닙니다. 본성은 아주 괜찮은 놈이거든요." 뭐 이런 식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제게 뭐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혹시나 해서 미리 말해두지만 매디슨의 초상(오천만 달러) 같은 거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다. 주는 데 어쩔 거냐. 버릴 거냐. 그래서 금고가 넣어두긴 했지만, 이런 것 따위로 이들의 우정을 속되게 해서는 안된다. 왜냐면, 미국식 우정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순전히 우정 때문에, 친구의 누명을 벗기고자 고군분투하는 정의의 사립탐정 이야기인줄 알았으나 급작스러운 팜므파탈의 등장으로 우정따위 개나 줘버리고 점점 삼천포로 빠지다가 지나고서야 아, 그래서 그랬구나 이해가는 미스터리의 고전. 


말로우 빼고 죄다 속물에다 사기꾼에 어딘가 음흉한 자식들, 그러나 우리의 말로우는 진지하고 사색을 즐기며, 금전따위에 흔들리지 않고, 어쩌다 예쁜 여자에 혹하긴 해도 그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라는데, 1인칭 소설이라는 게 함정.



 

보증 잘못 섰다가 돈 잃고 친구도 잃은 분들께 권장합니다.


그밖에, 처가살이 사위들을 위한 필독서


 

 

우리는 이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차가 모퉁이를 돌아가는 것을 본 다음에 계단을 올라가 곧 침실에서 침대를 정리했다. 베개 위에 새까만 머리카락 한 개가 남아 있었다. 뱃속에 납덩이를 삼킨 듯한 기분이었다.

이런 경우 프랑스어에는 좋은 말이 있다. 프랑스인은 어떤 경우든 알맞은 말을 지니고 있고, 그 표현은 늘 적절하다.

-안녕이라고 말하는 것은 잠시 동안 죽는다는 것이다.(p424-5)




 

d****s 2013.01.0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기나긴 이별 - 레이놀드 챈들러 : 하드보일드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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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거부터 말해야겠습니다. 표지 보고 '헉' 소리가 나왔다는 것. 표지디자인이 조잡해서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더라구요. 워낙 유명한 책이고 문고판 시리즈로 나온거니까 디자인에 별로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게 너무 드러나서요,,, 그래도 청년의사의 '책 읽는 의사' 추천 도서였기 때문에 믿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내지디자인이 절 괴롭히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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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이거부터 말해야겠습니다. 표지 보고 '헉' 소리가 나왔다는 것. 표지디자인이 조잡해서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더라구요. 워낙 유명한 책이고 문고판 시리즈로 나온거니까 디자인에 별로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게 너무 드러나서요,,, 그래도 청년의사의 '책 읽는 의사' 추천 도서였기 때문에 믿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내지디자인이 절 괴롭히더군요. 행간이 좁아서 안그래도 긴 내용 읽는데 눈이 피로해 지치더랍니다. 책 자체도 대화가 꽤 많았지만 단문 대화가 아니라 인물들이 말이 많은 편이더군요. 데이비드 챈들러의 문체 탓도 있겠지만 읽기 편하게 편집이라도 해주셨더라면 좋았을텐데요. 특히 같은 사람이 말하는 것인데 따옴표가 따로 들어가있는 경우가 많으니 여간 헷갈리는게 아닙니다.

 

  불평 불만이 초장부터 많았습니다만 책 외적인 부분이 이렇게 엉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만에 끝까지 읽어냈다는 것은 그만큼 내용이 충실하기 때문 아니겠어요? 읽을 때는 몰랐지만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쪽에서 유명한 책인가 보더군요. 저는 고전적인 추리소설이나 일본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서인지 하드보일드 소설은 낮설기도 하고 정서에 맞지는 않았지만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철학이나 삶의 방식이 마음에 들어 읽다가 그만 둘 수가 없었습니다. 탐정 필립 말로우와 테리 레녹스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그 아내 실비아 레녹스 살인사건에 휘말려 곤경에 처한 테리를 도왔지만 도망지에서 테리는 덜컥 죽고 맙니다. 그리고 그 사건은 사그라들기 시작하죠. 말로우는 테리가 꽤나 마음에 들었는 모양인지 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자꾸 잊혀지려는 사건을 들쑤십니다. 그러는 동안 웨이드 가와 관련된 다른 사건 의뢰가 들어오고 미심쩍기는 했지만 거기도 어쩌다 휘말려 두 개의 사건을 동시에 다루게 됩니다. 처음에는 별개의 사건으로 취급했지만 시간이 가고 점점 이상한 점들을 밝혀낼수록 두 사건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말로우가 더 적극적으로, '정의'를 위해 움직였더라면 웨이드 가의 사람들은 살릴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이때까지의 탐정들과는 다르게 냉정이라는 단어보다는 의리나 정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사나이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탐정이었기에 제목이 '기나긴 이별'이 될 수 있었던 겁니다. (그 이유는 읽어보시면 알겁니다. 미리니름은 싫으니까,,,,ㅎㅎ)

 

  웨일즈 가의 부부와 레녹스 가의 부부 사이에 얽히고 길을 잃은 사랑의 실타래가 결국 범죄에 불을 지릅니다. 범죄 현장에서는 폭력의 결과를, 범죄를 밝혀내는 과정에서는 폭력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 지를 볼 수 있지요. 범죄와 섹스, 인간의 어두운 면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이 두 가지를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에서는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는 도시.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서 생겨나는 방탕, 난잡, 불륜 등의 단어. 이 모든 것을 로맨틱하게도 그리지 않고 초현실화 시켜 영웅적으로 그려내지도 않습니다. 단지 필립 말로우라는 이름의, 사립 탐정을 직업으로 하는 한 인간이 있었을 뿐. 한 쪽을 잘라내려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안락함, 편안함까지 희생시켜야 하는데 그런 제로섬 전략을 누가 펼친단 말입니까. 누군가는 맨해튼의 뒷골목에서 이런 어두운 면을 끌어 안고 가는 것이지요. 뿌리뽑겠다, 근절하겠다 라는 말은 자만에 가깝지 않을까합니다.

 

  결말은 예상했던 대로지만, 그리고 책 읽는데 한나절이나 꼬습니다. 박 결렸지만, 주말 내 뒹굴거리며 독서라는 행위를 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바쁜 일상 중에 짬짬히 읽기 보다는 저처럼 한가할 때 뒹굴거리며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읽으시는 편이 하드보일드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야 길고 연극적인 대사들을 견디며, 내용을 까맣게 잊어버리지 않고 끝까지 물고 갈 수가 있습니다. 하드 보일드, 한번 맛 보시겠습니까?



s*******2 2010.11.11. 신고 공감 0 댓글 0